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149호 12-1 민주주의 ?

김파란 l 농민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자본의 사람에 대한 차별과 배제로 생긴 이윤에 의해 정착되었다. 이것을 공정경쟁이라는 ‘공정성’이라고 받아들이게 한 것이 언어의 힘이다. 그뿐인가 벼랑끝에 몰린 사람들을 협박해 생존권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을 ‘사회적 대타협’이라고 말했고 기업가들이 저지르는 살인을 ‘중대 산업 재해’라고 말한다. 그게 어떻게 재해인가? 그건 분명 살인이니 ‘기업 살인법’이라 불러야 되는 것은 상식인데 자본주의는 결코 자본에게 불리한 언어를 통용시키지 않으려 한다. 물론 현실은 살인을 순화시킨 ‘중대재해법’조차 막혀있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비인간화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사람이 아닌 소모품으로 여기게 되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은, 김용균의 사고에서 나온 정규직 관리자들의 태도였다. 벨트와 롤러 사이에 몸이 끼인 김용균의 시신은 머리와 목이 분리되어 있었고, 등은 갈라져 타버린 상태였다. 4시간 만에 김용균의 시신을 발견한 회사는 김용균의 동료들에게 석탄 자루에 시신을 수급할 것을 지시했다.

이것이 저 히틀러의 ‘유태인 최종적 해결’ 이라는 언어와 무엇이 다른가? 한국 사회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라는 체제가 만든 어쩜 가장 악랄한 모습을 너무 평범하게 보여주고 있다. 악이 평범화되어서 상식이 된 사회가 된 것이다.

그런데도 이 나라 문예들과 지식인들은 민주주의를 말아먹는 것은 서로 자기들이 지지하지 않는 정치세력 때문이라고 핏대를 높여 말하고 있다. 제발 그 입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지옥을 자신들이 당하는 일이 아니라 외면하면서 어떻게 민주주의를 입에 담을 수 있나? 겨우 열아홉 고등학생들이 산업 현장에서 죽어 나가고, 20대의 청년은 스크린 도어에 몸이 찢겨서 죽고, 빵 기계에 빨려 들어가 죽고, 시도교육청이 정규직(임용고시)의 인원을 줄이고 그 자리에 기간제 교사를 채용해서 발령을 내고도 학생들을 먼저 구하기 위해 숨진 세월호 교사를 비정규직이라고 차별하는 이 사회를 보면서도 침묵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입에 올리는지 나는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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