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167호 7-2 마키아벨리와 그람시 정치학

문국진 ㅣ맑스사상연구소

김홍명의 <정치사상사> 중 마키아벨리 편을 읽고 있다. 마키아벨리는 훗날 그람시가 자신의 사회주의정치학에서 고전적 전거로 삼은 독보적인 근세 정치학의 대가이다. 그의 <군주론>에서 그람시의 ‘현대의 군주론’이 나왔다. 그람시에 의하면 ‘현대의 군주’는 곧 정당이다. 정당은 권력의 획득을 추구하고 사회변혁을 추진하는 현대적 형태의 권력체이다.

나는 마키아벨리를 읽으면서 한국근현대사에서는 과연 ‘우리의 마키아벨리’는 없었는가, 있다면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실학의 정약용? 동학의 최제우? 일제시대의 사회주의혁명가 이재유? 박헌영? (페친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무릇 현대의 사회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현대정치사상에 있어서 우리 역사 중에서 사상적 스승으로, 혹은 사상적 전범으로 삼을 만한 인물이 이렇게 부족하다는 사실은 역사적 실천을 고민하는 우리에게는 지극히 불운이라고 할 밖에 없다.

그람시는 이탈리아 역사 속에서 마키아벨리의 정치학을 찾아냈다. 그리고 이탈리아 역사의 그 혼잡함과 복잡성 속에서 마키아벨리가 전개한 정치학적 대안들, 정치학 자체의 발전들에 주목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매우 긴박하며 강대국들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다. 과연 윤석열의 대책없는 강력한 우향우 정책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 자못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다. 국내 정책에 있어서도 자본 위주로 치닫는 경제정책으로 일관한다면 정치-경제적 위기는 필연코 도래할 지도 모른다. 과연 현자의 현명한 대내외적 정치학이 요청되는 역사적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상황이 이러할수록 정치로 풀어야 한다. 그런데 그 정치는 올바른 정치이어야 한다. 올바른 정치적 해법이라 했을 때 우리는 일상적 편견으로 여의도 정치를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과연 여의도 정치, 즉 의회주의적 정치가 모든 문제의 유일한 해답일 수 있을까? 민중은 그저 의회에 모든 것을 내맡긴 채 의회 놀음을 구경하고만 있으면 되는 걸까? 의회권력과 행정권력 간의, 여의도와 용산 간의 시소게임을 참관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주체인 민중이 다할 도리일 뿐인가?

민중은 스스로 나서야 한다. 이것이 제반 사회경제정치적 모순을 정치로 풀어야 한다는 말의 진정한 뜻이다. 즉 부르주아정치에 모든 것을 내맡기는 노선을 걷기보다, 민중이 직접 정치의 주체가 되어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자기자신이 풀어간다는 ‘민중주체의 정치’의 노선을 걸어야 하며, 이것이 우리 사회가 당면한 현대의 제문제가 올바로 그 해결을 볼 수 있는 길이다.

현대한국의 제반 모순은 총체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개인에게 집중되고 있다. 말하자면 윤석열은 한 명의 자연인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제반 총체적 모순이 집결되어 표출된 모순의 집합체인 것이다. 따라서 현금의 민중의 요구, 즉 윤석열 퇴진이나 탄핵 요구는 지극히 정당한 것이고 궁극적인 정치적 해결방식에 다름아니다. 이를 민주당의 정파적 이해관계라든가, 개량주의적 요구라고 하든가 하고 치부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놓치는 것이다.

윤석열 퇴진투쟁이라는 것은 현상적 표출이지만 그것은 바로 ‘국가권력의 타도’라는 투쟁의 본질적 성격을 갖는 것이다. 잘못된 권력을 타도하고 새로운 권력을 세운다, 이것은 정치혁명이다.

정치혁명은 그러나 피억압계급에 의한 사회경제적 혁명운동과정이 함께 진행될 때 비로소 민중적 성격을 갖고 계급적 성격을 가질 수 있다. 노동자계급의 경제적 투쟁, 사회 최하층 계급들의 자기 요구투쟁, 노동자-빈민계급의 연대투쟁 등등이 사회 저변에서부터 들끓고 피억압계급 전체가 봉기할 때 정치혁명은 완성된다.

이것이 맑스주의혁명가 그람시가 마키아벨리 정치학에서 근본적으로 가져온 역사적 교훈이 아닐까. 부르주아정치학은 부르주아들만의 배타적인 정치적 유희에 빠지지만, 민중정치는 부르주아정치의 정치적 위기를 이용하여 스스로 피억압계급에 의한 직접 민중혁명의 길로 나아가며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것이 맑스주의정치학의 요체이며, 그람시의 혁명정치학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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