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146호 9-1 폭력이 뭘까? : 그 시신 석탄 자루에 수습해라…

김파란 ㅣ 농민

이 시대에 가장 흔한 말이 ‘사회를 바꾸자’ 라는 말이다. 이 말은 진보, 보수 똑같이 한다. 그런데 기존 체제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를 바꿀려면 그 체제의 틀을 파괴해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틀을 조금이라도 건들리면 폭력적이라고 비난한다. 그럼 어떻게 사회를 바꿀 수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그리고 그들은 입만 열면 ‘폭력’은 나쁘다고 하는데 그 ‘폭력’이 뭐냐?를 우리는 알아볼 필요가 있다.

폭력이라는 것은 한 체제가 근본적으로 다른 어떤 체제로 바뀌는 과정을 얘기하는거니까 기존 체제의 관점에서 보면 기존 체제가 가지고 있는 거의 모든 것이 다 붕괴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니까 바꾸려는 측과 지키려는 측은 사활을 걸고 싸우게 된다. 자기가 가진 것을 다 내줘야 하는데 순순히 내 줄 사람이 어디 있겠나! 당연히 물리적 폭력을 수반할 할 가능성이 높긴 한데 물리적 폭력은 폭력의 협소한 의미중 하나다. 또 그 물리적 폭력도 세분된다. 우리가 차벽에 갇혀던 그 공권력도 합법적 물리적 폭력에 해당된다.

자, 그럼 이걸 생각해보자. 사회 기득권 세력들도 ‘사회를 바꾸자’ ‘불평등한 사회를 바꾸자’ 이런 얘기를 한다. 근데 그것이 진짜 바꾸자는 얘기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나! 알 수 있는 기준은 딱 하나다. 뭐냐면 기존 사회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권을 다 포기할 수 있으면 그건 진짜 바꾸자는 것이다. 그걸 버릴 생각이 없다면 바꾸자는 얘기가 아니다.

나는 그대로 있고 너만 바뀌면 좋겠다…남들만 바뀌면 좋겠다….세상이 이래선 안 된다,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나는 정말 잘 사는데 니가 문제야…거의 그런 얘기다.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꾸자 말하는 지식인들 중에 ‘너 진짜 지금 가진 거 다 포기할 수 있나’ 물어서 ‘정말 포기할 수 있어’라고 진심으로 말할 수 있는 지식인들이 얼마나 될까? 그런 거 생각하면 사회개혁을 말하는 지식인들이 어디까지 진짜인지 말만 들어서는 알 수 없다.

그 지식인들 말이 정말인지 아닌지 기준은 딱 한가지다. 그 사람들이 정말 기존 사회에서 지식인으로서 가지고 있는 특권을 기꺼이 포기할 수 있느냐 없느냐. 그러니까 지금 그렇게 살고 있느냐만 보면 된다.

세계에서 가장 자살률이 높은 나라가 한국이다. 그 자살중에 철학적인 자살이 몇 프로나 될까? 거의 대부분 사회적 벼랑에 몰려 어쩔 수 없이 생을 마감하는 비참한 사회적 타살이다. OECD 국가 중 자살률은 18년째 1위다. 또 산업재해사망률은 21년째 1위다. 통계로 보면 영국의 25배다.

이건 재해가 아니다. 이쯤되면 살인이다. <산업재해법>의 또 다른 이름은 <기업살인법>이다. 영국도 유럽에서 산업재해사망률이 가장 높았다. 이 살인을 멈추기 위해 국가가 법의 이름부터 <기업살인법>으로 바꾸고 기업가들에게 굉장히 엄한 처벌을 하는 법을 만들었다. <기업살인법> 도입 후 영국은 유럽에서도 가장 산업재해사망률이 낮은 10만명 당 0.4명이 된 것이다.

‘산업재해’ 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운명이 아니다. 정책적으로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다. 한국은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다. 왜? 자본에게 노동자의 생명을 던져 준 것을 시장경제라 부르며 자율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이지 이것은 정상이 아니다

2016년 1,777명
2017년 1,957명
2018년 2,142명
2019년 2,020 명

대한민국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죽은 숫자이다. 이건 전시상태다. 자본이 노동자를 무자비하게 죽이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내전이 발생한 것처럼 죽어나가도 우리들은 이런 살인을 일상적인 일로 다 넘어간다.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왜 정권이 바뀌어도(우린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이런 노동 탄업은 바뀌지 않았나? 이처럼 윤석열과 국힘을 비판할 수 없는 게 오늘날 민주화 세력이다. 오히려 수구들은 정치적 정당성이 항상 위협을 당하고 있으니 국민들에게 잘 보이려고 하기라도 한다. 그러나 소위 민주개혁 세력이라는 자들은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했다는 까닭으로 오히려 자유시장경제에 더 독주적으로 나아갔다. 그래서 민주정부라는 시대에 서민들 사회적 삶은 더 힘들어졌던 것이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벨트와 룰러 사이에 몸이 끼인 김용균의 시신은 머리와 몸이 분리되었고, 등은 갈라져 타버린 상태였다. 4시간 만에 발견된 김용균의 시신을 발견한 회사는 그의 동료들에게,

  • 김용균의 시신을 석탄 자루에 수습할 것을 지시했다.

아주 근본적인 변화 정말로 모든 것을 바꾸지 않고는 그 어떤 희망도 상상하기 힘든 사회가 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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