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174호 2-1 악법은 법이 아니다

김파란 ㅣ 농민

2025년에는….

악법은 법이 아니다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다’ 했다는데 그런 말 한 적 없다. 악법은 법이 아니다. 법은 항상 정의다. 옳음과 같은 말이다. 그러니 악법은 법일 수 없다. 그런데 소크라테스가 그렇게 말할리가 있겠는가! 그럼 소크라테스가 뭐라고 말했을까?

소크라테스가 감옥에 있을 때, 잘 나가는 친구들이, “우리가 간수들 다 매수했으니 내빼자” 이렇게 권유했다. 이런 권유를 받은 소크라테스가,

“이 아테네 법이 내가 이 땅에서 잘 살도록 70년을 지켜줬다. 근데 그 법이 이제 나보고 죽으라고 명령을 하니까 이건 법도 아니다, 라고 말하면 이게 말이 되느냐? 나를 지켜줄 때는 법이라 하고 나보고 목을 내놓으라고 하니 이건 ‘법’도 아니다’, ‘부당한 법이다’ 말하면 내가 그동안 부당한 법에 의해 보호 받고 살았다는 것이 되는데 그건 내가 취할 행동이 아니다.”

이렇게 말한 것이다. 저쪽에서 부당하게 했다고 해서 나도 부당하게 대응할 수는 없다. 그러니까 나는 여기서 죽는 것이 옳다. 그래서 죽은 것이다, 라는 말이다.
이건 악법이라는 말과 틀리다.

어떻게 보면 현행법, 실증법 그건 일단 법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실증법도 법으로 가치가 없으면 개정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런 뜻이다.

만약 악법도 법이라면 법에 의해서 민중은 권리를 찾지 못하게 된다. 그럼 민중에게 남는 답안지는 혁명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인들은 혁명에 준하는 개혁을 하겠다고 소리친다. 그런데 그런 약속은 집권 후 한 번도 지켜지지 않았다.

우리 사회의 대표덕인 악법이 ‘국가보안법’이다.

국가보안법은 분단과 독재체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집단에게는 강력한 무기이지만, 평화 통일을 갈망하는 민중과 민주세력에게는 국가보안법 폐지는 선결과제다.

  1. 4.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손을 잡고 10초를 넘어갔다 왔다. 그 당시 보수단체들이 국가보안법 ‘잠입 탈출죄’ 라는 것이 있는데 10초 넘어갔다고 고발한다며 난리를 부렸다. 사실 이 법은 벌써 역사박물관에 갔어야 하는 법이다. 민주정부라는 것이 세 번째 집권을 하고도 이 법이 건재한다는 것은 한국 민주주의의 수치다.

또 무엇보다 ‘국가보안법’은 법률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 즉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다. 또 하나 지식인들이 그리 외치는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조국 전 장관이 자신의 가족 재판에 ‘묵비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에는 ‘불고지죄’라고 있다. 이게 진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조국은 국민들과 약속한 것도 ‘묵비권’을 행사했지만, 국가보안법에 의하면 증언이 아니라 고발을 해야 한다. 내 부모, 친구, 친척들을 말이다. 천륜이고 인륜이고 없다.

또 이런 모순은 최상위 헌법에서도 나타난다. 대한민국 헌법 3조와 4조가 있는데, 3조는 영토 조항이고 4조는 통일 조항이다. 헌법 영토 조항에서 우리나라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라고 되어있다. 그럼 ‘이북’은 뭔가? 바로 반국가단체다. 즉 이북은 국가가 아닌 것이다. 이게 말이 되는가? 남북은 1991년에 동시 유엔 가입을 했다. 이북은 국세사회에서 인정한 국가다. 근데 우리만 헌법에서 국가로 보지 않고 반국가단체이고 우리나라 영토를 불법으로 점령한 단체다.

그 반면 헌법 4조 통일 조항에서는 이북을 민족의 통일을 위한 파트너로 얘기한다. 국가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런 걸 모순이라고 한다. 국가가 아니라고 하면서 동시에 국가라고 하는 것. 이런 모순이 헌법에 나란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가보안법’에 의하면 이북은 국가가 아니다. 하지만 남북협력 교류법에 의하면 또 이북은 민족 통일을 위한 파트너다. 헌법에 이어 법률까지도 이렇게 상치되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남한 사회가 이 정도로 끔찍하게 우경화된 사회가 된 그 핵심은 ‘분단’이고 이것을 실천적으로 수구 기득권이 이용할 수 있게 만든 법이 ‘국가보안법’이다. 그러니 이 분단체제를 해소하는 첫걸음이 ‘국가보안법 폐지’임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것은 사실 이북과의 어떤 문제가 아니다. 우리 자신이 정상적인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이 법을 폐지할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은 정치의 일이겠지만 그런 용기와 비전을 가진 지도자를 만들어 내는 것은 결국 우리의 열망이 모아져야 한다.

한국의 정치인들은 정치적 상상력이 거의 없다. 그러니까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비전이 없다. 그건 이 나라 지도자들은 이 분단체제에서 자기들을 종속변수로 놓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자신이 한국의 정치인으로 상황을 창출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정치인들이 없다. 그러니 어떤 새로운 상황도 창출할 수 없다. 우리 민중들이 조금 자유롭게 움직여야 새로운 사회를 위한 작은 공간이라도 열린다.

1989년도 서독, 동독학자들이 모여서 양체제가 30년 후에 어떻게 될 것인가를 깊이 있게 논의하는 심포지엄이 열렸다. 그런데 좀 심하게 말하면 심포지엄 다음날 베들린 장벽이 무너져 버렸다.

거대한 역사적 사건이 밀려올 때 일렬로 서서히 밀려오는 것이 아니라 어떤 건 앞으로 나와 있고 어떤 건 뒤로 처져 있다. 그런데 실제로 중요한 것은 뒤로 처져 있을 때가 있다. 이 때 앞으로 나와 있는 것만 살펴 보다 보면 뒤통수 맞을 수도 있다.

특히 우리는 해방 후 지금껏 분단이 이 민족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최선이라는 외세의 강요된 생각이 지배했다. 그래서 학술대회에 나온 글들이나 지식인들의 글을 읽으면 좀 심하게 말해서 통일을 하자는 것인지 말자는 것인지…..가슴이 답답해 진다. 민족의 자주석 통일을 하나의 당위로 설정하는 것이 현실에서는 실현될 수 없는 이념일 수도 있다. 분단이 우리의 뜻이 아닌 강대국의 힘에 의한 것이듯이 통일 또한 주변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의한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끊임없이 점진적인 의식의 개혁을 통해서 ‘민족의 자주적 통일’에 접근해야 한다. 이 ‘자주적 통일’ 이라는 이념이 우리를 끊임없이 통일에 접근해 가도록 유도하는 동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민족의 자주적 통일’ 이라는 것은 공허한 이념이 아니고 우리 민족이 부단히 다가서야 하나의 과제인 것이다. 이 과제를 풀지 않고는 주변 강대국의 협력을 이끌어 낼 동력을 어디에서 가지고 올 수 있단 말인가!

이 시대 지식인들과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비판적으로 인식해야 할 세계가 분단된 한반도이며 자신들의 정신적 투쟁이 곧 이 분단시대의 지식인으로서 양심의 투쟁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민중의 잠재력에 대한 불신은 곧 분열을 의미함을 알아야 한다. 아울러 민중의 발전된 모습은 자신과의 비교가 아니라 과거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함으로써 올바르게 이해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겨야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시대 이 한국이라는 국가의 가장 거대한 거짓은 저렇게 살아 숨쉬는 사람들을 유령으로 만드는 이 분단체제이며, 대표적인 악법이 국가보안법이다.

이 국가보안법이라는 것은 사상과 이념의 문제가 아닌 최소한의 ‘학문의 자유’와 관계가 있는 것이다.

군국주의 일본, 파시즘 하의 독일, 국가보안법 하의 독재 이런 체제 하에서 저질러진 범죄를 복종범죄라고 한다. 이런 체제에서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고문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당당하다. 오히려 자기들은 공동체의 안정을 위해 상명하복의 원칙을 지켰고 자신들의 희생으로 조직이 살았다고 얘기한다. 근데 이건 인류에 대한 죄악이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니 고문 경찰관 이근안처럼 우리가 이 체제의 폭력성을 사고하지 않는다면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다. 야만적인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지 않는 이상 저들의 불행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

분명 한국의 분단은 역사적 다른 민족의 분단과는 다르다. 예를 들어 독일의 분단은 연성분단 즉 부드러운 분단이었고 한국은 정말 끔찍한 분단이다.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이산가족이다. 피붙이도 갈라 놓은 것이다. 세계인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끔찍한 분단이다. 최소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상설 면회소를 두고 서로 연결이 되면 만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쇼만 하지 말고. 지금도 너무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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