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137호 12-1 누구의 말인지 아십니까?

김홍규 l 전교조 강릉지회 조합원.

“지난 시절 강원교육이 추구했던 방향과 가치, 조직문화 등을 과감히 개혁하지 않으면 … 오히려 강원교육은 퇴행할 것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 도민 여러분의 선택과 도전에 치열한 혁신으로 답하겠습니다.”

누구의 말인지 아십니까?

민병희 강원도 교육감이 2010년 취임사에서 한 말입니다. 10년을 훨쩍 넘긴 지금 강원교육은 ‘퇴행’하고 있습니다.

유천초등학교에 대한 감사 과정과 교사들에 대한 징계 요구, 그리고 많은 학교 구성원들의 소통 요구에 대한 강원도교육청과 민병희 교육감의 대응은 “지난 시절 강원교육이 추구했던 방향과 가치, 조직문화”와 한 치도 어긋남이 없습니다. 방향과 가치라는 단어를 쓰기도 민망한 적폐이고, 구태입니다.

고압적인 감사관의 태도,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진행하는 구시대적 감사 방식, 감사 과정의 잘못이 드러났음에도 전혀 반성하거나 바로잡으려고 하지 않는 모습. 모두가 십몇 년 전에 보았던, 민병희 교육감이 취임사에서 언급했던 ‘지난 시절’의 조직문화입니다.

유천초등학교에 대한 행복더하기학교 취소 과정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구성원들의 의견을 전혀 묻지 않고 공문 한 장으로 해결하는 행정 처리. ‘내가 권한이 있으니까 하는데 왜?’라는 생각으로 소통하지 않는 구시대 관료들의 모습을 그대로 닮았습니다.

“치열한 혁신”으로 답하겠다던 포부가 사라졌다는 평가가 여러 곳에서 들립니다. 행복더하기학교를 왜 만들었는지, 그동안 어떻게 잘 관리를 해왔는지, 어떤 성과가 있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장점을 살리고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무지 강원도교육청은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누구 하나 책임지는 이도 없습니다.

유천초등학교 행복더하기학교 취소 과정에서 들을 수 있었던 교육 관료들의 공통 대답은 “달라지는 것은 없다”였습니다. 달라지는 것이 분명히 있는데, 없다고 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정말 달라지는 것이 없어도 커다란 문제입니다. 행복더하기학교, 즉 혁신학교는 왜 시작했습니까? 다른 지역에서 하니까 그냥 따라 해 본 것인가요?

유천초 교사들에 대한 징계 시도는 그야말로 코미디입니다.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정 기관의 징계는 매우 엄격하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허술한 논리와 어긋난 사실관계에 바탕을 둔 강원도교육청의 유천초 교사들에 대한 징계 시도는 두고두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강원교육의 흑역사가 될 것입니다.

학교혁신을 위해 분투한 교사들에 대한 징계 시도를 교육감이 직접 나서서 멈춰야 합니다. 잘못을 바로잡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잘못을 바로잡는 결단이 민병희 교육감이 취임사에서 했던 ‘지난 시절의 조직문화를 과감히 개혁’하는 일입니다.

학교혁신과 학교 민주주의 발전을 바라는 많은 학교 구성원들의 기대와 열망을 저버리지 말기 바랍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마음을 다지고 다졌던 그때의 결기를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교육감은 자신이 뱉었던 말의 책임을 이제라도 져야 합니다. 그 출발은 유천초등학교에 대한 불공정한 감사에 관해 사과하고, 일방적인 지정 취소를 되돌리고, 유천초 교사들에 대한 징계 시도를 멈추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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