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166호 6-2 단결 없이 승리 없다

  • 이 기사는 노동자신문 1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홍승용 ㅣ 현대사상연구소

1. 투쟁의 진정한 성과는 단결의 확대다

자본독재에 맞선 해방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무기는 투쟁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인식하며 투쟁에 나서는 노동자민중의 단결이다. 분열은 투쟁의 실패를 예약해 주며, 역으로 투쟁의 실패는 분열의 확산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맑스와 엥겔스는 투쟁의 일시적 승리나 직접적 전과보다 ‘단결의 확대’야말로 투쟁의 진정한 성과라고 보았고, 궁극적으로 ‘전세계 노동자’의 단결을 추구했다. 오늘의 제국주의 단계 자본독재하에서도 노동자 국제주의는 해방전쟁의 중심영역에 포함된다.

반면에 투쟁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흐려놓고 투쟁 의지를 꺾어버리는 것, 그리하여 노동자민중을 단결이 아닌 분열과 각자도생의 길로 내모는 것은 자본권력이 언제 어디서나 애용하는 전법이다. 제도교육과 대중매체를 통한 의식과 욕구의 전면적 조작, 그리고 매수와 서열화에 따른 분열의 고착화는 자본독재하의 불변조건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지난 30여년간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극단적 양극화 속에서도 ‘살만하다’는 대중적 환각이 단결투쟁의 필요성을 뒷전으로 밀어내 왔다.

2. 대안사회 건설은 불가피해졌다

하지만 오늘의 전지구적 경제위기는 ‘살만하다’는 환각을 극소수만의 특권으로 위축시키고 있다. 매수의 여력도 바닥났다. 자본의 숙명인 생산력의 발전 혹은 불균등발전은 제국주의 전쟁을 일상으로 끌어들여 놓았다. 환경재앙의 상징인 후쿠시마는 자본 헤게모니의 종말양상을 일찍부터 드러내 보였다. 자본독재로는 노동자민중만 아니라 인류 전체를 위해 답이 없으며, 생존을 위해서라도 대안사회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이성적 존재 누구라도 눈만 뜨면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안사회 건설은 자본독재의 연명과 착취의 효율을 위한 개량, 즉 자본독재의 ‘지배비용 감소’에 머물 수 없다. 대안사회 건설은 자본의 무한증식본성을 제압하고 공존과 공영을 위한 정치⋅경제⋅사회적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이 점에서 ‘독자적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자본독재 속에서 의석 몇 개 늘이기 위한 셈법에서 맴돌 수 없다. 독자세력화의 당면 과제는 자본독재와 분명히 선을 긋고, 절대다수 노동자민중이 국가권력의 주인이 되는 진정한 민주국가, 즉 노동자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다.

3. 해방운동 내부의 분열은 치명적이다

그런데 분열은 자본독재의 공작에만 기인하지 않는다. 그에 맞선 해방전쟁의 필요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투쟁에 앞장서온 조직이나 정파들 사이에서도, 역사적 경험과 정세판단 혹은 투쟁방법과 추구하는 대안모델 등의 차이로 분열이 고착되어 왔고, 이는 쉽게 극복되지 않고 있다. 그 효과는 실로 치명적이다. ‘현재의 운동 속에서 운동의 미래를 대변’해야 할 그들이 서로의 가슴에 못을 박고 등을 돌리는 모습에서, 노동자민중이 어떤 희망 혹은 절망을 찾게 될지 물을 수밖에 없다.

정보공유와 이성적 검증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설파할 자신이 있다면, 무엇보다 대안사회 건설을 절박한 과제로 여긴다면, 그리하여 단결의 확대를 지상명령으로 받아들인다면, 대안사회 건설을 위한 운동의 통일을 미리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그것은 쉽고 간단한 일이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사고방식과 인식체계를 일부 혹은 대폭 수정하는 노고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로써 해방전쟁을 위한 대중적 단결의 불씨를 살려낼 수 있다면, 운동의 통일을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4. 차이를 생산적 에너지로 전환하자

단결의 길은 평탄대로가 아니다. 곳곳에 함정과 지뢰가 도사리고 있다. 단결이라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부터가 세상물정 모르는 탁상공론이라고 조롱당하거나, 심지어 ‘원칙’에 대한 배반으로 귀착되라는 의구심을 살 수도 있다. 그러나 자본독재를 제압할 노동자국가 건설을 통해 평등사회로 나아간다는 목표를 양보할 수 없는 원칙으로 삼는다면, 의회전술이나 제국주의 혹은 통일전선이나 전위당 문제 등과 관련한 인식 차이들은 치열한 논의를 통해 생산적 에너지로 전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역사적 경험을 소홀히 할 수 없지만 절대화할 수도 없다. 실패의 경험을 딛고 다시 단결의 길로 나아가는 데에는 역동적 현실을 따라잡는 불굴의 변증법적 사유방식이 필요하다. 공동의 명확한 목표의식이 단결의 길을 밝혀 주리라 기대할 수도 있다. 오늘날 노동자민중이 처한 재난의 절박성 또한 단결을 포기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어저면 자본독재에 맞서 해방전쟁에 나선 전우들에 대한 전폭적 존경을 단결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단결 없이 승리 없다는 판단은 해방전쟁의 대전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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