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136호 11-3 선거, 활용하느냐, 활용당하느냐. – 현장과 광장5호 서평

전우재 ㅣ 대경 노동전선 회원

1.

2021년은 혼란한 해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지 않았던 때가 없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반노동 계급투쟁이 극심하다. 자본은 노동 계급 분할 지배를 진행하고, 조직하지 못하도록 탄압한다. 수많은 사람이 선거 유세에 몰렸고, 집회 시위에 몰렸다. 한쪽은 처벌받지 않았다. 나머지 한쪽만 처벌받았다. 계급투쟁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흩어진 대중을 조직화하며 생긴다. 자본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노동계급은 못 하도록 막는다. 재벌 총수를 석방하고, 감염병의 책임을 전가하는 주제에 (양동규, 「민주노총 10.20 총파업투쟁의 의미와 그 전화」, 현장과 광장 5호 (이하 5호), P28) 민중을 기만하지 말라며 지적하면 사람을 잡아 가둔다.

쥐는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 죽고 살기를 각오하며 발버둥을 친다. 지금 자본이 처한 꼴이 그렇다. 자본은 자신이 위기를 불러오고 남에게 해결을 맡긴다.

“자본은 한편으로는 생산을 극한으로 밀고 나간다.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이다. 한편으로는 바로 그 이윤을 위해서 임금을 최대한으로 억누른다. … 바로 그것을 생산한 빈곤한 대중은 구매할 수 없다.” 이현숙, 「인플레이션에 대하여」 5호, P162

이렇게 과잉 생산이, 이윤율 저하가, 공황을 저 스스로 불러왔으면서 노동 계급을 억눌러 해결하려 한다. 임금을 줄이고 이윤을 늘려 해결하려 한다. 구체적인 행동은 노동 계급을 향한 대대적인 공격으로 나타난다.

위기는 반복된다. 자본주의가 가진 본래 성질이 그렇다. 자본은 제 몸뚱이를 스스로 불리려는 성질상 성장을 멈출 수 없다.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성질상 임금을 늘릴 수 없다. 더 고도화된 생산 설비를 요구하는, 유기적 구성을 고도화하려는 성질상 고용을 늘릴 수 없다. 1929년이 그랬고, 2008년이 그랬고, 2020년이 그랬듯이 위기는 다시 찾아온다. 자본이 불러온 고통은 노동 계급이 감내할 몫이다.

폭로해야 한다. 위기를 불러올 수밖에 없는 자본이 가진 내재적 원리를 폭로해야 한다. 모순적인 원리를 폭로하려는 노동 계급의 목소리를 탄압하고 있음을 폭로해야 한다. 저들이 행하는 탄압이 저들이 내건 자유와 민주라는 논리에 어긋남을 폭로해야 한다. 폭로를 위해서는 노동 계급이 내는 목소리를 모아야 한다. 노동자 한 사람 목소리보다 열 사람 목소리가 힘이 세다. 열 사람보단 백 사람이 세다. 백 사람 목소리보단 2,099만 2,000명의 목소리가 더 세다. (2021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56477008”, 2021,10,26)

목소리는 어떻게 모을 수 있을까. 목소리를 모으기 위해서는 노동 계급을 조직화해야 한다. 노동 계급을 조직화하기 위해서는 독자 정치세력이라는 축이 있어야 한다. 맑스는 「1850년 3월 동맹에 보내는 중앙위원회의 호소」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 프롤레타리아트는 어렵사리 얻은 자신의 독자적인 지위를 상실할 것이며 또다시 공식적 부르주아 민주주의파의 부속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연합은 아주 단호히 거부되어야 한다. 노동자들, 특히 동맹은 박수갈채를 보내는 합창단이 되어 부르주아 민주주의자들에게 봉사하는 처지로 또다시 전락할 것이 아니라, 공식적 민주주의자들과 나란히 서서 비밀 조직이든 공개 조직이든 간에 노동자 당의 독자적인 조직을 만들고 각 소조가 노동자 결사들의 중심점과 핵심이 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해야 한다. 그리하여 이 노동자 결사들에서 부르주아의 영향력을 떨쳐 버리고 프롤레타리아트의 지위와 이해들에 관해 토론하도록 해야 한다.” 칼 맑스, 선집 2권, p120

노동 계급이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독자 정치세력이어야 한다. 노동 계급이 독자 세력이 아니라, 어느 한 당과 연대연합을 하지 않으면 제 요구를 하지 못한다면, 그 요구는 좌절될 수밖에 없다. 독자 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말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어떤 방향으로, 어떤 방법으로 독자 세력이 되느냐가 문제다. 각자가 의견이 다르다. 『현장과 광장』 5호는 그런 조직화를 위한 선전 선동 공간으로 대통령 선거를 활용해야 하는지, 활용한다면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2.

“자본의 무한이윤추구와 부의 독점이 기후위기와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며 자본주의 체제로는 인류의 생명과 생존을 더는 유지할 수 없다는 체제 변화의 담론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한국 대선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보수 양당의 행각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보수 제도권 정치의 퇴행과 기득권이 난무하고 있는 지금이 바로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를 진척시킬 절호의 기회이다.” 양동규, 「민주노총 10.20 총파업투쟁의 의미와 그 정치적 전화」 5호, P32

“현재 한국사회 계급역학과 정치지형은 보수 세력과 자유주의 세력 두 지배세력에 의해 양분되어 있다. 이러한 세력관계, 정치구도를 흔들고 깨뜨리지 않고는 ‘진보-좌파’의 정치적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 … 단지 지배계급에 대한 압력 단체 수준을 넘어 지배세력에 맞서는 대안적 정치세력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우선 한국사회 정치지형을 보수-중도-진보로의 3분할을 이루어야 한다.” 고민택, 「2022년 대선과 ‘진보-좌파’ 정치」 5호, P79

이대로 갈 수는 없다. 대안이 있어야 한다. 의회정치 내의 여 야당이 대안이 아님은 확실하다. 자본주의로 발생한 위기를 자본주의가 해결할 수는 없다. 자본주의 단계에서 그칠 게 아니라 다음 단계를 제시해야 한다. 기존 정치세력은 그런 진보적인 대안을 제시할 능력과 의지가 없다. 노동 계급을 위한 정치세력만이 그런 대안을 제시하고 실행할 능력이 있다. 그런 정치세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지지가 필요하다.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이전부터 대통령 선거 공간을 활용하자는 논의가 많이 나왔다.

이태까지 대선 정세에서 어떤 전술을 사용했는지 역사를 살펴보자.

“…1987년 부활한 제13대 대선 투쟁에서의 백기완 후보 전술로부터 시작되었다. … 1992년 14대 대선에서의 백기완(무소속) 후보 전술, … 제15대 대선 투쟁에서 권영길(국민승리) 후보 전술, … 16대 대선에서 권영길(민주노동당) 후보와 김영규(사회당) 후보 전술 …” 김태균 「후보전술 개인을 통한 대선개입전술의 한계와 대선투쟁 방향」 5호, p96-97

비교적 근래인 뒷부분은 생략했지만, 앞부분과 큰 차이가 없었다. 눈에 띄는 효과가 났느냐는 질문에 단호한 대답을 하기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다.

눈에 띄는 성과가 있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선거 공간을 활용하지 않을 순 없다. 대통령 선거 시기는 정치에 관심이 집중되는 시기다. 자본주의는 혹독하다. 모든 욕구를 거세하고 생존을 위한 욕구만을 남긴다. 생업에 지쳐 다른 모든 걸 생각하지 못하게끔 한다.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같은 큰 행사는 조건이 조금 다르다. 부르주아 민주주의 제도를 채택한 지배계급은 피지배계급의 동의로 권력을 얻는다. 형식상이라 하더라도 선거 과정을 통과해야 탈 없이 지배를 계속할 수 있다. 선거 기간에는 선거에 관심을 두도록, 지배계급은 신문과 텔레비전과 같은 언론을 활용한다. 다음 날 출근에만 관심을 가지는 피지배계급은 이제 나라님이 누구냐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레닌은 지금으로부터 약 백 년 전, 영국 정세를 분석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대중들은 선거 기간을 맞아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때를 노려 공산주의나 사회주의가 어떤 것인지, 자유주의 세력이건 보수 세력이건 그들이 왜 대안이 될 수 없는지를 말하는 장으로 삼아야 한다.

“현재 영국 공산주의자들에게는 대중에 접근하는 것조차, 그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조차 어려운 경우가 아주 많다. 만일 내가 공산주의자라고 자처하면서 대중들에게 로이드 조지에 맞서 헨더슨에게 투표하라고 요구한다면, 사람들은 아마 틀림없이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그때 나는 소비예뜨가 의회보다 왜 나은지, 프롤레타리아 독재가 처칠의 독재보다 왜 나은지를 설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 곧 헨더슨파가 자신의 정부를 세움으로써 내가 옳았다는 것이 입증될 것이고 대중들은 내 편으로 몰릴 것이며, 헨더슨파와 스노우든 파의 정치 생명이 러시아와 독일의 공범자들처럼 빨리 끊어질 것이라는 사실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레닌, 『좌익공산주의라는 소아병』 1995, 돌베개, P98-99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대통령 선거에 후보를 내는 게 정말 선전 선동에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는가? 노동자 계급이 주체가 되어 선거 공간을 활용하는 게 아니라, 선거 공간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내기 위해 노동자 계급을 헌신하게끔 하는, 주객이 전도되는 현상이 발생하는 건 아닌가…? 국회가 활용“당해야” 하고, 대통령 후보 또한 활용 “당해야” 한다. “1. 노동자 계급의 독자성을 유지하고, 2. 아, 타의 역학관계를 중심으로 주체 역량을 분석하고, 3. 자본주의에 대한 혁명적 태도를 분명히 밝히면서 노동자 계급정당의 입장”(김태균, 「후보전술 개인을 통한 대선개입전술의 한계와 대선투쟁 방향」 책 5호, p101)을 제시하기 위해 의회 전술과 대선 후보 전술이 노동자 계급에게 활용 “당해야” 한다. 이런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도구는 주인을 잡아먹게 된다. 노동 계급을 위해 국회의원과 대통령이 쓰이는 게 아니라,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를 위해 활동가들과 노동 계급이 쓰이게 된다.

노동 계급이 독자 정치세력으로 거듭나고, 독자 정치세력을 기반으로 흩어진 대중들을 조직하여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일으키는 게 본래 목적이다. 본래 목적과 원칙을 망각하면 이상한 길로 가게 된다. 단순히 의석 한자리, 지지율 몇 퍼센트를 위해서 원칙마저 타협하게 된다. 상황에 맞는 임기응변이 되는 게 아니라 우경화가 된다. 의식 수준이 낮은 민중을 위해 낮은 단계부터 제시하는 건 당연하다. 확고한 로드맵 없이 타협적인 의제만을 설정해서는 대안이 되기는커녕 캐스팅보트도 될 수가 없다.

3.

선거 공간을 활용해 자유주의 세력도, 보수 세력도 대안이 될 수 없음을 선동해야 한다. 자본주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선택만이 대안이 된다. 이 사실을 선동해야 한다. 선전을 통해 대중을 조직하고, 독자적인 정치세력을 굳건히 해야 한다. 독자 정치세력을 기반으로 더 많은 조직화를 진행하고, 조직화를 통해 더 노동 계급 정치세력이 굳건해지는 선순환을 노려야 한다. 선순환을 위해서는 선거에 참여하는 목적을 잊어서는 안 된다. 노동자 계급이 사용할 수 있는 여러 도구 중 하나가 의회이고 대통령 선거다. 의석을 위해, 지지율을 위해 노동자 계급이 사용되는 게 아니다. 의회에 진출할 뿐이고, 흡족할 만한 지지율이 나올 뿐에 그쳐서는 안 된다.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큰 그림 중 하나일 때만 선거 전술은 의미가 있다.

문제를 다시 보자. 2021년은 혼란하다. 반노동 계급 투쟁이 어느 때보다 심각한 시기다. 공황을 감지한 자본 계급이 위기감을 느껴 발버둥을 치는 시기다. 자본은 제가 불러온 위기를 남에게 떠넘기는 속성이 있다. 도산할 위기에 처한 자본가는 불환지폐를 마구 풀어 인플레를 유발하든, 직접적인 재정 지원을 통해서든 나를 살려내라고 악다구니를 쓴다. 국가는 자본 편이다. 임금이 부담되고 채무가 부담된다는 칭얼거림에 불환지폐를 마구 풀어버려 채무와 임금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이현숙, 「인플레이션에 대하여」, 5호, P156) 이런 모순은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는 해결할 수 없다. 자본주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만 가능하다.

위기는 자본주의를 넘어서야만 극복할 수 있다. 자본주의는 쉽게 넘어설 수 없다. 격렬한 계급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자본주의를 지키기 위해, 자본주의 방식만으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불환지폐가 계속 발행된다. 모순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잡아 가둔다. 노동 계급은 불리하다.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목소리를 모아야 한다. 이천 구십구만 노동자가 한목소리를 내어야 한다. 한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동자를 조직해야 한다. 독자 정치세력을 기반으로 조직화가 진행되고, 그 조직화를 통해 정치세력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어야 한다.

조직화를 위해 선전 선동이 필요하고, 선전 선동을 위해 선거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선거 기간은 생업에 지친 대중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몇 안 되는 기간이다. 선거 기간과 공간을 활용해 저들이 얼마나 위기 앞에 무기력한지, 개혁에 관심이 없는지 폭로해야 한다. 폭로에는 원칙이 있다. 선거가 목적이 아니라는 원칙이다. 선거는 도구이다. 노동자 계급이 주인 되어 활용하는 수많은 방법의 하나다.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의석이나 지지율을 위해 타협하지 말아야 할 우경화가 진행된다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 독자 정치세력화는커녕 의회 내 대안 세력으로도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4.

“지금 자본독재로 인한 범인류적 파국의 위험을 극복할 노동자 국가와 풍요로운 평등사회 건설에 누구나 동의하고 동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본권력과 이를 대변하는 정치권력을 가진 지배집단이 필사적으로 그런 건설운동을 저지하려고 공공연히 혹은 은밀하지만 집요하게 전쟁을 벌이는 것은 당연하다. …” 홍승용, 「대선과 노동자정치」, 5호, P61

혼란한 상황에서 노동자계급은 진짜 대안이 뭔지 알지 못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이익은 자본이 가지게끔, 손해는 모두가 가지게끔 한다. 위기가 찾아오면 자본주의가 가진 본래 성질은 숨긴 채 핑계를 댄다. 전염병 때문에, 쟁의 때문에 같은 근거를 든다. 그러고선 최대한 본래 성질을 폭로하려는 목소리를 막으려 든다. 2021년은 특히나 그런 탄압이 심각한 해다. 탄압이 심각하다는 건 그만큼 자본이 위기를 느낀다는 뜻이다. 위기는 기회다. 선거 공간에서 이런 모순을 폭로해야 한다. 단, 폭로라는 본래 목적을 잊지 않은 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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