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전선] 민주노총의 ‘정부-지자체 국고보조금 수령 및 운영방침 개선(안)’에 대한 논평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 정부-지자체 국고보조금 수령 및 운영방침 개선(안)’이 상정되어 있다. 안에서 열거한 국고보조금 수령범주는 다음 세 범주다.

① 민주노총(총연맹(중앙)과 지역본부 및 지역지부 모두 포함, 아래 동일)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건물 및 토지 등의 부동산(임대보증금 포함)과 건물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관리유지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② 민주노총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위탁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단, 이 경우 미조직·취약 노동자를 대상으로 펼치는 사업(상담사업, 미조직 노동자 권익 증진 사업 등)에 한한다.

③ 그 외에, 민주노총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국고보조금 지원을 받을 수 없다. 단, 민주노총이 부설로 설치한 기관(상담소, 센터 등)의 미조직·취약 노동자를 대상으로 펼치는 사업(상담사업, 미조직 노동자 권익 증진 사업 등)에 관련된 사업비와 운영비(인건비 포함) 수령은 예외로 한다.

요약하면 핵심은, ①은 2001년 대의원대회 결정이고, 여기에 더해 미조직·취약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정부와 지자체의 상담사업 및 미조직 노동자 권익 증진 사업을 위탁받아 이와 관련한 위탁비용(사업비와 인건비를 포함한 운영비)을 추가로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민주노총이 부설로 설치한 기관(상담소, 센터 등)의 상담사업, 미조직 노동자 권익 증진 사업 등에 관련된 사업비와 운영비(인건비 포함)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우선 지적할 것은 ①과 ②, ③은 서로 모순된다. 2001년 대의원대회의 결정은 “부동산(임대보증금 포함)과 건물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관리유지비”를 받자는 것이어서 사업비와 운영비(인건비 포함)은 들어가 있지 않은데, ②와 ③은 관련 사업비와 운영비(인건비 포함)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①에서 배제한 것을 ②와 ③은 허용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국고보조금 수령 ‘개선’안에 이 둘 다를 구겨 넣어 놓고 있는 것이다.

2001년의 결정안이 의미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2001년 결정안이 나오게 된 저간의 사정을 살펴보기로 하자.

당시 민주노총에서는 지역본부 차원에서는 자치단체로부터 민주노총의 뚜렷한 결정 없이 사무공간을 무상으로 빌려 쓰는 등 지자체의 지원을 받고 있었다. 김대중 정권 때의 일이다. 그래서 이런 상황을 사후 추인하고, 또한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여 총연맹도 건물 임대료 정도의 지원을 받는 것은 문제가 안 되지 않겠느냐는 등의 이야기가 있었고 이것이 결국 대의원대회에 안건으로 제출되었다.

그런데, 사실 이 국고보조금은 민주노총이 국고보조금을 받겠다는 결정을 하기 전부터 예산으로 책정되어 있었고, 당시 노동부는 민주노총이 국고보조금을 받겠다는 결정을 하지도 않았는데 예산 배정을 해놓고선, 이번에 안 타가면 예산이 없어진다는 등 설레발쳤다. 정부가 민주노총을 구워삶기 위한 차원에서 예산을 책정한 것으로밖에 해석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2001년 대의원대회의 결정안은 안건이 제출된 이후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대의원대회가 몇 차례 유회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에 통과되었다. 대중적으로 많은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이 국가로부터 돈을 받으면 한국노총과 다를 게 무엇인가라는 대중적인 의문이 일었고, 일부 조합원들로부터는 자조 섞인 한탄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자신의 의무금만으로는 조직 유지도 어렵고, 그래서 정부로부터 막대한 재정지원을 받으면서 정부 및 자본가와 한패가 되어 노동자의 권리를 억압하는 한국노총을 전노협-민주노총으로 이어지는 민주노조운동 진영에서는 경멸과 조소를 가지고 바라보고 있었다. 당시에는 국고보조금을 받지 않는 민주노총, 재정적으로 자립적인 민주노총 그 자체가 민주노총 조합원이 가진 자부심의 원천 중 하나였기 때문에 이런 반응은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런데도 일각에서는 국고보조금 안건이 제출된 초기, 당시의 이갑용 집행부를 “총연맹 활동가 상근비도 제 때 못주는 무능한 집행부”로 힐난하기도 하고, “우리가 낸 세금인데 우리가 좀 쓰는 것이 뭐가 문제냐”면서, 약간의 재정적 압박을 이유로 국고보조금 수령을 주장하였다. 그리고는 건물임대료만 받으니 자주성을 침해당할 우려는 전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결국, 2001년 대의원대회의 결정은 국고보조금의 수령이 노동조합의 자주성의 침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사업비와 운영비(인건비 포함)에 대해서는 일체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가 내포된 결정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2001년 대의원대회 결정의 의미를 훼손하는 국고보조금, 즉 사업비와 운영비(인건비 포함)까지 포함하는 국고보조금 수령안이 이번에 다시 제출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2001년 당시 국고보조금 수령에 우려를 나타낸 이들이 예상했던 바이이기도 하다.

물론 이번에도 2001년의 경우처럼 이미 위탁사업을 하면서 위탁비용 명목으로 사업비와 운영비(인건비 포함)을 받고 있고 보조금을 받고 있는 일부 지역본부의 실정에 맞춰 국고보조금 수령과 운영원칙을 정비한다는 명목이 있긴 하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운영원칙도 제출하고 있다.

총연맹(중앙)의 정부 국고보조금 지원 요청 및 위탁사업 참여시 대의원대회 사전의결을 거친다.

지역본부 및 지역지부의 지자체 국고보조금 지원 요청 및 위탁사업 참여시 총연맹 중앙집행위원회 사전승인을 거쳐 지역본부 대의원대회 사전의결을 거친다.

③ 정부 및 지자체 국고보조금 지원에 따른 사업집행 및 결산은 회계감사를 받는다. 단, 위탁사업 참여에 따른 사업집행 결과는 그 참여를 결정한 대의원대회에 보고 승인받는다.

그리고 그 외 지자체로부터 예산을 지원받는 사업(예, 문화제·체육행사·수련회 등)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조정·중단해야한다는 내용도 제출하고 있다.

그러면 ‘개선안’(?)으로 제출된 국고보조금 수령은 무엇이 문제일까?

우선, 미조직·취약 노동자 사업을 왜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돈을 받아 수행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관련 사업은 민주노총 핵심사업 아니던가! 핵심 사업일수록 그 사업비는 민주노총 조합비로 충당해야 할 것이다.

둘째, 정부나 지자체 재정을 통한 사업은 관료적인 조합간부만을 양산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사업성과는 별로 없고, 그 사업방향이 모호한 채 보조금이 주로 관련 간부의 임금으로 지불될 때, 그 간부의 행태는 불을 보듯 뻔하다. 한국노총 노조간부와 비슷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대통령이나 지자체장 집권 하에서는 그럭저럭 민주노총 관련 사업이 크게 방해를 받지 않고 진행이 될 수도 있겠지만, 민주당 보수파나 국민의 힘 계열의 집권하에서는 민주노총 관련 사업이 크게 위출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당장 시민단체 지원 예산의 50%를 삭감하겠다는 서울시의 오세훈의 사례를 보라.

한편, 이번에 제출된 국고보조금의 수령범위나 운영원칙은 또 다시 민주노총의 자주성을 더 훼손하는 방향으로 변경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런 방향의 길은 민주노조운동의 자주성을 훼손해 결국은 민주노조운동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길이 될 것이다. 그럴듯한 사무실과 상당한 규모의 노조간부를 거느리는, 그러나 자주적인 민주노조운동의 정신은 쇠락한 민주노총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결국 국가보조금은 지금 수준에서 동결하되 지금 수령하고 있는 국가보조금도 중장기에 걸쳐 반환해서 민주노조운동의 자주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금도 사업비와 운영비를 받지 않는 지역본부들이 있다. 그리고 현재와 같은 민주노총 조직규모의 성장(촛불투쟁이라는 사회적 정치적 투쟁의 효과라 해야 할 것이다)으로 판단컨대 “건물 및 토지 등의 부동산(임대보증금 포함)과 건물유지를 위한 관리유지비” 명목의 국고보조금의 반환도 중장기적으로는 가능하다고 본다. 민주노총은 얼마 되지 않은 액수의 국고보조금 수령에 대해 논란을 거듭하기 보다는 제대로 된 투쟁을 통해서 노동자민중이 주인 되는 사회를 앞당기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정부-지자체 국고보조금 수령 및 운영방침 개선(안)’이 중집 문턱을 넘어서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22년 1월 25일

현장실천 사회변혁 노동자전선(노동전선) 운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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