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글〉범람하는 전환의 시대, 다시 변혁의 깃발을 올곧게 움켜쥐자!

조창익 l 편집위원장

Ⅰ.

이른 바 ‘대전환’의 시대입니다. ‘대전환’이라는 용어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의료, 산업, 행정, 기후, 문명, 디지털, 녹색, 지역… 등등의 숱한 수식어를 달고 진영을 가리지 아니하고 유령처럼 배회하며 불평등과 양극화,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의 절망적 상황 속에서 구조적 모순과 근원적 대책을 호소하고 있는 현실을 전면적으로 반영하고 있으며 오늘날 시대정신의 권능을 획득해가고 있습니다. 최근 집권 여당의 차기 대선 후보 선거캠프명을 ‘대한민국 대전환 선거대책위원회’라고 명명한 것도 이러한 조류의 화급한 반영일 듯합니다. 만약 이재명 정부가 탄생한다면 ‘대전환’이라는 화두는 더욱 선명한 모습으로 기승을 부릴 것입니다.

문제는 ‘대전환’에 담긴 운동역학입니다. 운동 진영이 자본과 권력이 펼치는 지배전략의 자장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체제 내 개혁이나 혁신이라는 화두에 매달려 체제 변혁과 계급투쟁이 은폐되거나 생략된 ‘대전환’이라는 중립지대를 조장하고 여기에서 운동적으로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는 문제일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일부에서 체제변혁과 사회주의를 외치고 있는데 불가피하게 체제전환이라는 용어를 유행처럼 동시에 사용해야만 하는 상황이고 보면 우리는 한사코 ‘전환’의 조류 속에서 ‘변혁’의 관점을 더욱 견결하게 확립하고 체제 변혁적 운동의 흐름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이른 바 ‘대전환’의 시대에 자본주의의 근본적 폐절과 새로운 사회를 향한 혁명 사상을 올곧게 주창하고 실천하는 일이 더욱 중대한 운동적 과제로 다가옵니다. 하여 우리는 한사코 체제 내적 성격이 강하게 담겨 있는 ‘전환’이라는 용어 대신 과학적 사회주의를 동반하는 ‘변혁’이라는 운동적 용어의 의식적 조직화를 위한 노력이 한층 노골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전환’이 아니라 ‘변혁’입니다.

Ⅱ.

최근 본격화된 대선 경선 국면에서 집권 민주당의 품에 안긴 민주노총 일부 지도자문위원들의 정치적 변신과 서글픈 배신 행렬에 충격이 컸습니다. 단순히 지도자문위원직의 사퇴로 끝날 일이 아니었습니다. 반노동 정책을 일관되게 관철해온 문재인 정권에 대한 이들의 투항이 던진 문제의식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일부 민주노조 운동의 최고 사령탑들과 상당수의 과거 노조 활동가들의 자신이 속한 계급과 존재를 배반하는 행동은 노동운동의 중심성과 새로운 사회에 대한 전망 상실에 기인합니다. 사실 그 동지들은 노동운동 지도부로서 각 종 집회 때마다 자본가 정권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며 노동자가 역사발전의 주역이요 세상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목에 힘주어 외쳐왔건만 정작 자신을 포함하여 노동자가 변혁의 중심에 서는 노동자정치에 대한 정치적 상상력과 운동적 확신은 결여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엄혹한 계급투쟁의 현실을 외면한 참으로 가슴 아픈 운동의 자화상입니다.

돌이켜보면 비판적 지지의 망령은 오랜 세월 동안 조직적 사상적 미궁과 혼돈 속에서 역사의 합법칙적 발전경로를 상실한 활동가들을 양산해왔으며 운동의 이름으로 자기 이해에 기반한 정치적 변신을 합리화시켜왔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현재진행형이며 앞으로도 변혁적 노동운동의 진전을 가로막으며 교란과 착종의 길을 열어 갈 가능성이 뚜렷하게 잔존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현 단계 노동운동의 우경화 경향을 차단하고 차분한 성찰 속에서 계급적 변혁적 노동운동을 새롭게 세워내는 조직적 과업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Ⅲ.

이번 호의 제목은 ‘깃발’입니다. 단순한 깃발이 아닙니다. 변혁과 혁명의 깃발입니다. 다시 노동자 계급 운동의 푯대를 올곧게 움켜쥐고 광장으로 힘차게 전진하자는 절절한 호소입니다. 노동자 계급이 온갖 난관을 헤치고 당당하게 정치의 중심에 서서 권력을 장악하고 체제변혁을 주도하는 사회, 올바른 실천과 투쟁 속에서 과학적 사회주의를 향한 당찬 이상과 꿈이 실현되는 사회, 노동해방, 인간해방의 새로운 깃발을 상상해봅니다. 고랑이 이랑되고 이랑이 고랑되는 사회, 착취가 근절되고 억압해온 자들이 억압받는 질적으로 전혀 다른 새로운 계급 해방 평등 사회를 향한 행진은 그래서 언제나 가슴 떨리는 실천적 화두입니다. 이 책을 관통하고 있는 해방 세상을 향한 여러 동지들의 실천적, 이론적 투쟁의 궤적과 성과는 자본주의 이후 혁명 세상의 노정에 바쳐진 피와 땀의 산물이며 우리는 이를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입니다.

<여는 시>로 두 편을 올렸습니다. 체 게바라의 시, 행복한 혁명가와 호찌민의 시, 길을 내는 건설 노동자. 혁명운동의 본령이 씨를 뿌리는 일이며, 결코 개인적으로 결실을 획득하려는 조급성에 있지 않다는 교훈, 노동자들이야말로 세계 건설과 변혁의 주역이라는 노동운동의 중심성을 다시 새기게 해주는 두 혁명가들의 엄중한 가르침은 자본과 권력 앞에서 부화뇌동하는 우리의 노동운동 진영에 던지는 강력한 메시지가 될 듯 합니다.

<현장>에 [대학무상화·평준화국민운동본부] 조창익 상임대표의 시, 깃발을 싣습니다. ‘2021 대한민국 대학혁명 출정식’에서 발표한 작품으로 이 나라 교육 문제 해결의 핵심 정책으로 대학무상화와 평준화 실현을 통한 교육해방, 노동해방, 인간해방의 염원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의 민주노총 10.20 총파업투쟁의 의미와 그 정치적 전화를 싣습니다. 양 부위원장은 이번 코로나 19 상황 속에서 총파업 투쟁이 갖는 의미를 노동공약을 철저히 파기하면서 친재벌 반노동 정책으로 노골화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선전포고임을 분명히 하고, 기세를 몰아 민중 경선과 연대연합정치로 한국사회 체제 변혁을 위한 정치투쟁에 당당히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로, 대우조선 지회 편집4부장 강태완 동지의 대우 조선 매각 철회 투쟁을 싣습니다. 강 동지는 정부의 노동탄압에 분노하면서 재벌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규탄과 더불어 노동자의 생존권과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더욱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임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네 번째, <현장>은 정다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의 글, 권리를 권리답게 보장하는 장애인권리보장법우리의 힘으로 쟁취하자!’를 싣습니다. 정다운 동지는 장애인 권리보장의 의무 주체인 국가와 지자체의 역할을 제대로 규정하지 않거나 ‘탈시설’을 법률적 용어로 인정하고 있지 않은 점 등 현 개정법률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장애개념 사회화 및 장애인 등록제도 폐지 등 핵심 의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다음 <현장>은 윤영대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집행위원장 동지의 글, 이주노동자에게도 인권과 노동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를 싣습니다. 윤 동지는 주로 광주 전남지역 이주노동자 체불임금 등 인권과 권리 침해 사안을 중심으로 현행 고용허가제의 고질적 문제점을 분석하고 실천적 대안을 밝히고 있습니다.

<쟁점>으로 홍승용 현대철학사상연구소장의 글, 대선과 노동자정치를 싣습니다. 홍승용 동지는 이번 대선 정치지형을 분석하고 노동자 후보 선출이 자본독재 극복을 위한 노동자민중 정치세력화의 일환으로 진행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을 계기로 풍료로운 평등사회 건설의 관문인 노동자국가의 필요성·정당성·효용성을 설득력 있게 밝히고, 그 실현을 위한 효율적 정책들을 최대한 세밀하게 개발할 뿐 아니라 이렇게 개발된 사상적·이론적 무기들을 노동자민중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폭발적으로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고 갈파하고 있습니다.

<특집>으로 다가오는 20대 대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란을 마련하였습니다. 고민택 동지의 글, ‘2022년 대선과 진보좌파정치민중 경선을 통한 단일후보 선출과 연대연합정치는 좌파의 기획-’, 김태균 노동전선 교육위원장의 글, 후보전술 개인을 통한 대선개입전술의 한계와 대선투쟁 방향, 백종성 전)사회변혁노동자당 정책위원장의 글, ‘2022년 대선 사회주의 후보가 필요하다 싣습니다. 바로 이어 신명호 동지와 박한솔 동지의 토론회 후기 두 편을 실었습니다. 우리는 이번 특집을 통하여 2022년 대선의 공간에서 진보 좌파 변혁진영의 다양한 관점을 확인하고 올바른 선거 투쟁의 내용과 방향을 탐색하고자 하였습니다.

<연구>에는 이현숙 동지의 인플레이션에 대하여를 싣습니다. 이현숙 동지는 인플레이션 현상의 정치경제학적 의미를 분석하고 말미에 ‘현대 국가는 본질적으로 자본가들의 기관, 자본가들의 국가, 관념상의 총자본가이다. 현대 국가가 생산력들을 더 많이 자기의 소유로 떠맡으면 떠맡을수록, 그것은 더욱더 현실적인 총자본가로 된다. 국민들을 더욱더 착취하게 된다. 자본관계는 폐기되기는커녕 오히려 정점으로 치닫는다. 그러나 정점에서 그 자본관계는 전도된다. 생산력들의 국가 소유가 충돌의 해결책은 아니지만, 해결의 형식적 수단, 해결의 칼자루는 그 안에 숨겨져 있다’고 갈파하고 있습니다.

다음 <연구>는 백철현 동지의 수정주의 전위‘, 유고의 시장 사회주의를 싣습니다. 백철현 동지는 맑스레닌주의 국가론의 왜곡과 폐기, 분산화와 시장의 강화가 초래한 자본주의적 모순의 첨예화를 주제로 논하고 유고 시장 사회주의의 교훈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유고의 경험으로부터 우리가 뼈저리게 배운 교훈은 맑스레닌주의의 원칙에 충실하며 그것을 우리의 구체적인 현실에 뿌리내리려는 노력들, 제국주의 프로파간다와 반공주의를 철저하게 척결하려는 노력, 역사적 관점과 엄정한 과학적 자세와 실사구시의 태도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다음 <연구>로 천연옥 동지의 파업을 싣습니다. 천연옥 동지는 레닌의 ‘파업에 대하여’, 로자 룩셈부르크의 ‘대중파업론’에 이어, ‘파업에 관한 세 가지 관점’ 등을 분석하면서, 4차 산업혁명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무인생산체제와 자동차 산업에서 전기차로의 전환 등으로 자본주의 생산력은 자본주의 생산관계와 더 이상 조응할 수 없는 지경, 인류의 대다수를 실업자로 폐기처분하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경고하고, 이 물질적 조건을 이용해서 노동자인민이 주인되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야 할 주체인 노동자계급의 각성이 부족한 상태라면서 대중의 경종을 울리고 자본주의라는 인류의 마지막 계급사회를 끝장낼 위대한 노동자계급의 역사적 임무를 자각하도록 선전하고 조직할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다음 <연구>는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산하 노동권연구소 장귀연 동지의 능력에 따른 차별은 공정한가?-불평등한 민주주의-’를 싣습니다. 장귀연 동지는 능력주의의 기원, 신자유주의 시대 능력주의, 노동자통제 기제로서의 능력주의를 논하고 능력주의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하여 현재 능력주의가 진짜 능력주의도 아니고 공정하지도 않다는 점을 부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면서. 궁극적으로 노동자계급이 나아갈 방향이란 노동자들 일부가 능력 전쟁을 치루는 것이 아니라 연대를 강화하여 불평등한 계급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환경>에는 원주녹색연합 박성율 목사의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벌목을 한다고?’를 싣습니다. 박성율 목사는 ‘왜 한국은 기후 악당 국가인가?’, ‘문재인 정부도 기후악당이라 불리우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고, ‘2050 탄소중립을 위한 과제’, ‘산림현황이 말해주는 산의 모습‘을 서술하고 ’비효율적인 벌목을 강행하는 이유‘를 분석합니다. 결론적으로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벌목을 하고 조림을 하겠다는 계획은 거짓이라며 ’산을 그대로 두라!‘고 정부에 대갈일성으로 결론을 맺습니다.

<책 소개>란에는 사드저지 평화활동가 은영지 동지의 글, 프롤레타리아 혁명 역사를 만든 특별한 우정-H. 겜코브의 마르크스·엥겔스 공동전기 <두 사람>을 읽고를 싣습니다. 은영지 동지는 21세기를 사는 우리 노동자 민중이 ‘혁명’이라는 화두를 유희의 대상으로 삼을 게 아니라 19세기 두 혁명가가 피를 토하며 내놓은 변증법적·사적 유물론에 기반한 혁명이론을 무기삼아 반드시 ‘착취자들을 착취하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실현시켜야 진정한 마르크스 엥겔스주의자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감동적이고 통쾌한 필체로 서평을 남기고 있습니다.

끝으로 <독자 후기>란에는 전우재 활동가의 글, 자본주의 극복을 위해한동백 예비노동자의 글, 분해된 대중에서 선진노동자계급으로. . .’를 싣습니다. 두 동지의 현장과 광장 제4호에 대한 독자 후기를 통하여 우리는 행복한 마음으로 날카롭고 풍부한 관점을 발견할 수 있었으며 이후 편집방향에 많은 교훈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이번 호에 귀중한 원고를 보내주신 여러 동지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더불어 귀중한 표지그림을 제공해주신 조나빈 작가님과 표지 디자인에 열성을 다해주신 이규환 동지, 그리고 편집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주신 김근성 님께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2022년 대선을 계기로 정치 공간이 활짝 열리고 있습니다. 여러 층위에서 진행되고 있는 노동자민중 진영의 계급적 단결과 정치적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갑론을박이 생산적 논의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노동자 스스로 정치의 주인공으로 자임하고 거대한 변혁의 주체로 성장하는 운동적 여정을 조직하고 이른 바 풍요로운 평등사회와 노동자국가를 건설하는 옹골찬 꿈을 키워내는 일은 너무나도 소중한 작업이 될 것입니다.

범람하는 전환의 시대, 우리의 ‘깃발’은 흔들림 없는 ‘변혁’입니다. 우리는 한사코 변혁의 깃발을 더욱 힘차게 움켜쥐고 자본주의 불평등 착취 체제를 끝장내야만 합니다. 기필코 노동 해방, 인간 해방의 평등사회를 쟁취하기 위해 과학적 사회주의로 무장하고 올곧게 전진해나가야 합니다.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투쟁! 그 길 위에서 다시 만납시다! 투쟁!

2021년 11월 13일

평등사회로 대전환! 불평등 세상을 바꾸자!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2021 전국노동자 대회일에

노동전선

현장실천, 사회변혁 노동자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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