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164호 4-8 정복, 전쟁, 기아 그리고 죽음

  • 이 기사는 노동자신문 16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비자이 프라샤드 (번역: 김의진)

다가오는 기아에 직면하여 가자지구에 구호물자를 들이기 위해 ‘임시 항구’를 짓겠다는 바이든의 약속은 단지 허울에 지나지 않으며,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에 대한 미국의 공모로 인해 훼손되고 있다.

3월 4일 필립 라자리니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 사업 기구(UNRWA) 집행위원장은 유엔 총회에 가자(팔레스타인)의 상황에 대한 놀라운 보고를 내놓았다. 라자리니는 ‘150일 만에 이스라엘군이 3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들을 학살했으며, 그 중 거의 절반은 아이들이었다’고 말했다. 생존자들은 이스라엘의 공격을 계속해서 받고 있으며, 전쟁의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다. 성서의 ≪요한계시록≫에 묘사된 네 기사―정복, 전쟁, 기아, 죽음―는 현재 가자의 한 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질주하고 있다.

라자리니는 ‘기아는 어디에나 있다’라며, ‘인위적인 기아가 다가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제이미 맥골드릭 유엔 팔레스타인 구호 담당 조정관은 ‘기아가 재앙적인 수준까지 도달했다’며, ‘아동들이 기아로 죽고 있다’고 말했다. 3월 첫째 주 말엽에는 최소 20명 이상의 아동이 기아로 숨졌다. 그중에는 라자리니가 유엔에서 연설했던 같은 날에 라파(가자지구 남부)에서 아사한 베이트 하눈(가자지구 북부)의 야잔 알-카파르나(10세)도 있었다. 야잔의 쇠약해진 몸은 이미 훼손된 우리 세계의 양심을 갈가리 찢어놓았다. 이스라엘의 폭격이 만들어 낸 폐허와 함께 헛소문들이 연달아 돌고 있다. 야잔이 숨졌던 알-아우다 병원의 의사인 모하메드 살하는 영양실조를 겪고 있는 많은 임산부가 사산한 태아를 낳거나, 마취제 없이 재왕절개술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한다.

휴전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가자에, 특히 기아로 큰 피해를 당한 북부에 원조를 제공해 주겠다는 그 어떤 실질적인 약속도 마찬가지로 찾아볼 수 없다. (2월 28일에 칼 스카우 유엔 세계식량계획 사무차장은 안보위원회에서 ‘[가자 북부에] 아사가 발생할 실질적인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으며, 그러한 위협이 현실화될 경우 50만 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루당 구호트럭 155여 대―평균 500대보다 현저하게 낮은―가 가자로 진입하고 있으며, 그 중이 일부만이 가자 북부로 향하고 있다. 이스라엘 군인들은 무자비했다. 2월 29일(현지시간)에 구호트럭이 알-나불시 로터리(가자지구 북부 가자시의 남서부 끝)에 도착했고, 절망에 빠진 민간인들이 그 주위로 쇄도했을 때, 이스라엘군은 폭격을 자행했고, 최소 118명의 비무장 민간인을 살상했다. 이는 현재 밀가루 대학살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식량의 공중투하는 단지 수량에서 불충분할 뿐만 아니라, 일부 물품들이 지중해로 떨어지고 최소 5명 이상의 사망을 부른 가슴 아픈 결과를 낳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월 7일 국정연설에서 느닷없이 바다를 통한 구호물자의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 가자지구 남부에 ‘임시 항구’를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이 생략했던 이러한 결정의 맥락은 분명하다. 이스라엘은 육로국경을 통한 최소한의 원조물자의 통과조차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또한 작년 10월 10일에는 가자 항구를 파괴했고, 2006년에 다하니야의 가자공항을 초토화시켰다. 이러한 결정은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다. 그러한 결정은 또한 미국의 제노사이드에 대한 공모가 바이든의 재선 노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하려고 현재 진행 중인 경선에서 ‘무공천’ 투표하자는 미국 민주당원들의 캠페인이 한창일 때 나왔다.

바이든의 연설에는 허점이 있다. 구호물자가 ‘임시 항구’에 도착할 때 이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 가자에서 대규모 분배를 수행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관들은 UNRWA―대다수 서방 국가들에 의해 현재 자금지원이 중단된―와 하마스가 주도하는 팔레스타인 정부―서방 국가들이 파괴하기로 작정한―이다. (바이든이 ‘미국의 그 어떤 구호물자도 지상에 공급할 수 없다’고 말한 것처럼) UNRWA도, 하마스도 지상에서 인도주의적 지원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구호물자는 어떻게 처리될 것인가?

UNRWA는 1949년에 유엔 결의안 제302호(IV)가 통과된 직후부터 활동했으며, 그 이래로 팔레스타인 난민들(UNRWA가 처음 활동을 시작했을 때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숫자는 75만 명이었으며, 오늘날에는 590만명으로 늘어났다.)에 대한 원조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기관으로 존재해 왔다. UNRWA의 요구는 명확하다. UNRWA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복리를 보장해야 하지만, 고향 밖에 영원히 정착시키기 위해 활동할 수 없다. 그것은 바로 UN 결의안 제194호가 이스라엘 국가에 의해 SKS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고향으로 ‘돌아올 권리’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UNRWA의 주된 사업은 교육 분야에 있지만(전체 임원 3만 명 중에서 3분의 2는 UNRWA 학교에서 일하고 있다.), 구호품의 배포를 가장 잘 처리할 수 있는 기관이기도 하다.

서방은 팔레스타인 민중에 대한 각별한 관심 때문이 아니라 미국 국무부가 1949년에 명시했듯 ‘사회불안과 절망이라는 조건들이 공산주의의 이식에 있어 가장 비옥한 토양을 제공해 줄 것이기 때문’에 UNRWA의 창설을 승인했다. 이것이 바로 서방이 UNRWA에 기금을 주는 이유이다. 대부분의 서방 국가들은 UNRWA 직원들이 10월 7일 공격과 연루되어 있다는 근거 없는 비난에 기초하여 2024년 초에 UNRWA에 대한 자금지원을 중단했다. 이스라엘군이 물고문과 구타와 같은 방식으로 UNRWA 직원들을 고문했고, 자백을 강요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지만, 그러한 허위 자백들에 근거하여 자금지원을 끊었던 대부분의 나라들(최근에 자금지원을 재개한 캐나다와 스웨덴은 제외)은 사실관계를 바로잡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브라질을 필두로 한 남반구의 몇몇 나라들은 지원량의 비중을 늘렸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UNRWA를 관장했던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 최고대표는 최근에 ‘만일 UNRWA가 사업을 펼칠 수 없거나 자금지원을 받지 못한다면 누가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가자의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구호계획은 UNRWA의 완전한 지원 없이 불가능하다. 그 외에 다른 모든 옵션은 모두 기만일 뿐이다.

※ 비자이 프라샤드는 인도의 역사학자, 편집자, 저널리스트로 ≪글로브트로터≫의 기고자이며 수석기자이다. ≪레프트워드≫의 편집자이자 ≪트리콘티넨탈 사회연구소≫의 소장으로 중국인민대학교 충양금융연구원의 객원 선임연구원을 맡고 있으며, 20권 이상의 저서들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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