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138호 1-6 노동자 공화제로 불평등을 타파하자!

양준호 ㅣ 인천대학교 교수

요즘 보니, 진보(좌파)정치진영 일각에서 다시 ‘불평등’을 슬로건으로 내건 ‘피켓시위’를 치고 나왔다. 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진보정치/진보운동의 핵심어인 점에서 나는 크게 동의하고 또 지지한다. 그러나 이들이 이 ‘불평등’을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즉 그 방법론적인 방향에 관해서는 ‘슬로건’ 수준으로도 내놓지 못 하고 있어 매우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자본주의시스템 하에서 나타나고 있는 ‘불평등’의 원인은 지극히 분명하다. 즉 자본주의 사회체제에서는 자본가가 <(소득)분배에 관한 룰>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소득격차와 같은 사회적 불평등이 발생하는 것.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일방적인 룰’을 상대화해서 보지 못 하고 절대화해서 인식해버리는 데 있다. ‘자본주의는 뭐 원래 그런 거 아니냐’ 하며 말이다.

이렇듯, 자본주의 사회체제 하에서 나타나는 소득격차와 같은 ‘불평등’은 이 시스템 내에서 수직적으로 작용하는 바로 이 ‘일방적인 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며, 또 이러한 ‘소득분배 방식에 대한 자본가의 독점적 권리와 배타적 관습’이 바로 그들만의 항구적 특권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야말로 자본주의 사회체제에서 나타나는 ‘불평등’ 현상은 확대 재생산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계약이론’으로 불리는 사회과학의 한 영역에서는 이러한 자본가의 일방적 특권을 ‘잉여 생산물(가치)을 제 멋대로 컨트롤할 수 있는 권리’로 설명한다. 이와 같이 자본주의 시스템 하에서는 자본가만의 잉여에 대한 독점적 횡포가 사라지지 않는 한 소득격차 등과 같은 사회적 ‘불평등’은 해소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즉 ‘불평등’과 관련된 이렇게 중대한 본질적 문제가 엄연히 작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자본주의적 ‘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에 관한 논의를 최근 진보진영의 피켓이나 언설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고작 들리는 것은, 결국 ‘결과의 평등’ 즉 ‘결과의 평등’을 보장하는 대응으로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식의 급진적 색깔을 완전히 빼버린 담론 정도.

자본주의의 본질은 자본가가 독점하고 있는 ‘잉여를 컨트롤할 수 있는 특권’에 있다. 요즘 우리 동지들의 피켓에 내걸린 ‘불평등’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 ‘특권’에 칼을 대야 한다. 국가에 의한 사후적인 평등 분배를 강조하는 건 자본주의의 본질에 대한 문제의식의 결여를 폭로하는 것일 뿐이다. 마르크스는 독일 사민당의 고타강령(1875)에서 강조된 ‘분배의 평등’이라는 슬로건을 ‘시대에 뒤쳐진 낡고 천박한 그리고 틀에 박힌 문구’로 간주한 바 있다.

사실 자본주의의 룰 하에서는 지금의 ‘불평등’ 양상이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자본주의적 거버넌스 하에서는 백날 ‘사후적인’ 재분배를 공평하게 한다고 해도 사회적 격차가 줄어들기 어렵다. 오히려 자본가가 소득분배의 룰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이러한 그들의 제도 질서에 관한 특권에 매스를 가하지 않으면 ‘불평등’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따라서 문제는, 소득분배가 평등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룰 그 자체를 ‘사전적으로’ 바꾸는 것. ‘자본가의 전제(專制)를 타도하고 노동자의 공화제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문제의식이 대중적이고도 또 정치적인 언어와 언설로 잘 포장되어 발신되었으면 한다. 자본주의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는 진보정치 그룹에 의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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