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억 | 기아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지회장[1]이 글은 지난 7월,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이하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대표자대회에서 진행된 주제토론의 … Continue reading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은 지난 비정규직 투쟁의 한계를 극복하고 당사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앞장서서 1100만 비정규직, 미조직 노동자들의 계급적 단결과 투쟁을 통해 비정규직 없는 세상, 차별 없는 평등세상을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의 지난 활동을 소개하고 그 의미와 과제를 돌아보면서 보다 폭넓고 변혁지향적인 노동자의 단결과 실천에 대해 모색하고 실천해 나가고자 합니다.
1. 지금까지 비정규직 노동조합 투쟁의 한계
문재인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이야기하며,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과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했다. 2년이 지난 지금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자회사 전환과 차별적 임금체계로 귀결되었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도 2020년 최저임금이 2.87% 오름으로써 종말을 고했다. 정부는 ‘혁신성장’으로 기조를 바꾸고 이재용과 만나는 등 재벌중심의 정책을 노골화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은 예견된 것이었다. 문제는 문재인정부만이 아니라 비정규직의 현실을 바꾸는 대안을 내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운동의 현실이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비정규직은 ‘비정상적인 고용형태’로 인식되었다. 상시업무는 정규직 채용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비정규직은 ‘보편적인 고용형태’가 되었다. ‘정규직’은 승리한 자의 전리품이 되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은 비정규직들이 노력을 하지 않은 대가라는 인식도 생겼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열심히 투쟁했지만 ‘상시업무는 정규직’이어야 하고 ‘안정적인 고용은 모두의 권리’라는 사회적 인식을 만들지 못했다. 비정규직 투쟁의 결과가 우리 사회 비정규직을 점차로 없애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 일부의 신분상승으로 귀결되었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의 전망을 우리가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투쟁이 개별적 신분상승이 아니라, 전망을 가진 운동이 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열심히 싸웠지만 현실은 개선되지 않았다. 최저임금이 오른 이후 정부는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했다. 명분은 최저임금을 받고 상여금을 많이 받는 정규직 임금체계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실제 피해는 비정규직들이 입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는 ‘노사합의로 임금 보전 대책이나 2주전 통보 등도 하지 않도록’ 만들어서 노조 없는 노동자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희생시킨다. 정부의 노동개악은 명분과 다르게 비정규직의 피해로 귀결된다. 비정규직들이 조직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계약해지의 두려움에 떠는 비정규직들이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려면 신뢰감 있는 주체가 필요하다.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그런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비정규직은 대표성을 인정받지 못한 채 시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부가 ‘정규직 전환’을 한다고 했을 때에도 비정규직의 목소리는 배제되고 전문가들에게 비정규직의 목소리가 위탁되었다. 민주노총 조합원의 30%가 비정규직인데도 비정규직은 주체로 인정받지 못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비정규직은 증언자로만 존재할 뿐 문제해결에 대한 대안을 내는 주체로 생각되지 않는다. 조직도 있고, 정책과 투쟁에서 힘을 가진 비정규직들이 있는데도 왜 비정규직은 정부에게나 사회에서, 그리고 민주노조운동 안에서도 주체로 인정되지 못하는가. 이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투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연맹 구획 안에서 개별로 싸우는 한 비정규직은 전체 사안에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조직되지 못하면 비정규직이 주체로 인정되기는 어렵다. 그런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조직되기 위해서라도 지금 조직된 비정규직 노조들이 나서야 한다. 이것은 민주노총의 과제라고 떠밀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어떻게 조직이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신뢰감을 주고 조직화를 지원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비정규직 노조들이 뭉쳐야 한다. 비정규직 노조가 개별 사업장이나 자기 현안에만 묶여있고, 비정규직의 여러 현안에 대해 함께 대응하지 못하는 한 비정규직은 시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공동투쟁을 해야 하는 이유는 서로의 투쟁에 힘을 보태주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노동운동의 전망을 세우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여러 정책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게 하며, 함께 싸워 잘못된 고용구조를 바꾸기 위해서이다. 그래야 개별 사업장의 투쟁도 힘을 가질 수 있다. 우리의 공동투쟁이 개별 현안들을 묶는 것을 뛰어넘어,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를 가로막는 구조, 정책, 노조할 권리를 가로막는 제도 등에 대한 공동투쟁으로 발전해야 한다. 1천만 비정규직을 대표하는 주체로서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해 발언해야 한다. 지금은 간부들 수준에서 공동투쟁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지만, 조합원들까지도 함께 싸울 수 있을 때 공동투쟁의 질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2.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의 의미
1) 당사자들이 문제 해결의 주체로 나서다
–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과 만납시다”- “우리가 1100만 비정규직의 대표다.”- 지역과 업종과 산별을 넘어 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공동투쟁 전개
2018년 11월 12일, 지역과 업종과 산별을 넘어,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비정규직과 미조직 비정규직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화를 요구하며 4박5일 공동투쟁에 돌입했다. 박근혜가 퇴진하고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하며 촛불정권을 자임했던 문재인 정부 이후에도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은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약속을 깨고 “가짜 정규직” 자회사를 밀어붙였다. 최저임금 1만원은커녕,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여금과 수당을 빼앗아갔다. 사법적폐를 청산한다더니 불법파견, 노조 파괴 주범인 재벌들을 처벌하지 않고 청와대로 불러 맥주파티를 벌였다. 약속했던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와 원청사용자 책임 강화도 실종됐다. 2017년 대통령이 발표한 “상시 지속적인 일거리, 위험 업무는 법으로 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해 비정규직 입구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던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법제화도 사라졌다. 1100만 비정규직을 양산한 파견법, 기간제법 폐기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함께 싸우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여 공동투쟁을 시작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주체는 문재인 정부도 국회도 자칭 전문가들도 아닌 당사자인 바로 우리라고,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화를 요구하며, 청와대와 검찰, 국회를 향한 투쟁을 전개했다. 당사자인 비정규직 100인의 “문재인 대통령과의 직접대화” 요구는 사회적 공감과 명분에서 정부를 압박했다. 언론의 관심은 뜨거웠다. 비정규직 문제는 자본과 정권에게 부담이고 아킬레스건이었다. 비정규직 공동투쟁에 참여한 조합원들은 자신감을 얻었다. 지역과 산별을 넘어서 비정규직이 함께 싸울 때, 사회적 여론과 쟁점을 만들고 비정규직 당사자들의 목소리와 요구를 알리고 자본과 정권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확인했다.
12월 11일 “비정규직 그만쓰개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은 1100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표로서, 문재인 대통령과 비정규직 100인과의 대화를 촉구하는 전국의 비정규직, 각계각층의 시민사회 1만인 선언을 발표했다. 불법파견 처벌 정규직 전환, 공공부문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노조법 2조 개정과 비정규직 악법 폐기를 요구하고, 한국사회 불평등의 근원인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더 많은 노동자, 시민들과 함께 행동에 나설 것임을 선포한다. 그날, “문재인 대통령 만납시다.” 손피켓을 들었던 화력발전소 스물네살 청년, 비정규직 김용균이 세상을 떠났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화는 우리에게 고 김용균의 마지막 유언이 되었다.
정부와 민주노총에 대한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 스스로가 비정규직을 대표하기 위해 나선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비정규직을 많이 언급했지만 이 언급은 주로 정규직을 공격하고 노조가 비정규직을 대표할 수 없다고 말하기 위해서였을 뿐 비정규직을 실질적으로 존중한 것은 아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을 시혜의 대상으로만 간주했다.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비정규직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배제한 채 전문가를 통해 비정규직 문제를 대응하려고 했다. 민주노총을 인정하지 않듯이 비정규직 당사자들을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공동투쟁은 정부가 중심이 된 시혜적인 비정규직 관련 정책의 허구성을 보여주고 비정규직이 주체임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 1100만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요구와 권리를 걸고 투쟁하다
“우리가 김용균이다, 죽지않고 일할 수 있는 나라,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자”- 문재인3법(상여금 강탈법: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공짜야근법: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식물노조법: 노동조합법 개정) 폐기, 경사노위에 맞선 투쟁, 미조직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 쟁취
<비정규직 이제그만>은 자신의 현안만이 아니라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와 권리를 걸고 싸웠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 고김용균 동지와 함께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나라를 위한 투쟁
“문재인 대통령과 비정규직 당사자와의 대화를 요구하던 청년의 죽음 앞에,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도 비정규직은 발전소 컨베이어벨트 앞에서, 맨홀 뚜껑 밑에서, 조선소 도크 위에서, 편의점 계산대에서, 건설 현장 자재 틈에서, 제철소 고로 앞에서, 배달 오토바이에서 삶과 죽음을 넘나듭니다. 언제까지 피눈물을 흘리며 동료의 유품을 정리해야 합니까.
고 김용균의 유언이 되어버린 대통령과 비정규직 100인과의 대화는 이제 살아남은 자의 의무가 되었습니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위험한 업무에 내몰리는 내가 김용균입니다. 내일도 그 위험한 일터 앞으로 발을 옮겨야 하는 내가 김용균입니다. 그렇기에 우리 김용균은 문재인 대대통령과의 직접대화를 요구합니다.“
– 2018. 12. 18. 대통령과의 대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
하루 평균 6명이 일하다가 죽는 대한민국에서 고 김용균의 죽음은 한국 사회 전반에 비정규직문제가 얼마나 극단적인 상황에 처해 있는가를 다시금 일깨웠다. 2년전 구의역 참사로 목숨을 잃었던 김군과 2018년 김용균의 죽음은 다르지 않았다. 이전에도 지금 이 시간에도 매일 매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은 더 이상 죽지 않고 일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근본적 제기를 하며 투쟁을 전개했다.
청와대 앞 1박2일 투쟁과 광화문 광장에서 첫 추모제를 진행하고, “1000인의 김용균, 비정규직 1000인 투쟁”, “비정규직 이제는 그만 촛불행진”, 늘 범국민대회 선두에 서서 투쟁했다.
비정규직 공동투쟁이 없었다면 고 김용균의 죽음은 일상이 되어버린 또 한명의 노동자의 죽음으로 잊혀져버렸을지도 모른다. 고김용균의 “문재인 대통령 만납시다.” 인증샷을 통해 스물네살 청년이 비정규직 신분을 벗어나고 싶어 했고, 대통령을 만나 이러한 현실을 변화시키고 싶어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회적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은 최선을 다해 고 김용균의 죽음이 비정규직 제도가 낳은 사회적 살인이며, 참혹한 우리 일상의 죽음이며, 더 이상 죽지 않고 일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요구하며 투쟁했다. 그 과정을 통해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은 비정규직을 대표하는 실질적인 투쟁 주체로서 자리매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고 김용균 투쟁이 사회적 투쟁으로 확대될 수 있었던 것은 유가족의 헌신적인 투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참한 죽음에 대한 사회적 공감과 이 죽음이 차별과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는 비정규직 제도의 문제이며, 일하다가 죽지 않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비정규직을 철폐해야 한다는 비정규직 당사자들의 공동투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투쟁을 통해 원청인 서부발전의 책임을 확인하고 사과를 이끌어내고 위험의 외주화를 없애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하게 했다. 누더기법이 되어 버렸지만 투쟁이 없었다면 28년만에 산안법 개정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최소한의 법제도 개선도 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가짜 정규직을 양산하는 자회사방침은 폐기되지 않았다.
고 김용균 투쟁을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의 과제로 안고 투쟁했지만, 공동투쟁의 요구와 잘 연결하면서 현장의 조합원들, 나아가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으로 확장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공동투쟁 과정에서 하나의 계기가 주어지면 이 투쟁을 어떻게 조직된 비정규직 노동자와 미조직 노동자 전체의 요구와 투쟁으로 발전시켜 나갈지 과제가 남았다.
○ 경사노위 해체 투쟁
고김용균 투쟁이 한 국면을 지나자마자, 문재인 정부는 경사노위를 통해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와 노동기본권을 무력화는 법제도 개악에 나섰다. 탄력근로제 기간확대는 자본가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노동자를 위해 마련했다는 11시간 휴식시간,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 등 “보호장치”는 문구에 지나지 않았다. 노조가 없는 대부분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근로자 대표자와의 서면합의는 사용자 맘대로 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건강과 임금을 모두 잃고 자본가들은 공짜 장시간 노동이라는 현찰을 얻게 되는 탄력근로제 기간확대는 특히 노조 없는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직격탄이 될 것이 뻔했다.
나아가, 문재인 정부는 경사노위를 통해 탄력근로제 개악에 이어 단결권과 파업권을 무력화하는 노동기본권 파괴법을 논의에 부쳤다.( ▲파업시 대체인력 무제한 허용 ▲사업장 내 모든 쟁의행위 금지 ▲단협 유효기간 4년으로 연장 ▲쟁의행위 찬반투표 절차 엄격화 ▲‘예방적’ 직장폐쇄 허용 ▲사용자 부당노동행위 처벌조항 삭제 등이 경총의 주요 요구) ILO핵심협약 비준을 논의한다더니, 노동기본권을 전면 부정하는 노동개악안을 들고 나왔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은 경사노위 해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경사노위 농성투쟁을 전개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경사노위에 위임한 적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탄력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와 노동법 개악 기도 중단, 경총의 청부입법 기구 경사노위 해체를 요구하며 투쟁했다. 나아가 문재인 정부가 할 일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공짜 장시간 노동을 만들고 노동기본권을 박탈하는 개악이 아니라, 노조법 2조를 개정하여 노조 할 권리를 보장하고 원청의 책임자성을 인정케 하라고 요구하며 투쟁했다. 법률가 동지들이 먼저 단식천막농성을 하고 민주노총이 전선을 만들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경사노위 농성투쟁을 전개했고, 180여개가 넘는 노조단위와 시민사회단체가 “문재인 3법 폐기와 완전한 노동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는 연서명에 참여했다.
대다수 미조직 노동자들의 삶을 파괴하고 노조할 권리마저 무력화하는 정부기도에 맞서 당사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앞장 서 투쟁함으로써 탄력근로제기간확대와 노동법 개악의 폐해를 사회적으로 알려내고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와 요구를 위해 투쟁하는 <비정규직 이제 그만 공동투쟁>의 지향과 위상을 한발 더 전진케 하는 투쟁이었다.
고 김용균동지 투쟁과 경사노위 투쟁은 <비정규직 이제그만>이 주체로 등장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문제를 넘어 비정규직 노동자 전체의 문제를 걸고 투쟁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죽지 않고 일할 권리, 탄력근로시간제 등에 대한 투쟁이 그것이었다. 그러나 공동투쟁이 비정규직 노동자 모두를 대표하여 발언하는 것으로 인식되기 어려웠다. 조직된 비정규직인 비정규직 이제그만 동지들이 앞서서 투쟁했지만 아직 노조가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우리 모두를 대표하여 투쟁한다’는 점을 알리기는 어려웠다. 우리는 조직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공동투쟁의 넘어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비정규직의 눈으로 입장을 내고 미조직 노동자들에게 함께 투쟁하자고 호소할 수 있어야 했다. 그래서 아직 용기를 내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함께 싸울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했다.
3) 비정규직을 대표해 여러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내다
문재인 정부 2주년, 비정규직 1000명 설문조사, 비정규정책 평가, 비정규직에게 묻다- 문재인 정부 3년 비정규직은? “죽거나, 짤리거나, 속거나” 비정규직 증언대회 – 최저임금 개악,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20대 승강기 수리공의 죽음 성명서 등 발표
5월 7일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은 직장갑질 119와 함께 문재인 정부 취임 2년을 맞아 비정규직 당사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하고 노동존중을 주창했던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 비정규직 당사자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발표했다. 수많은 언론의 관심과 보도를 통해, 90%가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문재인출범 당시 노동정책에 대한 기대가 컸으나 2년만에 열에 아홉은 현정부의 노동정책에 불만을 갖고 있으며, 최저임금인상 정책에 있어서도 90% 월급이 오히려 감소했다는 결과가 사회적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과 비정규직 제로시대가 얼마나 허상이고 빈말이었는지 비정규직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생생하게 확인됐다. 당사자들의 평가와 의견이었기에 사회적 주목을 받았고, 사회적으로 비정규직 당사자들의 평가와 의견을 알려낼 수 있었다.
6월 27일, 세종문화회관 계단에 비정규직 노동자 200명이 모인 가운데 문재인 정부 3년, 비정규직 현실에 대한 증언대회가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다음 날, 정규직 전환 약속을 직접 받았던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 재벌의 불법파견을 바로잡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을 믿었던 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 노조할 권리가 보장될 줄 알았던 학습지 특수고용노동자, 최저임금 1만원 약속에 살림살이 나아지겠구나 기뻤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약속에 들뜨다가 가짜 정규직 자회사 취업을 거부했다고 해고될 처지가 된 톨게이트 수납원, 제철공장에서 건설현장에서 생계문제로 쓸쓸히 죽어간 비정규직의 가족과 동료들, 예술인 노동자들이 모였다. 김용균의 죽음 이후에도 매일 비정규직 동료들이 일하다 죽고 있다고, 계약직으로 파견직이라는 이유로 2년이 되기 전에 짤리고 노조를 했다는 이유로 짤리고, 최저임금으로 오른 월급은 상여금과 식대를 빼앗아가 배고픈 신세는 변한 것이 없다고, 2019년 바뀌지 않은 비정규직의 삶에 대해 절규했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은 김용균 투쟁에서부터 최저임금 개악, 탄력근로제 기간확대, 노동기본권 개악 등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투쟁과 사안들에 대해 “비정규직 당사자의 입장과 의견”을 끊임없이 알려내고자 했다. 사회적 공감을 이끌어내고 쟁점화하고 주도하기 위해 각종 기자회견과 증언대회, 비정규직 촛불 행진 등의 지속적인 실천과 투쟁을 전개했다. 서울대 병원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촉구, 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와 정규직 노조의 공동투쟁 선언에 대한 환영,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처벌과 정규직 전환에 대한 촉구, 최근 벌어진 부산 신축공사장에서 승강기를 고치다 사망한 20대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성명 등 1100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름으로 비정규직 투쟁을 사회적으로 알려내고 쟁점화하고 공동의 투쟁과 사회적 연대를 호소했다.
그 동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일터에서처럼 차별받고 소외되었다. 비정규직이 1100만이라는데 아무도 당사자들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들으려 하지도 않았다. 민주노총 안에서도 비정규직의 목소리는 인정받지 못했다. 정부가 정규직 전환을 심의한다고 할 때에도 비정규직은 배제되고 소위 전문가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경사노위에는 위임한 적도 없는 비정규직 대표가 있었고, 민주노총 조합원의 30%를 구성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민주노조운동 안에서도 여전히 주체로서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8개월간의 투쟁과 활동을 통해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은 이제 비정규직을 대표하는 당사자로서, 주체로서 사회적 주목과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단결하고 투쟁하고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주요한 비정규직 사안과 정책에 대해 언론이 먼저 우리의 입장을 묻고, 자본과 정권은 우리의 행동과 투쟁에 대해 촉각을 세우게 되었다.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이제그만>에 연대와 공동의 투쟁을 요청하고 함께 만나기 시작했다. “비정규직 당사자들이 함께 뭉쳐서 한 목소리”를 내자, 명실상부한 1100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표체로서 사회적 여론을 주도하고 사회적 발언력을 확대하고, 사회적 쟁점화와 더불어 사회적 투쟁을 만들어 가는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3.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의 과제
1) 지역과 업종, 산별을 넘어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와 요구를 걸고 함께 투쟁하자
비정규직 투쟁은 개별사업장과 산별의 요구와 투쟁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더욱이 비정규직 없는 세상은 결코 올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20년동안 피눈물나는 투쟁을 통해 우리는 뼈저리게 경험했다. 1100만 비정규직 중 98%가 미조직 노동자다. 이들의 노조 할 권리를 쟁취하고 조직해야 만 비정규직 없는 세상으로 가는 길이 열린다. 그래서 우리 비정규직 노조운동의 목표는 노조 밖 90% 노동자들의 기대와 희망이 되어야 한다. 조직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먼저 나서서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와 요구를 대변하고 실천하고 투쟁할 때, 미조직 노동자들의 신뢰를 얻고 조직화의 길을 열 수 있다. 더 뭉치고 더 단결할 때, 명실상부한 비정규직 대표체로서 한국사회 불평등의 근원인 비정규직 제도를 없애는 주체이자 주요한 세력으로서 사회적 연대를 조직하고 사회적 투쟁을 전개할 수 있다.
이를 위하여 각 사업장 현안을 넘어 비정규직 노동자들 앞에 닥친 전체의 의제를 걸고 투쟁하자. 대표자회의를 정례화하되, 그 회의에 오는 대표자들도 각 단위를 대표하여 오는 것이 아니라 이 단위가 전체 1,100만 비정규직을 대표하는 단위라고 인식하고 전체의 대표로서 회의에 임하도록 우리 활동의 의제와 내용을 만들어가자.
2) 1100만 비정규직의 대표체임을 자임하고 우리의 목소리를 더욱 드높이자
주요한 비정규직 정책과 쟁점, 사안들에 대해 비정규직 당자들의 입장과 요구를 지속적으로 내야 한다. 아직도 비정규직에게 영향을 미치는 여러 사안들에 대해서 ‘전문가’들의 입장만 반영하고 비정규직들이 그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 우리가 비정규직의 대표로서 우리의 목소리가 들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체 비정규직 문제와 쟁점, 사안에 대한 우리의 입장과 요구를 사회적으로 알려내고 여론을 주도하고 사회적 의제로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언론팀이 안정적으로 여러 현안에 대한 입장을 낼 수 있도록 하고, 대표자들도 의견을 적극 개진하자.
3) 현장의 조합원들이 함께 하는 <비정규직 이제 그만 공동투쟁>을 만들어 가자
지금까지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에 함께 하는 비정규직 노조 단위는 제한적이다. 그리고 임원들은 공동투쟁의 의미를 이해하고 함께하고 이해하고 있으나, 아직 현장의 조합원들은 여러 일정 중 하나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주로 대표자의 결의와 결정을 중심으로 실천하고 운영되어 온 한계를 극복하고 더 많은 현장간부와 조합원들이 함께 참여하고 함께 전망을 세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왜 우리가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요구와 권리를 걸고 함께 투쟁해야 하는지, 함께 토론하고 경험하고 그 속에서 전망을 함께 세워나갈 때만이 내 사업장의 투쟁이 우리 모두의 투쟁이 되고, 우리의 공동투쟁이 사업장이 투쟁이 될 수 있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 다른 세상을 꿈꾸고 모색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①현장 조합원들과 함께 하는 실천과 투쟁을 고민하자.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의 활동과 내용을 매월 한 번이라도 정기홍보물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알리고 다른 이들의 투쟁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하자. ②한달에 한번은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이 현장투쟁에 집중 결합하자. ③<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의 전망과 실천을 모색하는 토론회, 집담회를 진행하자.
4) <비정규직 이제 그만 공동투쟁>을 보다 조직적으로 실천적으로 강화하자
지금까지 <비정규직 이제그만>은 여러 단위의 헌신적인 활동으로 이어져왔지만 집행책임을 진 이들을 중심으로 기획 논의가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제는 ‘<비정규직 이제그만>의 활동이 조금 더 책임성을 갖고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때가 되었다. 조직적 실천적인 힘을 강화하자는 의미이다.
이를 위해서 ①대표자회의를 정례화하고 함께 논의하고 함께 결정하고 함께 실천하자. 가급적 대표자들이 모두 참석할 수 있도록 노력하며, 한달에 한 번은 회의를 할 수 있도록 하자. ②현장 조합원들과 함께 하는 실천과 투쟁을 전개하자. 현장 조합원들에게 이 투쟁의 의미를 잘 설명하며 함께할 수 있는 기획을 만들자. ③재정이 안정화될 수 있도록 하자.
<비정규직 이제그만>의 강화를 위해 위 네 가지 과제를 제출했지만 <비정규직 이제그만>이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다면, 비정규직을 대표하여 비정규직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넘어서 민주노조운동을 혁신하고, 비정규직 철폐, 평등사회로 나아가는 새로운 주체로 서기 위해서도 노력해야 할 것이다. 연대와 평등의 가치를 현장에서 실현하고, 사업장과 산별을 넘어 총자본과 정권에 맞선 전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공동투쟁을 조직하며, 비정규직 노동자의 단결과 투쟁을 통해 정규직과의 단결, 사회적 연대와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우리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목표일 것이다. 그런 힘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세상을 넘어, 비정규직 없는 세상, 평등세상을 실현하기 위한 전망을 모색하고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미조직노동자들과 함께 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주
↑1 | 이 글은 지난 7월,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이하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대표자대회에서 진행된 주제토론의 발제문으로 제출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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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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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기보다 학력이 높은 사람을 뽑는 것 같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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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에서 일어나는 일은 언제든지 우연히 일어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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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Wang Shouren과 그 세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당황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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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가장 유망주였던 탕인이 대신 3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