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188호 10-2 경쟁 이데올로기가 완전히 승리한 사회

김파란 ㅣ 농민

내가 지인들과 소통하면서 가장 갈등을 느끼는 것은 대물림의 문제이다.

물론 부모의 물적 토대를 그대로 증여 받은 젊은이들이 미국 명문 대학에 진학해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그 사회 엘리트로 살아가는 것은 부모의 물적 토대만이 아니라 그들의 노력이 있었음은 사실이다.

허나 이 사회에서 누구나 그런 기회를 얻을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것은 니들이 잘 돼서 배 아프다는 말이 아니다. 그들이 자연스럽게 내뱉는 이런 인간적인 따뜻함 뒤에 숨어 있는 논리가 결국 그렇게 될 수 없는 사람들의 비인간적인 삶을 정당화 시키는 것으로 작동하는 자본주의의 비정함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의 ‘공정성’이라는 이름으로 저런 스펙에 의한 기업, 공공기간들의 각종 차별과 배제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위계화로 정당화한다.

그러나 최근 5년간 늘어난 일자리 272만 개 중 300인 이상 사업장이며 연봉 3,000만 원 이상 정규직의 비중은 8%에 불과했다. 즉 애초에 이 사회는 공정한 경쟁이 아닌 차별과 배제를 통한 위계화를 만들어 내는 구조라는 것이다. ‘

경쟁논리’가 일상화된 사회에서 좁은 시험과 경쟁을 통과해서 정규직이나 미국 명문대를 나와 다른 사람들이 누릴 수 없는 삶을 누리는 이들은 자신이 누리는 권리가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승자의 특권이라고 인식하기 쉽다.

그러다보니 각종 비정규직의 열악하다 못해 목숨이 위험한 노동조건도 경쟁에서 패배한 자들이 마땅히 감수해야 할 것으로 여기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미친 사람처럼 내가 주야장천 외치는 것처럼 그것은 마땅한 것이 아니다.

당신과 그들은 다르지 않다.

정규직이나 비정규직이나 사회 상층 엘리트나 필수 노동자나 누구나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노동자는 하루 8시간을 일해서 먹고 사는 최소한의 삶이 아닌 ‘좋은 삶’을 위한 유형무형의 재화를 조달할 수 있는 임금을 받아야 한다. 미국 명문대를 나오지 않더라도, 의대를 나와 의사가 되지 않더라도 죽지 않고 다치지 않는 안정된 일터에서 일할 권리는 누구나 보장 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말할 수밖에 없다. 당신들의 특권은 누군가의 권리를 빼앗은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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