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시> 나의 눈은 핏발이 서서 감을 수가 없다 – 메이데이를 위하여

[1]임화(林和, 1908-1953본명은 임인식(林仁埴). 1926년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여 생전에 80편에 가까운 시와 200편이 넘는 평론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 Continue reading임화

눈이 부시게 푸른 나뭇잎 사이로

이따금 구름이 흘러가는 풀밭 위

행복한 짐승처럼 누었으면

미풍은 조을 듯 불어오고

아아 나의 눈은 핏발이 서서 감을 수가 없다

저 아아(峨峨)한 산들과 보리밭과

점점(點點)한 마을과 도시와

끝없이 불행하였던 동포들의

피에 젖은 가지가지의 추억

희망밖엔 아무것도 아니 가진

소년들의 빛나는 눈과 적은 손과 가는 다리와

주절거리며 뛰어가는 걸음걸이를

아아 너희는 또 다시 가져가려 한다

우리들의 어버이가 미어진 잔등에 짐짝과 더불어

우리를 업고 고향을 떠날 때

너희들은 어디에 있었느냐

우리들의 어린 것이 낯선 도시에 와서

호을로 눈물지으며 외로이 잠자던 공장에서

너희들은 어떻게 살았느냐

우리들의 동무가 주림과 박해에 못 이겨

성낸 이리처럼 싸움에 일어났을 때

너희들은 무엇을 하였느냐

너희들은 국외에서 싸우지 않고 승리를 기다리었고

너희들은 우리의 교만한 주인으로 행복하였고

너희들은 능히 일본군경의 양우(良友)이었다

아아 모처럼 돌아오려는 자유를 찾아 기(旗)ㅅ발을 날리는 메이데이

오늘에 또다시 이빨을 갈며 달려드는 너희는 대체 어느 나라 사람이냐

꾀꼬리 우는 시냇가에 발을 잠그고 해마다 조국에 향그런 5월 1일이 오면

회파람 불며 불행한 동포의 지나간 이야기를

사랑하는 우리 어린 것들에게 들려줄 메이데이를 위하여

대한(大韓)의 병든 가축을 치는

너희들의 운명을 파멸로 인도해야겠다

아아 나의 눈은 핏발이 서서 감을 수가 없다

1 임화(林和, 1908-1953
본명은 임인식(林仁埴). 1926년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여 생전에 80편에 가까운 시와 200편이 넘는 평론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화는 1920~1930년대 프롤레타리아 문학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시인이다. 1947년 월북하였으나 1953년 8월 북한 최고재판소에서‘미제간첩’혐의를 받고 사형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를 참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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