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165호 5-4 세계적 격변이 다가오다

  • 이 기사는 노동자신문 1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전원배 ㅣ 노동전선 정책위원장

세계자본주의 공황 없이 혁명 없다

초기 맑스는 “새로운 혁명은 새로운 공황의 결과로써만 가능하다. 그러나 새로운 공황이 확실한 것처럼 새로운 혁명도 확실하다.”(프랑스에서의 계급투쟁)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즉 새로운 혁명은 반드시 공황을 계기로 터질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1885년대 후반 공황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혁명은 발발하지 않았다. 후기에 맑스는 자신의 입장을 반성적으로 고찰했다. 그렇다. 모든 공황이 혁명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새로운 혁명이 공황을 계기로 올 것은 분명하다.

2008년 월스트리트발 금융위기는 분명히 세계적 공황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21세기 자본주의는 1929년 대공황과 같은 파국적 공황을 변주할 기술이 충만하다. 자본가들은 실패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헬리콥터 밴(밴 버냉키 당시 미국 연준의장)은 달러를 프린트해서 헬기로 살포했고, 이는 공황을 지연 변주시켰다. 추가해서 사상 최고의 재앙인 코로나 팬데믹으로 소비 여력이 고갈되자 다시 한번 달러를 대규모로 살포했다. 이러한 지연전술은 먹히는 듯했다.

그러나 2022년 2월 20일, 미국을 등에 업은 나토가 허수아비 우크라이나를 앞장세워 동진을 거듭하자 푸틴이 전격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였다. 세계화는 종식되었고 공급망 불안 등 세계자본주의는 크게 출렁거렸다.

격화되는 위기 속에서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전격 기습작전(이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창살 없는 지옥으로 만들어 놓은 미국, 이스라엘의 야만적 봉쇄에 맞선 정당한 공격이었다)으로 촉발된 중동정세의 불안정은 세계경제를 급속히 공황으로 밀어 넣고 있다.

이에 더해 가속도가 붙은 AI, 자동화의 생산에의 급격한 투입은 재앙일 뿐이다. 자본주의하에서 AI, 자동화는 급격한 실업, 불안정 노동을 양산하고 이는 필연적으로 소비력 고갈로 이어질 뿐이다. 한쪽에는 어마어마하게 쏟아져 나오는 상품들, 다른 한편으로는 급격히 소비력 고갈로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노동자 민중들. 임박한 파국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거대한 불길도 한점 불꽃으로 부터!

이러한 세계적 격변의 시기, 한국사회는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선거의 환상에 사로잡혀 있고 세계의 형편에는 아예 눈을 감아버렸다. 여야는 대동소이한 자들인데 서로 물고 뜯으면서 흥미진진한 게임을 시전하면서 노동자 민중의 시선을 앗아가고 있다.

“세계의 군사 분쟁 및 테러, 폭력, 시위를 종합한 위기 경고 보고서(2016-2024 ACLED)는 지금의 정치적 위기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고 잇따른 사건들의 연쇄 반응으로 현재의 혼란과 위기가 전례 없이 증폭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2만 건이었던 정치 시위 건수가 미·중 간 패권 경쟁이 첨예해진 2018년에는 3배로 늘어났다. 코로나 사태가 정점에 이르던 시기인 2021년은 7.5배로 늘었으며 러·우전쟁이 발발한 2022년과 2023년은 7배를 유지했다. 2024년 반전평화운동의 세계적 확산과 함께 전쟁을 지지하는 정부에 대한 저항은 더 격렬하며 커져가고 있다.”(https://acleddata.com/dashboard/#/dashboard 노동전선 메이데이 유인물에서 재인용)

대지와 초목은 마르고 바람은 거세게 불고 있다. 한점 불꽃이 거대한 불길을 일으킬 수 있는 정세이다. 물론 어떤 불꽃이 거대한 불길을 불러일으킬지는 아무도 모른다. 실천가의 자세는 하나하나의 불꽃을 경시하지 말고 거대한 불길로 타오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엄중한 정세에 예기치 않은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우리의 목소리가 미국 전체에 연대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으니, 하나도 지치지 않아요.”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2학년에 재학 중인 에이바 리온-세레노가 학내 ‘가자전쟁 반대’ 시위에 동참한 지도 26일(현지시간)로 열흘째. 그는 캠퍼스 광장 남쪽 잔디밭의 텐트 농성장을 낮이나 밤이나 지키고 있지만, 틈틈이 기말 과제를 하고 시위 참가자들과 모여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고 했다. 유대인인 그는 얼마 전 농성장에서 유월절 만찬을 함께 나눴다면서 “나와 같은 유대인 친구들이 여기 매우 많다. 종교와 인종을 떠나서 모두를 환영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컬럼비아대는 최근 미 전역 대학가에서 다시 불붙은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의 진앙이다,(중략) 컬럼비아대는 1968년에도 미 대학가를 휩쓴 베트남전 반대 시위의 선봉에 선 바 있다. 당시 학생들의 시위는 ‘징집 거부’라는 일상과 직결된 문제에서 출발했다면 지금은 전쟁 자체에 대한 도덕적 분노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응에 대한 실망감이 짙게 묻어났다. (경향신문 2024.04.28.)

컬럼비아대에서 시작된 반전시위는 미국 전역으로 들불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대학마다 요구사항이 조금씩 다르지만, 학생들은 대체로 자유로운 친팔레스타인 시위 개최 보장을 비롯해 △이스라엘에 무기를 공급하는 군용 무기 제조업체와의 거래 중단 △이스라엘의 군사적 노력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연구비 거부 △이스라엘에 받는 자금의 투명한 공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의 반전시위도 한 단계 진전되어야 한다. 미국을 거쳐서 우크라이나에 대량의 포탄을 공급하는 행위는 화약을 들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행위이다. 윤석열정권 규탄만이 아니라 포탄공급업체를 찾아내어서 규탄시위를 당장 조직해야 한다. 이제 노동자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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