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5-5 165호 노동자 생활은 더 힘들어지는 한국경제의 회복

  • 이 기사는 노동자신문 1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신재길 ㅣ 노동전선 정책위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6%로 상향 조정했다. 주요 20개국 중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는 회원국 가운데 미국과 함께 가장 높은 수치이다.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물가 전망도 개선됐다. 현재 3% 근처에서 움직이는 물가가 연말로 가면서 점진적으로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6%, 내년에는 2.0%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의 성장률 상승은 올해 1분기 성장률 발표에서도 나타난다. 한국은행은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전 분기 대비)이 1.3%로 집계됐다고 4월 25일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0.5~0.9%)를 웃도는 수치로, 2021년 4분기(1.4%)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분기 성장률이다. 1분기 성장률을 4분기까지 이어간다면 한국의 올해 성장률은 5.2%도 가능하다.

분기 성장률을 끌어올린 것은 순 수출이었다. 순 수출의 증가율 기여도는 0.6%포인트로 분석됐다. 민간소비와 건설투자의 기여도는 각각 0.4%포인트로 같았다. 민간소비와 건설투자로 성장률을 0.8%포인트 끌어올렸다는 의미다. 반면 정부소비의 기여도는 0.1%포인트에 그쳤다. 정부투자는 0.1%포인트 성장률을 깎아내렸다. 정부소비와 투자를 합치면 정부의 1분기 성장률 기여도는 0%였다.

한국은 수출이 성장을 이끌었다. 수출은 대미 수출의 증가에 힘입은 바 크다. 한국은행이 4월18일 공개한 ‘대미국 수출구조 변화 평가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우리나라 총수출에서 미국의 비중이 계속 커져 올해 1분기에는 대미국 수출비중(18.9%)이 2003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대중국 수출비중(18.8%)을 앞질렀다.

다음으로 수출에 기여한 요소는 환율이다. 1년 전 원·달러 환율은 1,100원대였다. 얼마 전 환율이 1,400원까지 올랐고 1,300원대를 유지한 지도 근 일년이 되었다. 즉 수출증가는 달러표시 수출가격이 하락한 효과이다. 그러나 이는 내수 위주의 중소기업과 소비자인 노동자들의 부를 수출 대기업에 이전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고물가를 초래한다. 고물가는 고금리의 원인이다. 결국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비용증가, 매출액 감소로 더 어려워지고 노동자들은 실질임금 하락으로 생활이 힘들어진다. 수출 대기업은 좋지만, 우리 생활은 더 나빠진 것이다. 이는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 실질임금 하락이라는 지표로 나타났다. 300인 이상 대기업의 노동자들은 그래도 사정이 낳은 편이나 노동자의 대다수인 중소기업 노동자는 실질임금 하락 폭이 크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 간 임금 격차를 더 벌리는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는 정말 회복되는 걸까?

통계청은 4.30.(화) 2024년 3월 산업활동동향을 발표하였다. 전산업 생산은 광공업(-3.2%), 서비스업(-0.8%) 등에서 모두 생산이 줄어 전월대비 2.1% 감소했다. 소매판매는 음식료품, 승용차 등에서 판매가 늘어 전월대비 1.6% 증가했다. 설비투자는 기계류와 운송장비 투자가 줄어 전월대비 6.6% 감소했고, 건설은 건축 및 토목 공사 실적이 줄어 전월대비 8.7% 감소했다. 생산 투자가 큰폭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경제가 회복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나타낸다. 소비도 1.6% 증가에 그쳐 잠재성장률 2%에 미치지 못해 회복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수출 증가도 사실 작년의 수출감소에 따른 기저효과에 따른 것이지 절대 금액차원에서는 평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24년 1분기는 월평균 500억 달러 수준으로 600억 달러 수준의 평년에 미치지 못한다.

물가는 정말 잡히는 것인가? 물가상승률의 하락은 물가에 대한 착시를 일으킨다. 상승률이 떨어진다고 해서 물가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1,000원짜리 상품이 1,500원이 되면 50% 상승한 것이다. 그러나 물가가 올라 2,000원이 되었다가 다시 2,500원으로 상승하면 같은 500원 상승이지만 25% 상승으로 상승률은 낮아진다. 결국 이런 물가의 지속적인 상승은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에서 명목소득과 실질소득의 차이를 21년 이후 점점 더 커지게 하고 있다.

결국 1분기 성장률 상승은 반도체 수출의 호조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크고, 더욱이 노동자들의 생활은 성장과는 반대로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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