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150호 1-1 한전 적자? “너 딱 걸렸다”

이을재 ㅣ 노동전선 공동대표

지난해 말 윤석열 정권이 전기 요금 인상 방침을 발표하였다. 전기 요금이 전기 생산 비용보다 적게 책정되어서 한전의 적자를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게 되었다는 그럴 듯한 설명이 뒤따랐다.

맞는 말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얼토당토 않은 얘기다. 전기는 국민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해야 하는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도로공사(한국도로공사) 적자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없다. 왜? 도로를 만드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국민 누구에게도 도로 사용료를 받지 않는다. 만일, 도로 사용료를 받는다면 집 밖으로 나선 순간부터 시간과 거리에 따른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런 일은 없다. 그렇게 하면 폭동이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고속도로 등 일부 유료 도로가 없지 않으나, 대부분의 각종 국도, 지방 도로 등은 무료이며, 이에 비하면 일부 유료도로는 전체 도로의 극히 작은 부분일 뿐이다.

같은 원리로 한전(한국전력공사)이 공급하는 전기의 사용과 그 비용을 따져보자.

전기는 도로와 같은 공공재다. 공공재란 인간이 살아가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으로, 따라서 빈부에 따라 차별받지 않고, 비용을 치르지 않더라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보장해야 하는 물질(재화)이다. 즉, 국가가 그 비용 전부 또는 대부분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곳에 쓰라고 모든 국민은 각종 세금을 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로, 전기 같은 재화(공공재)의 생산과 소비에 대해 ‘적자’라는 개념의 접근이 가당한 일인가?

도로공사가 도로를 건설하는데 수십조, 수백조원의 비용을 지출하고 그 사용료를 사용자인 국민들에게 받지 않았으니 적자라 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 도로는 사용할 때마다 모든 국민이 개별적으로 비용을 지불하는 대신, 국가가 세금(국가 예산)으로 지불하는데 이를 보고 도로공사가 경영을 잘못하여 적자가 났다거나, 그 적자를 정부 재정으로 메꾸었다고 하지 않는다. 도로는 빈부에 관계없이 누구나 누려야 할, 누릴 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해야 할 공공재이기에 그렇다.

전기도 도로와 마찬가지로 공공재이다. 누구나 가난하다는 이유로 사용을 중단하게 할 수도 없으며, 해서는 안 되는 공공재인 것이다. 마땅히 국가가 그 비용의 대부분을 부담하는 것이 옳다. 전기는 온전히 소비자가 그 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국가가 거둔 세금으로 그 비용을 충당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도로공사가 도로 건설, 관리에 드는 비용을 국민 개개인에게 부담지우는 대신 국가 재정으로 충당하여도 적자라고 할 수 없듯, 한전 역시 그러하다.

국가가 그 비용을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해야 하는 공공재는 도로, 전기 외에 더 있으며,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그 영역은 넓어지고 있기까지 하다. 이는 국민복지 확장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도로, 전기 외에 수도, 가스, 교육, 의료, 연금 등 모두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공공 영역이다. 다만, 그 각각에 대해 공공성의 크기나 국가 재정 능력 등을 따져 국가가 전부를 부담할지, 일부를 부담할지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이 남을 뿐이다.

국민 누구나 공공재를 자유롭게 사용하고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국가는 거대한 세금을 소득이 있는 대부분의 국민들과 기업들에게 부과한다. 당연히 부자에게는 더 많은 세금을 거두어야 한다. 노동을 착취하는 자본가 기업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 면에서 기회만 있으면 기업의 법인세를 적게 하려는 자본가 정권의 정치 모리배들은 국민 모두의 행복 실현을 방해하는 자들이거나 아니면 공공재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무지몽매한 자들이거나 둘 중 하나라 확신한다.

‘한전 적자’란 말은 결국 무지의 소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고 공공 영역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알면서도 한전 적자를 말한다면 이는 한강물을 팔아먹는 봉이 김선달과 같은 사기꾼과 다를 바 없는 짓이다. 왜냐하면, 한강물이나 전기는 모든 국민의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적자라 할 수 없는 것을 적자라고 하는 사기꾼들의 교묘한 말장난에 속지 않아야 한다.
노동자 생존권을 위협하는 일을 하면서 ‘노동개혁이란 이름으로 노동자들을 기만하는 현실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전기는 사용하는 국민들이 전적으로 그 비용을 지불하고 사용하는 그런 물질(재화)이라는 주장은 억지일 뿐이다. 이 같은 억지 논리의 바탕 위에서라야 한전 적자라는 말은 타당성을 갖는다.

그러나, 전기는 도로, 수도, 교육, 의료, 연금 등과 같이 모든 국민이 자유롭게 누릴 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해야 하는 공공재이다.

한전 적자? 이는 자본의 이익을 확장하기 위해 공공 영역을 축소하고 자본의 지배 아래 두려는 음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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