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160호 12-4 모두의 삶을 승자의 들러리로 만드는 경쟁교육, 절대평가 도입을 시작으로 이제는 전환하라

  • 편집자 주 : 이 기사는 12월 15일 오후시 30분 대학무상화평준화국민운동본부가 국가교육위회의를 앞두고 주최한 28대입개악안철회촉구 긴급기자회견에서 김주연(청년광장) 님이 발언한 내용입니다.

김주연 ㅣ 청년광장 부설 청년민주시민교육지원센터 센터장

짧게는 초중고 12년, 길게는 대학의 2년에서 4년까지. 최장 16년 이상을 청소년과 청년들이 줄세우기 시험, 경쟁시스템 안에서 고단하게 살아갑니다. 그것은 단 하나를 위한 사투입니다. 바로 자신의 미래를 안정적으로 꿈꿀 수 있는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감내하는 사투입니다.

그러나 매년 대학을 졸업하는 청년들 중 평균 7만명 정도가 월급 300만원 이상의 좋은 일자리를 차지합니다. 동년배의 청년 집단 중 약 10%의 청년만이 월급 300만원 이상의 좋은 일자리에 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10%만이 비상한 능력을 가지고, 비범한 노력을 한 청년들이라서 그 일자리를 쟁취한 것일까요? 아니오. 한국 사회에서 초임 월급 300만원 이상의 좋은 일자리, 중견기업 이상 정규직 일자리가 전체 일자리의 단 10%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즉, 청년 100명 중 100명이 모두 동일한 노력과 동일한 능력을 갖췄다 가정해도 90명은 반드시 탈락해야 하는 사회입니다.

청소년과 청년들이 최선을 다한 노력과 능력에 정당한 보상을 지급할 준비도, 의지도, 대안도 없는 자격 없는 사회가 끊임없이 우리에게 ‘자격’을 묻고, 검증하고, 등급을 매깁니다.

그러면서 실패한 90명을 향해 세상은 말합니다. 너의 노력이 부족했어. 너의 능력이 부족했어. 아니 세상이 말하기도 전에 청년들은 경쟁에서 실패한 자신을 탓하고 자책하고 급기야 혐오하기까지 합니다. 얼마나 많은 청년들이 심리상담센터와 정신과의 문 앞을 서성이고 있는지 셀 수도 없습니다. 우리는 이토록 파괴적인 노력을 했으나 실패의 결과 앞에서 스스로를 사랑할 수도 없고, 친구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뻐할 수도 없으며, 고독과 외로움에 병들고 있습니다.

이것은 OECD선진국 중 18년간 단한번도 자살율 1위를 놓치지않았던 한국에서 모든 세대의 자살율이 감소하고있음에도 최근 몇년간 10대~30대 자살율만이 증가하고 있는 근본 이유입니다.

좋은 일자리라는 노력의 보상은 절대치가 정해진 채 쥐꼬리만큼 공급되고 있으면서 우리는 왜 상대적인 노력과 능력을 평생 겨루며 살아야합니까? 왜 내 소중한 인생을 누군가와 끊임없이 견주어 비교하며 살아야 합니까? 십수년전만해도 스펙 3종세트, 5종세트를 이야기하며 헛웃음을 지었던 우리가 이제는 스펙 10종, 15종세트를 당연하게 이야기합니다. 3포세대, 5포세대를 이야기하며 허망했던 우리가 이제 무한정 포기해야하는 N포를 이야기합니다.
왜 더 노력해도 우리는 더 겨루고, 더 갖추고, 더 포기해야합니까?

자신을 학대하고, 자신을 착취하는 이 지독한 경쟁시스템을 조금이라도 완화해주십시오.
교육부가 조금이라도 완화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조금이라도 이 무한경쟁의 고리를 끊어야겠다면 지금 당장 손대야 하는 것은 평가방식입니다. 교육이라도 온전하게 내가 노력한 결과 앞에 설 수 있도록, 교육이 내 일자리의 등급, 내 인생의 등급을 결정짓는 수단이 되지 못하도록 바꿔주십시오.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는, 내가 타인과 공동체를 아끼고 응원할 수 있는, 서로 협력하고 조응하며 살아갈 수 있는 교육으로 바꿔주십시오.

내 인생은 경쟁에서 승리한 승자의 자존감을 높일 뗄감이 아닙니다. 부디 우리를 이 줄 맨 앞에 서 있는 자들을 위한 들러리로 만드는 교육, 나를 끊임없이 혐오하게 하는 교육을 중단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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