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145호 8-3 세종호텔 투쟁

고진수 l 세종호텔 지부

세종호텔은 올해 57년째 서울 남산아래 명동에서 영업을 해온 4성급 호텔이다. 세종대학교 대양학원 재단이 100%지분을 소유한 수익사업체이고 법인명은 세종투자개발(주)이다. 세종호텔노동조합은 설립된지는 30년이 넘었고 한국노총소속으로 지내왔고 2011년 복수노조법이 시행되면서 세종호텔노동조합은 10월달에 상급단체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으로 가입 하게된다. 그리고 새롭게 사측에 지원으로 만들어진 어용노조인 세종연합노동조합이 기존에 세종호텔노동조합이 탈퇴한 한국노총소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세종호텔은 객실 수가 333실에 이르고 한국최초의 한식뷔폐인 은하수식당과 양식당. 일식당. 연회장과 외식사업체도 여러 곳을 운영해왔다. 2000년 초반부터 직원수는 250~280명 수준으로 지속되어 왔고 대부분 부서들이 외주화 없이 직접고용으로 유지되어 왔다.

2000년 호텔 3사(힐튼.롯데.스위스그랜드) 파업이후 빠르게 룸어텐던트와 시설부 등의 외주화가 진행될때 2004년 주명건(당시 세종대학교 재단이사장)도 세종호텔 직원들의 고용형태를 외주하청소속으로 바꾸려는 시도를 했었다. 하지만 교육부 감사결과 113억원에 이르는 회계부정으로 이사장에서 해임되고 세종호텔에도 새로운 대표이사가 오게 된다. 15년간 노조위원장을 하던 사람이 총무팀장으로 가고 김상진동지가 위원장을 하면서 노조간부들도 많이 바뀌고 노동조합이 조합의 역할을 조금씩 찾아가게된다. 계약직은 정규직 전환을 하고 임금도 10%이상 인상하고 고용도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된다. 이명박정부가 들어서고 사면복권된 주명건이 2008년 세종호텔 회장으로 들어오면서 간부급 직원들을 포섭해 나갔고 교섭에서 구조조정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노조는 고용안정을 보장하고 단체협약을 지키기위해 물러섬없이 나갔지만 내부의 직원들간의 갈등을 경영진과 간부들이 인사권을 이용해서 유발시키는 과정이 지속되었다. 주명건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있는 다수의 직원들도 당장 눈앞에 불이익을 염려하며 경영진들의 이간질에 녹아들어 노동조합으로 단결되는힘이 부서별로 간극이 생기기 시작한다.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전환배치를 통한 노조간부에 대한 탄압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단협에 명시된 계약직1년후 정규직전환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무기계약직으로 유지를 시도했다.

2011년 7월 복수노조법 시행과 동시에 어용노조가 만들어 지고 현장의 주방장과 지배인 등 간부들이 노조가입서를 직원들에게 내미는 과정에서 거부하기가 쉽지 않게된다. 그런 과정에서 어용노조가 빠르게 다수가 되고 교섭권을 가지고 있던 세종호텔노동조합은 10월달에 상급단체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으로 변경하고 파업을 준비했다. 쟁의행위절차를 거쳐 2012년1월2일 파업에 돌입했을때 이미 어용노조가 187명이 되었고 세종호텔노동조합은 50여명이 남고 그중에서 40여명이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탄압 중단과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걸고 38일간 파업을 진행했다. 구사대가 된 직장동료들과 싸워가며 투쟁해 갔지만 소수가 된 노조에서 사측을 압도할만한 파업의 효과는 만들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도심속 호텔 사업장의 파업에 많은 연대단위들이 함께 해주었고 특히 다수의 투쟁사업장 공동투쟁단의 연대는 사측이 압박을 받을만큼 힘있게 진행되었다. 이후 두번째 공동투쟁단 결합을 앞두고 사측과 교섭을 통해서 파업을 마무리하게 된다. 4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받아 냈지만 부당전보에 맞서 투쟁한 노조간부들의 징계는 받아들이는 것으로 38일간의 파업은 마무리되었다.

이후 현장은 어용노조가 교섭에서 이전에 쌓아놓은노동자들의 이익을 위한 단체협약의 결과들을 사측에게 무더기로 내어주는 과정의 연속이 된다. 일부 과장급이상 실시하던 연봉제를 계장급이상으로 확대하고 이면합의로 임금을 최대 30%까지 증액하거나 삭감할수 있도록 합의해주며 곧바로 계장급이상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30% 임금삭감에 대한 위협과 전환배치를 비롯해서 모든 인사적 조치를 동원하겠다는 협박에 6개월의 위로금을 받고 퇴직을 신청할수밖에없는 직원들이 대상자들의 절반을 훌쩍 넘게 된다. 연봉제는 임금삭감조항뿐만 아니라 포괄임금제를 적용시켜서 각종 수당들을 임금에 포함시켰다. 12시간 연장. 8시간 야간. 8시간 휴일을 포함시켜 장시간 노동을 해도 수당을 받기 어렵게 하고 신입 계약직 직원들은 수당을 포함시킨 포괄임금제로 실질적으로 최저임금을 약간 넘는 저임금 구조로 장시간 노동을 하지 않으면 생활임금을 받기 어렵게 만들었다.

2 년뒤에는 연봉제를 전직원으로 확대하고 민주노조원에 대한 임금삭감을 노골적으로 했고 일부 어용노조원들도 부당노동행위를 피하기 위해 포함시켜 삭감해왔다. 그렇게 상시적인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소수노조로 교섭이 막혀있는 상황이 지속되었고 호텔앞 집회와 내부 선전전은 계속 진행했지만 사기가 꺽인 노동자들이 당장의 불이익을 감수하며 민주노조를 선택하게 만드는 데는 한계가 많았다. 과정에서 부당전보를 거부하고 투쟁한 전위원장이 해고를 당했고 복직투쟁과 민주노조 사수를 위한 투쟁이 10년 가까이 지속되어왔다. 현장의 부서들이 하나씩 외주화되었고 구조조정 된 자리들은 비정규직이나 하청업체 소속으로 늘어만 가게된다.

호텔에서 수익이 나면 호텔의 자회사의 지분을 늘이는데 사용하고 직원들은 9년동안 한번도 임금을 인상하지 못하고 오히려 삭감되다보니 동결을 다행으로 여기는 과정까지 오게된다.

오랫동안 객실을 증축하는 공사는 진행되어 260실이던 객실이 333실이 되었고 자회사를 통한 내부거래의 의혹도 많았지만 소수 노조의 한계는 있을 수밖에 없었다. 10년전 250명의 직접고용 정규직들이 2019년 130여명의 정규직과 50여명의 비정규직 그리고 30여명의 하청업체노동자들로 고용형태가 악화되고 장시간노동과 저임금,노동강도강화가 만연한 일터가 되어갔다.

코로나로 특히 영업에 직격탄을 맞으며 또다시 희망퇴직 형태로 대규모의 구조조정을 몇차례에 걸쳐 진행하고 계약직 계약해지로 2021년에는 하청노동자 포함해서 전체 직원들이 50명도 남지 않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8년만에 다수노조가 되어 교섭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세종호텔노동조합조합원들 15명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한다. 그렇게 호텔에 남겨진 정규직은 이제 23명이 전부이다. 12월 10일부로 정리해고 된 해고자들은 복직을 통해서 민주노조 사수를 하기위해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했지만 호텔이 영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고자 복직없이 영업정상화는 있을수 없다는 각오로 투쟁할 것이다. 그리고 세종노조가 정리되면 하청업체 지분을 소유한 주명건이 꿈꾸는 노조없는 하청업체로 고용형태가 완성되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더욱더 일터를 지키기위해 투쟁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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