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168호 8-3 뉴라이트의 심각성

문국진 ㅣ 맑스 사상연구소

한국의 근대화에 일제 식민지배가 기여했다는 뉴라이트의 ‘새로운’ 역사인식이 어제의 일만은 아니지만, 오늘날에 이르러 그것은 이제 ‘새로운’ 정치이슈가 되고 있다. 뉴라이트의 ‘식민지근대화론’에 찬동하거나 지지하는 자들이 속속 정부 요직에 임명되고 있다. 뉴라이트는 이제 더 이상 역사해석의 학문적 문제뿐 아니라 현실정치의 사상적 요람이 되고 있는 것이다.

뉴라이트의 식민지시대 역사해석에 대항해서 올곧은 비판과 그 극복이 필요한데, 필자가 과문한 탓인지 그다지 뚜렷한 자료가 없는 것은 아닐까. 뉴라이트의 과감한(?) 주장에 따르면 경제성장만 이루어지고 근대화로의 변화만 성취된다면 그 주체가 일본제국주의이든 아니든 무슨 상관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결국 그러한 논리는 경제성장과 근대화를 이룩하는 데 기여한 일제식민지배를 합리화하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러한 논리는 박정희의 ‘조국근대화’ 논리로 이어져 경제발전 5개년계획의 논리적 배경이 되었고, 10월 유신의 파시즘적 독재체제의 이론적 배경이 되어 갔다. 그리고는 이제 일본을 ‘공동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로 규정하면서 식민지배 등 과거사에 대한 반성 요구는 접어둔 채 ‘미래’만을 줄곳 강조(<한겨레> 8월 8일자)해 온 윤석열의 친일적 역사인식으로까지 이어져 가고 있는 것이다.

뉴라이트를 맑스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뉴라이트는 자본의 축적 논리를 합리화하고, 제국주의적 침탈을 합법화하는 반인민적-반민족적 이데올로기에 다름아니다. 식민지주의적 근대화의 과정에서 벌어진 노동자-인민의 무수한 희생 및 그 희생에 대한 처절한 투쟁들–그것이 계급투쟁이 됐든, 민족해방투쟁이 됐든, 항일무장투쟁이 됐든–을 무시하고 약화시키면서 오로지 경제성장과 근대화의 결실에만 주목한 나머지 착취와 억압의 주체인 제국주의 지배계급을 정당화하고 합리화시켜주는 자들이 바로 뉴라이트인 것이다.

역사는 새로이 부활되고 있다. 그리고 역사에 대한 그릇되고 왜곡된 인식과 해석에 대한 가차없는 투쟁 없이 올바른 역사인식은 없다. 뉴라이트의 정치적 진출에 대하여 단지 민족주의적 관점으로만 보면 그 근본적 실체를 파헤칠 수 없다. 뉴라이트의 계급적 성격의 규명과 그 대안으로서 민중투쟁사관에 올바로 입각할 때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의 허구적인 근대화론은 비로소 극복되어갈 수 있다.

노동전선

현장실천, 사회변혁 노동자전선

이전 글

[전선] 168호 8-2 삼일절이고 광복절이고 독립기념관이고 다 없애라

다음 글

[전선] 168호 8-4 베네수엘라. 차베스주의의 ‘전락’과 그 교훈

댓글을 입력하세요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