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 국가독점 자본주의(론)

김성구 | 한신대학교 명예교수

[1]이 글은 필자가 ‘현장실천·사회변혁 노동전선’에서 진행한 세 번의 강의(주제: 자본주의의 위기 및 이행과 국가독점자본주의) 중 두 번째 … Continue reading

1. 사회화와 적응, 이행의 형태로서 독점과 국가독점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 또는 생산의 사회화와 사적 자본가적 영유 간의 모순은 자본주의의 근본모순이다. 근본모순의 심화와 위기로부터 이 위기에 대응하는 독점과 국가독점 같은 보다 진전된 사회화 형태, 이행의 형태가 발전한다. 생산력이란 생산할 수 있는 힘, 요컨대 과학기술, 생산수단, 노동력의 총합을 지칭하는 개념이고, 생산관계란 이 생산력을 조직해서 생산을 수행할 때의 인간들의 관계를 나타낸다. 자본주의하에서는 자본-임노동관계가 이 관계를 규정한다. 자본-임노동관계가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다. 자본주의하에서는 자본-임노동관계 즉 임금노동자의 착취와 이윤의 사적 영유에 기반하여 생산이 조직, 수행된다. 이 생산관계는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와 상품교환(시장조절) 그리고 노동력의 상품화와 착취에 입각해 있다. 자본주의 생산은 기본적으로 사적 생산의 형태이지만, 그 내에 이미 사회적 생산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 자본주의적 생산은 공장 내에서 분업과 협업을 통해 계획적으로 이루어지며, 생산과정은 사적이고 개인적인 형태가 아니라 결합노동이라는 사회적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럼에도 영유의 형태는 사적, 자본가적 형태이고, 이 양자간의 모순으로부터 자본주의 공황을 가져오는 모순들, 즉 생산의 무정부성과, 생산과 소비의 모순이 발전한다. 사적 자본가적 소유와 영유형태에 의해 규정되어 계획적 생산은 개별 공장과 기업에 한정되고, 공장 및 기업 간의 사회적 분업은 상품교환에 의해 매개되며, 여기서는 계획적 생산의 기구가 존재하지 않아 생산의 무정부성이 지배한다. 즉 개별공장과 기업 내에서는 계획적이고 효율적인 생산이 행해지지만, 사회전체적으로는 무계획성과 무정부성 그리고 불균형으로 특징지워진다. 또한 임노동 착취와 이윤획득에 기반한 생산체제로 인해 생산과 소비간의 대립과 모순이 발전한다.

이렇게 생산의 무정부성과 불균형, 생산과 소비의 대립은 자본주의 근본모순으로부터 발전한 것이다. 즉 임금노동자의 착취와 이윤의 사적 영유에 기반한 생산으로부터 이 두 개의 모순이 발전하고, 이로부터 불가피하게 주기적으로 공황이 발생한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가 관철하고 자본주의의 장기적 위기도 전개되는데,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법칙 또한 자본주의의 근본모순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자본주의 하 생산력의 발전에 따라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와의 모순은 심화되고, 그에 따라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가 관철되고 주기적 공황들은 심화된다. 이 심화되는 위기들은 자본주의의 근본모순의 심화로부터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이 위기의 극복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이 근본모순을 지양해야 한다. 즉 자본주의 생산관계를 지양하고 생산력의 사회화에 조응하는 새로운 생산관계로 대체되어야 한다.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와 상품교환 그리고 임금노동자 착취가 폐지되면, 생산의 무정부성과 불균형 그리고 생산과 소비의 모순도 지양되며, 생산력의 발전이 이윤율의 저하로 나타나는 모순도 지양된다.

그러나 자본주의하에서도 생산력의 사회화의 진전에 조응하여, 또 위기의 심화에 직면하여 자본주의적 사회화의 형태가 발전하고, 이 형태들을 통해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 및 위기들을 부분적으로나마 해결하게 된다. 독점과 주식회사, 국가독점은 바로 이와 같은 자본주의적 사회화의 형태들이다. 이 형태들은 자본주의 생산관계의 기본요소들 즉 사적 소유와 시장적 조절에 대한 일정한 부정 형태다. 원래 사회적 소유와 계획은 사회주의 사회의 구성요소지만, 독점과 국가독점에서의 사회화는 자본주의 질서 내에서의 제한된 사회화일 뿐이다. 즉 이 형태들은 자본주의 질서 내에서의 자기부정이며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사회화 형태를 통해서만, 즉 자신의 기본특징을 부정함으로써만 자본주의는 자신의 위기를 일정하게 극복하고 생존할 수 있다. 이는 자본주의가 발전의 정점에서 이제 노쇠한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 자신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회화라는 미래사회의 요소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독점과 국가독점은 자본주의 위기에 대한 적응 형태이자 자본주의로부터 사회주의로의 이행의 형태다.

우선 독점은 주식자본의 지배에 입각해 있고, 주식회사는 개인기업처럼 사적 자본가가 전적으로 기업을 소유, 경영하지 않는다. 주식회사는 수 많은 주주들의 공동의 소유 즉 사회적 소유이고, 또 그 경영은 많은 경우 소유자로부터 분리되어 전문경영자가 맡는다. 그렇지만 주식의 소유 자체는 개인적, 사적 소유이며, 그 때문에 지배지분을 확보한 대주주에 의해 주식회사가 사적으로 지배된다. 이런 점에서 주식회사의 사회적 소유란 사적 소유에 입각한 불완전한 사회적 소유이다. 또한 독점 조직인 카르텔과 트러스트는 동종 산업부문 내에서의 협정이나 병합을 통해 그 부문의 생산물 공급과 가격을 계획적으로 조절한다는 점에서, 이는 무정부적인 시장조절을 일정하게 계획적 조절로 대체하는 것이다. 콘쩨른의 경우에는 주식지배를 통해 특정 산업부문을 넘어 일련의 계열기업 그룹 내에서 그룹 차원의 계획을 도모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시장을 단일한 독점으로 모두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계획과 조절은 근본적으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계획과 조절은 독점의 범위 내에서 가능할 뿐이다. 독점 그룹과 독점 그룹 간에는, 또 독점과 다수의 여타 비독점기업 간에는 계획이 아니라 시장경쟁이 지배한다. 따라서 독점은 무정부적 시장을 지양하지 못하고 오히려 궁극적으로는 시장의 무정부성에 의해 지배당하게 된다. 이렇게 독점과 주식회사 제도는 자본주의 생산관계의 기본 특징(사적 소유와 시장조절)을 일정하게 부정하고, 자본주의 내에서지만 사회적 소유와 계획적 조절이라는 미래사회의 요소를 자본주의에 도입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자본주의 생산의 진전과 자본주의의 근본모순의 심화에 따라 주기적 공황(소위기)이 심화되고 구조위기(대위기)가 전개됨으로써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내에서라도 생산력의 사회화에 조응하는 생산관계의 사회화를 도입하여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을 부분적으로나마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자본주의의 독점화와 주식회사제도의 일반화는 자본주의의 제1차 구조위기 시기인 1873년 이래 20여 년 간에 걸쳐 이루어졌다. 그 결과 자본주의는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자유경쟁 자본주의 단계로부터 독점자본주의 단계로 이행하게 되었다.

독점과 주식회사를 통한 사회화가 이렇게 불충분하고 제한적인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독점자본주의하에서의 더 한층의 생산력 발전과 생산의 사회화는 다시 사적 자본 특히 사적 독점자본에 의해 지배되는 생산관계와 충돌하게 된다. 독점단계에 고유한 축적의 위기, 즉 만성적, 구조적인 과잉자본의 모순과 함께 자본주의는 또 다시 공황의 심화와 대위기에 부딪치게 되고,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보다 고도로 진전된 사회화의 형태를 요구하게 된다. 1930년대 제2차 구조위기가 다름아니라 이런 모순의 표현이며, 이 위기에 대응하여 국가독점에 의한 경제개입이 전면화된다. 이는 자본주의가 독점자본주의 내에서 새로운 단계로 발전하는 것을 나타내며, 이렇게 1940년대 말에 이르면 독점자본주의는 국가독점자본주의로 성장전화하게 되었다. 국가독점은 독점과 주식회사에 비교해 보다 고도화한 사회화 형태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새로운 형태의 발전은 자본주의 발전의 새로운 단계 즉 국가독점자본주의 단계를 가져온다. 우선 국가적 소유(국영기업)는 그 자체로 사적 소유와 대립되는 사회적 소유이며, 또 국가재정을 통한 국가의 계획은 사적 독점자본과는 비교할 수 없는 광범위한 영역에서 시장의 무정부적 조절을 계획적 조절로 대체한다. 이에 비해 독점과 주식회사에서 소유의 사회화는 형식적이고, 계획은 제한적이다. 이런 점에서 국가독점은 자본주의 하 사회화의 진전에서 독점과 다른, 질적으로 새로운 단계를 의미한다. 그러나 국가독점 자체도 근본적으로는 독점과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질서 내에서의 사회화일 뿐이다. 국가독점은 그 자체로 사회주의는 아닌 것이다. 자본주의 하 국가독점은 사적 시장경제를 모두 대체할 수 없고, 오히려 사적 시장경제라는 커다란 토대 위에서만 존립한다. 또한 사적 시장경제는 독과점에 의해 지배되는 경제다. 국가독점은 기본적으로 사적 시장경제와 독점자본의 지배를 보장하기 위해 기능하는 것이지 그 지배를 철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주의적 소유와 계획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그 때문에 국가소유와 계획이라는 진전된 사회화도 자본주의하에서는 시장경제의 무정부성과 공황 그리고 장기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1970년대 이래 현대 장기불황과 신자유주의의 위기, 특히 2008년의 금융위기는 국가독점자본주의가 케인스주의 형태든 신자유주의 형태든 자본주의의 근본모순과 위기의 심화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보론1] 독점과 국가독점에 대한 마르크스, 엥겔스, 레닌의 견해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독점적 단계를 경험하지 못했지만, 자본주의적 생산의 집적과 집중이 기업 내의 사회화를 넘어 역사적 경향으로서 독점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그것을 사회주의로의 이행과정 속에 놓았다. 마르크스는 특히 자본주의적 사회화의 이러한 진전에서 주식회사와 주식자본이 수행하는 역할에 주목하여 그것의 이행적 성격을 분명히 하였고, 나아가 독점은 불가피하게 국가의 경제개입을 강제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이것[주식회사: 인용자]은 자본주의적 생산양식 자체 내에서의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지양이며, 따라서 명백히 새로운 생산형태로의 단순한 이행점으로서 표현되는, 자기자신을 지양하는 모순이다. … 주식회사는 일정한 분야들에서 독점을 낳고, 따라서 국가의 개입을 불러일으킨다. (Marx, Das Kapital MEW 25, 454/마르크스 『자본론』 III(상) 제1개역판 544쪽 비봉출판사)

19세기 말의 제1차 구조위기와 자본주의의 독점자본주의로의 이행을 다 지켜보았던 엥겔스는 마르크스보다 더 분명하게 이 변화를 언급하였다.

생산력의 사회적 성격에 대한 부분적인 인정이 자본가들 자신에게 강제된다. 우선 주식회사를 통해, 그 뒤에는 트러스트를 통해, 그리고는 국가를 통해 거대한 생산조직 및 교통조직의 전유. (Engels, Die Entwicklung des Sozialismus von der Utopie zur Wissenschaft, MEW 19, 228)

엥겔스는 주식회사를 통한 소유와 경영의 분리 및 트러스트와 국가 관리에 따른 자본가들의 기생계급화를 비판하고, 나아가 국가의 경제개입에 따른 국가의 성격 변화를 국가의 본질적 성격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정식화하였다.

그렇게 트러스트가 있든 없든 결국 자본주의 사회의 공식적 대표자인 국가가 생산에 대한 지도를 떠맡아야 한다. 그러나 주식회사와 트러스트로의 전화도, 국가소유로의 전화도 생산력의 자본주의적 성격을 지양하지는 못한다. 주식회사와 트러스트의 경우에 이것은 명백하다. 그리고 근대국가도 부르주아 사회가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개별자본가들의 침해로부터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일반적인 외적 조건들을 유지하기 위하여 만들어낸 조직에 지나지 않는다. 근대국가는 그 형태가 어떠하든 본질적으로 자본주의적 기관이고, 자본가들의 국가이며, 관념적인 총자본가이다. 근대국가가 생산력을 자신의 소유로 가져오면 올수록, 그것은 더욱 더 실제적인 총자본가가 되며, 더욱 더 많은 시민을 착취하게 된다. 노동자들은 여전히 임금노동자, 프롤레타리아로 남게 된다. 자본관계는 지양되지 않고 더 정점으로 내몰린다. 그러나 그것은 정점에서 급전한다. 생산력의 국가소유는 갈등의 해결책이 아니지만, 그러나 해결의 형식적인 수단과 계기를 내포하고 있다. 이 해결책은 오직 근대적 생산력의 사회적 성격을 실질적으로 인정하고, 따라서 생산수단의 사회적 성격에 생산양식, 영유양식 및 교환양식을 일치시키는 데에 있을 것이다. (MEW 19, 221ff)

레닌은 독점자본주의를 명시적으로 자본주의 발전의 새로운 단계로서 파악하였고, 이를 자본주의로부터 사회주의로의 이행의 단계로서 규정하였으며, 나아가 국가독점자본주의를 “사회주의의 직접적 전 단계”라고 규정함으로써 이행론의 관점에서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을 정식화하였다. 우선 레닌은 생산의 집적이 독점자본주의와 제국주의라는 자본주의의 새로운 단계를 가져왔다는 것, 이 단계의 경제적 핵심은 다름 아닌 독점이라는 것, 그리고 독점화된 은행자본과 산업자본은 금융자본으로 융합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였다.

제국주의는 자본주의 일반의 기본 속성들의 더 한층의 발전 및 직접적인 연속으로서 생겨났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매우 높은 특정한 발전단계에서, 그것의 몇몇 기본속성이 그 자신의 대립물로 전화하기 시작했을 때, 자본주의로부터 보다 높은 경제적 사회구성체로의 이행기의 특징들이 형성되고 두드러지게 되었을 때, 비로소 자본주의적 제국주의가 되었다. 경제적인 면에서 이러한 과정의 기초는 자본주의적 독점들을 통한 자본주의적 자유경쟁의 교체다. 자유경쟁은 자본주의 및 상품생산 일반의 기본 속성이며, 독점은 자유경쟁의 직접적인 대립물이다. (LW 22, 269-270/『제국주의, 자본주의의 최고 단계』아고라 2017 143)

생산의 집적, 그로부터 성장하는 독점 그리고 은행과 산업의 융합, 이것이 금융자본의 성립사이고 금융자본 개념의 내용이다. (LW 22, 230/『제국주의, 자본주의의 최고 단계』같은 책 76)

금융자본의 지배는 불가피하게 금융자본과 국가의 융합 또는 유착으로 발전한다. 레닌에 따르면 이 유착으로부터 독점자본주의의 국가독점자본주의로의 성장전화가 이루어진다.

우리는 여기서 금융자본의 시대에 사적 독점과 국가독점이 어떻게 서로 유착되어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전자도 후자도 실제로는 세계분할을 둘러싼 거대 독점체들 사이의 제국주의 투쟁의 사슬에서 개개의 고리를 이룰 뿐인가를 그대로 보고 있다. (LW 22, 255/『제국주의, 자본주의의 최고 단계』 같은 책 118-119)

… 제국주의, 은행자본의 시대, 거대한 자본주의적 독점체의 시대, 독점자본주의의 국가독점자본주의로의 성장전화의 시대…(Lenin, Staat und Revolution, LW 25, 423)

레닌은 독점과 금융자본, 그리고 국가독점자본주의를 낡은 자본주의가 사멸해가는 특징으로 파악하여 제국주의를 자본주의의 최고이자 최후의 단계로 규정하고, 독점과 국가독점 등의 사회화 형태가 사회화의 왜곡된 형태임을 분명히 하였다. 그것은 사회주의로의 이행과 함께 비로소 진정한 사회화로 전화한다.

자본주의는 제국주의 단계에서 생산의 전면적인 사회화로 바짝 다가간다. 자본주의는 어느 정도 자본가들이 알지 못한 채 그리고 그들의 의지에 반하여 완전한 자유경쟁으로부터 완전한 사회화로의 이행을 이루는, 일종의 새로운 사회질서로 그들을 끌고간다. (LW 22, 209/『제국주의, 자본주의의 최고 단계』 앞의 책 40)

제국주의의 역사적 위치는 바로 이것[독점자본주의: 인용자]에 의해 규정된다. 왜냐하면 자유경쟁의 토대위에서 그리고 바로 그 자유경쟁으로부터 생겨난 독점은 자본주의적 사회구성체로부터 보다 높은 경제적 사회구성체로의 이행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LW 22, 304/『제국주의, 자본주의의 최고 단계』, 같은 책, 205)

제국주의의 경제적 본질에 대해 말한 모든 것으로부터, 제국주의가 이행기 자본주의로서, 또는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사멸하는 자본주의로서 특징지워져야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LW 22, 307/『제국주의, 자본주의의 최고 단계』같은 책 210)

2. 국가독점자본주의와 국가의 성격 및 기능의 변화

국가독점자본주의란 자본주의의 체제적 위기와 독점자본주의의 재생산의 위기에 대항하여 최대의 독점이윤과 독점자본주의의 재생산을 보장하기 위해 독점자본과 국가가 단일 메커니즘으로 결합 또는 융합한 것으로서 독점자본주의 내에서의 새로운 발전단계(소단계)를 나타낸다. 국가독점자본주의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전시자본주의의 총력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처음 나타났고, 1930년대 대공황을 배경으로 국가개입주의가 전면화되었으며,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 후 사회주의 체제와의 냉전이라는 조건하에서 체제적으로 확립되었다.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의 본질 규정과 관련해서는 통상 여러 비판과 오해가 있고, 또 이런 논란은 일정 부분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의 역사에서 스탈린주의적 편향으로부터 비롯된 측면도 있다. 독점으로의 국가의 종속이라는 명제, 독점이윤을 위한 독점과 국가권력의 결합 또는 융합이라는 명제가 논란의 대상이었고, 이론사에서는 양자가 서로 대립적인 것으로 논쟁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국가의 본질만이 아니라 그 형태도 고찰하고 그에 따른 국가의 상대적 자율성도 고려하면 두 개의 명제를 새롭게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두 개 명제가 대립되는 것도 아님을 알 수 있다.

독점이윤을 위한 독점과 국가권력의 결합 또는 융합, 그리고 독점으로의 국가의 종속의 의미는 다음과 같은 것이다.

⓵ 두 개의 조직, 권력이 단일한 하나의 새로운 조직, 권력으로 통합된다는 것이 아니라 국가독점자본주의하에서는 독점이윤 조절 메커니즘에 두 개의 조직, 권력이 결합된다는 의미다.

⓶ 국가독점자본주의 하 독점이윤 조절 메커니즘은 사적 독점의 시장적 조절과 국가독점적 조절의 모순적 통합이다.

⓷ 국가와 독점자본 간의 인적 결합도 기본적으로는 이 메커니즘을 보완하는 간접적 결합형태다. 자본주의하에서는 정치와 경제의 분리형태 때문에 직접적 결합이란 존재할 수 없는데, 국가독점자본주의하에서는 점차 직접적 결합의 형식이 발전한다. 예컨대 각종 정부위원회 구성에 독점자본의 대변자들이 참여한다. 물론 중립적 국가라는 형태, 외관하에서 노동자계급의 대변자들도 참여한다.

⓸ 자본가 계급의 국가, 독점자본가 계급의 국가라는 국가의 본질 규정은 부르주아 민주주의 다시 말해 시민일반의 국가라는 형태규정하에서 관철된다. 따라서 국가는 궁극적으로 독점자본과 독점이윤에 종속되어 있지만, 시민일반의 국가라는 형태하에서 사적 독점에 대해 상대적 자율성을 갖는다.

⓹ 국가독점적 조절은 궁극적으로 시장조절에 복무하지만, 국가독점적 조절은 상대적으로 시장조절에 대해 자율적이다.

⓺ 이 때문에 계급투쟁의 상태와 노자간 힘 관계의 여하에 따라 국가와 국가독점적 조절의 성격과 방향 그리고 내용이 변화할 수 있는 상대적 공간이 존재한다. 역사적으로 국가독점자본주의는 파시즘과 뉴딜형, 케인스주의와 신자유주의 등 여러 변종이 존재한다.

자본주의 국가는 ‘자본가계급의 위원회’로서 총자본가 계급의 계급지배를 실현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자본가 계급은 자본주의 국가를 직접 장악해서 통치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자본주의 국가는 계급지배로서의 국가의 본질규정과, 정치와 경제의 형태적 분리라는 형태규정(부르주아 민주주의 국가)과의 통일 속에서 파악되어야 한다. 이 국가는 총자본의 계급이해의 담지자인데, [보론1]에서 본 바처럼 엥겔스는 이를 ‘관념적 총자본가로서의 국가’라고 표현하였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자본주의 국가는 어떤 특정한 개별자본의 이해가 아닌 총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며, 그를 위해 직접 재생산과정에 개입하지 않고(즉 관념적이며) 자본주의 생산의 외적 조건을 창출하고 유지하는 한에서 개입한다. 이들 외적 조건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작동에 불가결한 조건이지만, 시장경제는 그 자체의 운동 속에서 이들 조건을 창출하지 못한다. 따라서 총자본가로서 국가가 이를 조직하는 한에서만 시장경제가 작동할 수 있다. 관념적 총자본가로서 국가는 다음 조건의 창출과 유지를 위해 개입한다.

⓵ 법률적 정비: 헌법(생산수단의 사적소유와 시장경제의 원칙적 승인)과 민법(사적소유와 계약관계 등의 법률적 재가)과 형법(그 침해에 대한 형사 처벌)

⓶ 화폐제도의 정비: 중앙은행에 의한 화폐발행의 독점과 화폐량 조절

⓷ 계급관계의 재생산: 자본주의 형성기에 국가는 법률적 제재를 통해 무산계급을 노동자계급으로 실제로 구성하였고, 또 자본주의의 확립 후에도 표준노동일의 제정이라든가 노동자 계급의 봉기를 억압함으로써 계급관계의 재생산을 유지하였다.

⓸ 사회간접자본의 확립

⓹ 군사적 정비: 상비군제도

이에 반해 국가독점자본주의 하의 국가는 자본주의 생산의 외적 조건의 창출, 유지만이 아니라 독점적 재생산의 위기와 계급모순의 심화, 체제위기에 직면하여 독점자본의 이해를 위해 직접적으로 재생산과정에 개입한다. 물론 국가는 여전히 총독점자본으로서, 나아가 총자본가로서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며, 특정한 개별자본 또는 특정한 독점기업의 이해를 직접 대변하지는 않는다. 엥겔스에 따르면 국가는 이로써 관념적 총자본가로부터 실질적 총자본가, 보다 구체적으로 실질적 총독점자본가로 전화하였다. 즉 현대의 국가는 관념적 총자본가의 성격 위에 실질적 총독점자본가의 성격이 중첩되었다. 따라서 국가독점자본주의하 국가의 경제개입도 관념적 총자본가로서의 역할, 즉 계급관계의 재생산과 화폐의 조절 그리고 사회간접자본의 확립 등을 넘어 실질적 총독점자본가로서의 역할 즉 계획화와 성장정책, 구조조정과 산업정책, 조세정책, 통화•신용정책, 군수정책, 과학기술정책, 소득•가격정책, 사회정책(교육, 의료, 보험, 노동, 주택 등), 공황구제와 반순환정책, 외환정책 등으로 광범위하게 확대된다. 국가 경제개입의 주요 토대는 국가재정과 국•공유기업 그리고 중앙은행이다. 바로 국가개입의 이 포괄적 영역과 그 기능에 대한 이론적 분석은 국가독점자본주의론 외에는 찾아볼 수가 없다. 왜냐하면 여타 마르크스주의 또는 좌파 이론에는 실질적 총(독점)자본가로서의 국가개입주의를 설명하는 이론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부르주아 경제학에서 국가개입주의의 상징적 이론인 케인스주의도 앞에서 열거한 현대국가의 포괄적인 개입주의 정책의 제한된 부분만 설명할 수 있을 뿐이다. 공적자금 투입과 손실의 사회화라는 금융위기시의 인상적인 국가개입도 케인스주의 이론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3. 케인스주의적 국가독점자본주의

제2차대전 종전후 역사적으로 형성된 국가독점자본주의는 케인스주의적 형태이었다. 케인스주의적 국가독점자본주의는 1930년대 이윤율의 위기와 대공황, 그에 따른 이른바 자유시장경제(실제는 사적 독점자본주의)의 파산의 결과이었다. 그것은 또한 대공황과 파시즘의 등장, 또 한 번의 세계대전 그리고 사회주의 체제의 성립을 배경으로 하여 진행된 노자간 계급투쟁의 결과로서 성립하였다. 무엇보다 소련 사회주의의 결정적 기여에 입각한 반파시즘 연합국의 승리, 국제적 혁명과 사회주의 진영의 성립 그리고 반파시즘 투쟁을 통해 강력한 세력으로 등장한 노동자계급의 투쟁만이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처하는 국가개입에 개혁적인 성격을 강제할 수 있었다. 케인스주의적 뉴딜 하에서 자본의 무제한적 이윤추구는 제한되었고, 금융자본에 대한 통제와 노동자계급의 권리가 제도화되었다. 반면 자유시장경제의 파산과 특히 유럽에서 파국적인 전쟁을 통해 약화된 자본가계급은 체제의 유지와 안정을 위해 노동자계급에게 일정한 양보가 불가피하였다. 물론 그 양보는 혁명적 노동자계급의 배제와 고립을 도모한 것이었다. 이로써 완전고용과 소득재분배 그리고 사회보장을 위한 노동자 계급과 독점자본가 계급간의 타협이라는 개혁적인 케인스주의적 국가독점자본주의가 확립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 개혁적인 국가독점자본주의도 소련과의 냉전을 수행하기 위해서 미국의 막대한 군사비 지출과 군수산업 지원에 기반한 것이어서 케인스주의의 유효수요 확장정책은 사회보장과 군비수요를 양대 축으로 하였다. 따라서 케인스주의는 이른바 군사적 케인스주의의 특성을 띨 수밖에 없었다.

국가독점자본주의의 국제적 협력체제는 브레튼 우즈 체제, 즉 IMF와 GATT에 기반한 미국 헤게모니 체제였다. IMF는 금과 미국 달러의 태환(금 1온스=35 미국 달러)을 통해 미국 달러를 세계화폐로 하는 국제적인 고정환율제도를 확립하고 무역과 자본 거래에 따른 자유로운 외환결제를 보장함으로써(단, 단기자본 운동은 금지) 자유무역을 통화적 측면에서 뒷받침하였으며, GATT는 비관세장벽의 원칙적인 금지와 관세의 점진적 인하를 통한 자유무역질서를 추구하였다. 이로써 미국은 소련에 대항해 자본주의 세계를 자유무역으로 결속시키고, 무역을 통한 자본주의 세계의 성장을 도모하였으며, 특별히 자국의 상품 및 자본수출 시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자본주의 세계체제하에서 헤게모니 문제가 제기되는 근본적 이유는 세계경제가 단일한 세계시장과 단일한 세계국가로 구성되는 게 아니라 수많은 국민국가와 국민시장으로 분할되어 존재하는 반면, 이를 총괄하는 단일한 초국가는 존재하지 않는 특정한 존립형태에서 비롯되는 모순 때문이다. 즉 자본은 그 본래의 가치증식 성격상 세계적 운동을 지향하지만, 세계경제는 단일한 세계국가로서 통일되어있지 않고 국민국가적으로 조직, 분할되어있으므로 국민국가의 국경에 의해 자본의 가치증식 운동은 제약된다. 자본은 세계국가가 부재한 모순으로부터 비롯되는 가치증식의 한계, 무엇보다 상품과 자본의 국경 통관과 국민통화 간 교환(즉 국제통화)의 문제를 국제무역제도와 국제통화제도의 확립이라는 제도적 형태를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제무역제도와 국제통화제도는 근본적으로 국민국가간 갈등과 이해관계의 대립 위에 성립하는 모순적이고 불안정한 체제이며, 실제로는 이를 조정할 수 있는 헤게모니 국가의 지배하에 성립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계는 자본주의 전체 역사 속에서 관철되며 독점자본주의와 국가독점자본주의로의 자본주의의 단계 이행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는 어떻게 고도로 발전한다 하더라도 세계경제의 이 모순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헤게모니 국가의 지위가 불안정해지면, 국제무역제도와 국제통화제도 전체가 불안정에 빠지게 되며, 헤게모니 국가의 교체와 함께 국제무역제도와 국제통화제도 자체도 변하게 된다. 역사적으로 보면, 19세기 영국 헤게모니는 파운드화를 세계통화로 하는 국제 금본위제도와 자유무역제도에 기반하였고, 20세기 중반 이래의 미국 헤게모니는 미국 달러를 세계통화로 하는 IMF제도와 GATT의 자유무역주의에 기반한 것이다.

케인스주의적 국가독점자본주의 형태가 가능했고 또 작동할 수 있었던 궁극적 토대는 전쟁기간을 통해 과잉자본을 청산하고 잉여가치율을 제고하는 등 이윤율 조건을 다시 개선한데 있었다. 전자 및 핵 동력의 새로운 기술혁신과 포드주의 생산방식 또한 상대적 잉여가치 생산의 개선과, 그럼으로써 이윤율 개선에 기여하였다. 케인스주의적 국가독점자본주의가 작동할 수 있었던 국내적, 국제적 모든 조건은 이 평균이윤율의 개선을 전제로 하였다. 노자간 계급타협과 사회보장입법이 가능했던 것도, 그 하에서 독점자본의 축적이 가능했던 것도, 또 미국 헤게모니에 입각한 IMF 제도와 고정환율제도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도 궁극적으로는 이윤율 조건의 개선과 그에 입각한 고도성장 때문이었다. 1930년대 대공황으로부터 탈출하는데 실패했던 케인스주의가 전후에 성공적인 정책으로 부각될 수 있었던 것도 이 이윤율 조건의 개선 덕분이었다. 물론 역으로 이윤율 조건이 개선되었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전후 자본주의가 안정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현대자본주의가 이미 국가개입주의를 불가결한 존립조건의 하나로 포괄하고 있는 이상, 상응하는 사회화된 조절체계는 전후 자본주의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절대조건이 아닐 수 없었다. 따라서 케인스주의적 국가독점 자본주의는 한편에서 평균이윤율 조건의 개선과, 다른 한편에서 국가개입주의라는 사회화된 조절체계의 창출 덕분에 작동될 수 있었다.

케인스주의적 국가독점자본주의는 전후 20여 년간의 장기번영을 구가하였지만, 국가독점으로까지 발전한 사회화도 여전히 자본주의적 사회화이었고, 이는 자본주의의 고유한 축적모순 즉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법칙을 결코 지양할 수는 없었다. 장기번영 속에 잠재화되었던 독점자본주의의 모순들도 다시 작동하였다. 이윤율 조건의 악화는 일정한 이윤율 수준 위에서만 작동할 수 있었던 케인스주의적 계급타협과 조절체계를 위기로 빠뜨렸다. 뿐만 아니라 국가의 경제개입은 시장경제의 운동 메커니즘에 작용하여 시장적 조절을 왜곡하였고, 시장의 경쟁적 조절과 국가의 계획적 조절의 결합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모순들을 새롭게 발전시켰다. 특히 주기적 공황 시의 국가개입은 주기적 공황의 감가 기능을 왜곡하여 과잉자본의 청산을 저지하였고, 과잉자본은 구조화하였으며, 인플레이션은 점차 만성화되기에 이르렀다.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로 인해 전후 자본주의의 고성장 토대가 무너졌고, 또 1950년대와 60년대 자본주의의 불균등발전의 결과 미국에 대한 일본과 서유럽의 약진과 부분적인 추월로 인해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가 심화되었다. 아울러 냉전을 유지하기 위한 대외 군사비 지출의 증대와 함께 미국 달러의 해외잔고가 태환을 위한 미국의 금준비를 크게 초과함으로써 세계통화로서의 달러의 위기가 초래되었다. 결국 미국은 1971년 미국 달러와 금과의 태환을 폐기시킴으로써 이에 기반한 IMF의 고정환율제도는 1973년 최종 붕괴하기에 이르렀고 변동환율제도로 이행하였다. 국제무역 또한 마찬가지였다. 1970년대 두 번의 석유파동 및 두 번의 공황과 구조위기의 전개 속에서 자유무역을 무력화시키는 각종 비관세 장벽의 동원을 통한 보호무역주의의 창궐로 인해 GATT 체제도 위기를 맞게 되었다. 이는 곧 브레튼 우즈 체제의 붕괴와 미국 헤게모니의 위기를 말하는 것이다. 케인스주의적 국가독점자본주의와 브레튼 우즈 체제는 결국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법칙의 새로운 관철과 구조위기, 공황과 인플레이션의 결합 즉 스태그플레이션의 대두, 그리고 미국 달러의 국제적 위기 속에서 역사적 수명을 다하고 말았다.

4. 신자유주의적 국가독점자본주의

1970년대 국가독점자본주의의 위기는 국가독점자본주의하에서 진행된 더 한층의 생산력 고도화가 국가독점이라는 자본주의 최고의 사회화 형태와도 모순에 빠진 것(평균이윤율 저하의 위기)을 표현하는 것이었고, 국가개입주의도 (독점)자본주의의 모순과 위기를 극복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 위기의 극복을 위해서는 케인스주의보다도 더 급진적인 사회화 프로그램의 도입이 요구되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주식자본이라는 형태상의 사회적 자본은 실제적으로 사회화됨으로써 이윤증식에 대한 요구를 포기하고 그럼으로써 이윤율 저하와 과잉자본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투자와 성장이 이윤율에 의존하지 않고 대중의 필요와 고용을 위해 복무하는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될 것이다. 물론 신자유주의는 이 좌파적 대안에 대항하였고 1980년대 초 정치적으로 좌파에 승리하였다. 과잉자본의 처리와 이윤율의 회복을 위해 신자유주의는 오히려 케인스주의적 국가독점자본주의하에서 도입된 사회화의 형태를 역전시켜 해체하고자 하였다. 그것은 국가독점자본주의하에서 노동자계급이 획득했던 역사적 성과에 대한 공격으로 나타났다. 노동유연화, 자본•금융 자유화, 탈규제와 작은 정부, 사회보장 삭감, 민영화와 사유화, 재정 및 통화 긴축, 자유화와 개방, 시장경쟁과 시장규율의 강화가 신자유주의 공세의 주요 내용을 이루었다. 이는 노동권 및 사회보장과 공공성을 위한 국가규제에 공격의 초점을 맞춘 것이었고, 이를 통해 시장경쟁과 이윤의 독재적 지배를 다시 확립하고 더 한층의 자본집중과 독점화를 도모한 것이었다.

그러나 시장경제로부터 국가의 축출 기획은 절반만 성공할 수 있었다. 현대자본주의 하에서 국가의 경제개입을 철폐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국가의 경제개입이 독점자본주의의 위기적 발전에서 불가피하게 도입된 것이었음을 생각하면 자명한 것이었다. 일련의 금융위기에서 보는 바처럼 위기에 처한 독점기업과 금융기관의 구제를 위해서도 국가는 불가피하게 경제개입과 공적자금의 투입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가독점자본주의는 신자유주의로의 전환과 그 공세 하에 축출된 것이 아니라 그 모습을 바꾸었을 뿐이었다. 즉, 국가독점자본주의는 케인스주의적 국가독점자본주의로부터 신자유주의적 국가독점자본주의로 그 변종을 바꾸었다. 늦어도 1980년대 말 이래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에서 신자유주의로의 전환은 완료되었고 신자유주의적 국가독점자본주의가 확립되었다. 신자유주의적 국가독점자본주의하에서 국가개입은 케인스주의의 그것과 달리 독점자본의 이윤증식 요구에 보다 복무하고 노동자계급의 재생산을 위한 제도와 정책을 해체하는 방식으로 그 수단과 성격을 바꾸어나갔다. 이렇게 보면 자유시장경제를 주장하는 신자유주의 대변자들의 선전•선동은 이데올로기적 기만이었고, 현실은 오히려 보다 강력한 국가개입주의하에 있었다. 이렇게 신자유주의는 그 이데올로기에 현혹되어 논쟁해서는 안 되며, 신자유주의 현실정책의 비판을 통해서만 이데올로기의 기만성을 드러낼 수 있다. 한편에서는 탈규제와 자유화를 도모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개입주의의 강화를 추구하는 신자유주의적 정책은 모순적이고 기만적이었지만, 양자 모두 독점자본과 금융자본의 이익에 복무한다는 점에서 일관된 것이었다.

신자유주의는 현대불황과 케인스주의의 위기에 대한 독점자본의 대응이었고, 또한 헤게모니 위기에 직면한 미국이 금융자본 주도로 헤게모니 강화를 기획한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는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장기번영을 가져오기는커녕 신자유주의 하 위기는 더욱 심화되었다. 케인스주의의 위기에 중첩해서 케인스주의 시대에는 보지 못했던 금융위기라는 새로운 위기가 파상적으로 전개되었던 것이다. 이 시기 성장률은 미국의 경우 겨우 위기의 시대인 1970년대의 성장률 수준이고 세계 전체로는 그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고용위기, 인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 재정위기, IMF 통화위기(달러위기), 무역전쟁 등 케인스주의의 위기는 신자유주의 하에서 더욱 심화되었다. 특히 1980~1990년대 초반까지 미국은 이른바 쌍둥이 적자(재정적자와 국제수지 적자)의 기록적인 갱신에 시달렸고, 1990년대 중반 이후에도 국제수지 적자와 달러위기•통화위기가 지속되었다. 1995년 WTO의 출범에도 불구하고 무역전쟁도 격화되었다. 1970년대 중반 이래 유럽자본주의는 장기침체가 지속되었고, 1990년 버블 붕괴이후 일본도 3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장기불황에 빠졌으며, 1987년 세계 금융충격,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2000년 미국 닷컴경제 붕괴, 2008년 세계금융위기 등 외환금융위기가 잇달아 일어났다. 1979년 미국 연준의 살인적인 고금리 정책이 신자유주의로의 전환의 기점이었음을 상기해보면, 오늘날 선진 주요국가들의 기준금리가 초저금리 상태로 떨어진 것은 현대 장기불황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달러와 국제통화의 지속되는 위기, 중국의 부상에 따른 세계무역에서 미국의 지위 약화 등 미국 헤게모니의 위기도 심화되었다. 경제통화동맹까지 건설하면서 미국에 헤게모니 도전을 시도했던 유럽은 미국에 대비한 장기불황의 심화와 정치통합의 실패로 좌초하였고, 일본 또한 30년 장기불황으로 무너지면서 신자유주의 시대에 이들 국가에 대한 미국의 헤게모니 지위는 다시 강화되었지만, 이제는 중국자본주의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해있다.

신자유주의로의 전환으로 자본주의의 위기가 극복되지 못하고 장기불황이 심화된 것은, 단적으로 말하면, 과잉자본의 청산과 이를 통한 이윤율 조건의 개선이라는 자본주의적 위기극복 방식이 점점 더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신자유주의적 국가개입은 이 문제와 관련하여 모순적인 방식으로 작용하였다. 우선 신자유주의 국가개입은 케인스주의와 마찬가지로 공황으로부터의 독점자본과 과잉자본의 구제를 주요한 목적으로 한 만큼 공적자금의 투입으로 과잉자본의 파괴/감가는 저지되고 과잉자본은 청산될 수 없었다. 반면 신자유주의 국가개입은 사회화 형태의 해체를 통해 직접적으로 독점자본의 수익성을 제고하고 높은 이윤율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또 공공부문의 민영화•사유화를 통해 독점자본의 새로운 이윤영역을 제공함으로써 과잉자본의 배출구를 창출하고 과잉자본의 압력을 완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효과도 결국에는 부메랑으로 돌아와 높은 이윤의 축적을 통해 과잉자본의 추가적 형성에 기여함으로써 과잉자본의 문제는 결국 해결될 수 없었다. 요컨대 독점자본의 높은 이윤율은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를 상쇄하고 거대한 과잉자본을 투자 확대로 흡수할 수 있는 그런 정도는 아니었다. 상대적 과잉자본의 유휴화라는 조건하에서만 독점자본의 고이윤이 실현되는 상황이었다. 결국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과잉자본의 누적은 신자유주의 하 금융부문의 자유화와 결합하여, 또 국제적인 변동환율제도의 지배하에서 투기적인 금융자본으로 전화하였고, 금융자본의 자립화와 투기자본의 지배는 역으로 실물자본의 축적을 추가로 제약하여 실물경제의 성장둔화를 강화하였다. 그러나 금융자본의 이자 및 배당이윤과 투기이득의 궁극적인 토대가 실물경제의 이윤이라는 점에서 실물경제의 저성장과 위기를 배경으로 하는 금융자본의 비대화와 국제적 팽창은 불안정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일련의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로 표출되었다. 이것이 다름아닌 신자유주의적 국가독점자본주의 하에서 위기가 전개되는 메커니즘을 나타낸다. 이렇게 신자유주의하에서 저투자와 저성장, 고실업, 과잉자본의 누적과 금융부문의 팽창, 금융자본의 초국화와 투기화, 파상적인 국제금융위기 간에는 필연적인 연관관계가 존재하였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구조위기는 근본적으로 생산력의 고도화•사회화와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의 모순이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로 표출됨으로써 발생하였고, 그 때문에 구조위기는 자본주의 질서 내에서지만 자본주의의 본질적 특성들을 지양하는 사회화 형태의 도입을 통해서만 극복될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케인스주의하에서 도입된 국가독점이라는 사회화 형태를 어떻게든 제한하고 해체하고자 했던 신자유주의가 케인스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장기번영을 가져올 리 만무했던 것이다. 여기에 다름아니라 신자유주의적 국가독점자본주의 하에서 위기가 심화되는 근본적 요인이 있다. 결국 신자유주의적 국가독점자본주의의 위기는 사회화와 자본주의의 이행에 관련된 문제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오늘날 사회화의 현실적 전망이 어떻게 어렵다 하더라도 현대자본주의의 지속되는 위기는 사회화와 이행을 피할 수 없는 길로 지시하고 있다. 국가독점 형태와 국가독점자본주의는 바로 이 이행의 역사에 위치하고 있다. 현대자본주의 하에서 반독점 사회화를 전략적 과제로 제기하는 것은 이와 같은 국가독점자본주의의 성숙을 토대로 하며, 나아가 국가독점자본주의 내에서 국가독점의 상대적 자율성과 그에 따른 정책변종의 다양성으로 인해 경제정책을 진보적인 방향으로 통제할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독점의 상대적 자율성과 다양한 변종에도 불구하고 국가독점자본주의하에서 국가의 권력은 독점자본가의 권력이며, 국가독점은 독점(이윤)에 궁극적으로 종속되어 있으므로, 반독점 사회화는 이러한 국가권력의 분쇄와 새로운 유형의 국가로의 전화 속에서 비로소 국가독점자본주의의 틀을 넘어갈 것이다. 따라서 국가독점자본주의하에서 반독점 사회화 투쟁은 사회화와 공공부문의 방어•확장과 이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위한 투쟁 속에서 민주적인 구조개혁을 강제해 내고, 나아가 그러한 개혁투쟁이 국가독점자본주의를 넘어가는 투쟁으로 전화해 나갈 것을 목표로 한다.[2]국가독점자본주의론이라 해도 그 내에서 다양한 이론들이 있다. 이론사적으로는 보면 대체로 (1)전반적 위기론에 입각한 입장(전반적 … Continue reading

[보론2] 『제국주의』의 이론적 문제들

레닌의 『자본주의 최고의 단계로서 제국주의』(이하에서 『제국주의』로 칭함)는 ‘통속적인 개요’라는 부제에서 보는 바처럼 대학생들도 어렵지 않게 읽어갈 수 있는 대중적인 저작이다. 따라서 정치한 이론적 저작이라기보다는 팜플렛 같은 소책자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레닌이 이 저작을 저술하기 위해 작성한 엄청난 노트들을 보면, 그렇게 평가하기 어려울 만큼 이 책의 이론적 무게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3]W. I. Lenin, Hefte zum Imperialismus, LW 39 참조. 이 노트들은 “레닌 저작집” 판으로 800쪽이 넘는 분량이며, 148권의 책(독일어 106권, 프랑스어 23권, 영어 17권, … Continue reading) 무엇보다 독점자본주의라는 자본주의의 발전단계와 그 역사적 규정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마르크스주의 이론사의 새로운 시대를 연 저작이 아닐 수 없다. 20세기 초 자본주의의 새로운 변화를 분석하고 평가하기 위해 방대한 부르주아 문헌을 검토한 위에서, 그리고 마르크스의 『자본』에 입각해서(또한 힐퍼딩의 『금융자본』을 주요하게 참조해서) 레닌은 이 역사적 변화를 ‘제국주의’로 총괄하고, 제국주의를 자본주의의 발전에서 자유경쟁 단계를 대체하는 새로운 단계, 자본주의 최고의 단계이자 최후의 단계로 규정하였다. 이 저작은 기본적으로 경제적, 이론적 분석에 한정하고자 하였지만, 제국주의의 경제적 토대와 정치적 반동 및 국제적 기회주의(카우츠키 조류)의 불가피한 관계를 폭로하고, 제국주의와 기회주의 경향들에 대한 투쟁과 사회주의 혁명의 불가피성을 논증한다는 정치적 목적 또한 주요한 것이었다.[4]1917년 러시아어로 간행된 『제국주의』 초판의 제목은 “Имперіализмъ, какъ новѣйшій этапъ капитализма(자본주의의 새로운 … Continue reading

『제국주의』의 경제적 분석과 관련한 주요 내용은 주지하다시피 다음 인용문에 요약되어 있다.

제국주의는 자본주의 일반의 기본 속성들의 더 한층의 발전 및 직접적인 연속으로서 생겨났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매우 높은 특정한 발전단계에서, 그것의 몇몇 기본속성이 그 자신의 대립물로 전화하기 시작했을 때, 자본주의로부터 보다 높은 경제적 사회구성체로의 이행기의 특징들이 형성되고 두드러지게 되었을 때, 비로소 자본주의적 제국주의가 되었다. 경제적인 면에서 이러한 과정의 기초는 자본주의적 독점들을 통한 자본주의적 자유경쟁의 교체다. 자유경쟁은 자본주의 및 상품생산 일반의 기본 속성이며, 독점은 자유경쟁의 직접적인 대립물이다 … 그러나 동시에 독점들은 자유경쟁(이로부터 독점들이 생겨났는데)을 제거하지 않고, 자유경쟁의 위에 그리고 자유경쟁 옆에 존재하며, 그럼으로써 일련의 특별히 현저하고 격렬한 모순들, 마찰, 갈등들을 만들어낸다. 독점은 자본주의로부터 보다 높은 체제로의 이행을 나타낸다. 제국주의에 대한 가능한 한 짧은 정의가 요구된다면, 제국주의는 자본주의의 독점단계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 그러나 너무나 짧은 정의들은 … 불충분하다. 그래서 … 다음 다섯 가지 기본 특징을 포함하는, 그러한 제국주의 정의를 주어야 한다. (1)경제생활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독점을 창출할 정도로 그렇게 높은 발전단계에 도달한 생산과 자본의 집적, (2)은행자본과 산업자본의 융합, 그리고 이 ‘금융자본’의 토대 위에서 금융과두제의 형성, (3)상품수출과 구별되는 자본수출이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획득한다, (4)세계를 자신들 사이에 분할하는 국제적인 독점적 자본가연합체들의 형성된다, (5)자본주의 열강들 간 지구의 영토적 분할이 완료되었다. 요약하자면 제국주의란 독점과 금융자본의 지배가 형성되고, 자본수출이 중요한 의미를 획득하였으며, 국제 트러스트들에 의한 세계분할이 시작되었고, 자본주의 열강들에 의한 지구의 전체 영토의 분할이 완료된, 그러한 발전단계의 자본주의다. 만약 (이 정의에서 한정되고 있는) 순전히 경제적인 기본적 개념들뿐만 아니라 … 자본주의 일반과 관련한 이 단계 자본주의의 역사적 위치라든가, 또는 노동운동 내부의 두 개의 기본 경향과 제국주의의 관계도 또한 주목한다면, 우리는 뒤에서 제국주의를 어떻게 다르게 정의할 수 있고 또 정의해야 하는지 보게 될 것이다.

(LW 22 269-271『제국주의, 자본주의의 최고 단계』아고라 2017 143-145)

뒤에서 보게 된다는 정의는 자본주의의 기생성 및 부패(제8장)와 함께 마지막 장(제10장)의 다음을 말하는 것이다.[5]그래서 제국주의에 대한 레닌의 총괄적인 정의는 다음과 같다. “제국주의는 (1)독점자본주의, (2)기생적 또는 부패하는 자본주의, (3)사멸하는 … Continue reading)

제국주의의 경제적 본질에 대해 말한 모든 것으로부터, 제국주의가 이행기 자본주의로서, 또는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사멸하는 자본주의로서 특징지워져야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LW 22, 307/『제국주의, 자본주의의 최고 단계』같은 책 210)

레닌은 프랑스어와 독어판 『제국주의』의 서문에서 이 저서의 목적이 20세기 초의 세계자본주의의 전체상을 보여주는 것임을 분명히 밝혔지만, 『제국주의』는 그 분석을 위한 독점단계 자본주의의 일반적 요소들도 이론적으로 포괄함으로써 『제국주의』에는 당대의 자본주의의 특별한 현상들에 대한 분석과 독점자본주의의 일반적/이론적 요소들이 체계적 설명 없이 혼재하게 되었다. 같은 이유로 인해, 또 대중적 저작이라는 이 책의 성격상 『제국주의』에서는 독점자본주의의 일반적 이론이 충분하게 전개될 수도 없었다. 『제국주의』 출간 이후 100여 년의 시간이 지난 오늘날, 레닌의 제국주의의 5개의 특질(또는 표지)과 제국주의의 역사적 규정이 현대자본주의의 분석에 얼마나 유효할까를 검토할 때는 무엇보다 이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의 변화된 자본주의에 비추어 『제국주의』의 어떤 특질이나 규정은 맞고 다른 특질이나 규정은 안 맞는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 어떤 특질이나 규정이 독점자본주의의 일반적 요소이고 당대의 특수한 규정이나 특질은 어느 것인지 이론적 접근이 요구되는 것이다. 또한 현대자본주의의 변화된 모습들, 현상들은 독점자본주의의 일반이론의 토대 위에서 어떻게 분석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없이 『제국주의』를 평가할 경우에는 자본주의의 새로운 변화들을 앞세워 이런, 저런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제국주의』의 한계나 지적하고는, 이 새로운 현상들을 어떠한 이론으로써, 어떻게 이론적으로 분석, 설명할 것인가 하는 중요한 문제는 무책임하게 방기하게 된다.

이런 문제들은 특히 1960년대 이래 일본 마르크스주의 문헌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되어왔다. 마쓰다 토시오(増田壽男)에 따르면, 『제국주의』 논쟁은 두 개의 쟁점을 둘러싸고 전개되었다.[6]増田壽男, 「レーニン『帝國主義論』の意義と限界」, 北原勇•鶴田満彦•本間要一朗 編, 『現代資本主義』, 앞의 책, 394-395쪽. 하나는 『자본』과 『제국주의』의 이론적 관계이며, 이와 관련하여 독점시장/독점가격/독점이윤론, 독점자본주의하 축적과 위기 등의 이론적 발전이 이루어졌고, 금융자본의 개념, 자본수출을 둘러싼 논쟁 등이 있었다. 다른 하나는 『제국주의』와 제2차대전후 세계경제의 현실 간의 이론적 관계라는 문제이며, 이에 대해 4개의 입장, 즉 전반적 위기론/국가독점자본주의의 세계체제/레닌의 단계와 병행하는 새로운 단계/宇野학파의 3단계론이 대립, 논쟁하였다. 増田壽男은 국가독점자본주의의 세계체제로서 이 관계를 설명한다. 즉 『제국주의』의 국내체제로서 독점과 경쟁의 모순, 세계체제로서 제국주의 국가간의 대립과 제국주의-식민지/종속국의 관계가 2차대전 후 크게 변화했다는 것, 따라서 『제국주의』의 단순한 연장선에서 전후자본주의 분석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 변화의 주요 내용은 주지하다시피 다음과 같은 것이다. 제국주의의 결과로서 사회주의 혁명과 식민지체제가 붕괴되었고, 국가독점자본주의의 성립과 냉전체제가 새로운 문제로서 부상했으며, 국가독점자본주의와 냉전체제하에서의 장기번영 후에 1970년대 이래 IMF 체제의 붕괴와 현대불황 등 자본주의의 새로운 위기가 시작되었고, (신자유주의로의 전환과 함께) 나아가 1991년 소련 사회주의가 붕괴, 냉전체제가 해체되었다.

일본에서의 『제국주의』 논쟁이 하나의 중요한 이론적 발전이긴 하지만, 물론 충분한 것은 아니다. 필자로서는 한편에서 국가독점자본주의론과, 다른 한편에서 『제국주의』에 대한 일종의 이론적 재구성(독점자본주의의 일반적 요소들과 특수/구체적 현상들의 분리와 재구성)을 통해 『제국주의』 논쟁을 발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한다.

우선 20세기 중반이래 현대자본주의의 변화된 주요한 현상들은 대체로 자본주의의 국가독점자본주의로의 발전과 관련된 것으로서 당연히 『제국주의』의 독점자본주의론만으로는 이 역사적 변화를 분석할 수 없다. 본문의 제3절과 제4절에서 본 바처럼 오늘날의 변화된 자본주의는 국가독점자본주의의 국내체제/국제체제로서 분석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국주의』를 비판, 폐기하는 문제는 아니다. 왜냐하면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은 『제국주의』와 독점자본주의론에 기반해서 발전된 이론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20세기 초 자본주의가 독점자본주의 단계에 들어섰을 때 『자본』의 이론적 유효성에 의문이 제기되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레닌은 자본주의의 새로운 변화를 근거로 『자본』을 문제 삼는 논자들과 달리 자본주의 일반의 이론인 『자본』에 기반해서 독점자본주의의 단계이론을 발전시킴으로써 『자본』을 변호하고 역사적 변화를 이론적으로 분석할 수 있었다. 국가독점자본주의도 독점자본주의에서의 새로운 단계인 만큼 독점자본주의 단계의 일반이론으로서 『제국주의』는 여전히 유효한 것이다. 따라서 국가독점자본주의로까지 발전한 현대자본주의의 분석을 위해서는 北原勇의 주장처럼 3층 이론체계, 즉 자본주의 일반이론(『자본』)-독점자본주의 이론-국가독점자본주의 이론의 체계가 필요하다.[7]北原勇, 「『資本論』体系と現代資本主義分析の方法」, 北原勇•鶴田満彦•本間要一朗 編, 『現代資本主義』, 앞의 책. 3층 이론체계는 기본적으로 … Continue reading

그런데 자본주의 일반의 이론으로서 『자본』과는 달리 『제국주의』는 독점자본주의 단계의 일반이론으로서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레닌의 이 저작의 팜플렛적 성격을 감안해야 하긴 하지만, 한편에서는 일반이론으로서는 부족한 부분, 공백들이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일반이론적 요소들과 20세기 초 당대의 독점자본주의 현상들이 섞여 있어 체계적인 이론구성을 갖추고 있지는 않다. 5개의 제국주의의 특질 중 처음 4개의 특질은 대체로 일반이론적 요소라 할 수 있고(이들 요소는 독점–>금융자본–>자본수출–>독점과 금융자본에 의한 세계의 경제적 분할이라는 내적 논리로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오늘날의 자본주의도 독점자본주의인 한, 이 특질들은 여전히 오늘날의 자본주의를 특징짓는 요소들이다. 반면 마지막 특질인 자본주의 열강들에 의한 영토분할과 식민지지배는 필연적으로 이 연관관계의 선상에 있는 일반이론적 요소라기보다는 당대의 제국주의에 특수한 역사적 형태라고 생각한다. 사실 『제국주의』의 현재성과 관련하여 주로 이 특질에 대해 크게 논란이 되었던 것도 이런 문제에 기인했을 것이다.

일반이론적 요소로서는 부족한 측면이란 이런 것이다. 예컨대 독점이론에서는 독점가격/독점이윤론이 결여되어있고, 독점가격/독점이윤이 『자본』의 생산가격/평균이윤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도 설명되지 않았으며, 독점자본주의하 축적법칙의 변용 문제도 엄밀하게 다룬 게 없다. 또한 과잉자본과 자본수출의 관련도 이론적으로 해명하지 않았고(독점자본에 고유한 과잉자본과 경제침체의 문제는 축적법칙과 공황법칙의 독점적 수정과 관련된 문제다), 독점하 상품수출로부터 자본수출로의 중심 이동에 앞서 자본의 세계적 운동의 형태들에 대한 분석도(이것은 자본주의 일반의 이론에 속한 것이지만), 그것이 독점하에서 어떻게 변화했는지도 설명이 없다.

열강의 영토분할, 배타주의와 보호주의, 식민지지배와 군사적 재분할 경쟁 등 제국주의의 마지막 특질은 독점자본주의로부터 발전하는 일반적인 요소라기보다는 당대의 특수한 제국주의적 경쟁 형태다. 경제적 운동법칙과 달리 국제정치와 국제관계는 국가간의 힘관계와 국민국가 내의 정치관계/계급관계에 의해 결정되므로 일반이론적으로 도식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독점자본에 기반한 제국주의의 반동성은 불가피한 경향으로 승인할 수 있어도, 마찬가지 이유에서 그것이 꼭 파시즘과 군사주의 그리고 식민지지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계급관계와 정치투쟁 그리고 국제관계 등이 매개되기 때문에 단선적인 관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 예컨대 국가독점자본주의의 반동성에도 불구하고 국가독점자본주의가 꼭 파시즘 형태를 필연화하는 것은 아니다. 파시즘형 외에도 국가독점자본주의는 뉴딜형(=케인스주의형), 신자유주의형 등 부르주아 민주주의 형태로도 존재한다. 따라서 이 특질을 20세기 초 자본주의의 특수한 현상으로서 독점자본주의의 일반이론적 요소들로부터 분리하면, 2차대전 종전후 식민지체제의 붕괴, 미국 헤게모니와 IMF/GATT의 자유무역체제 등 역사적 변화는 독점자본주의의 일반이론으로서 『제국주의』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고, 국가독점자본주의의 국제체제로서 분석할 수 있는 것이다.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근거가 되고 있는 자본주의의 여러 변화된 역사 현상들은 이처럼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의 매개와 함께, 『제국주의』의 일반이론으로서의 발전, 독점자본주의론의 발전을 통해서(이것은 이미 국가독점자본주의 이론가들에 의해 상당한 정도로 수행되었다)[8]이에 대한 개관과 관련 문헌에 대해서는 高須賀義博 編, 『独占資本主義論の展望』, 東洋経済新報社, 1978; 北原勇•鶴田満彦•本間要一朗 編, … Continue reading, 그리고 『제국주의』의 일반이론적 요소들과 특수 역사적인 현상들의 분리와 재구성(내적 논리로 연관된 5개의 일반이론적 요소로 구성되는 게 아니라 4개의 연관된 일반이론적 요소 위에 1개의 특수 역사적 형태가 있는 구성)을 통해서 일관되게 이론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된다.

이상 5개의 특질로 정의된 제국주의는 독점자본주의로서의 제국주의를 말한다. 앞에서 본 바처럼 제국주의의 총괄적 정의에는 두 개의 규정이 더 있다. 즉 기생적 또는 부패하는 자본주의, 이행기 자본주의 또는 사멸하는 자본주의가 그것인데, 이 규정들을 둘러싼 논란은 독점자본주의로서의 제국주의 규정보다 더 심각하였다. 특히 소련 사회주의의 붕괴 이후에는 국가독점자본주의론 내부에서조차 독점자본주의 규정은 인정하면서도 어떻게든 기생적/부패하는 자본주의와 사멸하는 이행기 자본주의 규정을 독점자본주의 규정과 분리하여 폐기하려는, 좋게 말하면 그럼으로써 『제국주의』의 현재성을 주장하려는 논자들이 다수 나타나기에 이르렀다.[9]독일에서의 관련 논쟁은 김성구, 「제국주의 논쟁 다시 보기 – 현대 제국주의와 제국주의론의 현재적 쟁점에 대하여」, 앞의 글 참조. 레닌은 독점하에서의 침체경향, 유가증권과 금리생활자의 증가, 자본수출을 매개로 하는 금리생활자 국가와 식민지지배 등을 거론하면서 독점자본주의의 기생성과 부패를 비판하였는데, 독점자본주의의 이런 성격은 오늘날 신자유주의와 장기불황하에서 레닌의 시대와 비교할 수 없게 강화된 상태다. 대중적으로 친숙하게 회자되고 있는 헷지펀드와 ‘카지노 자본주의’라는 현실, 재벌과 국가의 유착과 부패, 신자유주의하에서 장기화하는 성장둔화를 직시한다면, 제국주의의 이 규정의 폐기 여하가 쟁점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행기 자본주의 또는 사멸하는 자본주의는 유물론적 역사관에서 파악한 제국주의의 역사적 위치를 말하는 것이다. 독점자본주의는 자본주의로부터 사회주의로 가는 ‘사회화와 이행’의 형태이며, 독점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사이에는 자본주의 다른 단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국가독점자본주의는 독점자본주의 단계 내에서의 또 다른 단계 즉 소단계일 뿐이다.) 사회구성체 이행의 장기에 걸친 과정을 부정하는 것은 역사에 대한 몰이해이며, 신자유주의 반동의 시대에 이행의 전망을 상실한 논자들의 단기적 안목일 뿐이다.[10]増田壽男도 이러한 의미에서 소련 사회주의의 붕괴와 독점자본주의의 길어지는 생존기간에도 불구하고 사멸하는 자본주의 규정은 부정할 수 없는 … Continue reading 독점자본주의, 부패하는 기생적 자본주의, 사멸하는 이행기 자본주의, 이 3개의 제국주의 규정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레닌의 시대에도, 오늘날의 시대에도 유효한 일반적인 규정이다.

독점자본주의 단계의 자본주의를 제국주의로 규정한 레닌의 정의에 대해서는 독점자본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 자체가 제국주의라는 비판도 제기된다.[11]이른바 자유무역 제국주의라는 주장도 이런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모리 겐조(毛利健三)에 따르면 원래 자유무역 제국주의는 1950년대 … Continue reading 레닌도 이 문제를 『제국주의』에서 이미 지적하였다.

식민정책과 제국주의는 자본주의의 최근의 단계 이전에도 존재했고, 심지어는 자본주의 이전에도 존재했다. 노예제에 근거한 로마는 제국주의적으로 식민정책을 행하였다. 그러나 경제적 사회구성체들 간의 근본적 차이를 망각하거나 또는 뒤편으로 밀어놓고 제국주의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고찰하는 것은 불가피하게 ‘대로마제국과 대영제국’의 비교 같은 공허한 진부함이나 허풍이 되고 만다. 자본주의의 이전 단계들의 자본주의적 식민정책조차도 금융자본의 식민정책과 본질적으로 구별된다.

(LW 22, 264. 『제국주의, 자본주의의 최고 단계』앞의 책 134-135)

자본주의는 그 형성단계 즉 중상주의 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언제나 세계시장을 전제하고 제국주의적으로 저개발지역과 이민족을 약탈하지만, 자본주의 발전단계에 따라 그 제국주의의 성격이 변화한다는 것, 제국주의의 주도적 자본의 변화, 그 성격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며, 바로 이 역사적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서 자본주의 발전단계를 상정하는 것이다. 레닌은 자유경쟁 단계의 경쟁적인 산업자본의 지배체제로부터 독점자본과 금융자본에 의한 국내적/국제적 지배체제로 변모한 자본주의의 역사를 제국주의 단계로 규정한 것이며, 제국주의의 이 경제적 내용 즉 독점자본주의를 파악하는 게 이 시대의 경제법칙을 분석하기 위한 핵심을 이룬다. 그렇지 않고 자본주의는 언제나 제국주의라는 식으로 이해하고 그 역사적 변화, 차이를 포착하지 못하면, 자본주의의 특정한 단계에서의 특정한 운동법칙을 간과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독점자본주의로의 변화는 레닌에 따르면 자본주의로부터 사회주의로의 역사적 이행과 관련된 것이다. 자본주의 역사는 언제나 제국주의라는 인식하에 독점자본주의라는 이 역사적 변화를 부차화하고 상대화하면, 이행기의 사멸하는 자본주의라는 독점자본주의의 역사적 위치도 파악할 수 없게 된다.

1 이 글은 필자가 ‘현장실천·사회변혁 노동전선’에서 진행한 세 번의 강의(주제: 자본주의의 위기 및 이행과 국가독점자본주의) 중 두 번째 강의(2019년 6월 12일)의 원고를 수정, 보충한 것이다. 새로 집필한 보론을 제외하면, 이 글은 필자의 여러 글들을 토대로 해서 하나의 글로 다시 작성한 것이다. 보다 자세한 논의는 필자가 저술한 국가독점자본주의론 관련 문헌을 참조시키고 싶다. 김성구, 「독일에서의 국가독점자본주의 논쟁」, 정운영 편, 『국가독점자본주의이론 연구』II, 돌베개, 1988; 김성구, 「독일에서의 페레스트로이카 수용 및 논쟁」, 서울사회과학연구소 편, 『논쟁 – 페레스트로이카의 정치경제학』I, 민맥, 1990; 김성구, 「자본의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적 공세」, 김성구•김세균 외, 『자본의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문화과학사, 1998; 김성구, 「사회화와 구조개혁 그리고 이행의 쟁점에 대하여」, 김성구 편, 『사회화와 이행의 경제전략』, 이후, 2000; 김성구, 「제국주의 논쟁 다시 보기 -현대 제국주의와 제국주의론의 현재적 쟁점에 대하여」, <진보평론>, 제8호, 2001; 김성구, 「현대자본주의와 국가독점자본주의론」, 맑스코뮤날레 조직위원회 엮음, 『지구화시대 맑스의 현재성』2, 문화과학사, 2003; 김성구, 「사회화와 이행」, 김수행•신정완 편, 『자본주의 이후의 새로운 사회』, 서울대학교 출판부, 2007; 김성구 편, 『현대자본주의와 장기불황』, 그린비, 2011; 김성구 외, 『금융위기 이후의 자본주의』, 나름북스, 2017.
2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이라 해도 그 내에서 다양한 이론들이 있다. 이론사적으로는 보면 대체로 (1)전반적 위기론에 입각한 입장(전반적 위기=체제적위기에 대한 대응체제 즉 토대에 대한 상부구조의 반작용으로서 국가독점자본주의), (2)새로운 생산관계로서의 국가독점자본주의론(경제구조/토대에서의 변화로서 국가독점자본주의), (3)독점자본주의의 모순들로부터 국가독점자본주의를 전개하는 이론, 그리고 (4)이윤율의 경향적 저하법칙에 입각한 국가독점자본주의론으로 분류할 수 있다.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의 논쟁과 역사에 대해서는 특별히 정운영 편, 『국가독점자본주의이론 연구』II, 앞의 책; 屋嘉宗彦, 「國家独占資本主義論争小史」, 北原勇•鶴田満彦•本間要一朗 編, 『現代資本主義』, 有斐閣, 2001; 鶴田滿彦•長島誠一 編. 『マルクス経済学と現代資本主義』. 桜井書店, 2015(鶴田滿彦, 建部正義, 小松善雄의 글)를 참조하면 좋겠다. 이들 문헌에서 보다시피 논쟁의 경과 속에서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은 점차 이 대립되는 이론들을 종합해감으로써 발전해왔다. 이 글에서 전개한 국가독점자본주의론도 필자 나름대로 이론사를 종합한 것이다. 여기서도 네 가지 요인들이 다 거론되고 있는데, 문제는 이들 요인을 어떻게 이론적으로 종합하는가 하는 것이다. 필자의 고유한 기여는 바로 이 점에 있다. 자본주의 분석의 3층이론 체계(北原勇, 아래 [보론2] 참조)에서 보면, 국가독점자본주의를 가져오는 이들 요인들은 서로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발전단계에 따른 상이한 층위의 요인들이다. 그래서 종합도 3층이론 체계위에서 행해져야 한다.(오히려 北原勇은 이렇게 일관되게 중층적인 요인들로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을 전개하고 있지는 않다. 대부분의 일본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들처럼 그에 있어서도 자본주의의 단계이행과 관련하여 이윤율의 저하경향은 언급되지 않는다.) (2)와 (4)는 자본주의 일반의 수준에서 전개되는 개념이고(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이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법칙으로 나타나므로 이 두 개의 개념은 사실상 동일한 문제를 표현하는 것이다), (1)과 (3)은 자본주의의 독점단계와 관련된 개념이다. 따라서 국가독점자본주의는 독점자본주의 단계에서 자본주의 일반의 모순들과 독점자본주의의 모순들이 중첩해서 작용함으로써 성립하게 된 것이다. 자유경쟁자본주의 단계에서 자본주의 일반의 모순들, 즉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과 이윤율의 저하경향은 독점자본주의 단계로의 이행을 가져왔고, 독점자본주의 단계에서 이 모순들의 작동은 독점자본이 야기하는 모순들과 함께 중층적으로 작용하여 독점자본주의로부터 국가독점자본주의로의 성장전화를 가져왔다. 나아가 국가독점자본주의하에서는 이윤율의 저하경향, 독점의 모순들, 그리고 국가독점자본주의가 야기한 모순들이라는 세 개의 층에서의 요인들이 국가독점자본주의의 케인스주의 형태로부터 신자유주의 형태로의 전환을 가져온 것이다. 이렇게 자본주의 발전이 고도화됨에 따라 단계이행을 가져오는 모순들도 중층적으로 복잡하게 작용하게 된다.
3 W. I. Lenin, Hefte zum Imperialismus, LW 39 참조. 이 노트들은 “레닌 저작집” 판으로 800쪽이 넘는 분량이며, 148권의 책(독일어 106권, 프랑스어 23권, 영어 17권, 러시아번역본 2권)과 49개 주기적 간행물로부터의 232개 논문(독일어 206개, 프랑스어 13개, 영어 13개)에서 발췌한 내용들, 그리고 그에 대한 레닌의 평가와 분석이 담겨있다. 또한 『제국주의』에 대한 상세한 구성 계획들(pp. 96-97, 179-180, 185-186, 219-233)도 볼 수 있다.(LW 39, VIII-IX
4 1917년 러시아어로 간행된 『제국주의』 초판의 제목은 “Имперіализмъ, какъ новѣйшій этапъ капитализма(자본주의의 새로운 단계로서 제국주의)”이었고, 독어판(1921)도 “자본주의의 최근의 단계(jüngste Etappe)로서 제국주의”였다. 1929년 이후 오늘날의 제목인 “자본주의 최고의 단계(höchstes Stadium)로서 제국주의”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노동자연대의 일부 논자들이 그러는 것처럼 오역이라는 주장이 있는 건데(『진보평론』 제82호, 2019, ‘제국주의’ 좌담 참조), 오역의 문제는 아니다. 왜냐하면 러시아어판이 오늘날의 저서명인 “자본주의 최고의 단계(вы́сшая ста́дия)로서 제국주의”로 변경되었기 때문이다. 『레닌 저작집』(LW) 제4판 독어/러시아어 편집자에 따르면 현행 『제국주의』는 레닌의 원고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출판사 경영진의 멘셰비키에 의해 카우츠키에 대한 비판이 삭제, 완화되는 등 레닌의 원고가 임의로 수정, 훼손되었다는 점에서 러시아어 1917년 판은 문제가 많았다.) 문제는 레닌 사후에 책 제목이 ‘자본주의 최고의 단계’로 변경된 것이 스탈린주의 시대의 개막(1928년)과 맞물려서 사멸하는 자본주의의 성격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논란에 있다. 마치 원래 레닌에 있어서는 독점자본주의가 최고/최후의 단계가 아닌데도 그렇게 했다는 식의 비판이다. 그러나 『제국주의』 원고 탈고 직후(『제국주의』 출간 전)에 쓴 레닌의 다른 글들에서도 『제국주의』에서와 같은 내용으로서, 제국주의는 경제적으로 독점자본주의며 ‘자본주의의 최고의 발전단계’라고 개념 정의가 되어있다.(“마르크스주의의 희화와 ‘제국주의적 경제주의’에 대하여”, LW 23, 34-35; “제국주의와 사회주의의 분열”, LW 23, 102-103.) 또한 1920년에 작성한, 『제국주의』에 대한 프랑스어판과 독어판 서문에서도 레닌은 제국주의를 ‘자본주의 최고의 역사단계’라 쓰고 있다.(LW 22, 198) 이처럼 저서명을 둘러싼 논란의 여지는 없는 것이다. 레닌은 『제국주의』 원고와 함께 출판사 편집자 포크로브스키(M. N. Pokrowski)에게 보낸 1916년 7월 2일자 편지에서 책의 제목과 관련하여 현재의 저서명이 적절하지 않다면, 제국주의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현대자본주의의 근본적 특수성”이라는 제목으로 할 것을 요구하고, 다만 ‘통속적인 개요’라는 부제는 꼭 필요하다고 당부한다.(LW 35, 202-203) 요컨대 레닌의 생각으로도 저서명의 변경 문제는 이론적으로 중요한 게 아니었다.
5 그래서 제국주의에 대한 레닌의 총괄적인 정의는 다음과 같다. “제국주의는 (1)독점자본주의, (2)기생적 또는 부패하는 자본주의, (3)사멸하는 자본주의다.”(「제국주의와 사회주의의 분열」, LW 23, 102. 『제국주의 노트들』에서는 (3)에서 이행기 자본주의 또는 사멸하는 자본주의로 쓰고 있다. Hefte zum Imperialismus, LW 39, 230.
6 増田壽男, 「レーニン『帝國主義論』の意義と限界」, 北原勇•鶴田満彦•本間要一朗 編, 『現代資本主義』, 앞의 책, 394-395쪽.
7 北原勇, 「『資本論』体系と現代資本主義分析の方法」, 北原勇•鶴田満彦•本間要一朗 編, 『現代資本主義』, 앞의 책. 3층 이론체계는 기본적으로 『자본』에 입각해서 현대자본주의를 어떻게 분석해야 하는가의 문제를 보여준다. 독점자본주의론/국가독점자본주의론의 매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본』은 흔히들 오해하는 것처럼 19세기 자본주의를 대상으로 한 경쟁자본주의 단계의 이론이 아니라 北原勇도 지적하다시피 자유경쟁을 전제한 자본주의 일반의 이론이다.(北原勇, 같은 글, 8쪽)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내적 편성’과 ‘자본주의적 생산의 내재적 법칙들’을 그 완전한 모습에서 해명하기 위해서는 자본간 경쟁의 제한 없는 발현 즉 자유경쟁을 상정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본』은 그 자체로 19세기 자유경쟁 자본주의를 분석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그 이후의 자본주의 전체 역사를 분석하기 위한 이론적 토대가 된다. 레닌주의를 비판하는 논자들은 『제국주의』가 『자본』으로부터의 이탈이고 마르크스 이론을 훼손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레닌과 『제국주의』 덕분으로 자본주의 일반이론으로서의 『자본』의 생명력이 유지된 것이다. 레닌의 이론적 기여가 없었다면, 『자본』은 부당하게도 19세기 자본주의의 이론으로서 평가받고 이제는 맞지 않는 낡은 유물처럼 취급되었을 것이다.
8 이에 대한 개관과 관련 문헌에 대해서는 高須賀義博 編, 『独占資本主義論の展望』, 東洋経済新報社, 1978; 北原勇•鶴田満彦•本間要一朗 編, 『現代資本主義』, 앞의 책 참조.
9 독일에서의 관련 논쟁은 김성구, 「제국주의 논쟁 다시 보기 – 현대 제국주의와 제국주의론의 현재적 쟁점에 대하여」, 앞의 글 참조.
10 増田壽男도 이러한 의미에서 소련 사회주의의 붕괴와 독점자본주의의 길어지는 생존기간에도 불구하고 사멸하는 자본주의 규정은 부정할 수 없는 것이며, 부패하는 기생적 자본주의라는 규정도 폐기하기는커녕 오늘날의 금융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매우 중요한 규정이라고 강조한다. 増田壽男, 「レーニン『帝國主義論』の意義と限界」, 앞의 글, 404-406쪽.
11 이른바 자유무역 제국주의라는 주장도 이런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모리 겐조(毛利健三)에 따르면 원래 자유무역 제국주의는 1950년대 경제사가들에 의해 처음 제기된 이래 논쟁이 전개되었다. 毛利健三는 19세기 중반까지의 영국의 자유무역주의 하의 제국주의(영국 자유무역주의의 제국주의적 속성)를 자유무역 제국주의의 제1유형, 19세기 말-20세기 초(19세기 제4반기-제1차세계대전)의 고전적 제국주의를 자유무역 제국주의의 제2유형(후발 제국주의 경쟁국들의 보호주의에 포위된 속에서의 영국 제국주의의 자유무역적 속성)이라고 한다. 毛利健三, 『自由貿易帝國主義』, 東京大学出版会, 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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