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155호 6-2 기업이 후원하는 북콘서트

김파란 l 농민

어느 페친이 올린 기업이 후원하는 북콘서트에 대한 문제점을 읽고 생각했다. 문학도 영화처럼 기업의 후원과 투자를 기업의 순기능이라고 치부하게 된다면…

: 꼬리 자르기

지젝은 영화로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지젝이 얘기한 것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헐리우드 영화에 대한 것이다. 지젝은 헐리우드 영화에서 자본가들에 대한 비판은 아주 흔히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가들이 자신들 이윤을 위해 벌인 악행을 모두 폭로한다. 자본주의 폐해같은 것을 폭로하면서 결론에서는 이것을 폭로할 수 있는 민주주의 승리로 귀결된다.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것은 괜찮지만 민주주의라는 자본주의 보증물은 절대 건드리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다. 이 결과 자본주의 비판이 아무리 영화로 나와도 자본주의는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한 몸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속된 말로 짜고 치는 고스톱과 비슷하다. 물론 이건 지젝의 말이다. 지젝도 고상하지만은 않은 철학가다.

자본주의 비판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인간의 탐욕이라는 말이다. 2008년 경제 위기 후에 여러가지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비판하는 책들이 나왔다. 상당수는 자본주의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운영상에 문제가 있다. 그리고 사람들의 과도한 탐욕이 문제였다고 진단하고 비판했다.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이 만들어 낸 문제가 ‘탐욕’ 이라는 개인의 문제로 넘어가는 것이다. 꼬리 자르기다.

오늘날 지배 이데올로기라고 한다면 가장 강력한 것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다. 이 두 가지가 지배체제를 구성하고 있다.

여기에 균열을 내려는 것이 문화, 예술, 학문의 비판 정신이다.

문제는 권력과 자본이 이제 문화 예술 학문의 비판 정신을 자본주의 자가 백신으로 만들어 버렸는 것에 있다.

이 자본주의 공룡은 자신에 대한 비판도 자기 증식을 위한 도구로 만든 것이다. 자본주의 시스템은 문제가 없는데 운영상의 문제가 있다고 말하면서 선거로 좋은 사람 뽑고, 좋은 자본가들이 많이 생기면 이 사회는 괜찮다는 것이다.

이렇게 비판이 자본주의의 자기 백신이 되어 버렸다.

어떤 문화 예술 학문도 자본의 돈 밑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와 계급 위계를 조롱한 영화가 자본주의의 상징인 미국의 화려한 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한국 최대 재벌 삼성 그룹의 손녀가 그 자리에서 감격의 축하 인사를 하는데 삼성 폰 광고가 흘러나왔다.

문화 예술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세계적인 재벌인 삼성이 이 땅의 노동자들을 어떻게 만들었나!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죽어 가는 직원들 목숨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면서 세계 제일의 핸드폰 제조업체가 되었다고 환호작약 하는 짐승이 삼성이다.

이런 삼성 그룹의 손녀가 한국 진보 예술인을 병풍 삼아 당당하게 ‘기생충’을 농락했다.

자본주의 심장부 미국에서 자본주의와 계급위계를 조롱한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삼성의 손녀가 100억을 썼다는 것이 한국 문화 예술의 공헌이라고 사람들은 말했다.

또 미국에서 블랙리스트에 오른 감독이 큰 상을 받았으니 ‘한국 민주주의 승리’라고 말하는 변호사님도 있었다고 한다.

그 영화의 제작과 홍보를 누가 했는가? 아무리 흥분해도 말은 바로 해야지…이건 한국 독점재벌이 일군 문화자본의 승리다.

그 독점재벌이 축척한 자본이 누구의 숨통을 조여 강탈했는지는 지금 잠깐 페북을 열어 봐도 알 수 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기업이 돈 없는 예술가를 지원하고 후원하는 것이 뭐가 문제냐? 이건 비열한 땡강이다. 맞다. 나의 이런 비열한 땡깡이 문화 발전에 재를 뿌린다는 비웃음을 뒤집어쓴다 해도 나는 이 계급적 주사를 멈출 수 없다.

자본이 던져 준 뽀시래기에 감동하는 순간 우리는 이 차별과 착취를 대물림 할 수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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