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133호 7/8-4 노동전선 주최 대선 토론회를 보며

_ 운동은 각자 입장의 현실가능성, 진보적 요소를 찾아 하나로 통일시키는 것이다

 

* 이 글은 <노동전선> 대선 토론회에 대한 선전편집위원회 평가서이다. 물론 편집위원회 내부에서도 이 평가서에 대해 대체적으로 공감하면서도 현재로서는 직접적인 대선 개입 보다는 투쟁하는 노동자를 조직하고 그 투쟁을 발전시키는 대중투쟁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과 대선 공간 내에서 노동자를 비롯한 기층 인민(노동, 농민, 빈민, 청년-학생, 자영업자 등)의 고통을 드러내고 자본이 주도하는 국가의 본질을 역사적으로, 구체적으로 폭로해야 한다, 부르주아 대의제의 근본한계를 폭로하고 정치사상의 자유, 특히 국가보안법 철폐 같은 민주주의적 요구를 선전선동하며 우리 운동진영 전체의 공동실천의 장으로서 선전, 선동하는 정치투쟁의 장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들이 다양하게 제시됐다. 노동전선 차원에서, 더 나아가 운동 진영 전체에서 대선 관련 다양한 논의들을 활성화 시키고 통일적인 입장으로 실천하기 위해 이 평가서를 제출한다. 이 글에 대한 동의든, 이견이든, 새로운 것이든 다양한 제안들을 제출해 주시기 바란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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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전선 주최 대선 토론회 “다가오는 대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는 시기적절하게 첨예한 쟁점을 다뤘다. 이 토론회에는 3명의 각기 다른 입장을 가진 발제자가 참여했다.

먼저 고민택은 진보-좌파의 연대연합으로 대선 민중경선을 통해 대선 단일후보를 선출하여 대선 투쟁을 전개하고 이 성과로 보수 자유주의 분파 양당체제를 진보-좌파의 3분할 구도로 만들자는 제안이다. 변혁당 백종성의 제안은 사회주의 후보가 독자적으로 대선에 적극 참여하여 사회주의 운동의 대중성을 획득하자는 것이다. 노동당은 사회주의 후보를 주장하되 민중경선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세 번째 노동전선 김태균 교육위원장(개인 입장)의 주장은 총파업을 포함한 대중투쟁을 성사시키기 위해 총력으로 투쟁하자는 주장이다. 각자의 제안이 다 나름대로의 정당성을 가지고 있는 주장이고 또 서로의 입장과 전면 배치되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고민택의 제안은 진보-좌파 연대연합이 각조직을 해산하자는 것도 아니고 각자의 독립성을 가지고 대선에 참여하고 장기적으로는 3분할 구도를 통해 마침내는 그 속에서 사회주의의 시민권을 획득하고 대중화를 이룩하자는 제안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선투쟁 개입으로 대중투쟁과 연결시키자는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종성은 사회주의 독자후보를 통해 사회주의를 대중화하고, 이 사회를 변혁하는 명실상부한 사회주의당 건설을 주장하는바 경로와 수단은 다르나 결국은 고민택이 도달한 결론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김태균의 대중투쟁 우위론 역시 당운동을 부정하는 입장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사회주의 당건설과 이 사회변혁을 추구하는 당건설이 궁극목표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한국사회 대선경험과 지금의 주객관적 역량으로 볼 때 대선개입은 그 효과는 미미하며 대중투쟁 집중을 오히려 분산시키게 된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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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각 주장의 현실가능성과 약점은 무엇인가?

먼저 고민택 제안은 전체 진보 운동 진영을 제안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 제안의 약점은 그것을 실현시킬 주체형성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대신에 주로 정의당, 진보당의 결단에 의탁하고 있다는 근본한계가 있다. 이 말은 정의당, 진보당이 자당 중심으로 대선에 임하면서 연대연합을 거부하거나 소극적으로 나오면 실현될 수 없는 주장이다. 민주노총이 주도한다고 해도 그 내부도 민주노총 집행부를 비롯해 상당수 인사들은 각 진보정당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고민택의 연대연합은 주로 정의당, 진보당 등 기존 진보정당 세력들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연대연합론이기 때문에 과거 민주노동당의 재결집과 무엇이 다른지 분명치가 않다.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통합진보당의 의회주의 경험을 비판하고 있더라도 그 중심에 있는 세력들이 양적으로 결합하게 되는 연대연합이 과거 경험과 새로울 게 무엇인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더욱이 고민택이 제안하는 민중경선을 통한 2022년 대선 단일 선출의 목표는 무엇인가? 민중경선과 대선 단일 후보 자체가 목표는 아닐 것이다.

연대연합은 진보좌파의 통일인가? 통일로 가는 경로인가? 각 조직의 독자성 유지를 전제로 하는 것을 볼 때 연대연합은 그 자체로 통일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통일을 배제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에 진보정당의 분열 이후 민주노총에서도 진보 재통합 움직임이 있었는데 왜 그 시도는 실현될 수 없었는가? 설사 실현된다 하더라도 진보진영의 단결과 통일로 나아갈 수 없었을 것인가?

연대연합 제안이 성사되려면 우선 진보정당 분열의 근본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주지하듯 통합진보당은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탈당파 3자의 연합이었다. 유시민의 국민참여당 세력과의 연합에 대해 내외에서 야합이라고 신랄한 비판이 있었다. 그러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우애를 과시하면서 당창당이 되었는데 비례대표 후보 순위 조정문제로 부정선거 논란이 일었다. 그런데 참여계와 비당권파는 조중동을 비롯한 권력의 종북몰이 마녀사냥을 등에 업고 당내투쟁을 전개하다 당이 분열됐다. 3자야합과 비례대표 후보 조정문제는 통합진보당이 출세주의와 의회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게다가 심상정을 비롯해 현 정의당으로 대표되는 세력들은 ‘헌법 내 진보’ 운운하며 국가보안법의 논리 위에서 종북몰이에 앞장섰다. 지금도 정의당은 실제로는 미제의 핵독점 전략이자 북말살공세가 본질인 ‘북핵문제’를 국제사회에 호소한다면서 제국주의 진영을 비호하고 북을 비난하는 반북주의에 경도돼 있다. 따라서 연대연합이 정치적 통일로 가는 길이라면 이러한 문제를 두고 생길 수 있는 분열을 극복해야 한다. 또한 기존 진보정당의 양적 통합과 요구의 절충이 아니라 기존 운동을 완전히 쇄신시키고 재편할 수 있는 통일적 요구를 내걸고 그 주체들을 규합해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연대연합은 물론이고 진보정당의 통일도, 운동의 발전도 요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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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당 백종성의 사회주의 후보론 역시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여러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먼저 사회주의 후보론은 토론회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됐듯이 전체 진보운동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다. 일부 사회주의 세력들만 가지고 진행되는 대선참여는 고립적일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거대 양당체제 속에 존재감도 거의 발휘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사회주의 대통령선거·지방선거 공동대응과 단일한 사회주의대중정당 건설을 위한 원탁회의 제안문>만 보더라도 “20세기 사회주의운동의 한계와 오류를 극복하면서 사회주의운동의 이념을 재구성해 나가야 합니다”라고 공식 표명하고 있다.

변혁당에게는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와 현실 사회주의 경험은 “한계와 오류”밖에 없다. 파시즘을 격퇴하고 식민지ㆍ반식민지 민족해방투쟁에서 승리하고 제국주의와 맞서 싸우고 인류에게 실업근절과 무상복지 체제의 성과를 남기기도 하고 지금도 그러한 현실 사회주의의 거대한 성취는 변혁당에게 존재하지 않는다. 수억, 수십억 인류의 진보적 경험과 성과가 변혁당의 관념 속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현실사회주의의 성과를 배제하고 남는 오류와 한계는 무엇인가? 이처럼 현실사회주의를 사실상 전면부정하는 태도는 현실 사회주의의 경험을 온전하게 과학적으로, 역사적으로 인식하지 않는 것이다. 이로써 제기되는 현실 사회주의에 대한 왜곡된 관념들은 중앙집중주의와 당의 지도와 지도자를 부정하며 아래로부터 사회주의, 민주적 사회주의 운운하는 것들이다. 이는 현실 사회주의로부터 배울 것을 버리고 버릴 것을 취하는 심각한 우를 범하게 될 수 있다.

이북사회주의에 대한 인식 역시 북의 실상을 제대로 모르거나 국가보안법에 의해 왜곡된 인식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변혁당 백종성의 제안에는 우리사회 변혁을 말하면서도 이를 가로막는 중대한 장애물을 극복하는 반제투쟁과 분단극복을 위한 과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부족하다. 결국 이러한 제한된 인식을 가지고는 역사적 모순을 해결할 수 없다. 또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반공주의를 척결할 수 없으며 편견과 왜곡된 인식으로 사회주의 대중화는 요원하게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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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의 대중투쟁 집중론은 먼저 현실에서는 대선투쟁 기권론이 될 수밖에 없다. 이미 부르주아 십수명의 대선주자들의 예비경선과 이 중 유력 대선 후보들만 집중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노동자 민중에게는 진보적 대안이 없는 가운데 다른 선택지가 없다. 부르주아 양당체제의 유력한 대선주자들 중에 정치적 선택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다. 이미 차기 대선 정국은 시작된 지 한참이 됐는데 이는 모든 정치사안을 독점하면서 점점 더 가열될 것이고 내년 대선까지 계속될 것이다. 대중투쟁 우위론은 정치적 전망 없이 대중투쟁만 집중하게 될 것이다.

지난 박근혜 퇴진 촛불투쟁은 가장 대중적인 정치투쟁이었다. 그러나 그 투쟁의 정치적 성과를 독점한 것은 민주당과 현 문재인이었다. 문재인 정권은 양당체제 속에서 180석으로 국회 과반수를 획득하고도 노동자 민중의 요구를 전혀 실현하지 않았다. 대중투쟁이 미약해서 이기도 하지만 정치적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대깨문’이라고 조롱받고 있지만, 다른 진보적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더 반동적인 국민의힘을 한사코 반대하는 것은 이들로서는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선택일 수도 있다. 총파업을 포함한 대중투쟁이 안 되는 것은 대중투쟁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정치적 전망과 대안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주장은 토론회에서도 제기됐듯 대선투쟁과 대중투쟁을 대립적으로 사고하는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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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내에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방해하는 민주당 투항을 중단하라! -민주노총 일부 간부들의 민주당행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제목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전현직 간부들을 비판하는 연서명이 계속되고 있다.

‘노동존중’을 내걸었던 문재인을 공개지지했던 변절자들처럼, 때만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노동운동 배신자들의 투항 행보에 대한 공개적 비판은 민주노총 내 기회주의자들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이 여기서 그쳐 버리고 대선에서 다른 진보적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다른 대중적인 선택지가 없는 가운데 민주노총 선진 조합원들이나 일반 대중들이 민주당이나 국민의힘 유력주자들을 선택하게 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기존 진보정당의 존재를 의식할 수밖에 없지만, 민주노총 내부의 이러한 대중적인 흐름을 핵심 기반으로 해서 전체 진보진영을 하나로 묶어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노동자 민중의 사활이 걸린 당면 요구, 운동의 단결을 위한 요구를 10대 단결 강령으로 정식화해 내걸어야 한다. 이 10대 단결 강령에는 노동자들의 당면 요구, 농민과 소상공인들과의 계급동맹의 요구, 청년과 여성의 요구, 민족문제와 반제 자주통일의 요구 등이 담겨야 한다. 이 10대 단결 강령을 가지고 민중후보를 물색하고 이 운동을 추진할 주체를 마련하며 운동세력을 재편해 들어가야 한다. 10대 단결 강령의 합의는 대선 공간에서 당장 선전선동 되면서 대중투쟁의 요구가 되도록 할 것이며, 그 이후에도 운동의 혁신과 단결과 통일을 이루고 이 사회를 진보적으로 변화시키고 근본개조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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