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민주노총 10.20 총파업투쟁의 의미와 그 정치적 전화 – 불평등체제 타파를 향한 대투쟁의 서막

양동규 | 민주노총 부위원장

들어가며

2021년 10월 20일 불평등체제 타파를 내걸고 민주노총 총파업이 전개되었다. 2020년 초 시작된 코로나19는 노동자의 고용을 파괴했고, 투쟁까지 가로막았다. 10.20 총파업은 어느 때보다 어려운 조건에서 전개되었다. 민주노총의 10.20 총파업은 문재인 정부 반노동에 대한 심판이며 코로나19로 인한 생존권과 기본권의 억압에 대한 저항이다. 지난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서 양경수 위원장은 문재인의 반노동정책과 코로나19가 심화시킨 불평등체제 타파를 위한 총파업 수행을 공약한 바 있다. 하지만 21년 총파업은 의례적인 총파업도 아니고 양경수 위원장의 공약이라서 전개되는 것만은 아니다.

지난 해 2월부터 유례없는 코로나19 펜데믹이 몰아쳤고 항공, 공항, 관광 면세점, 다수의 특수고용 노동자, 자영업들의 대면노동 중단은 임금의 축소, 고용 파괴로 파급되었다. 한국 정부는 대규모 코로나 진단검사와 격리통제를 통한 방역 성공을 낙관하고는 백신 도입을 등한시 했고 코로나는 4차 유행까지 치달았다. 공항, 항공노동자들은 무급휴직과 정리해고로 내몰렸다. 문재인 정부는 감염병 49조를 내세운 집합 금지 조치로 모든 집회를 봉쇄하며 기본권을 억압했다.

지난 임기 동안 노동공약을 철저히 파기하면서 친재벌 반노동 정책을 노골화했던 문재인 정부는 2020년 코로나 19가 발발하자 노동자의 양보를 요구하는 ‘코로나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화’를 추진했다.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이 이에 부응하면서 잠정합의안을 가져왔으나 민주노총 대의원은 이를 부결시켰다. 고용유지를 위한 자본과 정부의 대응은 추상적 문구로 정리된 반면, 노동자의 자제와 양보는 구체적으로 명시된 노사정합의는 거부되었다.

코로나19가 해를 넘겨 지속되면서 노동자의 고통은 심화되었다. 민주노총은 2021년 노동할 권리와 노조할 권리를 요구하고 투쟁해야 했다. 7월 3일 종로 3가에 운집한 조합원의 모습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겠다는 민주노총의 의지 그 자체였다. 문재인 정부는 어떠한 감염 전파도 없었던 평화적인 집회를 이유로 민주노총에 경찰력을 투입하여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을 구속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민낯을 보여준 사건이었고 전 세계 노동자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동안 두 명의 민주노총 위원장을 구속한 정권이 되어버렸다. 노동존중이라는 허울마저 벗어던지고 자신의 계급적 본질을 선명하게 드러낸 것이다.

1. 민주노총이 10.20 총파업투쟁에 나선 이유

총파업은 노동조합이 일반적으로 자신의 정치경제적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언제나 구사할 수 있는 방어적 수단이다. 그래서 자본의 힘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조차 헌법과 법률로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발생 이후 미국 등지에서 비정규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이 터져 나오기도 하지만 총연맹 단위의 전국적 총파업을 전개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렇듯 총파업이 노동조합 총연맹의 일반적인 투쟁의 수단이지만 완강한 대정부 총파업이 드문 세계 노동운동의 상황에서 2021년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전개한 정세적 근거는 사뭇 남다르다.


민주노총 총파업 2021년 10월 20일 서대문 사거리

1) 문재인 정부의 반노동 기조 심판

10월 총파업은 문재인 정부의 공약 파기와 반노동 정책에 대한 노동자의 심판이다. 임기 동안 문재인정부는 공약파기와 반노동 기조를 노골화했을 뿐 아니라 결국 자신의 정치적 목표 실현에도 실패하고 말았다. 문재인 정부는 핵심 정책 기조로 소득주도성장과 공정성장, 일자리정부를 자임했으나 소득 주도도 실종됐고 성장도 실패했다. 노동자의 소득은 늘지 않았고 빈부격차는 심화했다. 문재인정부는 일자리정부를 표방했지만 정규직 일자리는 파괴되었고 청년실업은 증가했다. 무려 120조가 넘는 일자리 예산이 투입되었지만 일자리는 늘지 않았다. 자신이 강조했던 가치인 공정의 가치는 땅에 떨어졌고 청년들도 등을 돌렸다. 특히 한국사회 최대 과제인 노동문제에서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의 허울을 벗어던지고 이전 정부와 하등 다를 바 없이 노동탄압, 재벌존중 정부로 마감하게 되었다.

첫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약속했으나 차별 없는 정규직화가 아니라 자회사라는 또 다른 용역회사 설립으로 호도하고 노동자의 처우는 달라지지 않았다.

둘째, 최저임금 3년 내 1만원 달성을 공약했지만 곧 바로 자본의 저항에 밀려 공약을 파기했고 심지어 상여금, 복지비를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개악까지 강행했다. 2021년은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생존권을 위협받는 최저임금 노동자 보호를 위해 공약을 달성할 마지막 기회였다. 그러나 2022년 최저임금마저 1.5% 인상에 그치면서 문재인 정부의 5년간 평균 최저임금 인상율은 7.2%를 기록했다. 이것은 박근혜 정부의 평균 최저임금 인상율 7.4%에도 못 미치는 결과이다.

셋째,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 노동시간을 1800시간으로 단축하겠다고 공약했다. 그 일환으로 취임 초기 법 개정을 통해 주 52시간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곧바로 자본의 반발에 밀려 탄력근로제 개악을 강행했고 52시간제는 무력화되었다. 결국 68시간까지 연장할 수 있는 장시간 노동의 길을 열어주었다. 과로사 산재사망을 줄이기 위한 52시간제도 도입의 취지는 무색해졌고 과로사는 줄어들지 않았다.

넷째, 산재사망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도 공염불이 되었다. 지난해 택배, 조선소, 항만에서 속출했던 사망사고에 여론은 들끓었다. 노동자들은 더이상 일하다 죽을 수 없다고 절규했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는 장기 단식투쟁으로 확산되었다. 민주노총도 전태일 3법 제정을 요구하며 지난해 하반기 총력투쟁을 전개하였다. 그러나 국회와 정부는 노동자 시민 10만 명이 발의한 국민발의입법청원법안을 검토하지도 않은 채 환노위 주도로 법안은 처리되었다. 법은 50인 이하 사업장 적용을 유예했고 5인 이하 사업장을 아예 제외해 버렸다. 결국 법안명에서도 ‘기업‘이 빠진 중대재해처벌법은 미완의 법이 되었고 이러한 허점을 비웃기라도 하듯 사망사고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다섯째, ILO 기본협약 비준에 걸맞게 후진적 노동법제에 대한 개정을 외면했다. 경제 규모 10위의 한국을 유엔 UNCTAD는 선진국으로 규정했다. 문재인 정권은 국제기구가 오랜 기간 OECD 평균 수준의 노동조건과 노동법 체제를 갖추라는 권고를 묵살했다 그 결과 한국은 OECD 최장의 노동시간, 저임금, 최대의 산재사망율, 1천만 명 비정규노동 등이라는 야만적인 노동실태가 지속되고 있다.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노조할 권리의 보장, 사용자성의 확대, 교사·공무원의 노동 3권등을 묵살했다.

여섯째,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던 문재인 정부의 최대의 실패는 일자리정책이다. 문재인 정부 4년간 매년 평균 20조 이상 무려 100조가 넘는 일자리예산이 투입되었고 2021년에도 30조 6천억이 편성되었다. 창업지원, 직업훈련 등에 많은 예산이 투입되었지만 늘어난 일자리는 단시간 일자리, 기간제 일자리에 그쳤고 안정적이고 질 좋은 일자리는 늘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지엠, 조선산업 등에서 구조조정, 공장폐쇄가 강행되면서 정규직 일자리는 파괴되었다. 그 결과 유사 잠재 실업을 포함하면 일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하는 노동자가 408만 명에 이른다는 언론보도는 문재인 정부 일자리정책의 허구성을 말해 준다.

2. 문재인정부의 실패와 보수 수구세력의 부활

한국 정치에서 윤석열과 최재형의 등장은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 감사원장이 문재인 정부 극복을 외치며 대선 후보로 나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만든 퇴행하는 대선판은 한편의 비극이자 희극이 아닐 수 없다. 그토록 공정을 강조했던 문재인 정부가 조국 사태에 대응하는 과정은 이들 모두가 편법에 기생하는 지배세력의 일원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1) 재벌을 사면하고 노동자 대표를 구속하다.

촛불 항쟁의 힘으로 당선된 문재인정부는 무엇보다 우선 정경유착, 산재은폐, 분식회계 등으로 축재한 재벌들의 책임을 묻고 불법부당한 축재의 사회환원 조치를 단행해야 했다. 최소한 재벌의 사내 유보금을 투자로 유인하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도록 압박해야 했다. 저임금, 불법파견 노동, 산재사망 등을 방치해 온 재벌을 단죄하고 책임을 물어야 했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는 국정농단- 뇌물 수수, 분식회계 등으로 경영권 승계를 획책한 삼성 이재용을 사면해 주었다. 문재인 정권은 단 2건의 평화적 집회를 했다는 이유로 민주노총 사무실을 침탈하고 위원장을 구속하는 폭력적 노동탄압을 자행했다. 문재인 정부의 계급적 본질을 여지없이 보여 준 사건이다.

2) 코로나19 감염병 대응 실패와 책임 전가

1년 9개월이 넘게 지속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대면노동중단, 특수고용노동과 자영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고 생존권의 위기로 내몰렸다. 용돈 수준의 재난 지원금을 정치적 수단으로 삼았다. 여행과 운항의 중단으로 다수 항공산업 노동자들은 반실업상태로 내몰렸다. 이탈리아의 경우 일시적 해고를 금지했고 경영난에 몰린 알이탈리아 항공사를 국유화했다. 여러 나라에서 재난시기 기간산업의 일시적 국유 조치를 단행하여 정부의 지원으로 고용을 유지 하였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항공산업에서 정리해고를 방치했고 오직 재벌을 지원하는데 급급했다.

코로나19는 공공의료 체제의 전면적 강화를 요구했다. 현재 한국의 공공의료기관은 기관 수 대비 5.6%, 병상 수 대비 10.4%에 불과하다. 심각한 생태계 교란에 기후위기가 작용할 경우 앞으로 더욱 심각한 감염병 펜데믹이 닥칠 수 있다. 이렇게 부족한 공공의료체계로는 감염병 펜데믹을 감당하지 못하고 대규모 인명 손실을 부를 수 있다. 공공의료의 비중을 30% 이상으로 높여야한다고 보건의료운동진영은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코로나19 사태는 돌봄노동에 대해 사회적 의미를 갖는 영역으로 재규정하고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함을 요구하고 있다. 공공의료와 돌봄 노동에 청년노동자들이 진입할 수 있도록 높은 수준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부여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의료체계와 사회적 돌봄시스템을 강화할 절호의 기회를 상실하고 말았다.

3) 노동운동과 기본권 탄압

노동탄압 감염병 위반을 이유로 한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은 문재인 정부의 민낯을 보여주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야외 감염율은 0.1%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말해주듯이 코로나 19 방역실패를 민주노총 집회에 덧씌워 위헌적 탄압을 자행했다. 생존권 위기에 처한 노동자의 목소리를 짓누르고 정치적 반대 세력에 대한 반민주적 탄압이 횡횡했다.

4) 기만적 기후위기 대응

11월 1일 문재인 대통령이 영국 글래스고에서 행한 COP26 정상회의 기조연설은 기후위기 운동단체로부터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첫째, 문대통령은 한국이 2030 NDC를 2018년 대비 40% 이상으로 과감하게 상향했다고 말했다. 종전 목표보다 14% 상향한 것이라지만, 한국이 2018년까지 계속 온실가스 배출을 늘려온 탓에 감축 목표가 더 적극적인 것처럼 보이는 착시 효과를 포장한 것일 뿐이다. 더구나, 2018년 대비 40%는 불확실한 네거티브 배출 기술과 국외감축분을 제외하면 사실상 30% 수준이라는 것을 국제 사회가 알아차리지 못하기만 바라는 조삼모사 발언이다.

둘째, 문대통령은 “한국 국민들은 바로 지금 행동할 때라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렇게 미온적인 목표와 무책임한 수단에 동의하거나 결정한 적이 없다. 기업 대표들로 가득한 탄소중립위원회가 밀실에서 비민주적으로, 무책임하게 결정한 것이다.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도 국민들이 참여할 기회는 없었다.”(2021. 11. 2 기후위기 공동행동 비판성명)

이렇게 문재인 정부는 말로는 탄소배출 감축을 말하면서 탄소 배출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삼척,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짓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들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공약하는 등 탈탄소 산업전환과 거리가 먼 행동으로 전세계를 기만하고 있다.

3. 체제전환을 위한 10.20 총파업의 정치적 전화

코로나19는 노동자·서민의 삶을 흔들고 위협했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응도 불평등했고 결과도 불평등했다.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었으나 부자의 자산은 증가했다. 부동산 불평등은 심화되었다. 코로나19의 위력 앞에서 4차산업혁명을 구가하던 현대 자본주의는 비틀거렸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감염병이라는 엄혹한 상황에서도 반노동 친재벌의 계급적 본색을 가감없이 발휘하며 민주노총을 탄압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자들 역시 한 치의 물러섬 없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려 분투했다. 그것이 바로 10.20 총파업이다. 코로나19와 같은 폭압적 통제 상황에서도 한국의 노동조합운동은 투쟁을 필요할 때 투쟁할 수 있다는 것을 당당히 보여주었다. 그러나 10.20 하루 총파업만으로 국가 권력이 지탱하고 있는 불평등체제를 뒤흔들 수는 없다. 10,20 총파업의 울림으로 더 넓고 깊은 투쟁의 파장을 만들어야 한다.

10.20 총파업은 불평등체제 타파 투쟁의 서막이다. 10.20 총파업이 제기한 노동자의 요구를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키고 더욱 큰 사회적 울림으로 이어내야 한다. 민주노총은 10.20 총파업으로 얻은 자신감으로 11월 13일 전국노동자대회를 조직해야 한다. 민주노총의 요구를 재천명하고 한국사회를 어떻게 바꾸려 하는 것인지를 선언해야 한다. 이 투쟁은 1월 민중총궐기 투쟁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일련의 투쟁만으로 공고한 불평등체제는 쉬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22년은 불평등체제를 흔들고 체제전환을 향한 큰 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 바로 그것을 위해서 10.20 총파업은 정치 투쟁으로 전화되어야만 한다. 차기 집행권력을 놓고 다투는 22년 대선 국면이 바로 22년 대투쟁을 매개하는 정치적 투쟁 전선이다.

1) 민주노총 110만이 참여하는 민중경선과 단일 후보운동

자본의 무한이윤추구와 부의 독점이 기후위기와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며 자본주의 체제로는 인류의 생명과 생존을 더는 유지할 수 없다는 체제 변화의 담론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대선판에서 벌여지고 있는 보수양당의 행각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보수 제도권정치의 퇴행과 기득권이 나무하고 있는 지금이 바로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를 진척시킬 절호의 기회이다.

10.20 총파업투쟁은 22년 대선투쟁을 거칠 때 더 상승할 수 있다. 민주노총과 전체 민중의 이름으로 불평등체제 타파를 위한 전망을 제시하고 대선판에 개입해야 한다. 10.20 총파업의 요구는 110만 민주노총 조합원이 참여하는 민중경선으로 더욱 큰 힘을 얻고 2천만 노동자 민중과 만나야 한다. 대선투쟁을 통해 22년 진정한 체제전환을 위한 노동자 대투쟁으로 나갈 발판을 마련함과 동시에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희망을 되살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2) 민중경선과 연합정치로 대선판을 흔들자

민주노총이 10.20 총파업으로 불평등체제를 심화시킨 문재인 정부에 정면으로 맞섰다면, 이제 민주노총 110만 조합원을 플랫폼으로 한 민중경선은 진보.좌파 정당의 대선 단일후보를 만들어 퇴행하는 대선판을 흔들 유력한 전술이다. 만일 5개 진보좌파 정당이 각개 출마할 경우 자기 조직의 목적을 일부 달성할 수는 있어도 공고해지는 보수 양당구도와 퇴행하는 대선판을 흔들기에는 태부족이다. 제기할 의제가 크게 다르지 않은 가운데 공동의 적이 분명하고 단독 대응하기에는 역량의 부족함 있다면 연대연합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실 한국 진보 좌파정치운동에서 연대엽합의 경험은 부재하다. 중남미 유럽의 진보좌파정당 정치에서 연대연합은 매우 일반화된 양식이다. 각각의 정당을 유지하면서도 넓은 연대 전선을 통해 각종 선거에 공동 대응하고 집권에 이르기도 한다. 그 연합은 정세와 입장의 불일치로 얼마든지 해체될 수 있다. 우루과이 진보좌파정당은 광역전선을 구성하여 집권하기도 하고, 스페인 포데모스에는 녹색부터 극좌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정치세력이 참여하여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한국의 진보좌파정치의 현실도 각 정당의 역량과 정세를 감안할 때 연대연합정치 구사는 제 정치세력에게 정치적 의미와 조직적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정의당은 그간 자유주의 세력과의 연대연합으로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민주노총과 같은 기층 대중과 거리두기를 선택하면서 투쟁과 멀어졌다. 그 결과 이념과 노선에서의 후퇴를 가져왔고 실지로 정의당의 전직 의원들이 민주당으로 견인되면서 당 안팎에서 당의 정체성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정의당은 민주노총 110만과 함께 대선을 치르면서 이념적으로 정책적으로 진보정치의 대표적 위상 확보를 꾀해야 한다. 진보당은 통합진보당 해산 등 박근혜 정부의 부당한 탄압으로 큰 고초를 겪었다. 진보당은 부당한 정치탄압으로 잃었던 정치적 자산을 회복해야 한다. 변혁당과 노동당은 좌파정당으로서 사회적으로 위상을 인정받아야 한다. 이렇듯 민중경선과 연합정치를 통한 22년 대선 대응은 모두에게 유리하고 정치적 의미가 있는 것이다.

민중경선의 장은 제 정당이 정치적으로 훈련하고 경험하고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진보좌파 세력이 참여하는 민중경선으로 단일후보 전술을 구사한다면 제 진보좌파 역량의 단순 합산 이상의 정치적 효과와 울림을 만들 것이다. 이번 대선 대응에서 민중경선과 연대연합정치가 실현된다면 대선에 이어 바로 다가오는 지방선거 대응에서도 공동대응을 통해 지역정치 진출이라는 실질적 성과로 연결될 수 있다. 이러한 공동대응의 기운과 신뢰 기반을 구축한다면 2024년 총선을 진보좌파 정치운동의 승부처로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진보좌파 정당과 민주노총은 대선 공동대응을 통해 상호 신뢰를 축적함과 동시에 정당법과 선거제도 개선을 위한 공동투쟁에도 나서야 한다. 주요한 제도 개선 요구는 정당등록 기준을 완화하고, 선거연령을 낮추어야 한다.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와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을 위해 공동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110만 민중경선을 통해 민주노총 또한 많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민중경선의 과정은 110만이 참여하는 정치토론, 정치행동의 장이다. 그를 통해 110만 조합원의 정치의식은 성장한다. 아울러 민중경선의 장은 보수 지배세력과의 투쟁의 장이 될 것이다. 민주노총 전직 위원장들의 민주당 대선 캠프 참가, 민주노총 조합원의 보수정당 경도를 차단할 수 있다.

3) 약간의 문제제기에 대해

한편 대선대응 그 자체에 대한 반대와 민중경선에 대한 일부 동지들의 문제제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 선거투쟁에 대한 원칙적 반대 입장에 대해서까지 답변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아래와 같은 문제제기에는 간략히 답할 필요가 있다.

”당면 정세와 민주노총의 역량상 대선을 감당할 수 있는가, 투쟁을 통한 토대마련이 우선해야 한다, 지난 진보정당운동의 실패에 대한 평가가 전제되어야 한다. 민중경선이 실현되면 좋으나 실현 가능성이 있는가”

노동·민중진영은 80-90 년대 생존권 사수와 대중조직의 유지를 위한 투쟁의 확대와 조직의 확대에 주력했다. 노동·민중진영은 21세기 자본운동의 폐해가 극명하게 대두되는 체제전환기엔 투쟁 전선을 넓혀야 한다.

모든 곳에서 계급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의 전면 개정, OECD 최대의 산재사망, 장시간 노동, 최저임금 제도, 불법파견제와 비정규직의 철폐, 기후위기에 대응할 노동자의 투쟁과 인간다운 삶과 기본권 확장을 위한 모든 투쟁 등은 현장과 의회, 제도와 비제도 영역에서 동시에 벌어진다. 투쟁을 확대하고 토대를 마련한 뒤에 정치투쟁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미 민주노총과 한국의 노동자들은 자본과 정권과 일상적으로 투쟁하는 시기에 살고 있다. 문제는 그 투쟁의 방향이다. 노동·민중 운동은 조합주의과 개량주의에 갇히지 않는 체제변혁의 향한 투쟁을 발전시키기 위해 정치투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정치투쟁을 의회에 가두자는 것이 아니다. 노동운동은 현장과 의회, 거리와 광장에서 이 체제로는 현재의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설파해야 한다. 이일을 지금하지 않고 언제 한단 말인가! 노동·민중운동은 노동자투쟁을 더욱 상승 발전시키기 위해 정치 전선에도 뛰어들어야 한다. 22년 대선 대응은 대선 대응 그 자체에만 목적이 있지 않으며 22년 체제전환을 위한 노동자 투쟁의 매개로 작용할 것이다.

지난 진보정당 실패에 대한 평가 없이 노동자 정치세력화로 나가기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그러나 이미 지난 10년간 민주노총 정치위원회에서 다양한 토론회에서 핵심적 평가는 제출되었다. 투쟁과 정치의 분리, 상층 중심의 정치, 다수파 패권주의, 배타적지지, 정체성을 흔든 민주당과의 연대가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조합원 대중은 이미 저 앞에서 정치적 선택을 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제대로 된 평가가 없다며 기권하고 있을 것인가! 지난 노동자·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 실패에 대한 평가의 진정한 의미는 노동자·민중이 주체가 된 변혁적 정치세력화를 실행에 옮기는 과정 그 자체이다.

나가며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한국사회의 민낯과 단면이 투명하게 드러났다. 현 정세는 진보좌파와 민주노총의 시간임을 역설하고 있다. 이 투쟁은 그 누가 대신할 수 없다. 전 세계 노동운동이 신자유주의 맞서 총파업으로 저항해온 민주노총, 코로나19를 빌미로 한 초법적 통제에도 굴하지 않고 총파업을 전개하는 민주노총을 주목하고 있다. 다가오는 대선판을 흔들 민주노총 110만의 정치투쟁은 주목받을 것이다. 노동운동은 당장 위기에 처한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과 기본권을 방어하는 투쟁을 힘을 쏟는 동시에 한국사회 구조적 변화를 내건 110만 민중경선과 대선 투쟁에 적극적으로 결합해야 한다. 이것은 한국사회를 한 단계 밀고 나갈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민주노총에게는 힘과 경험이 있다. 10.20 총파업투쟁의 기세를 몰아 민중경선과 연대연합정치로 한국사회 체제 변혁을 위한 정치투쟁에 당당히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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