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대통령 선거, 왜 노동자 민중 후보인가?

이을재 l 현장실천 사회변혁 노동자전선 공동대표

1. ‘국민의힘’은 왜 안되는가?

설명이 필요 없겠지만, 혹시 있을지 모르는 오해를 막기 위해서 분명하게 해두는 것이 좋겠다.

국민의힘은 당명부터 기만적이다. 이름을 바꾸는 것이야 자유라지만 너무 자주 바꾸어 바로 직전의 이름도 헷갈릴 지경이다. 바로 앞의 당명이 미래한국당이라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새누리, 한나라, 신한국, 민주자유, 민주정의, 공화… 빠뜨린 이름이 더 있을지 모르겠다.

이 자들이야말로 군사독재는 물론 극소수 특권 독재를 일삼던 자들인데, 과연 ‘국민’을 들먹일 자격이 있는 자들인가? ‘새누리’란 새로운 세상을 뜻하는 말인데 자신들의 특권과 기득권을 절대로 놓지 않으려는 이 자들이 감히 칭할 수 있는 이름인가? ‘민주자유’, ‘민주정의’, ‘신한국’, ‘공화’는 안 그럴까? 국어사전의 낱말 뜻을 의심하게 할 지경이다.

박근혜,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새누리당’이 연출해 낸 새로운 세상이며, 방위산업 비리, 국제자원외교 비리, 4대강 파괴로 국격을 떨어뜨린 이명박 정권의 대한민국이 ‘신한국’의 본모습이고, 광주 민주 시민을 도륙한 정권이 전두환·노태우 ‘민주정의당’ 정권이며, 18년 장기 군사독재로 인권과 민주를 짓밟은 박정희 정권의 후예가 자기비판과 반성도 없이 재집권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국민의힘’이다.

이들에게 다시 권력을 맡기는 것은 인권과 민주를 포기하는 것과 같으며, 부정부패와 불의를 승인하는 셈이다.

온갖 부정부패의 원조이자 정경유착의 진수, 노동착취 권력의 전형이었던 민주공화당의 이름을 바꾼다고 내용물을 바꾼 적이 있는가? 이름만 바꾸고 이름 바꾸기 전의 부정부패, 폭력, 독재를 그대로 계승한 그런 무뢰배, 폭력 집단이 바로 ‘국민의힘’이다.

그러니 아무리 ‘민주당’이 미운들 ‘국민의힘’이 대안이 될 수는 없다.

2. 민주당은 왜 안되는가?

국민의힘과 다르게 노동자, 서민의 이익을 대변해 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또 스스로 국민의힘과 다르다고 강변하지만, 민주당 정부를 세 번 경험한 결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인권과 민주주의도 일부 개선되었다고 하나, 본질적으로 제 자리 걸음이다. 특히, 노동자·서민의 정치적, 경제적 권리는 더욱 그렇다.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짓밟아 온 국가보안법은 국민의힘 정부 때나 민주당 정부 때나 요지부동이다. 그뿐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전 사드 배치 재고를 약속한 미국 군사장비 사드는 주민들의 피눈물나는 반대에도 불구하고 배치 일정이 강행되고 있다.

모든 노동자에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노동기본권·노동3권은 국제기준에 어림없으며, 세계노동기구(ILO) 등으로부터도 수십 년 전부터 개선 압박을 받아왔으나, 민주당 정부 역시 외면하였다. 촛불혁명의 기운을 물려받은 문재인 정부 역시 3년간이나 ILO 협약 비준과 노동법 개정을 지연시키더니, 가증스럽게도 당연히 보장되어야 할 노동기본권의 일부를 보장하면서, 노동시간 단축 후퇴, 단체교섭력 약화 조항 등 노동자들의 다른 권리를 제약하는 법 조항을 끼워 넣어 오히려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후퇴시켰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기본권 보장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화물트럭 노동자들을 포함한 계약노동자들은 여전히 노동조합 결성권을 부정당하고 있으며, 공무원뿐 아니라 공공기관 노동자 대부분은 파업권을 여전히 제약당하고 있고, 교사·공무원 노동자들은 파업권이 전면 부정되어 가히 식물노조라 할 만하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3년이 지난 후에야 해고 노동자들의 조합 가입을 인정하는 법 개정을 하였으나,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유급 전임을 부정한 채로이며, 복수노조 창구 단일화 조항을 끼워 넣어 어용노조의 노조 활동 방해를 조장하고 있다. 오히려 각종 노동법과 행정 지침은 노동자들에게 더욱 불리한 방향으로 개악된 셈이다.

문재인 정부 4년 동안 거리에는 생존권과 권리를 박탈당한 노동자들이 그대로 방치되었다. 악덕 자본가와 사용자들의 불법을 방관한 것이다. 전교조 법외노조 탄압 취소 요구도 3년 동안이나 거부되었으며, 파리바게트 노동자, 쌍용차, 한국GM,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국민건강보험, 도로공사 비정규직 노동자 등 전국 각지의 차별받고 부당한 해고를 당한 노동자들의 울부짖음은 철저히 외면되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노동자·서민들의 생존권 보호를 위한 막대한 재정을 지출하고 있는데도, 문재인 정부는 노동자·서민들의 고통은 사실상 외면하고 있다.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추가 재정지출은 GDP의 3.4%로, 한국을 제외한 OECD 35개국 평균인 7.3%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전 세계 180개국 평균 7.4%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반해 자본가 독점 재벌에 대해서는 막대한 지원이 이루어졌다. 통계에 따르면 2020년 1년간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기업에 지원한 예산은 73조4000억 원으로 재직자 고용유지 대책에 지원한 4조 9000억 원의 14배에 달했다.

도대체, 노동자·서민에게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무엇이 다른가? 어렵고 힘들겠지만, 이제는 노동자·민중을 위한 정치를 노동자 민중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할 때가 된 것이다.

3. 노동자·민중 후보가 있는가?

2500만 노동자, 5000만 민중이 모두 후보가 될 수 있다. 노동당, 변혁당, 녹색당, 진보당, 정의당의 이름으로 무수한 사람들이 노동자·민중이 주인되는 정치를 말하고 있다.

자본의 노동착취를 방치·온존시키는 민주당, 국민의힘의 이재명, 윤석열에 비교당하는 것이 오히려 모욕이 될 수 있겠으나, 노동자들 중에 이재명, 윤석열 등에 못지않은 전망과 역량을 갖춘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인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김진숙은 어떤가? 민주노총 조합원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김진숙의 감동적인 연설을 들어봤을 법하다. 그의 연설은 어떤 정치인, 지식인의 연설보다 설득력이 있으며, 진실이 담겨 있다. 노동자·민중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노동자들 중에는 이외에도 걸출한 인물들이 많다. 촛불항쟁에서 박근혜 즉각 퇴진 투쟁을 주도적으로 이끈 민주노총 전 위원장 한상균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각 연맹의 위원장들이 무수히 많다. 그 누구라도 민주당, 국민의힘에 속한 누구보다 더 노동자들에게 그리고 대한민국에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렇지 않겠는가?

4. 노동자·민중 대통령 후보가 당선될 수 있는가?

물론 당장은 아니다. 그러나, 될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 될 때까지 한걸음씩 나아가다보면 어느 순간 그날이 올 수 있는 것이다. 그날을 손 놓고 기다리는 한, 그날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될 사람은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의 누군가일 것이다. 그만큼 노동자·민중이 자신의 정치에 대한 전망과 준비를 하지 않고 민주당이나 국민의힘 둘 중의 하나에 자신의 운명을 걸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민주당이나 국민의힘만 바라보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노동자 민중의 정치를 만들어 갈 것인가?

2022년 대통령 선거를 불과 3개월 정도 남겨두고 있다. 3개월 만에 노동자·민중의 정치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노동자·민중의 정치가 불가능하다고 해서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손 놓고 허비할 수는 없다. 2022년 대통령 선거 공간에서부터 노동자·민중의 목소리를 더욱 더 높여야 한다. 그리하여 노동자·민중 정치가 가능할 수 있다는 희망과 믿음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그럴 때, 노동자·민중 정치 실현의 그날이 앞당겨질 수 있는 것이다. 늦지 않았는가? 늦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가장 빠른 시간이다.

5. 노동자·민중 세상이 부르조아 선거를 통해 가능한가?

물론, 선거를 통해 노동자·민중 후보가 당선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아니, 자본가 정치세력의 막강한 자본과 이를 바탕으로 한 조직력에 맞서 노동자·민중 후보의 당선 자체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노동자 민중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과정과 노동자 민중 대통령을 탄생시키기 위한 과정이 노동자 민중 세상을 만드는 힘을 모으는 과정이 될 것이다. 자본이 가진 돈과 조직의 힘을 넘어설 정도까지 힘을 모을 수도 있다. 그때 우리는 선거가 아닌 다른 정치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일종의 촛불혁명 같은.

이제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넘자.

노동자 민중이 역사의 주인으로 당당히 나설 때이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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