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깃발 – 2021 대한민국 대학혁명 출정식에 부쳐

조창익 | 대학무상화·평준화 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

십수 년 전

그 시절

우리의 작은 깃발은

그대로 애틋한

희망이었다

자전거에 매달린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교육혁명

싱그런 그 깃발이

해방으로 펄럭일 때

내 가슴 뛸 듯

남도 들녘을 휘달렸다

나의 교단은 아직도

부끄럼이었던 까닭에

부산 신발 공장에서

광주 방직 공장에서

가난으로 저당 잡힌

제자들의 삶이 신음할 때에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며

떠나간 자제의 피맺힌 절규 앞에서도

여전히 우리는 속수무책이었던 까닭에

그저 메마른 대지에

스스로

바람 되어

깃발 되어

휘달렸던 우리의 행진은

그래서

그대로 변혁이고 싶었다

혁명이고 싶었다

그 여름날

폭염속 도보 행진

땡볕조차도 따사로왔지

또 어느 날

다도해 하늬바람 한 줄기

등골에 흐르는 땀방울 식혀줄 때

걸음마다

성큼 성큼 혁명이 있었지

잠 좀 자자

밤 좀 먹자

장하게도

아이들은

짐승처럼

내몰린

최후의 거리에서

시대의 새벽으로

등장했다

광우병 촛불로

광장의 촛불로

시대의 깃발로

우뚝

서서 외쳤다

교육을 살려내라

세상을 살려내라

세월호

아이들의 절규

그리고

촛불

위대한 민주주의

촛불 광장의 정치가

그 배신의 정치로

굴절된

자본독재의 시대

굴종하는 권력 앞에

노동의 미래가 없음을

잘 안다

자본주도의

범람하는 전환의 시대다

벗이여!

하여

우리는

한사코

변혁의 깃발이다

혁명의 깃발이다

우리는 두려움없이

넘어선다

자본을 넘어서고

자본주의를 넘어서고

그 체제를 넘어선다

더 깊어지고

더 넓어지고

더 익어가는

변혁의 깃발이다

혁명의 깃발이다

노동의 깃발이다

유쾌한

상상력은 고도의 정치투쟁

오늘 이 자리

대학혁명은

상상력의 소산이요

시대의 상식

압살당한 노동

청년들의 헬조선

꺾인 그 꿈들이

되살아나는 용트림이다

동지여!

거대한

혁명의 숲을 보자

오늘

우리 작은 나무 심자

차근차근 씨를 뿌리자

노동존중 아닌

노동중심이다

노동중심 자본존중이다

종내

노동자 국가다

하여

이 자리에서

장엄하게

대학혁명을 선포하노니

다시 깃발을 치켜들자

다시 나아가자

대학을 살리자

대학을 허물자

교육의 정점을 변혁하자

서열화된 대학을 허물고

무상화하자

평준화하자

대학이 다시

시대정신이게 하자

대학이 다시

역사의 중심이게 하자

새로운 교육

새로운 사회

새로운 인간

그 중심에 대학이

춤추게 하자

위대한 나의 동지여!

대학혁명

교육혁명 깃발이여!

노동해방

인간해방의 깃발이여!

2021. 09.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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