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수 ㅣ 노동조합 활동가
현장과 광장 11호 미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제목이 매우 흥미를 끌었다. 대중적으로 이목을 집중시킬만한 제목이기 때문이다. 특히 당면 정세에서 미국에 대한 관점과 입장은 매우 중요하다고 보기에 더 관심이 갔다.
11호에 실린 글을 읽으며 미국은 철저한 제국주의 국가라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특집편에 실린 주한미군의 지위와 역할, 과거와 현재, 정치·군사적 측면에서 한미간의 각종 협정과 협약의 내용, 미군 생화학무기의 실험장이 된 한국의 현실, 불평등한 한미동맹에 침묵하는 한국의 정치권과 언론, 사회적 분위기 등에 대해 아주 디테일하게 해설되어 있었다.
한미동맹이라 포장된 한미관계는 미국이 군사, 법률, 정치적 우위를 통해 관계를 주도하며 한국은 동등한 협상권 없이 ‘허용자’ 역할만 수행하고 있음을 현장과 광장 11호 특집편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특히 생화학 무기와 관련하여 한국이 전세계 25개국 체제의 총괄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충격이었다. 이는 전혀 알지 못하는 내용이었다. 미국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이다. 미국 중심의 제국주의 세계질서 유지에 한국은 언제든지 활용될 수 있는 바둑돌의 처지다.
한미간의 관계 문제, 특히 정치·군사적인 관계문제에 있어 역사적 경험과 구체적 현실과 사례를 서술한 글들을 읽고 종합적으로 내린 결론은 한국은 미국의 <식민지>가 맞다는 것이다. 신식민지, 구식민지 등의 구분은 본질이 아니다. 본질은 식민지다. 한미관계에 있어 한국의 주권은 철저히 봉쇄당했고, 지금껏 당하고 있다. 이렇게 예속적인 관계를 두고 식민지 말고는 어떤 표현을 쓸 수 있겠는가.
필자는 한미관계에 미국의 제국주의적 속성이 모조리 담겨 있다고 본다. 제국주의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과 특징을 판단하는데 있어서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한미관계에 현대 제국주의의 징표는 모두 담겨있다고 본다. 바로 미국과 같은 국가가 제국주의 국가다.
레닌은 제국주의론을 통해 자본주의의 발전단계에서 발생하는 특수성을 찾아내고 면밀히 분석하였다. 본인도 밝혔듯이 짜리즘 체제의 검열과 탄압을 고려하여 경제적 측면에서 제국주의 이론을 서술했음을 밝힌 바 있다. 또한 레닌은 경제적 측면을 중심으로 분석한 제국주의 5대 표지를 적용함에 있어 입체적이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파한 바 있다. 특정 어느 하나의 표지에 근거하여 분석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라 하겠다.
독점자본, 금융자본의 등장과 과두제, 자본수출, 국제적 독점자본의 출현과 영토적 분할과 재분할이라는 레닌의 제국주의 5대 표지에 근거해서라도 미국은 하나도 빠짐없이 그에 부합한다고 하겠다.
흔히 2차 세계대전 이후 제국주의 국가들의 영토적 분할과 재분할은 완료되었다고 본다. 이런 영토적 분할과 재분할은 필히 식민지 피억압 국가와 민족을 양산하는 바, 이는 수위는 다르겠으나 강력한 반제자주적 저항이 동반되며, 역사성을 갖게 되고 수면위로 올라오지 않더라도 사회에 내재되어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저항은 아프리카, 남미와 중동, 아시아에서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필자는 레닌이 밝힌 제국주의 5대 표지와 더불어 제국주의 유무를 논하는데 핵심은 타방(국)에 대한 자주성 침해, 유린의 유무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현장과 광장 11호에서 폭로하는 한미관계를 보면 명확하다.
미국은 폭력적 핵을 앞세운 군사력과 폭력적 기축통화인 달러를 양대 축으로 각종 정치, 경제, 군사 기구를 결성하고 세계 도처에 미군기지 배치로 타방(국)의 자주성을 심각히 유린해 왔다. 조작과 날조, 착취와 억압, 폭력을 동반한 자주성의 침해 유무가 제국주의 판단의 핵심이라 판단한다. 반제자주투쟁의 역사는 1, 2차 세계대전 과정에서, 그리고 그 이후에도 단 하루도 멈춤없이 지속되었다.
특집란 마지막에 수록된 ‘현시기 제국주의 세계질서’라는 글은 소위 ‘제국주의 피라미드론’에 동조하며 이를 설파하는 글이다. 필자는 이 글의 정세분석과 논리 전개에 반대한다. 반제를 이야기하지만 현시기 반제투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미제국주의 지배질서에 복무하거나 복무하게 되는 정세분석과 이론이다. 독점자본, 금융자본, 자본수출을 중심으로 제국주의 판단의 기준으로 삼고 이에 근거하여 상,중,하 위계가 있을 뿐 모두 제국주의라는 정세인식은 반제자주투쟁에 있어 몰역사성을 반영한다.
미국 중심으로 형성된 제국주의 질서에 저항하고 이를 파괴하려는 반제자주 투쟁은 진행 중이다. 이 질서를 깨기 위해 현실사회주의 국가를 중심으로 반제자주전선은 형성, 강화되고 있다. 이 전선의 주요 부분을 담당하는 중국에 대해 미중패권 경쟁이라는 명칭을 붙여가며 제국주의 국가간의 패권경쟁이라 호도하는 것도 제국주의 피라미드론이다. 중국, 러시아 등이 제국주의라는 논리는 최근 미제국주의자들이 설파하는 논리이기도 하다. 당장 최근에도 미국 국방장관이 직접 나서서 중국에 대해 패권국, 아시아 침략 운운하며 동맹국에게 국방력 강화와 방위비 증액을 요구했다. 제국주의라는 말을 패권이라 대체한 것 뿐이지 제국주의라는 것이다. 아시아 뿐만 아니라 세계 도처에서 전쟁의 먹구름을 불러오는 것은 미제국주의자들이지 중국, 러시아가 아니다. 그럼에도 제국주의피라미드론에 근거한다면 미제국주의의 폭력을 담당하는 국방장관의 논리는 정당화 되거나 잘해도 미중 양자에 대한 양비론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게된다.
식민지 없는 제국주의 없었다.
침략과 침탈 없는 제국주의도 없었다.
자주성 유린 없는 제국주의는 없다.
미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 민족을 정치, 경제, 군사, 문화적으로 침탈하고 장악하여 자주성을 심각히 유린하는 제국주의 국가다.
국제적, 계급적 연대도 이 관점에서 구현, 실행해야 한다고 느낀 현장과 광장 11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