[전선] 148호 11-1 이곳이 사람 사는 곳인가!

김파란 ㅣ 농민

“선혈, 그 앞에서….기계 돌렸다”

언제쯤 이런 야만적인 현상이 야만으로 인식되는 상식적인 사회가 될 수 있냐 말이다.’

그 놈의 회사 빵 사 먹지 말자’ 이따위 말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노동자들의 목숨을 지키기 위한 전례 없는 입법이 필요하다. 외국 사례를 들 필요도 없이 우리의 조건에 기반을 둔 제도와 방안을 신속하게 만들어야 한다. 왜냐고? 사람이 죽어가고 있지 않는가. 유수의 대기업이 최첨단 반도체기술을 개발하면 세계최초 전례없는 혁신이라고 반도체 노동자들이 백혈병으로 죽어가도 환호작약하며 삼성을 칭송하지 않았나? 그만큼 돈 벌었으면, 이제 노동자의 안전한 일터를 위해 세계최초의 강력한 입법과 노동자가 위험하면 기업도 온전하지 못하다는 선례를 만들지 못할 까닭은 무엇인가?

진짜 한 번 물어보자

지식인들은 항상 중도를 말한다. 그중도란 무엇인가! 실상, 즉 현실을 있는 그대로 아는 것, 있는 그대로를 보는 것이 중도다.

사회적 지위 또는 위계서열 자체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적어도 자본가가 조금은 주의를 기울이고 작업 환경을 바꾸면 막을 수 있는 산업재해를 어쩔 수 없는 죽음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제 이 사회에서 사라져야 한다.

노동 현장에서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 ‘생명’이 되면 한국 경제는 무너지는가?

왜 우린 효율과 이윤에 앞선 ‘생명’이 우선인 노동 현장을 생각하지 않는가? 19살의 아이가 기계에 빨려 들어가 죽고, 대학 대신 공장으로 간 학생의 몸이 기계에 분쇄되고. 콜수를 채우지 못한 실습생이 자살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스크린 도어, 컨베이어벨트에 찢겨 죽고 있는 사회…..

이런 야만적인 사회를 바꾸지 않고는 우리의 미래는 없다.

우리가 진정 분노해야 할 것은, 풍요로운 삶을 살고 싶고, 노동자처럼 비참하게 죽고 싶지 않으면 부단한 자기관리와 노력을 통해 성공하면 된다. 또 노동자들의 이런 희생은 어쩔 수 없다는 일종의 기업의 식민화 논리를 내세우는 지식인들이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내세우는 고상한 말들은 표면적으로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파편적 진실과 다양성이라는 이데올로기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배 담론 혹은 지배 이데올로기의 해악을 직시할 수 있도록 서로 돕고 격려해야 한다.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그럴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능사인지 우리는 저 뻔뻔한 인간들에게 물어야 한다. 다 얘기하지 않았냐고? 더 뻔뻔한 지랄을 할테지만 그럼 우리 또 물어야 한다. 그럼 지난 수십 년간 그 말을 믿고 기다린 결과가 계속되는 죽음인 까닭은 무엇이냐고? 진짜 한 번 물어보자. 이런 살인을 보고도 당신들의 심장은 아무렇지도 않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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