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188호 10-3 “개‧돼지와 기생충의 왕국”에서 “인간의 왕국”으로!

이;현숙 ㅣ 자유 기고가

의사증원문제를 둘러싼 잡음, 이른바 “의정갈등”이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의사‧의대생 게시판에 국민을 “개‧돼지”로 비하하고 조롱하는 글이 올라와서,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충격”을 줄 만한 내용인가?

“자본가는 [노동자의:인용자] 노동력의 하루 가치를 지불한다. 그리하여 그 노동력의 사용은, 다른 모든 상품들, 예컨대, 자본가가 하루 동안 임차한 말의 사용과 마찬가지로, 그날 하루 동안 자본가 계급에게 속한다…. 자본가의 입장에서는, 노동과정은 단지 자신이 구매한 하나의 상품인 노동력의 소비일 뿐[이다]. ”, (칼 맑스, <자본론> 제1권 중에서)

자본주의적 생산에서, 임금노동자는 하루 하루 자신의 노동력상품을 팔아, 임금을 받아서 먹고 산다. 자본가는 노동력상품을 구매했으니, 그 노동력상품은 다른 여타 물질적 상품과 동일하게 자본가의 것이다. 그런데 노동력상품은 노동자와 분리될 수는 없으니, 결국 노동자 자체가 여타 물질적 상품과 동일하게 취급된다. 결국 자본가의 입장에서, 노동자는 “하루 동안 임차한 말”과 같다. 이것은 자본주의적 생산의 원리이고, 결국 자본주의 사회의 원리이다.

“개‧돼지 발언”에도 원조가 있다. 지난 2016년 나모씨라는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고 했다. 그가 교육부 고위관료라는 것이 흥미롭다. “교육부”, 즉 노동력상품 생산부는 자본가에게 양질의 착취재료(노새처럼 강인하고 온순해야 한다)를, 가장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이 목표이다. 그래야 저임금-고이윤이 가능하다. 당시 정부 인사혁신처는 나모씨에 대해 파면결정을 내렸다. 아마도 “천기누설-이적표현”이 그 죄목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그 파면결정은 법원에서 취소되어, 복직(2018년)되었다. 총자본의 이성인 “자본의 법정”으로서는 합리적인 판단으로 보인다. 그리고 지배계급에게 “민중은 개‧돼지”는 상식이다.

“민중”의 삶을 보자. 오토바이 배달을 하다, 교통사고로 지난 8월 25일 사망한 사람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그가 배달 일을 시작한 때는 2016년이었다. 개인 사업에 실패해 머물 곳이 없어 찜질방에서 몰래 빨래를 하며 살았다고 한다. 이때부터 고인은 배달 일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주 7일, 주말도 없이 아침 9시부터 새벽 3시까지 하루 최소 100건의 배달을 했다. 일일 평균 250km가량을 달렸다. 서울에서 강릉 거리다.

하루 수면 시간은 5시간 남짓. “잠은 부자들을 위한 것”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며 배달을 했다. 인천 일대 지리를 완전히 암기했고 인근 가게 1000곳의 주소를 알고 있다고 주변에 자랑했다. ‘배달 콜’을 잡으려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던 왼손은 한여름 뙤약볕에 검게 타버렸다. 끼니는 오토바이 안장 위에서 에너지바, 단백질 음료 등으로 때웠다.

이런 고된 삶에 고인의 몸 여기저기가 고장났다. 생전 뇌종양·백내장·우울증을 앓았다. 뇌압(腦壓) 상승을 방지하는 약물 등 하루 30알 넘는 약을 먹었다. 백내장 증세를 숨기려 렌즈를 착용하기도 했다. (김도연 기자, <조선일보>, 2024.8.29. “잠은 부자들을 위한 것”… 하루 17시간 달렸던 배달 맨의 죽음, ‘매출액 전국 1위’ 라이더 전윤배씨 영결식)

<조선일보>는 친절하게도 같은 날 (8월 29일) 기사에 “고귀하신 분들”의 삶도 보여준다.

“최근 증권가에선 ‘부자 중의 부자’로 불리는 패밀리오피스 고객을 잡기 위한 열기가 뜨겁다. 패밀리오피스란, 부자 고객 자산 관리를 하는 PB(프라이빗 뱅커) 개념이 확장된 것으로 거액의 금융 자산을 가진 고객들에게 법무·세금·승계까지 종합 자산 관리를 하는 것이다. … 2020년 가장 먼저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시작한 삼성증권의 가입 기준은 1000억원 이상에 달하지만, 최근 대상이 100가구를 넘었다. KB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등도 모회사인 금융지주와 연계해 패밀리오피스를 운영 중이다… 최근 증권사들의 패밀리오피스 사업이 커지는 것은 젊은 부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KB금융경영연구소의 ‘2023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금융 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부자는 2023년 45만6000명으로 전년보다 7.5%(3만2000명) 늘었다. … NH투자증권이 30억원 이상 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를 분석한 결과, 주식이 44%로 가장 많았다.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은 약 20%, 금, 현물 등은 1%도 되지 않았다. (이혜윤기자, <조선일보> 2024.8.29. “부자 중의 부자를 모신다… 패밀리오피스를 아시나요”)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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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엥겔스는 이러한 “귀하신 분들”, 즉 놀고 먹는 기생충들을 위해 다음과 같은 말을 준비해 두었다. [생산이 거대한 규모로 성장함에 따라] “자본가의 모든 사회적 기능[관리‧감독: 인용자]들은 이제 봉급을 받는 직원들에 의해 수행된다. 자본가는 이제 수입을 챙기는 것, 이자표를 끊는 것, 다양한 자본가들이 서로 자본을 뺏는 증권거래소에서 투기를 하는 것외에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는다.” (엥겔스, <유토피아에서 과학으로 사회주의의 발전> 중에서)

“개‧돼지와 기생충의 왕국-필연의 왕국”에서, “인간의 왕국-자유의 왕국”으로의 도약은 언제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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