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떠나시는 날 서글피 겨울비가 내립니다
청년 학생들이 가슴에 품은 만장(輓章)이 가득한
전교조울산지부 운동장에서
당신을 떠나보내는 노제가 서러웠습니다
당신의 참교육이, 당신의 노동해방이
살아 숨 쉬었던 그 자리, 전/교/조에서
참았던 눈물이 복받쳐 올라 기어이 우리는 목 놓아
통곡을 하고야말았습니다
손목 잘린 제자의 손목을 부여잡고
노동전선에 들어선 당신
동지들의 부름 앞에
그저 조건 없이 화답하고
칠흑 같은 어둠의 시대에
정면으로 맞서다
인간해방을 향한 행진이 가로막힐 때
다시 골목으로, 대중 속으로,
민중의 가슴 속으로
저벅저벅
걸어 들어섰던 당신
당신의 잰걸음마다 새겨진
그 처절한 고독과 불멸의 희생 앞에
그 고귀한 헌신과 운동정신 앞에
우리는 절로 고개 숙여 경배 합니다
간 밤
당신 생일에 올려야만 했던
교육, 노동, 민주화운동의 큰 산
노옥희, 당신을 향한 시민추모제에서도
사람들은 당신을 향한 그리움으로,
당신을 잃은 원통함으로,
당신을 외롭게 했다는 미안함으로,
안타까움으로,
시대의 역류와 퇴행에 대한 분노로,
비탄과 참회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손에 받쳐 든 그 소중한 촛불들은
불꽃같은 삶,
그리운 당신을 향한 정중한 경배였습니다
금속노동자 20만 총파업 성사!
함께 투쟁하고 함께 승리하자!
푸른 조끼 입은 현대차 현대중공업
노동형제들이 수도 없이 도열한
아침 발인식 때에도
쉼 없이 눈물들이 흘러내려
초겨울 대지를 적시고
울산교육청 영결식장에서도
당신의 영정을 향해 울부짖는
어린 제자의 호곡(號哭) 앞에
인산인해 그 아픈 눈물들이 강물되어
한사코 낮고 낮은 세상으로 흘러내려간
당신의 거룩한 행적을 더듬고
당신의 고요한 목소리를 기억하고
천불천탑 미륵불같은
당신의 온화한 얼굴을 떠올리고
먼 길 떠나시는 당신
두 손 꼭 잡고 놓지 않으려 애를 썼습니다
아직
우리는 당신을 차마
이렇게 보낼 수 없습니다
너무나도 가슴이 아프고 너무나도 안타깝고
너무나도 비통 합니다
2020년 9월 대법원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 판결이
확정되고 난 직후
울산지부장 도상열 동지 초청으로
언양 도동에 모인 동지들
우리는 끝내 승리했다!
법외노조 취소!
원직복직 쟁취!
동지들 자축의 자리에
바쁜 일과 마친 당신은 기꺼이 합석해
축하의 말씀 해주셨습니다
우리는 당신의 가슴 설레는
진보교육감 운동에 감사드렸습니다
산적한 과제와 새로운 도전 앞에
서슴없이 전진하는 당신
진보의 표상으로 자리잡아가는
당신이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런 믿음직한 당신을
진정한 진보교육감 당신을
우리는 이렇게 떠나보낼 수 없습니다
하여
살아 숨 쉬는 교육
노동인권, 평화, 평등교육
생명의 길 개척해 온
당신을 보낼 수 없는 우리는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당신
고국 잃은 아프간 아이의
손을 잡고 교문을 들어서는 당신
고교평준화, 무상급식, 무상교육의 실천으로
미래교육의 나아갈 바를 입증하고
한사코 현장의 교사들을 개혁의 주체로 섬기고
아직 미진한 변화의 언저리에
힘을 실어주실 당신
노동, 인권, 민주, 생태 삭제하는
반노동반인권반민주반생태 반교육 정권과
예산 삭감으로 진보 대장정의 발목 잡는
정치 모리배들의
협잡과 퇴행에 대한 분노 삭이며
불면의 밤 하얗게 지새우며
2기 진보교육감 시대를 열어왔을 당신
당신의 한없이 고단했을
고독하고 숨 가쁜 행진을
오래토록 기억하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하여
결단코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은 교육
존재 그 자체로 존엄한 아이들의
변화와 성장을 촉진하고
존귀한 생명 갉아먹는
한 줄 세우기 입시경쟁을 철폐하고
성적 비관 자살이 없는 나라
대학까지
무상화 평준화를 이루어내고
사람이 중심에 서는 교육
찬란한 교육혁명의 시대를
열어나가겠습니다
한 명의 노동자도 포기하지 않는 나라
노동자가 자랑스러운 나라
노동하다가 생명을 잃지 않는 나라
노동자가 스스로 계급정치의 중심에 서는 그 날
권력의 중심에서 세상의 올바른 변혁을
주도하는 그 날 향해
뚜벅뚜벅 걸어 가겠습니다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한 길
함께 승리하는 길로
이어 가겠습니다
참교육의 표상
노동자의 벗
민중의 희망
당신의 길을 따라
교육혁명 노동해방 인간해방
그 날까지
묵묵히
당신과
함께 걸어가겠습니다
존경하는 노옥희 동지!
이제 무거운 짐 내려놓으시고
편히 쉬소서
쉬시다가 가끔씩
내려 오소서
척박한 노동의 대지
적셔주는
생명의 봄비로 내려 오소서
어느 시골 작은 초등학교
잔디밭 운동장에 뛰노는 아이들
가느다란 어깨 위에
따스한 햇볕 한 줌으로
내려오소서
간절곶 동해 바다
휘황하고 장엄한 일출로
매일 매일
다시 오소서
칠흑 같은 밤
동해 바다 귀항하는
어부들의 길벗
울기 등대 불빛으로
돌아 오소서
태화강 물줄기 덮어버린
짙은 안개 걷어내는
싱그런 샛바람으로
날아 오소서
그 어느 곳
그 어느 때
당신을 기다리는
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서 있을 것입니다
당신을 한없이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거기에 서 있을 것입니다
2022.12.12.
‘울산 교육,노동,민주화운동의 큰산’
노옥희 교육감 시민사회장에 다녀와서
조창익 올림
One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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