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164호 4-7 건설사 4월 위기설은 진짜 위기의 시작?

  • 이기사는 노동자신문 16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신재길 ㅣ 노동전선 정책위원

건설사 4월 위기설이란 부동산 침체, 건설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만기, 은행의 고금리로 인해 건설사가 빠르면 총선이 끝나고 4월, 늦어도 가을쯤에는 대규모 부도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4월 위기설이 나온 이유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이 쌓이고 있고, 2년 전부터 급격히 오른 기준금리로 인한 대출금리 상승, 건설사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만기가 4월 이후 많이 몰려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총선 때문에 건설사의 줄도산을 막고 있지만, 총선이 끝나면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어지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다.

건설사 부도의 시발점은 2022년 PF발 레고랜드 부도설이었고, 그 후 2023년 지방 건설사 도산이 있었고, 2024년 시공 순위 10위권의 1군 건설사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이 진행 중이다. 건설사 부도는 건설부문이 한국 경제에서 16% 정도로 그 자체로 큰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거기에 돈을 빌려준 금융권 또한 연쇄 위기를 일으키기에 한국 경제 전반에 영향을 준다.

​올해 부도가 난 전문건설사는 총 5곳이다. 이들은 광주, 경북, 경남, 울산, 제주 같은 지방 소재 건설사들이다. 올해 폐업을 신고한 종합건설사는 79곳, 전문건설사는 606곳이다. 최근, 국내 도급순위 105위의 중견 건설사 ‘새천년종합건설’이 2월 29일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그리고 선원건설, 송학건설, 세움건설, 중원건설 등 건설사 7곳이 법정관리 신청 후 포괄적 금지명령을 받았다. 포괄적 금지명령은 회생절차개시 신청에 관한 결정이 있을 때까지 모든 회생채권자와 회생담보권자에게 회생채권 및 회생담보권에 기한 강제집행 등의 금지를 명하는 것인데, 포괄적 금지명령에 반하여 이루어진 회생채권에 기한 강제집행 등은 무효이다. 즉 채권자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4월 위기설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다. 한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4월 위기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대부분의 사업이 레버리지(차입), 부채로 이루어져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연결되는 측면이 있어서 이를 어떻게 관리하냐가 금융 문제”라면서 레고랜드 사태 이후 2022년 말부터 위험을 분산하는 노력을 해왔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사업성이 부실한 건설사를 정리할 때라고 강조하면서 태영건설처럼 유동성 위기를 겪을 건설사는 “10위권 내에는 없는 걸로 보면 된다”라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위기설을 일축할 상황이 아니다. 종합건설 시공 능력 최상위 그룹인 1~50위권 건설사 상당수도 부도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2월 26일 양정숙 개혁신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3년 종합건설 시공 능력 순위 1위~50위권 건설사 가운데 부채비율이 200% 이상인 건설사가 14곳, 유동부채 비율이 70% 이상인 건설사는 28곳이었다. 태영건설의 부채비율과 유동부채비율이 각각 257.9%, 68.7%였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이들도 부도가 날 가능성이 있다. 유동부채란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부채이다. 유동부채비율은 자기자본에 대한 유동부채 비율로 100% 이상의 유동부채비율을 보유한 기업은 부채상환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종합건설 시공 능력 최상위 그룹인 1~50위권 건설사에서 위험신호로 여겨지는 유동부채비율 70% 이상 건설사가 28곳으로 50%를 넘고 있다. 시공 능력 순위가 10위 안에 드는 종합건설사 가운데도 자기자본 대비 유동부채의 비율이 70% 이상인 건설사가 7곳이나 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70% 이상 80% 미만’ 3곳, ‘80% 이상 90% 미만’ 2곳, ‘90% 이상’ 2곳이다. 2023년 9월 말 기준으로 시공 능력 순위 50위 종합건설사 가운데 유동부채 비율이 90% 이상인 건설사는 5곳이다. 당국에서는 위험을 분산해서 안심할 수 있다고 하지만 PF대출의 30%인 70조원 정도가 위험하다고 하는데 이를 정부지원 등으로 위험을 차단한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한 위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태영건설 다음은 신세계건설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세계건설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470%에서 지난해 말 953%까지 치솟았다. 신세계영랑호리조트 흡수합병에 따라 자금 확충이 이뤄져 올해 1월 말 기준으로는 다소 완화됐으나 여전히 600%대로 높다. 설상가상 영업부진에 따른 손실은 갈수록 눈덩이다. 지난해 연말로 가면서 손실규모가 커지면서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1,878억 원에 달했다. 이는 직전년의 121억원에서 1년 새 1,757억원이나 폭증한 것이다. 신세계건설이 갈수록 미분양 리스크에 더욱 많이 노출되고 있다. 이는 대구 지역을 비롯한 지방 사업장의 미분양 물량의 장기 적체현상 때문이다. 롯데건설도 위험하다고 한다. 하지만 신세계건설이나 롯데건설은 든든한 모기업이 있기에 이번 위기를 넘길 수 있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중견 건설사들은 암담한 상태이다.

건설사 위기는 저축은행 위기로 전이되고 있다. 저축은행 상위 5개사(SBIㆍOKㆍ웰컴ㆍ페퍼ㆍ한국투자저축은행)의 경영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부동산 PF 연체율은 평균 6.92%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동기(2.4%) 대비 4.52%포인트 증가한 수준으로 1년 새 3배 가까이 뛴 셈이다. 저축은행의 경우 다른 금융업권에 비해 PF 위험노출액이 높은 데다 최근 시중은행과의 예금 예치 경쟁에서도 밀려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가 지속될수록 재무위험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 부도가 4월 총선 이후 본격화하기 시작하면 저축은행도 동시다발적으로 위험에 노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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