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174호 2-5 “자본주의는 사람의 본성에 맞는 최상의 체제다”에 대해

이범주 ㅣ 한의사

“자본주의는 사람의 본성에 맞는 최상의 체제다”에 대해

자본주의 체제 저 너머의 것에 대해 이야기하면 “자본주의야 말로 인간의 본성에 가장 적합한 최상의 체제”라 말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왜 그러한가, 사람의 개인적 욕망을 긍정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사람의 본성은 이기적인데 그 이기적 욕망, 주되게는 돈을 향한 욕망을 액면 그대로 인정하는 체제기 때문에 그렇다는 거다.

난 이에 대해 이견이 있다. 사람이 어디 욕망 그것도 저 혼자 돈 많이 벌면서 온갖 쾌락 즐기겠다는 욕망만 갖겠는가. 남이 행복해야 저도 행복하겠다는 생각으로 이웃에 대한 헌신에 일생을 보내는 사람이 있고, 제 개인의 즐거움보다는 저와 관련된 주위 사람들, 좁게는 제 가족, 넓게 확장하면 공동체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 하기 위해 제 일신 상의 즐거움을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히려 이런 행위에서 더 큰 즐거움과 의미를 발견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향한 욕망은 실제로는 거의 대부분 불안과 두려움에서 기인한다. 예컨대 직업을 잃었을 때 생계에 심한 곤란이 닥치리라는 두려움, 제 자신 말고는 아무도 나를 돌봐주지 않는 조건에서 기본적인 조건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노후를 맞으리라는 두려움 말이다. 미래를 알 길 없는 불안사회에서 사람들은 절망적으로 돈을 추구한다. 제 생존을 담보해 줄 유일한 근거가 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불안을 자양분 삼아 각종 돈벌이 사업이 번창한다(보험). 불안에 기인한 두려움, 그것의 왜곡된 형태인 돈에 대한 갈망….이것이 과연 사람의 자연스러운 본성의 발현인가.

교사생활을 정년으로 마치고 그럭저럭 생활할 수 있는 연금 받는 사람들에게는 대체로 돈에 대한 어떤 욕망도 없다. 만약 욕망이 사람의 본질이라면 그 사람들도 부단히 돈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자본주의 시대 제외하고 그 어떤 시대에도 개인의 욕망만 추구하는 것, 치부(致富)에의 질주를 곱게 보지 않았다. 사람이라면 기본으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도덕적 자질과 공동체에 대한 참여, 기여를 더 중시했다.

좋다, 다 좋다. 사람의 본성에 그런 측면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그 돈을 추구한다고 해서 과연 몇 사람이 돈을 벌 수 있을 것인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모으는 건 제로섬게임에서 나와 동일한 처지에 있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돈을 따거나 혹은 자본을 운영해서 다른 사람의 노동력을 착취함으로써만 가능하다. 전체 인구 중에서 과연 몇명의 사람이 그 그룹에 낄 수 있겠는가.

개인적 욕망을 이유로 자본주의 체제를 옹호하는 것은 자본주의 이전 세상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개인적 욕망을 추구한다고 해서 그게 충족 가능한지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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