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136호 11-4 학생회 안건을 검열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의사결정 방식인가요?

정은경 l 강원도 강릉 유천초등학교 교사

안녕하세요. 유천초 교사 정은경입니다.

교육청의 일방적인 지정취소, 편파감사에 따른 부당 징계요구 이후 학교는 흔들리고 있습니다. 함께 수업을 고민하던 교원학습공동체는 사라졌고, 교육활동을 고민하고 펼쳐내던 교사들의 열정은 꺾였습니다. 학부모회와 정기적으로 만나며 소통하던 자리도, 교육활동을 펼쳐내는 한마당 행사도 추진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을 위해 함께 해보자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겠습니다. 제안과 설득이 강요와 갑질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학생자치활동은 위축되고 심지어 ‘학생다모임 안건을 미리 가져와라, 검토하겠다’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학생들이 모여서 자율적으로 정하는 학생회 안건을 사실상 검열하겠다는 말입니다.

더군다나 교육청은 9월달에 학생들에게 말한 ‘조만간 학교로 설명하러 갈 것이다’라는 약속도 지키고 있지 않습니다. 11월인데 왜 아직 오지 않는지 궁금하여 전화한 학생에게 강원도 교육청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냐’, ‘부모님께서는 알고 계시냐’, ‘다모임은 몇 명이서 하는 것이냐’ 등의 질문을 학생에게 했습니다. 학교의 민주적 논의 구조 중 하나이자 교육과정 속에서 펼쳐지는 학생회가 무엇이고 어떻게 운영되는지 여태껏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을뿐더러, 학생의 단순한 질문까지도 누가 시켜서 했을 것이라 의심하고 추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학생 자치를 실현하며 학생 한 명 한 명을 존중하겠다는 도 교육청이 학생의 의견을 대하는 태도에 유감을 표합니다. 또한 학생활동을 지원하는 교사를 편향적으로 바라보는 구시대적인 시각에도 유감을 표합니다.

강원도교육청은 10월 5일 입장문에서 ‘지정 취소로 인한 학생들의 피해가 없도록 학교와 관계기관들과 협력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세 달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학교 구성원인 저는 어떠한 지원방안도 듣지 못했습니다. 이번 주에서야, 지원방안을 논의하러 온다는 공문만을 받았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학교구성원 모두 함께 모인 소통의 자리는 없었습니다. 학생은 배제됐고, 교직원과 학부모는 분리됐습니다. 지정취소와 그 이후의 과정에서 학교 구성원을 보호하고 학생과 교육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과 책임을 다해야 할 도교육청의 역할은 보이지 않습니다. 도교육청의 행정폭력으로 인한 학교의 혼란과 피해, 고통은 오롯이 학교구성원들의 몫이 되었습니다.

다시 ‘교육중심학교’를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함께 만드는 민주학교’를 학교구성원들과 함께 펼쳐가고 싶습니다. 일방적인 지정 취소 결정과 부당 징계 시도를 철회하고 민주학교를 만드는 일에 앞장서며 학교구성원들에게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시기를 강원도행복청에 요구합니다.

강원도교육청의 유천초 교사들에 대한 부당한 징계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

– 교원 소청 심사 등 법적 대응에 나서고, 철야 농성 등 저항 행동도 계속 … 학교 민주주의와 학교 자치를 지키려는 노력도 이어갈 것 –

11월 29일 강원도교육청이 유천초등학교 교사들에게 징계 결과를 통보했다. 징계위원회는 도 교육청이 요구한 그대로 중징계와 경징계를 의결했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참혹하고 어처구니없는 결정이다.

행복더하기학교와 학교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유천초등학교 교사들, 전교조 강릉지회 유천초등학교분회, 전교조 강릉지회, 학교 민주주의를 지키고 싶은 사람들(이하 우리는)은 강원도교육청의 유천초 교사들에 대한 부당한 징계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

강원도교육청 징계위원회는 도 교육청이 제시한 징계 사유 가운데 다섯 가지를 징계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한 징계 대상 교사는 도 교육청이 내세운 징계 사유가 전부 두 가지였다. 징계위원회는 그 가운데 하나를 징계 사유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징계위원회 최종 결정은 변화가 없었다. 도 교육청 요구대로 징계 결정을 했다.

부교육감과 교육국장을 비롯해 교육청 고위 간부가 다수 포함된 도 교육청 징계위원회는 자신들에게 주어진 막중한 책임을 팽개치고 교육청 거수기 노릇을 자처하고 말았다.

지난 11월 15일 열렸던 징계위원회에서 징계 위원들은 편파적이고 불공정했던 감사관들의 주장을 반복하면서 엄정중립을 지킬 의지가 없음을 내비쳤었다. 결국 부실 감사, 표적 감사, 무리하고 과도한 징계 시도의 한 단면이 확인되었음을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강원도교육청의 잘못을 바로잡지 않았다.

우리는 지난 10월 21일부터 지금까지 강원도교육청의 행정 폭력에 맞서 저항 행동을 이어왔다. 도 교육청에서 피켓 시위를 시작한 지 41일째이며,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한 지도 27일이 되었다. 그 사이 계절은 가을에서 겨울로 바뀌고 있고, 아름답게 물들었던 단풍은 낙엽이 되어 사라졌다.

우리는 저항 행동을 시작하면서부터 불공정한 감사에 대한 사과, 일방적인 지정 취소 철회, 유천초 교사들을 향한 부당한 징계 시도 중단을 강원도교육청에 요구했다.

하지만 민병희 교육감을 비롯해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우리들의 요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우리의 질문과 요구에 대답 대신 도 교육청 현관문을 걸어 잠그고 직원들을 문 앞에 세우는 구태로 대응하며 강원 교육의 시계를 2010년 이전으로 되돌렸다.

우리는 지금도 우리들의 요구가 정당하다고 굳게 믿는다. 강원도교육청의 감사 결과 보고서와 교육감의 직인이 찍힌 징계 의결 요구서를 읽고 또 읽어보았다. 하지만, 그 어떤 곳에서도 유천초 교사들에 대한 징계 요구가 정당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을 찾지 못했다.

지금 시점에서 우리는 목표를 이루지는 못했다. 권위적이고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에는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는 소통할 줄 모르는 강원도교육청에 의해 우리의 요구는 벽에 부딪혔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학교 자치와 학교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공감하는 학교 구성원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분명하게 들을 수 있었다. 우리와 차가운 바람을 함께 맞으며 부당한 행정 폭력에 정면으로 맞서는 사람들을 매일 만날 수 있었다.

강원도교육청의 유천초 교사들에 대한 징계 통보에도 우리는 민주주의를 지키고 학교 자치를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저항 행동에 함께해 준 분들, 마음을 모아준 모든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우리의 저항과 그들의 연대가 강원 교육의 퇴행을 막고 진보의 걸음을 내딛게 하는 작지만 강력한 불씨가 될 것이다.

우리는 강원도교육청의 부당한 징계 결정에 맞서 교원 소청 심사와 행정소송 등 모든 법적 절차를 통해 대응할 것이다. 교육 문제를 법적 판단에 맡겨 해결하는 것이 갖는 위험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징계를 받은 교사들의 생존을 위해서 그리고 도 교육청의 잘못을 바로잡고 강원 교육이 더는 뒤로 가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서라도 법적 투쟁에 적극 나설 것이다.

동시에 우리는 강원도교육청의 불공정한 감사, 비민주적 지정 취소, 부당 징계를 규탄하는 피켓 시위, 철야 농성 등 저항 행동도 계속 이어갈 것이다. 강원도교육청의 행정 폭력을 멈추기 위해 우리의 목소리가 더 크게 울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강원도교육청의 유천초등학교 교사들에 대한 부당한 징계 결정을 다시 한번 강력히 규탄한다. 아울러 우리는 앞으로도 학생들의 삶이 교육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학교와 교육을 혁신하고 학교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임을 밝힌다.

2021년 11월 30일

행복더하기학교와 학교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유천초등학교 교사들,

전교조 강릉지회 유천초등학교분회, 전교조 강릉지회,

학교 민주주의를 지키고 싶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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