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다가오는 20대 대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좌파, 대안이 될 수 있는가 – 토론회 후기 2

박한솔 | 노동전선 회원

노동전선은 지난 8월 12일 민주노총 본부에서 이듬해 치러질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대비하여 ‘다가오는 대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주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고민택, 백종성, 김태균 동지가 패널로 자리한 가운데 2시간 동안 열띤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비록 차기 대선을 고작 7개월가량 남겨둔 시점에 진행된 토론회였던 탓에 시간적으로 지체된 감이 있었던 것은 아쉬운 지점이지만, 한국 정치에서 대통령 선거가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대선을 앞둔 좌파들이 현시점에서 어느 정도의 정치적 역량을 가졌는지를 검토하고, 또한 무엇을 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일이 강력히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촛불민심’의 대변인을 자임한 문재인정권이 노동자 민중의 요구를 묵살하고 각종의 친자본-반노동 정책을 강행함으로써 부르주아 정권의 본색을 낱낱이 실토한 지난 4년의 세월을 복기할수록, 목전에 다가온 대선의 중요성은 간과할 수 없게 된다. 한편으로는 지난 촛불시위를 통해 그 정치적 영향력이 대폭 축소된 것으로 여겨졌던 수구세력이 문재인정권의 실정을 발판 삼아 탄핵정국 이전의 기세를 회복함으로써, 지배계급 내부의 권력투쟁 양상은 한층 첨예해진 실정이다. 그러나 거대양당 중 어느 곳도 노동자 민중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지난날의 경험을 통해 대중들의 내면에 확고히 자리하게 됨으로써 ‘민주’도‘수구’도 아닌 한국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혁시킬 수 있는‘대안’을 갈망하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정세 속에서 다가올 대선을 맞이하는 좌파들의 시름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각 패널들은 내년도 대선에서 좌파 세력의 대응을 두고 나름의 견해를 표명하였는데, 우선 고민택 동지는 민중경선을 통해 “진보-좌파” 내부에서 단일후보를 선출하고, 이를 토대로 거대양당 중심의 계급/정치지형을 세 개의 축(민주당, 국민의힘, 진보-좌파)으로 재분할하는‘진보-좌파 연대연합’전략을 제안하였다. 고민택 동지는 한국사회의 정치지형이 자유주의 세력과 보수 세력에 의해 양분된 상황에서 이러한 세력 구도를 유지한 채로 진보-좌파의 정치적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고 하면서, 민주노총과 정의당, 진보당 그리고 좌파 전체가 세력을 규합하여 차기 대선에 공동 대응할 것을 강조하였다. 그에 따르면 한국의 ‘진보’와 ‘좌파’는 분화가 아닌 ‘분열’ 상태에 있고, 아울러 제도권 정치의 지위가 공고한 상황에서 진보-좌파가 이 이상 연대연합을 지체한다면 그 영향력을 더욱 상실할 수 있기 때문에, 운동 자체가 대중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연대연합정치’를 통해 “대중이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검증할 수 있는 정치적 기회를 대중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김태균 노동전선 교육위원장은 현 정세에 대한 우리의 입장과 분석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후보전술을 채택한다면 이는 노동자 민중에게 선거혁명론을 폭력적으로 강요하는 것이며, 노동자들을 ‘투표하는 기계’로 전락시킬 뿐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가칭 ‘총파업 투쟁본부’를 구심점으로 하여 다가올 11월 총파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2022년 상반기까지 “제20대 대선으로 밑으로부터 압박해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였는데, 이는 곧 대선 참여를 사실상 포기하는 대신 반대급부로 대중투쟁을 조직하는 데 집중함으로써 “노동자계급 정당의 건설의 토대를 구축할 수 있는 최소 조건”을 마련하자는 입장인 셈이다.

끝으로 사회변혁노동자당(이하 변혁당) 백종성 정책위원장은 ‘사회주의 대선후보론’을 제기하였다. 그는 사회주의 대중정당 건설을 위한 원탁회의를 제안하며, 자본주의의 위기와 보수양당구조의 강화, 진보정치의 퇴행이라는 한국 정치의 현실이 사회주의 대중화를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만들고 있다고 보았다. 이와 관련하여 변혁당은 국가책임일자리제, 공공부문 확대, 기간산업 사회화 등의 공약을 발제문의 여러 페이지를 할애하여 설명하였다.

상이한 조직만큼이나 각 패널들의 견해차도 만만치 않은 수준이었다. 나름의 경험과 고민을 바탕으로 엮어낸 주장들이었겠지만, 이번 토론회를 통해 확신한 것은 이른바 ‘통합’은 현시점에서 요원한 일이라는 점이었다. 고민택 동지는 진보-좌파 진영의 분열을 극복할 것을 시급한 과제로 내세웠으나, 그러한 분열의 원인을 운동사회 내부의 기회주의적 태도와 우경화로부터 도출하지 않고 단순히 정파 간 알력 다툼과 진영논리에 있는 것이라고 오도하였다. 또한 김태균 교육위원장은 대선 자체에는 개입하지 않고 대중투쟁을 통해 대선에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이며 현 시점에서 좌파 세력을 중심으로 한 대선 개입에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반면 백종성 정책위원장은 ‘사회주의 대선후보’를 선출함으로써 사회주의를 유력한 대안의 하나로 세울 것을 주장하였는데, 이처럼 적극적인 연대연합, 대중투쟁론, 사회주의 대선후보론 등으로 대선 대응을 둘러싼 관점마저 교집합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서론에서 언급하였듯 대선을 코앞에 둔 촉박한 시점에 진행된 토론이었던 탓에 그간 제기돼왔던 대선에 대한 여러 갑론을박이 재현된 것처럼 느껴졌다. 이는 그만큼 토론의 밀도가 높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니 적잖이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토론회 후기를 작성 중인 현재 차기 대선까지 남은 시간은 4개월에 불과하다. 그사이 민주당에서는 이재명이 대선후보로 선출되었고, 국민의힘에서는 윤석열이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로 점쳐진다. 현대 차기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율 조사에서 이재명과 윤석열, 기타 부르주아 정치인을 제외하면 좌파세력을 대변하는 저명성 있는 후보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선 대응을 두고 뒤늦은 설전을 벌이던 사이, 지배계급은 착착 ‘선거 잔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게 현실인 셈이다.

어찌 됐건 대선 시계는 분주하게 흘러가고 있다. 소위 진보5당(정의, 진보, 노동, 녹색, 변혁)은 민주노총과 대선 공동대응기구를 구성했다. 또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이 제안한 민중경선에 관한 논의는 오는 11월 18일 민주노총 정기중집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다가오는 대선이 노동자 민중을 볼모 삼은 부르주아 거대양당의 도박판이 될지, 노동자 민중의 정치적 위력을 시위하고 좌파의 힘을 결집시키는 발판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노동전선

현장실천, 사회변혁 노동자전선

이전 글

〈연구〉인플레이션에 대하여

다음 글

〈특집: 다가오는 20대 대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좌파, 대안이 될 수 있는가 – 토론회 후기 1

댓글을 입력하세요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