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다가오는 20대 대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좌파, 대안이 될 수 있는가 – 토론회 후기 1

신명호 | 노동전선 정책위원

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가 있다. 지난 8월 12일 노동전선 정책위에서 1차 토론회를 했다. 언제나와 같은 5년마다 반복되는 똑같은 논의를 다시 한 번 했다. 발제도 토론도 그 어느 것도 전혀 현실적이지 않았다. 같은 한국 사회에 살고 있는 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의 논의를 한참을 했다. 대통령이 정말 될 거라고 생각하고 대선에 나갈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으니, 그럼 무엇을 목표로 하는 것인가라고 되물을 수밖에 없다. 적어도 우리가 역사를 통해 확인한 노동계급의 정치 활동은 두 가지 유형뿐이다. 첫 번째는, 의회 내적 수단이 아닌 봉기 전술에 의한 권력장악과 일당지배와 지도체제 확립, 두 번째는 의회민주주의의 틀 내에서 사회주의를 주장하고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계속적인 개혁을 통한 자본주의 변혁. 노동전선의 20대 대선 대응은 두 가지 중 어떤 유형을 추구하는 전략에 맞춘 전술인가? 아니면 이 두 유형과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제3의 유형의 전략에 따른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 전략이라는 건 아예 없는데, 때가 되었으니 우리 영역에서 존재감을 보이지 않으면 안 되어서 늘 하던 대로 의례적 행사로 하는 것인가?

애써 원고를 준비한 발제자들께는 정말 죄송한 이야기이지만, 각자의 주장의 옳고 그름을 따질 이유조차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비현실적이다. 우리가 전쟁, 국방, 경제, 금융, 과학기술 등과 관련된 정책을 논의할 때 그에 합당한 전문성을 존중하고 그 분야의 경험과 지식, 이론을 참고하는데, 유독 정치에 대해서 논의하고 정책을 세울 때에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사회과학이 자연과학과 다르다고 하나 과학적 대상과 과학적 실천의 방식이 다를 뿐이다. 세 분의 발제는 후보를 낼 것인가 말 것인가, 어떻게 낼 것인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정세와 주체에 대한 적확한 분석도, 노동계급의 정치 전략도, 20대 대선의 전술적 목표도 발견할 수 없었다. 각자의 주관적 주장과 의견들뿐이다. 과학도 실천도 없는 곳에서는 항상 주지주의가 판을 친다. 길을 가다 보면 대형 교회에서 “기도할 수 있는 데 무엇을 걱정하십니까?”라고 써 붙여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민중)후보를 낼 수 있는 데 무엇을 걱정하십니까?”라고 해석해야 하는 것일까?

투쟁의 현장에서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바로 실천으로 나아가야 할 경우가 많다는 것을 체험하기도 했고 이해하기도 하지만, 노동계급의 대선 대응이 그렇게 시급하고 명백한 것은 아니다. 진보당과 정의당이 이미 자기들의 대선 후보를 결정했는데, 민중후보를 추진하는 건 무슨 현실적인 의미가 있는 지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어떤 유형의 정치 활동이던 전선이 선거를 통해 정치 활동을 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면,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국회의원 선거에 구체적인 목표가 있어야 한다. 전선의 대통령 선거에 임하는 목표는 무엇이며, 그 목표가 실현가능한 것인지, 또 그 목표가 이후의 정치 활동 전략에 부합하는 것인지, 누가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정치 활동은 특히나 선거 대응은 정당을 중심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전선은 어느 정당을 지지하기로 결정했나? 그 정당은 전선과 같은 사상과 같은 목표를 갖고 있는 것인가, 구체적인 대선 정책은? 최소강령과 최대강령에 대한 합의는 어느 정도인가? 정당과 전선의 역할 분장은? 대선 이후 정치 활동 계획은, 어떤 정책을 어떻게 구현시킬 계획인가?

더 심각하게는 볼셰비키 방식과 사회민주주의 방식의 두 가지 유형의 정치 활동 모두 그 효력을 다한 것처럼 보인다는 데 문제가 있다. 어느 방식도 노동계급의 정치 활동이나 변혁 운동으로 유효하게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이건 한국 사회뿐이 아니라 전 세계를 돌아봐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묻지마 대선 후보 만들기’에 나서고 있는 셈이 된다. 평소에 공부도 안 하고 멍 때리고 있다가 갑자기 시험 치르게 됐다고 허둥지둥 공부해 봐야 뻔한 결과를 얻는 것 아니겠는가? 현장에서 투쟁하고 있는 동지들의 노고를 너무나 잘 알기에 헛된 꿈보다는 냉정하게 현실을 보고 우리가 진정으로 가야할 길을 찾았으면 한다. 결코, 해방의 정치, 진리의 정치를 포기하지 못하는 노동자로서, 2% 밖에 되지 않더라도 그 가능성을 따라 계급정치의 길을 찾고자 하는 사람으로서, 노동계급의 역량을 보존하고 강화시키는 기초적인 조직적 활동 없이 진행되는 이벤트는 사상누각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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