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163호 3-6 사실상 산업예비군인 영세자영업자 가계부채 폭발의 뇌관

  • 이기사는 노동자신문 1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신재길 ㅣ 노동전선 정책위원

자영업자들이 고금리 등의 한계에 이르면서 이들이 갚지 못하는 대출 규모가 27조 원에 육박했다. 4일 신용평가기관 나이스(NICE)평가정보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개인사업자 가계·기업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현재 개인사업자 335만 8,499명의 금융기관 대출(가계대출+기업대출)은 모두 1,109조 6,658억 원이다. 2022년 말(327만 3,648명·1,082조 6,258억 원)과 비교해 1년 사이 대출자가 8만 4,851명(2.6%), 대출잔액은 27조 400억 원(2.5%) 더 늘었다. 자영업자 대출은 2018년 1분기 572조 3,000억 원이던 것이, 2022년 3분기 1,014조 2,000억 원으로 1,000조 원을 넘었고, 2023년 2분기 1,043조 2,000억 원까지 치솟았었다. 가계부채 총액이 11년 걸려 100% 가까이 늘었다면 자영업자 관련 대출 규모는 최근 5년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자영업자들은 빚으로 연명하고 있다. 특히 분기(3개월) 단위로 5년여 동안 단 한 번도 이들의 대출이 줄어든 사실이 없다. 단 한 번의 숨 고르기조차 없을 정도로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또 지난 1년 사이 자영업자의 연체 금액(3개월 이상 연체 기준)은 18조 2,941억 원에서 27조 3,833억 원으로 9조 892억 원(49.7%)이나 급증했고, 평균 연체율도 1.69%에서 2.47%로 약 0.8%포인트(p) 뛰었다. 은행, 카드사 등 업종 불문 금융시장에서 ‘연체율 1%가 넘는다’라는 건 위험 신호를 넘어 사실상 ‘사고 상태’로 인식하는 수치다. 그런데 자영업자 평균 연체율이 2%를 넘고 있다. 이게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가는 가계대출 연체율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금융감독원이 2월 22일 발표한 ‘2023년 12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 현황(잠정)’을 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가계대출 연체율은 0.35%로 전달 대비 0.04%P 하락했고,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23%이다.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인 것이다.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최대한 빌려 추가 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한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상황은 1년간 더 나빠졌다. 전체 다중채무 개인사업자(자영업자)는 현재 173만 1,283명으로, 전체 개인사업 대출자(335만 8,499명) 가운데 절반 이상(51.5%)을 차지했다. 이들의 대출잔액은 691조 6,232억 원에 이르렀다. 다중채무 인원과 대출 규모가 1년 전(168만 1,164명·675조 3,047억 원)보다 5만 119명(3.0%), 16조 3,185억 (2.4%) 불었다. 이들의 연체가 늘어나는 속도는 더 빨랐다. 다중채무 개인사업자의 연체액(21조 7,955억 원)은 2022년 말(14조 2,950억 원) 보다. 7조 5,005억 원(52.5%) 증가했고, 평균 연체율도 2.12%에서 3.15%로 1.03%P 높아졌다.

가계부채 문제가 위기 상황으로 확대되면 그 시발점 중 하나는 개인사업자 등 소상공인을 포함한 자영업자 관련 부채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의 자영업 부채문제는 소상공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한국의 자영업은 사실상 산업예비군의 성격이 강하다. 자영업의 평균 소득이 월 160만 원 수준으로 최저임금 수준보다 적다는 점은 자영업자들이 임금노동자보다 더 열악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그런데도 한국의 자영업은 한국 경제에서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퇴직 후 연금으로 생활할 수 없어서 창업하게 되는 경우와 해고 등 실직 이후 사회보장이 안 되어 있기에 소위 창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세자영업의 경우 가족노동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가족 중 일부는 임금노동자인 경우가 많다.

다중채무 자영업자의 경우 평균적으로 210만 원을 이자비용으로 지불하고 있다. 월 평균소득이 160만 원인데 월평균 이자비용이 210만 원인 것이다. 이는 자영업자들의 부채와 연체율이 급격히 늘어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다중채무 자영업자 비중은 전체 자영업대출의 71.3%라고 한다.

자영업자의 부실규모를 PF대출과 비교해 보면 그 위험성을 알 수 있다. PF대출 규모가 134조 원 정도라고 하는데, 자영업자 대출규모는 1,000조 원이 넘어가고 있다. 자영업자 부실이 터지면 PF부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위험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체불임금 대리지급액이 7,000억에 육박해 역대 최고치에 달하고 있다. 대지급금은 임금체불 시 정부가 대신 임금을 지불하는 것을 말한다. 2021년만 해도 재지급금은 794억 원이었다. 그런데 2023년 6,869억 원으로 2년 만에 거의 9배까지 상승했다. 그만큼 자영업자 상황이 심각하다.

자영업자는 고금리에 가처분소득이 20% 정도 줄었고, 상업용부동산 담보대출도 위험하다. 물가는 상승하고 고금리로 이자는 늘어나고, 내수는 부진하여 매출은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대외경기도 나쁘다. 더욱이 이는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다. IMF 같은 상황도 아닌데 작년에 경제 성장률이 일본에 역전당했다. 세계경제 블록화와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저성장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기인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출금 만기연장 등의 미봉책으로는 자영업자의 대출부실을 막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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