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쿠바 공화국은 파리코뮌의 계승자이다.

천연옥 l 부산회원

1. 글을 시작하며

쿠바는 한국의 자본가계급이 장악한 언론에 의해서 지독히 가난하고, 카스트로 형제가 60여 년간 장기집권하고 있는 독재국가로 인식되어 왔다. 북과 더불어 지구상에서 없어져야 할 빨갱이 국가로 묘사되고, 북과 함께 미국의 오랜 경제봉쇄로 인한 그 나라 인민들이 당해야 하는 고통이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도록 길들어 왔다. 그러나 가끔 의료문제, 교육문제, 사회복지 문제에 있어 아주 훌륭한 제도를 가진 국가라고 소개되기도 하는데, 2015년에 번역된 이 책은 쿠바의 정치체제를 아주 자세히 다루고 있다. 캐나다의 양심적 지식인으로서 언론, 강의, 저술 활동을 하는 지은이 아널드 오거스트는 2006년에서 2013년까지 쿠바를 방문해 현지조사를 했고, 쿠바뿐만 아니라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 그리고 미국에 관한 폭넓은 연구를 했다. 이 책은 오랜 조사와 연구의 결과물이다. 지은이는 이 책을 미국, 라틴아메리카, 카리브해의 민중들, 그리고 현존하는 질서에 감히 도전하는 학자와 저자들에게 바친다고 했다. 원래의 제목은 『쿠바와 그 이웃들 : 현재진행형 민주주의』였으나, 옮긴 이 정진상 교수가 한국 독자들에게 미국식 대의민주주의와 쿠바식 참여 민주주의를 대비시켜 이해시키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하여 한국어판 제목을 바꾸어 출판했다고 한다. 서평을 쓰기 위해 이 책과 씨름하면서 미국식 대의민주주의는 부르주아 민주주의이고 쿠바식 참여 민주주의는 프롤레타리아 민주주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서평의 제목을 <쿠바 공화국은 파리코뮌의 계승자이다>라고 표현한 이유가 있다. 레닌은 『국가와 혁명』에서 혁명 때문에 파괴된 부르주아 국가기구를 무엇으로 대체할 것인가? 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레닌은 맑스가 분석한 『프랑스 내전』을 다시 분석하면서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맹아였던 파리코뮌이 가진 다음과 같은 특징들을 열거하고 있다. “보통 선거권에 기반한 대표자 선출, 지역단위가 아니라 현장단위의 선거구, 선출한 대표자에 대한 자유위임이 아니라 명령적 위임에 의한 소환, 모든 공직자의 특권 폐지, 보통 노동자의 임금, 상비군 폐지와 인민무장, 관료제가 아니라 자치, 삼권분립이 아니라 법을 만든 이가 집행도 책임지는 제도로서 의·행 일치”가 그것이다. 아래에서 맑스와 레닌이 파리코뮌에서 발견한 이러한 특징들이 쿠바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행되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여기에서 프롤레타리아 독재는 자본주의에서 공산주의로 이행하는 낮은 단계의 공산주의 즉 사회주의의 국가이며, 프롤레타리아 민주주의의 다른 표현이다. 당연히 부르주아 민주주의는 부르주아 독재이다.

2. 쿠바는 파리코뮌을 어떻게 계승하고 있는가?

1) 보통선거권에 의한 대표자 선출, 지역단위가 아닌 현장단위의 선거구.

쿠바의 선거는 1976년 국민투표로 채택되어 1992년에 수정된 헌법에 바탕을 두고 있다. 선거는 시, 도, 전국 세 수준에서 이루어진다. 선거인 등록은 16세 이상의 시민이면 누구나 자동으로 된다. 성별 등의 어떠한 차별도 없이 보통선거권에 기반하여 선거가 진행된다. 총선거와 부분선거, 두 가지 유형이 있고, 5년에 한 번씩 실시된다. 총선거는 두 단계로 구성되는데, 예컨대 2012년 7월부터 2013년 5월까지 치른 선거는 모두 합쳐 7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두 단계 중 첫 번째 선거는 시의회에 보낼 ‘대의원’을 추천하고 선출하는 과정이다. 추천을 위해서는 각 시의 지역 ‘선거구’(매우 작은 ‘구’, ‘지구’ 또는 ‘선거구’)는 아주 작은 이웃공동체 ‘대의원 추천구역’으로 나뉜다. 각 구역은 도로로 나뉜 블록에 따라 지리적으로 분할되어 경계가 정해진다. 이들 각 구역에서 추천회의 기간에 사람들은 거수로 직접 이웃 가운데 후보자를 추천한다. 그다음에 시민들은 추천된 사람들 중에서 비밀·보통 선거로 시의회에 보낼 대의원들을 선출한다. 이 과정에서 후보자 비용과 선거운동은 없다. 선출된 대의원들의 임기는 2년 6개월이다. (260쪽)

시의회 대의원을 추천하고 선출하는 과정에서 지역 선거구는 파리코뮌에서 현장단위 선거구와 대비되는 지역 선거구와 다르다. 아주 작은 풀뿌리 이웃공동체에서 추천되고 선출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선출된 시의회 대의원 중에서 다시 민중권력국가의회의 대의원의 50%가 선출되는데, 이들을‘기층’대의원이라고 부른다. 즉 쿠바의 지역 선거구는‘기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도의회의 대의원과 ‘민중권력 국가의회’(ANPP 또는 의회)을 뽑기 위한 선거가 실시된다. 민중권력국가의회 선거를 위해 추천과정에 직접 관여하는 쿠바노동자총연맹(CTC), 쿠바여성연맹(FMC), 전국소농연합(ANAP), 대학생연맹(FEU), 중고등학생연맹(FEEM), 혁명수호위원회(CDR)라는 6개의 주요한 대중조직이 있다. 대중조직 회원들로 구성되는 후보자위원회도 추천과정에 개입한다. 6개 대중조직의 추천을 통해 선출되는 50%의 대의원은 ‘디렉토’대의원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각계각층에서 나오는데 정치인, 경제학자, 노동조합 활동가, 여타 대중조직 활동가, 교육자, 의사, 과학자, 체육인과 예술인, 학생 등이 ‘디렉토’대의원이 된다.

여기에서 나는 대중조직에 의한 선거개입이 현장단위의 선거구라는 파리코뮌의 정신을 지역단위의 선거구에서 살리기 위한 또 하나의 노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쿠바노동자총연맹은 현장을 기반으로 하는 대중조직이며, 다른 대중조직들도 현장을 기반으로 한 조직이라고 볼 수 있다.

2) 선출한 대표자에 대한 자유위임이 아니라 명령적 위임에 의한 소환

이 부분이 부르주아 민주주의인 대의제 민주주의와 프롤레타리아 민주주의의 차이점의 핵심이다. 대의제 혹은 의회제에서 선출된 대표자는 자유위임으로 자신을 선출한 지역 유권자들의 요구에 대해서 자유롭다. 한국에서는 철새처럼 이 정당 저 정당을 옮겨 다니는 정치인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파리코뮌에서 분명히 나타난 명령적 위임은 유권자의 요구를 배반한 대표자는 소환당한다.

쿠바에서는 후보자 추천과정에서 애초에 유권자의 요구를 배반할 여지가 있는 후보는 걸려 진다. 한 선거구의 유권자 수가 1,500명 정도인데, 거기에서 치열한 토론을 통해서 후보추천이 이루어진다. 추천하는 사람은 추천하는 이유를 반드시 밝혀야 한다. 어떤 사람이 혁명적이어서 추천한다고 하니 우리 모두 혁명적이기 때문에 추천이유가 될 수 없다며 다른 이유를 대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복수로 추천해서 과반수 득표자가 선출된다. 그렇게 해서 선출된 대표자가 유권자의 요구에 반한 행위를 하면 소환된다. 이 책에서는 소환권이 있다고만 적시하고 그 구체적 절차와 사례에 관해서는 설명이 없었다.

3) 모든 공직자의 특권 폐지, 보통 노동자의 임금, 상비군이 아니라 인민무장, 관료제가 아니라 자치.

선출된 대의원들은 자기 직장에서 일을 마친 뒤에 자원봉사 개념으로 대의원 직무를 수행한다. 일단 시의회가 구성되면 대의원들은 자신들 가운데 임원(의장과 부의장)을선출한다. 오직 의장과 부의장만이 전일제로 근무하면서 원래 직장에서 받던 봉급과 같은 급료를 받는다. 그 밖에 다른 특전 같은 것은 없다. (260쪽)

시의회 대의원만이 아니라 민중권력국가의회 대의원들도 모두 선출된 대의원으로서 하는 일에 대한 보수를 받지 않는다. 그들은 자기 일과 시간 후에 자원봉사 개념으로 직무를 수행한다. 몇몇 예외는 있다. 의장, 부의장, 국가평의회의 주요 지도자들, 상임위원회 위원장들은 전일제로 일한다. 이들은 모두 선출되기 전 자기 직장에서 받던 봉급과 같은 급료를 받는다. 시의회와 달리 민중권력국가의회의 임기는 5년이다.

상비군과 인민무장의 문제는 이렇게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기존 국가의 상비군은 기존의 지배계급을 위한 군대였다. 그래서 혁명을 하는 인민은 인민무장이 필요했다. 혁명이 성공하여 새로운 국가가 생기면 혁명당시의 인민무장은 새로운 국가의 상비군이 되는 것이다.

관료제가 아닌 자치의 문제는 쿠바의 참여 민주주의가 가장 빛을 발하는 영역이다. 정치과정에 민중의 참여를 확대하려는 방법으로 1986년 쿠바공산당(PCC) 제3차 당대회에서 ‘민중평의회’ 설립을 제안했다. 1991년 민중권력국가의회는 전국에 걸쳐 민중평의회를 설치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1992년 개정헌법에 포함되어 중요한 헌법적 지위를 갖게 되었다. 민중평의회의 역할은 민중의 적극적인 참여를 높이고 시의회에 협조함으로써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를 제고하는 것이다.

각 시는 몇 개의 작은 민중평의회들로 구성된다. 한 시의 민중평의회 숫자는 인구밀도와 사회-지리적 성격에 따라 결정된다. 사례 연구 대상은 플라사데라레블루시온 시의 ‘8번 민중평의회’(베다도 민중평의회)이다. 이 시에는 108개의 선거구가 있다. 각 선거구에서 선출된 108명의 대의원은 각각 1,400~1,500명의 유권자를 대표한다. 이 시의 전체 유권자 수는 약 125,000명이다. 이 시는 베다도 민중평의회를 포함하여 8개의 민중평의회로 구성되는데, 그 이름은 이웃공동체의 위치에 따라 붙여진다. 베다도 민중평의회의 전체 유권자 수는 약 21,000명이다. 이 민중평의회는 플라사데라레블루시온 시의 전체 대의원 108명 가운데 17명의 대의원으로 구성된다. 베다도 민중평의회에는 지역 내의 대중조직들과 경제·문화 독립체들에서 나오는 14명의 비선출 대표자들이 포함된다. 다만 선출된 대의원이 전체 민중평의회 구성원 가운데 다수가 되어야 한다. (368쪽)

시의회 전체회의는 년 4~5회 열리지만, 민중평의회는 매달 정해진 날짜에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어서 그 지역의 현안을 논의한다. 시의회 대의원들은 민중의 대표로 그들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민중의 일부로 여기고 지도력을 행사하고 있다.

4) 삼권분립이 아니라 법을 만든 이가 집행도 책임지는 제도로서 의·행 일치

쿠바에서 민중권력국가의회는 입법에 책임이 있는 유일한 기구이다. 하지만 입법은 쿠바의 정치체계 전체를 포괄하는 더 넓은 범위의 한 부분이다. 민중권력국가의회와 국가평의회 및 각료회의는 어떤 의미에서는 그러한 입법 과제를 나누어 가진다. 또한, 이들은 어떤 경우에는 직접 대중조직들이나 풀뿌리 민중들과 입법 과정을 공유한다. 쿠바국가는 민중권력기구들로 이루어져 있다, 민중권력기구는 상향식과 하향식으로 교직된 단일한 권력이다. 민중권력국가의회, 도의회, 시의회 라는 각 수준의 국가권력과는 대조적으로 사법기관만이 상대적 기능적 독립성을 가진다. 법원은 사법 행정에서 오직 법률에만 복종할 의무가 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의회에 해당하는 민중권력국가의회는 대의원 중에서 자본주의 국가의 행정부에 해당하는 국가평의회를 선출한다. 즉 의회와 행정부가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일치하는 것이다. 법을 만든 이가 집행도 책임지는 것이다. 국가평의회는 의장, 제1부의장과 몇 명의 부의장, 서기와 23명의 평의원 등 모두 31명으로 구성된다. 행정부의 수장인 국가평의회 의장은 시민들이 선출한 대의원 가운데서 선출된다.

쿠바공산당은 법률을 발의하거나 승인할 수 없다. 하지만 쿠바공산당은 전반적 정책을 민중권력국가의회에 권고할 수 있다. 쿠바공산당은 어떠한 선거에 개입하거나 후보를 추천하지 않는다. 누구도 공산당 후보로 추천되지 않을뿐더러, 누구도 선거나 활동에서 공산당의 이름으로 발언하지 않는다. 하지만 약 97%의 대의원이 쿠바공산당이나 공산주의청년동맹의 당원이다. 개인들은 자신의 직장이나 교육기관에서 쿠바공산당이나 공산주의청년동맹의 당원이 된다. 그들이 스스로 당원이 되는 것을 요구하기보다는 동료들이 ‘노동자로서의 신망’ 때문에 그들을 추천하는 것이다. 이렇게 당원이 되는 과정은 민중권력국가의회에 추천되어 선출되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 개인들은 각 직장에서 동료들 사이에 좋은 평판을 얻게 되고 그 결과 쿠바공산당이나 공산주의청년동맹의 당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개인들의 ‘자질’은 민중권력국가의회의 대의원으로 추천되는 ‘자질’과 동일하며, 추천은 정당 가입 여부에 기초하고 있지 않다. 쿠바공산당은 선거조직이 아니라 전위조직이다. 쿠바 헌법 제5조에서 쿠바공산당을 “사회와 국가의 최고 지도 세력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이 몰락하고 난 뒤에도 쿠바는 맑스·레닌주의 당이 지도할 필요성을 유지하고 있다.

쿠바에서 법은 누가 만드는가에 대한 장에서 이 책은 민중의 적극적인 참여로 쿠바에서 법이 만들어지거나 고쳐지는 과정을 몇 개의 사례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참여 민주주의 즉 노동자·민중의 민주주의로서의 쿠바의 정치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법안 형성과정에서 풀뿌리 민중과 대중조직이 참여하는 것은 현재의 정치체계가 수립되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중조직들은 법안을 발의할 수 있다. 1975년 가족법에 관한 1974~75년의 협의는 쿠바여성연맹의 주도로 이루어졌다. 소련의 몰락과 누적된 국내문제로 야기된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이었던 1994년 첫 몇 개월 동안, 민중권력국가의회와 쿠바노동자총연맹은 행동을 취했다. 광범한 다수의 노동자가 자신들의 감정을 토로하고 제안하기 위해 수많은 직장 집회에 참여했다. 이러한 집회는 나중에 ‘노동자의회’라고 불리게 되었다. 이후 최악의 위기의 시기에 쿠바 경제의 전반적이고 구체적인 문제들에 관해 공개적으로 깊이 있게 성찰하는 데 전체 쿠바 사회가 참여한 가장 훌륭한 사례로 평가되었다. 사회보장법 개정 과정에서 직장에서 정년을 맞이하고 정부의 연금을 받는 연령을 남 60세에서 65세로, 여 55세에서 60세로 변경하는 것 또한 광범한 민중의 참여와 토론으로 결정되었다. 기대 수명의 연장이라는 객관적 현실에 대한 민중의 동의가 있었다. 이렇게 쿠바 공화국은 사회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 부딪히고 있는 여러 장애물을 광범한 민중의 참여, 쿠바공산당의 지도, 선출된 대표자들의 헌신적 활동 등으로 극복하고 있다. 자영업자의 증대, 시장경제적 요소의 부분적 허용 등 우려스러운 측면도 있지만 말이다.

3. 쿠바 여성의 지위

쿠바 정부는 1980년대 초 ‘전시 특별시기’를 선포해 미국의 신보수주의 공세와 소련의 군사지원의 감축이라는 상황을 국민적 단결과 연대로 해결하자고 호소했다. 1980년대 말 ‘평시 특별시기’를 선포하고 다가올 경제개혁의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려고 노력하였다. 그 어려운 시기 동안 지난 25년의 ‘평시 특별시기’ 동안 쿠바 여성의 사회경제적 정치적 지위가 꾸준히 향상되었다. 그 요인은 쿠바 정부의 강력한 여성정책 추진 의지와 쿠바여성연맹의 강화된 위상이다.

1) 쿠바 여성 지위의 국제 비교

1989년에 설립된 국제의회연맹(IPU)은 1997년 177개국에서 2015년 190개국의 입법부 여성비율을 발표했는데, 쿠바는 아래와 같이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1997199819992000200120022003200420052006
14위22.8%8위27.6%10위27.6%12위27.6%11위27.6%15위27.6%7위36.0%7위36.0%8위36.0%8위36.0%
2007200820092010201120122013201420152019
10위36.0%3위43.2%4위43.2%4위43.2%3위45.2%3위45.2%3위48.9%4위48.9%3위48.9%2위53.2%

여성의원의 비율은 여성의 정치참여를 알 수 있는 하나의 지표에 불과하다. 현재 쿠바의 여성들은 입법부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공영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쿠바공산당과 주요 대중조직에서 지도자와 대표자의 40% 이상이 여성이며, 기술전문직의 66%, 교수, 의사, 기술자, 연구가의 50% 이상이 여성이다. 여성의원의 비율이 세계 1위인 르완다는 분쟁종식국으로 내전으로 인한 성인남성인구의 감소로 전체 인구의 70%가 여성이라는 점과 여성의원의 비율이 아닌 다른 사회경제적 지표로 보면 남녀격차가 쿠바보다 더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쿠바 여성은 출산 전 45일, 출산 후 3개월의 출산휴가(100% 임금 보장), 1년의 육아휴직(60% 임금 보장)이 있다. 육아휴직이 끝나면 자동으로 직장에 복귀할 수 있다. 낙태의 자유도 보장된다. 무상의료와 무상교육이 뒷받침된 쿠바의 여성정책은 사회주의가 발전할수록 여성의 지위도 높아지고 남녀격차도 해소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쿠바의 훌륭한 모자보건정책은 비슷한 경제수준의 국가보다 유아사망율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도 나타난다. 임산부는 귀찮을 정도로 의사를 자주 만나야 하고, 쿠바의 무상의료제도인 패밀리닥터 제도는 병원에 오지 못하는 임산부를 위해 직접 가정을 방문하기도 하고, 주거환경이나 영양에 문제가 있는 임산부는 산모의 집에 입소할 수 있다.

2) 쿠바혁명 이후 사회주의 여성정책의 전개

라틴아메리카 가부장제인 마치스모(남성적인 힘의 과시와 명예의 유지를 중요시하는데, 특히 여성은 순결이 최고의 명예이고, 남성은 여성에 대한 우월이 명예의 기반인 사상)는 혁명 전 쿠바의 지배적인 문화이자 이데올로기였다. 1959년 혁명 이후 피델 카스트로는 1959년에서 1966년까지 여성정책의 목표를 ‘혁명 속의 혁명’이라고 불렀다. 교육을 통해 마치스모를 제거해 나가려고 노력하였다. 에스핀(라울 카스트로의 부인)의 주도로 여성정책을 전담할 기구인 쿠바여성연맹이 1960년 8월에 공식 출범하였다. 쿠바여성연맹은 사회주의 국가건설 과정에서 모든 부문에서 실질적이고 완전한 여성 참여를 강조하였다. 기존의 다양한 여성단체들을 단일화하고 혁명과정에 여성을 통합하기 위하여 노력하였고, 에스핀은 40년간 쿠바여성연맹의 회장을 지냈다. 쿠바여성연맹은 정부기관이 아니라 비정부기구이며, 쿠바의 모든 선거에 개입해서 후보를 추천하는 6개 대중조직의 하나이다. 그리고 민중권력국가의회, 도의회, 시의회, 각 수준에 개입하여 필요한 법안과 규정 등을 제안하고 관철시켜왔다. 2009년에는 쿠바여성인구의 88.1%인 420만 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라틴아메리카 최대의 여성단체이다. 쿠바여성연맹은 혁명 전 여성이 처한 상황을 개선하고 새로운 사회의 건설에 여성이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정부의 여러 단위와 협력하여 여성관련 쟁점과 정책결정과정에 직간접으로 개입하였다. 혁명 전 10만에 달하는 성매매 여성을 사회적 편입과 재교육을 위한 학교교육, 직업훈련, 건강센터 운영을 지원했다. 1980년대 들어 쿠바 여성정책의 목표는 여성의 대표성과 참여를 넘어 여성과 남성의 완전한 평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4. 글을 마치며

쿠바의 전 국토는 한반도의 절반 크기이며, 온화한 기후와 비옥한 토양인 풍요로운 땅이었다. 오랜 제국주의의 수탈과 하수인 정권으로 인해 빈곤한 민중은 길고 긴 투쟁 끝에 쿠바혁명에 성공했다. 혁명 이후 쿠바는 무료로 언제나 배울 수 있고 배운 것은 사회에 환원하는 나라, 국민의 기본생활이 보장되는 나라, 누구나 무상으로 치료받는 나라, 아이를 소중히 여기고 여성이 차별받지 않는 나라, 늙는 것이 두렵지 않은 나라, 안전이 보장되는 나라, 의료 전문가를 해외에 파견하는 나라가 되었다. 위에서 이러한 쿠바의 정치체제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것은 미국과 같은 의회민주주의와는 비교할 수 없는 민중의 참여로 이루어진 파리코뮌의 계승이었다.

이 책은 2부에서 쿠바의 정치체제를 자세히 다루기 전에 1부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거미줄 걷어내기 작업으로 미국 민주주의의 허상과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에콰도르를 다루고 있다, 미국에 대해서 환상을 가진 이가 있다면 의미 있는 부분이고, 21세기 사회주의라 불리는 라틴아메리카 좌파정권들의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평가는 저자의 소망이었음을 현실은 보여주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쿠바 민주주의를 소련의 경험과 비교하면서 ‘소비에트 모델’혹은‘좌파의 독단’이라고 표현하는데, 20세기 사회주의의 역사적 성격에 대해 단순 부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마지막으로 레닌이 『국가와 혁명』에서 한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마친다.

“몇 년에 한 번씩 지배계급에 속한 누가 의회에서 인민을 억압하고 짓누를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 -바로 이것이 의회적인 입헌군주국은 물론 가정 민주주의적인 공화국에서 부르주아 의회의 진정한 본질이다.”

<참고 자료>
배진희 지음, 『거꾸로 가는 쿠바는 행복하다 : 저성장 고복지, 쿠바 패러독스의 비밀을 찾다』, 시대의 창, 2019
강경희, 「1990년대 평시 특별시기 이후 쿠바 여성정책의 변화와 지속성」, 『정치정보연구19』, 한국정치정보학회, 2016
레닌 , 문성원·안규남 옮김, 『국가와 혁명』, 돌베개, 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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