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성 l 기후재난연구소 상임대표 최병성
전국이 훨훨 타오르는 불바다가 되었다. 언론들마다 기후위기가 대형 산불의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을 삼키고 있는 대형 산불 발생 원인이 정말 기후위기 때문일까? 사실 확인을 위해 지난 2025년 3월 22일 새벽 4시, 산불이 발생한 경남 산청군 시천면으로 달려갔다.
도착하니 희뿌연 연기와 역겨운 불 냄새로 가득했다.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오가는 헬기의 굉음이 귀를 먹먹하게 했다. 이날 아침엔 바람이 잔잔했다. 덕분에 산불의 위력이 크지 않고, 여기저기 연기만 피어오르는 형태였다. 그런데 지금까지 내가 알던 산불 현장과는 너무 달랐다. 불타는 현장은 많은데 산불을 끄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청 양수발전소 주차장에 마련된 산림청 지휘본부에 들어갔다. 산림청의 산불 지휘도는 현재 산불 진화 중인 헬기가 42대, 산불 진화 인력으로 진화대 303명, 공무원 380명, 소방 247명, 의용소방대 82명, 군부대 118명, 경찰 156명, 기타 58명 등 총 1344명이라고 밝히고 있었다.
실제 하늘엔 헬기 소리로 가득했고, 크고 작은 수십 대의 헬기가 불타는 숲에 연신 물을 뿌리는 게 보였다. 그런데 산림청 산불 지휘도에 기록된 1344명이라는 그 많은 산불 진화 인력 중 경찰, 공무원 등 많은 사람이 도로가에 모여 헬기 진화 장면을 바라볼 뿐이었다. 정작 불타는 숲에 산불진화대원들은 보이지 않았다.
3월 24일, 이번에는 경북 의성 산불 현장으로 달려갔다. 의성은 산청보다 불타는 현장들이 더 많았다. 잔잔한 바람 덕에 지표화로 퍼지는 있어 쉽게 끌 수 있는 불길이었지만, 산불을 진화하는 사람이 없어 바람이 불 때마다 화세가 확산되도록 방치되고 있었다.
필자는 산청과 의성 산불 현장을 돌아보며 대형 산불의 원인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는 기후위기 때문이 아니었다. 대형 산불은 불 폭탄인 소나무 위주의 산림 구조와 잘못된 산불 진화 체계의 문제였다.
▶ 대형 산불의 원인은
최근 몇 년간 기후위기로 미국과 유럽에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의 산불 역시 기후위기 때문이라고 믿어왔다. 그러나 진실은 다른 곳에 있다. 산림청 산하 국립산림과학원이 작성한 미국과 유럽의 산불 원인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이탈리아, 튀르키예 등의 국외 대형 산불 원인은 48~51도의 고온과 극심한 가뭄이 원인이라고 밝히고 있다. 산림청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최근 10년간 발생한 산불 건수는 2~4월에 집중되는데, 이때 기온은 10~20도 내외다. 미국과 유럽의 대형 산불 발생 상황과는 확연히 다르다.
우리와 기후대가 비슷한 일본 임야청 홈페이지의 산불 통계를 살펴보았다. 놀랍게도 산불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일본의 산림면적(2만4935천㏊)은 한국(6298천㏊)의 약 4배에 이른다. 일본의 1년 산림 예산은 약 2조 8천억 원으로 한국과 비슷하다. 면적으로 환산하면 일본의 산림 예산이 한국의 4분의 1에 불과한 것이다. 특히 일본의 임목 축적(나중에 목재 수확을 거두기 위해 임지에 보유되어 있는 임목의 전체)은 우리의 5배이고, 일본의 ㏊당 나무 축적도 한국의 1.27배다. 숲이 더 울창하다는 얘기다.
숲이 울창해지며 탈 연료가 많아 산불이 커졌다는 대한민국 산림청의 산불 이론에 따르면, 우리보다 숲이 더 울창한 일본에 산불이 더 많이 발생해야 한다. 그러나 2001~2023년까지 산불 피해 면적을 살펴본 결과, 한국은 2만3천㏊, 일본은 1만2500㏊다. 단순 비교로는 2배 차이지만, 일본의 산림면적이 한국의 4배이므로 결국 한국이 일본보다 8배나 더 많은 산불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산림청 산하 국립산림과학원은 <산불피해지 복구 및 산림의 내화성 증진기술 연구>에서 우리나라 대형 산불의 원인이 소나무 위주 숲 구조에 있음을 지적했다. 일본은 이미 1600년대부터 불에 강한 활엽수림을 조성해왔고, 중국은 1950년부터 활엽수 위주의 방화수림대를 조성해왔으나, 한국은 지금까지 침엽수 위주의 조림을 해왔고 지금도 여전히 침엽수 일변도의 조림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림청은 불에 잘 타는 소나무가 대형 산불의 원인임을 잘 알면서도 지금까지도 소나무와 침엽수 위주의 조림으로 불 폭탄을 제조해왔던 것이다.
▶ 헬기가 산불을 진화한다는 환상
한덕수 국무총리 및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3월 2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이번 산불이 기존의 예측방법과 예상을 뛰어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가용한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하여 산불 확산 고리 단절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헬기 중심 산불 진화 체계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 산불 현장에서는 산불 진화에 동원된 그 많은 인원이 헬기만 기다릴 뿐이었다. 헬기가 많으면 산불을 진화할 수 있을까? 산청 산불 현장에 동원된 헬기는 42대였지만, 산불은 계속 더 넓은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헬기는 지상에서 잔불을 정리해주는 진화인력의 공조작업이 없으면 산불을 끌 수 없다.
현장에선 헬기 진화의 다양한 문제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 헬기들이 열심히 물을 퍼부었지만, 불길에 닿기도 전에 허공에서 안개가 되어 사라졌다. 너무 높은 곳에서 물을 부었기 때문이다. 또 힘들게 퍼온 물을 산불 현장까지 가져오는 동안 줄줄 흘리는 헬기도 있었다. 정작 불타는 나무에 뿌리는 물의 양이 많지 않았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헬기가 산불 가까이 접근해 물을 뿌리자 산불이 잠시 멈추는가 싶더니 다시 훨훨 타올랐다. 더 심각한 문제는 헬기가 물을 뿌리고 떠난 후 주변에 새로운 불들이 발생했다. 헬기 하강풍에 의해 산불이 더 넓은 지역으로 확산된 것이다. 지상에서 산불진화대가 받쳐주지 않는 한 헬기만으로는 산불 진화를 할 수 없다. 수십 대의 헬기를 동원하고도 더 넓은 지역으로 확산되는 산불이 그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산불은 전쟁보다 더 큰 재난이다.
수십 대의 산불 진화 헬기들이 분주히 하늘을 오가며 물을 뿌려보지만, 산불의 기세는 꺾이지 않고 점점 더 넓은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지난 22일 밤, 경남 산청군 시천면의 산불을 보자. 이른 새벽부터 해질 때까지 42대의 헬기들이 산불 진화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능선을 따라 이어진 화선이 끝없이 이어지며 산불이 하동군으로 옮겨갔다.
지난 3월 24일 밤 경북 의성, 훨훨 타오르는 화선이 끝이 보이지 않았다. 의성 역시 산불 진화를 위해 헬기들이 하루 종일 노력했지만, 길고 긴 불길이 여기저기 펼쳐지며 사방으로 산불이 확산된 것이다.
국내 최대 산불로 기록된 지난 2022년 3월 울진 산불은 발화지로 부터 산불이 이동한 거리는 약 14km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 의성 산불은 안동, 청송, 양양, 영덕에 이르기까지 무려 90km가 넘는 거리를 순식간에 불길이 이동하며 국내 최대 산불 피해 기록을 세웠다.
산불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경북 산불로 인한 사망자가 31명, 전소된 주택이 약 4000채에 이른다고 밝혔다. 산림청은 산불 피해 면적이 4만5천ha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LA 산불 피해 면적의 두배, 서울시 면적의 80% 정도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산림청의 산불 피해 면적 발표는 심각한 축소 조작이었다. 서울시의 가로 길이는 약 36km에 불과하다. 그러나 의성에서 영덕까지 화선 길이는 서울시의 두 배가 넘는 90km에 이르렀다. 단순 비교만으로도 산불 피해 면적은 서울시 면적의 80%가 아니라 서울시의 두 배에 이름을 알 수 있었음에도, 산림청은 피해 면적을 축소 발표한 것이었다.
<기후재난연구소> 공동대표인 부산대 홍석환 교수는 피해면적 산정 결과 10만ha가 넘는다며 산불 피해 면적 축소 의혹을 제기했다. 산림청은 그제서야 산불 피해 면적을 약 9만9천ha로 수정 발표했다. 그러나 산림청이 새로 발표한 산불 피해 면적 역시 축소 의혹이 있다. 산불 피해지가 누락된 곳이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산불은 숲을 태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많은 국민들의 생명과 삶의 터전을 앗아가며 전쟁과 같은 재난이 되고 있다.
▶작은 불이 왜 대형 산불로 확산되는지 그 이유를 조사해야 한다.
문제는 이런 대형 산불이 매년 봄마다 되풀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 우리는 대형 산불의 원인 조사를 하지 않고 기후변화 탓만 했다. 누구도 산불을 제대로 진화하지 못한 책임도 묻지 않았다. 정부는 산불 피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수천억 원의 복구비를 지원할 뿐이었다.
심지어 이르는 산불 피해 복구비의 타당성 검증은 물론, 그 복구비가 제대로 사용되었는지 아무도 살펴보지 않았다. 많은 국민들이 산불로 생명과 삶의 터전을 잃었는데, 대형 산불이 되면 막대한 부를 축적하는 산림청 산하 기관들이 숨어 있었다.
산림청은 대형 산불의 원인이 기후변화라고 주장한다. 아니다. 기후변화 탓만 한다면 우리는 매년 반복되는 대형 산불 재난 속에 살아가야 할 것이다.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는 대형 산불이라는 국가적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이제 산불의 원인을 제대로 분석해야 한다.
전기 누전, 담뱃불 그리고 밭두렁 실화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언제든 산불이 발생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왜 작은 불이 왜 대형 산불로 확산되는가이다. 그동안 국가가 산불 발생자만 처벌하고, 대형 산불로 확산된 근본 원인을 조사하지 않았다. 이에 이 사회는 해마다 대형 산불을 반복해 온 것이다.
지금까지 필자는 울진산불, 합천산불, 옥계산불, 하동산불, 안동산불 등 대한민국의 많은 산불 현장들을 돌아보았다. 필자는 지난 3월 22일 경남 산청 산불과 3월 24일 경북 의성 산불 현장을 지켜보며 산불이 왜 점점 더 넓게 확산되는지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었다.
의성에서 시작된 불이 안동, 청송, 영덕, 양양으로 순식간에 날아간 이유는 간단하다. 이 도시들의 숲 대부분 소나무림이기 때문이다. 소나무가 불타는 모습을 살펴보자. 바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뻘건 불길이 하늘로 치솟고 있다. 마치 기름 탱크가 불타는 것처럼 시뻘건 연기를 내뿜으며 불길이 멈추지 않는다.
특히 소나무가 불타는 시뻘건 불기둥 위에 붉은 점들이 가득하다. 하늘로 날아가는 불씨들이다. 이 작은 불씨들이 바람을 만나면 수 km까지 날아가 산불을 순식간에 넓은 지역으로 확산시키는 것이다.
피해 지역 대부분이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마치 징검다리를 건너듯, 강한 바람을 만난 불씨가 사방팔방으로 튀어 다니며 산불을 확산시킨 것이다. 소나무엔 송진이라는 정유 성분이 있어 참나무에 비해 낮은 온도에서도 쉽게 불이 붙고, 불의 확산 속도가 빠르고, 더 높은 열을 방출하기 때문이다. 이번 산불의 근본 원인은 기후변화나 바람 때문이 아니다. 소나무림이 대형 산불의 주범이다.
우리는 1월 중순이면 고로쇠나무에서 받은 수액을 먹기 시작한다. 산불이 훨훨 타오르던 지난 3월 22일 산청 산불 현장엔 산수유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이처럼 활엽수들은 이미 나무 기둥 안에 산불로부터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는 물을 품고 있다. 그래서 거센 산불이 지나가도 바닥의 낙엽들만 탈뿐, 활엽수들은 죽지 않고 멀쩡하게 살아나는 이유다. 숲에 활엽수가 가득하면 산불 피해도 적고, 산불 이후 국가가 막대한 세금을 퍼부어 산림을 복구할 필요도 없다. 활엽수들은 스스로 불을 이겨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22일, 산청 산불이 발화된 지점을 찾아갔다. 농장 주인이 숲을 벌목하고 두릅을 심어 놓았다. 산청산불의 원인 중 하나는 과도한 산지 개발 때문이었다. 산의 중간지점까지 벌목이 이뤄졌고, 대부분 두릅이 심어져 있었다. 산림의 하단부가 벌목되었으니 숲이 건조해질 수밖에 없었다. 산불이 발생하자 바람이 빠르게 이동하며 산불을 급속하게 확산시킨 것이다.
두릅 밭에서 놀라운 장면을 발견했다. 벌목하지 않고 남겨 놓은 진달래 몇 그루였다. 진달래 옆에 있던 커다란 소나무 그루터기가 남아 있다. 이 소나무 그루터기가 재가 될 만큼 뜨거운 불길이었는데, 진달래는 멀쩡했다.
필자는 2022년 3월 산불이 발생했던 울진에 2024년 4월에 조사 갔었다. 불탄 소나무들을 싹쓸이 벌목하는 참혹한 현장들이었다.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여기저기 붉은 진달래꽃이 만발했고, 호랑나비가 찾아왔다. 진달래 나무마다 특이점이 있었다. 꽃을 피운 진달래 가지들은 가늘고 키가 작았다. 중심에 굵은 진달래 가지가 낫에 잘려 검게 그을린 굵은 기둥이 있었다. 숲 가꾸기로 잘린 진달래에서 새롭게 가지가 나와 꽃을 피운 것이다. 모든 진달래마다 동일한 모습이었다.
울진 산불이 국내 최대 산불 피해지가 된 이유는 간단했다. 송이 숲을 만들기 위해 불을 막아주는 활엽수들을 모두 잘라내고 소나무만 남겨둔 숲이었기 때문이다.
대형 산불로부터 숲을 지켜내는 비결은 아주 간단하다.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3~4월엔 진달래 같은 키 작은 나무와 활엽수들은 산불을 막아주는 물을 자신의 몸에 머금고 있다. 이런 활엽수들이 가득할 때 산불로부터 안전한 숲이 된다.
해마다 대형산불을 반복해 온 이유는 명백하다. 그동안 산림청이 소나무 위주의 조림뿐만 아니라, 숲 가꾸기라는 이름으로 산불을 막아주는 활엽수들을 잘라내고 소나무만 남겨놓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대한민국이 불 폭탄이 되었던 것이다.
의성 산불이 안동, 청송, 영덕, 영양 등으로 순식간에 퍼진 이유가 있다. 산불이 퍼진 지역의 산림이 대부분 송이를 따는 소나무림이라는 점이다.
송이 숲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산림청 자료를 통해 살펴보자. 소나무와 키 작은 활엽수들이 함께 어울린 숲에서 불 폭탄인 키 큰 소나무만 남겨두는 것이 바로 송이 숲이다. 지난 22년 울진산불과 2023년 밀양산불 역시 송이 숲이었다. 활엽수 모두 사라진 송이 숲은 산불로 순식간에 모조리 불타 사라졌다.
▶ 불 폭탄을 제조하는 숲 가꾸기
여기는 안동, 청송, 영덕 등으로 퍼진 산불의 시작점인 경북 의성이다. 시뻘건 불길이 길게 줄을 이루고 있다. 키 큰 나무들이 가지런히 서 있는 것이 보인다. 어떤 숲일까? 불길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산림청이 조림한 리기다소나무였다.
산림청은 의성 산불 지역에 소나무 조림 면적은 2%에 불과하고 다 천연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불타는 나무 대부분이 리기다소나무였다. 산림청이 지난 50년간 가장 많이 조림한 수종은 일본잎갈나무와 리기다소나무였다. 산림청이 밝힌 산불 지역의 소나무 조림 면적 2%는 거짓이다. 리기다소나무가 빠진 수치이기 때문이다. 리기다소나무 역시 소나무와 함께 불폭탄인 것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특히 여기저기 잘린 그루터기가 보였다. 숲가꾸기가 이뤄진 숲이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특이한 점 하나를 더 발견했다. 참나무 그루터기는 불길이 그냥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소나무 그루터기는 약한 불길에도 쉽게 불이 옮겨붙었고, 그루터기가 다 타도록 오랫동안 불을 뿜어냈다. 소나무 그루터기에 불에 잘 타는 송진이 두텁게 굳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산림청은 숲가꾸기라는 이름으로 소나무와 활엽수가 함께 자라는 혼효림에서 활엽수를 잘라내고 소나무만 남겨두는 일을 해왔다.
의성 산불 발화지점 인근에 위치했던 천년 사찰 운람사가 산불에 전소되었다. 위성사진을 통해 운람사 주변 산림의 변화 과정을 살펴보았다. 역시나, 2010년 강한 강도의 숲가꾸기가 이뤄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산림청이 소나무와 활엽수가 함께 자라던 혼효림에서 활엽수들을 모두 벌목하고 소나무만 남겨둔 불 폭탄을 제조한 것이다.
필자는 항공사진을 통해 의성군 전체 숲의 변화 과정을 살펴보고, 의성군 숲의 많은 면적이 이렇게 활엽수를 베어내는 강한 강도의 숲가꾸기가 이뤄졌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의성 산불이 왜 거세게 확산되었는지 쉽게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대한민국 대형 산불의 주범은 산림청이다.
대형 산불이 전국으로 확산되자, 산림청은 임도가 없어 조기에 진화하지 못했다는 변명을 내놓고 있다. 대형 산불이라는 재난을 임도 건설이라는 또 다른 이권 사업으로 이용하는 행태를 여전히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의성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의성 점곡저수지다. 산림청이 최근 산불진화용 임도를 개설했다. 그러나 임도가 있고, 바로 인근에 풍부한 물이 있었지만 모두 불탔다. 점곡저수지에서 안동방향으로 산 정상부에 올라섰다. 사방으로 임도가 끝없이 이어졌다. 그러나 임도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산불을 진화한 곳이 없다.
문제는 임도가 산불을 확산시키는 불의 이동 통로가 된다는 점이다. 공기는 바람의 이동이다. 산불이 발생하면 찬 공기가 불타는 곳의 뜨거운 공기 밑으로 밀고 들어오며 없던 바람이 만들어진다. 나무가 잘린 빈 공간인 임도는 바람의 통로가 되는데, 산불이 발생하면 임도를 통해 불길이 이동할 뿐만 아니라 산소를 공급해 산불이 훨훨 타오르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산불은 수백m에서 수km까지 날아간다. 임도 폭은 고작 2.5m에 불과하다. 불씨가 수백m를 날아가는 데 폭 2.5m의 임도에서 산불을 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동안 우리는 산림청은 산불의 원인을 기후변화와 헬기와 산불 장비 부족과 임도 부족을 탓했다. 그리고 대형 산불이 발생할 때마다 막대한 예산을 확보했다. 그러나 산불은 더 거세게 발생했다, 근본 원인은 산림청에 있었기 때문이다.
▶대형산불로부터 안전한 나라가 되는 길은?
대형 산불이라는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나라가 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1년 2조 8천억 원의 산림청 예산 중에서는 임도 조성과 사방댐 건설과 벌목과 조림 예산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데 임도는 바람 길이 되어 산불 확산의 통로가 되고, 임도에서 발생한 산사태는 국민의 안전을 위협한다. 사방댐 역시 국민의 안전과 상관없는 곳에 산림조합의 돈벌이로 건설되는 현장들이 부지기수다.
전국에 약 133개의 지역 산림조합이 있다. 중앙산림조합을 제외한 지역산림조합이 최근 5년간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수주한 예산이 총 3조 1699억 원에 이른다. 보통 지역조합 하나당 약 400억~800억 원에 이르는 엄청난 금액이다. 필자는 2023년 5월 30일 발생했던 경남 밀양 산불 피해 복구 예산과 현황을 살펴봤다. 산불 피해 복구비 약 174억 가운데 14개의 사방댐 건설에 38억원, 임도 24㎞ 건설에 36억원, 벌목 후 조림비 10억원 등이었다.
산림조합은 산림청 예산뿐 아니라 대형 산불 발생 후에도 산불 피해지를 복구한다며 사방댐과 임도 건설로 막대한 이득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산청과 의성 산림청 산불지휘도에 기록된 산불 진화인력에 산림조합에서 나온 인력은 모두 0명이었다.
대한민국 산림은 더 이상 조림하지 않아도 될 만큼 울창해졌다. 산불이 한번 발생하면 수십 년 동안 조림한 나무보다 더 큰 산림 피해가 발생한다. 지난 2024년 발생한 강릉 산불로 경포대 인근의 거대한 소나무들이 모두 불타 잘렸다. 산불로 우리의 안전이 위협받을 뿐 아니라, 소중한 자원들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젠 새로운 조림보다 산불로부터 숲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얼마 전 산림청의 산불진화대원들이 기자회견을 했다. 산림청으로부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고, 산불 진화 장비 역시 제대로 지원받지 못해 자비로 구입하고 있다는 산림청 성토장이었다.
산림청 예산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일본에 4배에 이르는, 그 많은 예산을 잘못 사용해 대형산불을 만들어 온 것이다. 산불로부터 안전한 나라가 되고, 소중한 숲을 지키는 길은 간단하다. 국민 안전을 위협하며 산림을 파괴하는 임도, 사방댐, 조림 예산을 산불 진화대 양성에 사용하면 해결된다.
산불로부터 안전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산불 진화 체계의 소방청으로의 일원화가 시급하다.
우리는 소방관들이 산불을 끈다고 알고 있다. 아니다. 현재 산불 진화의 모든 예산과 장비와 인력을 갖고 있다. 소방청은 주택 등의 시설 관리만 책임 있을 뿐, 산불 진화 예산이 1원도 없다.
산림청은 나무를 가꾸는 기관이지 산불 전문 기관이 아니다. 산림에 불이 났다고 불에 대한 비전문가인 산림청이 산불 진화의 책임을 진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오늘 대한민국 산불마다 대형산불이 되는 이유다. 약 4000채의 주택이 전소된 의성산불에서 보듯, 산불이 넓은 지역으로 확산된 뒤엔 소방차가 아무리 많아도 불타는 주택의 피해를 막을 수 없다. 산불은 넓은 지역으로 확산되기 전에 진화해야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이제 바꾸자. 산불 진화 예산과 장비와 인력을 모두 소방청으로 이전하는 산불 진화 지휘 체계로 바꾸고, 소나무 조림과 활엽수를 베어내는 숲가꾸기의 전면 중단을 시급히 시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