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161호 1-3 인간은 무엇을 위해 저항하는 것일까?

김파란 ㅣ 농민

모든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에 대한 열망을 가진 공산주의를 현실 사회에서는 실현될 수 없는 공상이라고 많은 사람이 말한다.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큰 오류가 있다. 인간은 이런 해방의 열망을 결코 버리고는 살아갈 수 없다. 또 공산주의가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모든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이지만, 그 결과만을 공산주의라고 말하면 틀린 말이다.

공산주의에서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그것을 향한 인간 투쟁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영화로 더 알려진 소설인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는 주인공 이름에서부터 혁명에 맞선다. ‘지바고’의 뜻은 살아 있다는 형용사다. 우리식으로 얘기하면 주인공 이름이 “삶’, ‘생’ 인 것이다. ‘지바고’를 고유한 개인 명사로 다루는 것이 상징적이다.

삶은 무엇과 맞설까! 정치와 혁명에 맞선다!이 소설은 혁명의 시대 개인의 삶이라는 것이 대문자 역사(혁명)에 어떻게 버텨낼 수 있었던가를 다루는 작품이다. 이러니 서방에서는 이 소설을 러시아 혁명을 왜곡하기 위한 미끼로 이용하기 좋았다. 왜나면 이 작품은 러시아 혁명에 대해 아주 묵직한 의문을 던지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근데 반공소설로 이용해 먹으려고 하니 소설로는 한계가 있었다. 너무 분량이 길었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으로 1964년에 <닥터 지바고>가 데이비드 린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진다. 자금 출처 조사하면 99.99프로 CIA에서 지원했다는 말이 있다.

<닥터 지바고>가 다루는 시대적 배경은 1905년 러시아 1차 혁명 전야부터이다. 연도별로는 1903년부터 1950년대 중반까지다. 딱 반세기를 다룬다. 러시아에서는 1905년, 1917년이 중요한 시기다. 그야말로 격동의 시대였던 까닭이다. 이 닥터지바고는 혁명의 시기를 살아가는 주인공을 등장시킨다.

서평가 이현우가 쓴 책에 1964년 스폐인의 마드리드 교외에서 데이비드 린 감독이 <닥터 지바고>를 촬영할 때 참 아이러니 한 일이 발생했다고 한다. 그 사건을 잠시 옮기고자 한다.

1964년 스폐인에서 찍은 <닥터 지바고> 영화의 배경은 1905년에 일어난 1차 러시아혁명이었다. 1905년 혁명은 러시아 민중의 평화 시위를 러시아 황제 짜르가 유혈 진압하면서 터졌다. 이때 시위대가 가두 행진을 하며 부른 노래가 <인터내셔널가>였다. <인터내셔널가>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일어났던 전 세계 사회주의운동과 노동운동을 상징하는 노래로, 1917년에 일어난 러시아혁명 이후 소련의 국가로 사용됐다.

데이비드 린이 이 장면을 스페인에서 찍으면서 엑스트라로 출연한 스페인의 국가주의자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인터네셔널가>를 불러야 했다.

깨어라, 노동자여 군대여! 굴레를 벗어 던져라!

정의는 분화구의 불길처럼 힘차게 타 온다!

대지의 저주받은 땅에 새 세계를 펼칠 때!

어떠한 낡은 쇠사슬도 우리를 막지 못해!

영화의 제작진들은 스페인 엑스트라들 모두가 이 노래를 알고 게다가 너무나도 열정적으로 부르는 데 놀랐다. 그 당시 프랑코 정권의 경찰들이 진짜 정치 시위를 하는 걸로 오해하고 개입할 정도였다. 그리고 때마침 촬영은 저녁 무렵에 이루어졌는데, 인근에 사는 주민들도 이 노래가 울려 퍼지는 걸 듣고는 독재자 프랑코가 죽고 사회주의자들이 권력을 쟁취한 것으로 오해했다. 그들은 포도주병을 따고 길거리로 나와 춤을 추기 시작했다. 곧 ‘정상적인’ 현실로 복귀해야 했지만 그들은 잠시나마 환영같은, 하지만 반드시 환영만은 아닌 자유를 맛보았다.

이 자유야말로 인간이 인간이게 하는 것이고 어떤 억압에도 저항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무엇을 위해 저항하는 것일까? 아니 인간으로 태어난 우리 속에는 어떤 해방적 잠재력이 있는 것일까? 물론 인간 해방이다. 어떤 가난, 폭력, 압력에서도 나를 포기할 수 없는 욕망이 해방을 꿈꾼다. ‘인간 해방’ 이 무모한 그래서 유토피아적이라고 비웃음을 당하고 무가치한 것이라고 말하는 현실에 순응하는 자들에게 언제나 그 시대 가장 억압 받는 자들은 말했다.

“중요한 것은 너희들의 안주보다도 우리들의 저항이 역사를 만들었다고.”

중요한 것은 성취보다는 그것을 향한 인류 공동의 노력이 역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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