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수 ㅣ 노동전선 교육위원
탄핵의 완성은 사회대개혁을 하는 것이며, 정권교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바꾸는 민주주의가 실현되어야 합니다.
박근혜 탄핵촛불 때 우리는 광장의 민주주의를 외치다가 조용히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광장에서는 민주주의를 외쳤지만, 일상으로 돌아와서 우리는 가정과 직장과 학교에서 불합리와 불공정과 부조리에 대해서 침묵하고 견디었습니다.
윤석열의 국무회의도, 군대도 이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윤석열이 비상계엄 하겠다고 국무회의 했을 때 국무위원들이 반대를 했나요? 반대했다고 변명들 하지만, 막지는 않았죠.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법무부 차관만 자리를 박차고 나왔습니다. 군인들은 어떤가요? 국민들에게 총부리를 들이대라는 명령에 거부하는 군인이 없었습니다. 아무리 군인에게 명령은 항명하면 안 된다고 하지만, 국민에게 총부리를 들이대라는 명령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합참의장만 북한을 폭격하라는 명령을 거부했습니다. 자, 이게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실상입니다.
비정규직에게는 이미 일상이 계엄이었습니다. 윤석열 정권 때만 그런 것이 아니고, 문재인 정권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건설노조 조합원을 건폭이라고 매도하며 탄압을 한 것도 문재인 정권 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정권교체만 가능하지, 실제로 이 사회는, 대한민국은 민주국가가 아닙니다. 특히 노동자의 노동권, 노조 할 권리는 어떤가요? 노동자가 노조를 하면 빨갱이, 사회불순세력으로 매도당합니다. 귀족노조라고 매도하고 생존권 투쟁조차 반국가세력으로 몰아서 탄압합니다. 물론 귀족노조가 없다고 할 수 없지만, 윤석열 탄핵투쟁에 가장 헌신적으로 참가하고 있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대부분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들이 많습니다. 이런 민주노총을 귀족노조라고 매도합니다. 이게 민주주의인가요?
정권교체만 하면, 윤석열 탄핵시켜 주면 민주주의 되나요? 윤석열만 없어지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아무 문제 없이 잘 작동되나요? 흰 고양이 뽑았다가, 검은 고양이 뽑았다가, 그들만의 민주주의를 하게 만들어 주는 게 민주주의인가요? 내 삶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정권교체만 가능한 민주주의를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나요?
노동자들이 힘써 일해서 번 돈을 사장이 땅 투기나 하고 엉뚱한데 쓰다가 회사를 말아먹을 지경입니다. 이럴 때 노조를 만들어서 사장에게 똑바로 하라고 비판하는 게 민주주의 아닌가요? 그게 주인 된 자세 아닌가요?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투쟁을 하면 저들은 가만히 있으라고 합니다. 그러다가 이 사회는 윤석열이라는 괴물을 만들어낸 겁니다.
광장에서만 민주주의를 외치지 말고, 내 삶 속에서, 일상에서,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흥겹게 촛불을, 응원봉을 들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