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파란 ㅣ 농민
‘폭력’이 과연 뭘까?
이 시대에 가장 흔한 말이 ‘사회를 바꾸자’ 라는 말이다. 이 말은 좌파도 하고 우파도 한다. 그런데 기존 체제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를 바꿀려면 그 체제의 틀을 파괴해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틀을 조금이라도 건들리면 폭력적이라고 비난한다. 그럼 어떻게 사회를 바꿀 수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그리고 그들이 입만 열면 ‘폭력’은 나쁘다고 하는데 그 ‘폭력’이 뭐냐?를 우리는 알아볼 필요가 있다.
폭력이라는 것은 한 체제가 근본적으로 다른 어떤 체제로 바뀌는 과정을 말하는 것이다. 이게 왜 폭력이라고 느끼게 될까? 그것은 기존 체제의 관점에서 보면 기존 체제가 가지고 있는 거의 모든 것이 다 붕괴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니까 바꾸려는 측과 지키려는 측은 사활을 걸고 싸우게 된다. 자기가 가진 것을 다 내줘야 하는데 순순히 내 줄 사람이 어디 있겠나! 당연히 물리적 폭력을 수반할 가능성이 높긴 한데 물리적 폭력은 폭력의 협소한 의미중 하나다. 또 그 물리적 폭력도 세분된다. 우리가 차벽에 갇혀던 그 공권력도 합법적 물리적 폭력에 해당된다.
자, 그럼 이걸 생각해보자. 사회 기득권 세력들도 ‘사회를 바꾸자’ ‘불평등한 사회를 바꾸자’ 이런 얘기를 한다. 근데 그것이 진짜 바꾸자는 얘기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나! 알 수 있는 기준은 딱 하나다. 뭐냐면 기존 사회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권을 다 포기할 수 있으면 그건 진짜 바꾸자는 것이다. 그걸 버릴 생각이 없다면 바꾸자는 얘기가 아니다.
나는 그대로 있고 너만 바뀌면 좋겠다…남들만 바뀌면 좋겠다….세상이 이래선 안 된다,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나는 정말 잘 사는데 니가 문제야…거의 그런 얘기다.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꾸자 말하는 지식인들 중에 ‘너 진짜 지금 가진 거 다 포기할 수 있나’ 물어서 ‘정말 포기할 수 있어’라고 진심으로 말할 수 있는 지식인들이 얼마나 될까? 그런 거 생각하면 사회개혁을 말하는 지식인들이 어디까지 진짜인지 말만 들어서는 알 수 없다.
그 지식인들 말이 정말인지 아닌지 기준은 딱 한가지다. 그 사람들이 정말 기존 사회에서 지식인으로서 가지고 있는 특권을 기꺼이 포기할 수 있느냐 없느냐. 그러니까 지금 그렇게 살고 있느냐만 보면 된다.
최저시급도 못 받고 편의점 알바로 생계를 유지하던 19살 여학생이 자살을 하는 현실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경기 악화의 모든 원인인 것처럼 떠들며 최저임금 인상에 모든 오명을 뒤집어 씌우는 것이 우리 사회다. 문재인과 윤석열 정부로 이어지는 현재에는 그런 사회적 논의마저 사라졌다. 즉 노동이 정치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단적인 예로 노동자들이 정당한 요구나 파업은 폭력으로 인식하면서 현재 권력의 정점인 대통령의 반헌법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폭력’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이런 사회적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기에 노동자들에게는 무자비하게 자행되던 공권력이 내란 수괴인 윤석열에게는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예술이나 과학 이론의 혁신에는 열광하면서도 ‘정치적 변혁’에 대해서는 극도로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오늘날 노동자 정치에 대해서 한국 사회가 가지는 이미지는 바로 이런 공포의 산물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가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사회 – 정치적인 ‘근본 변화’ 그 자체이다. 노동자들이 외치고 투쟁 하면서 파괴하고자 하는 것은 한국 사회가 체화하고 있는 노동에 대한 인식이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노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현재 사회 체제에서 이득을 얻는 자들이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러니 현재의 사회 체제에서 이득을 얻는 자들에게 노동자들이 외치는 변화는 기득권의 상실을 의미한다. 따라서 그들에게 노동자들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은 불만과 좌절, 다양한 노동 현장에서 체험되고 있는 극도의 불평등으로 인해 현 체제에서 이득을 얻는 자들에 ‘맞서 ‘우리=노동자’를 정치적으로 구성하고 사회 변혁을 외치는 행위 자체가 무시 무시한 공포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가진 자들이 어떤 프레임을 만들어 민중의 저항을 폭력적이고 문제적으로 인식하게 만드는지 볼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더 잔인한 것은 같은 약자들에게 서로를 적대적이게 만들어 갈등을 부추기는 전략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아주 근본적인 변화 정말로 모든 것을 바꾸지 않고는 그 어떤 희망도 상상하기 힘든 사회가 된 것이다. 이 변화를 기득권층들이 폭력이라고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