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글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변혁의 하늘 위로 솟구치는 위대한 장산곶매, 고 백기완 선생님을 추모하며 혁명의 길을 따르겠습니다.-

조창익 l 편집위원장

백기완, 그는 변혁의 하늘 위로 솟구치는 한 마리 위대한 장산곶 매였습니다. 그는 매시기 시대정신의 표상이었으며 형형한 눈빛으로 변혁의 중심을 틀어쥐고 있었습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딱 한 발 떼기에 일생을 걸었던 그가 표표히 세상을 떠나는 날, 그의 생전 최루탄 물대포가 난무했던 서울의 종로 거리는 그를 추모하는 노동자·민중의 행렬로 가득 찼습니다. 노나메기 세상 백기완 선생님을 기억하고 그가 꿈꾸었던 혁명 세상을 앞당기는 일이 이제 역사적인 과제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기억합니다. 그가 1992년 민중대통령 후보로서 수천의 대오가 운집한 서울 자전거 경기장에서 세상을 향해 포효할 때 청와대를 남산 판자집촌으로 옮기고 민중의 집강소로서의 소임을 다하는 것이 자신이 책임질 정부의 정체성이라고 말할 때 그는 정녕 민중의 대통령이었습니다. 숱한 비판적 지지로 민중권력이 훼절되고 배반과 굴절의 역사 속에서도 그는 일평생 분명하게 민중이 중심에 서는 새로운 통일변혁세상을 하나의 푯대로 제시했던바, 그날의 웅장한 연설이 오늘날에도 귓가에 생생하게 되살아옵니다.

이번 호는 고 백기완 선생님을 추모하고 그의 삶과 투쟁 그리고 노나메기 변혁 사상을 이어받겠다는 의지를 담기로 했습니다. 우선 그가 즐겨 입었던 백색 저고리를 떠올리며 흰색 표지를 택하였습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딱 한 발 떼기에 일생을 걸어라!는 시대의 명언은 이번 호에 담긴 중심 언어입니다.

<여는 시>로 베트남 초대 국가 주석 호찌민의 시, ‘스스로 격려함(自勉)’을 택하였습니다. 1942년 옥중에 갇혔을 때 남긴 100여 편의 한시 중 하나입니다. 앞길이 보이지 않을 때 좌절하지 않는 힘은 스스로를 따스하게 격려하고 곧추세우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니 오늘날에도 충분히 새겨둘 만한 대목이라 하겠습니다.

<추모 시>로 지난 2월 19일 서울 시청 광장 백기완 선생님 영결식장에서 낭송된 송경동 시인의 백발의 전사에게를 싣습니다. 피를 토하듯 낭송된 절창마다 백기완 선생님에 대한 그리움과 그를 떠나보내야만 하는 애통함으로 광장은 눈물로 가득 찼습니다.

또 하나의 <추모시>로 경북대학생 김근성 님의 열사를 위하여를 싣습니다. 이 시는 지난 4월 9일 현대공원에서 열린 4.9통일열사 46주기 추모제에서 낭송된 시입니다. 동지로, 친구로, 열사로 지칭되는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떠난 수많은 영령을 떠올리게 합니다. 백기완 선생님께서 영면하신 바로 그다음 날 세상을 떠난 전옥주 열사, 광주 민중 항쟁의 스피커, 가두 방송 후 모진 고문으로 후유증을 앓다가 숨진 전옥주 열사의 삶과 투쟁도 역사로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세>에는 고민택 진보평론 편집위원의 정세분석 글, ‘2021년 정치 정세 전망을 올립니다. 필자는 정치 지형, 코로나 정국, 한반도 정국 등 세 영역에서 정세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필자의 글은 촛불 혁명의 성과를 온전히 현 자유주의 집권 세력에게 빼앗긴 노동자 민중 진보 좌파 세력의 과제를 새롭게 상기시키고 있으며, 전열을 가다듬고 주체적 역량을 강화하여 정치적 독자성의 기반 위에서 내년 대선 정국, 코로나 정국, 요동치는 한반도 정세 속에서 정세의 개입력과 주도성을 확보해야 함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현장> 소식입니다. 먼저 부산지역일반노조위원장 박문석 동지의 글 신라대학교 청소노동자 51명 집단해고! 거듭되는 꼼수와 노동자에 대한 기만!’을 싣습니다. 노노 갈등과 민주노조 파괴를 획책하는 대학 당국의 야만적 노무관리와 꼼수를 폭로하고 있습니다. 신라대는 즉각 집단해고를 철회하고 청소노동자들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고 학교를 정상화해야만 합니다.

다음은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 조합원 변수분 동지의 글, 한화생명 FP(보험설계사), 우리는 현대판 노예였다를 싣습니다. 예속과 굴종을 떨치고 노동조합의 깃발 아래 모여 쟁취해나가는 가슴 벅찬 단결투쟁의 역사를 보고하고 있습니다. 보험설계사의 노조할 권리와 정당한 노동의 대가는 당사자들의 굳건한 주체적 투쟁으로 전취되고야 말 것입니다.

다음으로 전교조 조합원 벌교여중 신선식 교사의 그곳에 사람이 있었네를 싣습니다. 교육노동자인 그가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운동과 더불어 지난 10여 년 세월 동안 여름과 겨울방학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투쟁 현장방문을 통하여 교사로서의 자신을 성찰하고 함께 성장하는 과정을 보고하고 있습니다. 연대를 통하여 노동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그의 행진은 보배로운 교육노동자의 모습입니다. 교실과 거리를 노동해방, 인간해방의 실천도장으로 만들어가는 신선식 동지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그의 행진이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변혁의 징검다리가 될 것을 믿습니다.

다음으로 전교조 김경엽 조합원의 글, ‘직업계 고등학교, 어쩌다 이 지경에 내몰렸는가?’를 싣습니다. 2020년 4월 고 이준서 학생의 사망사건을 계기로 직업계고등학교의 정상적인 운영을 가로막는 기능경기대회의 문제점을 폭로하고 직업계고등학교가 제대로 된 교육, 인간해방을 위한 교육 기관으로 변화되어야 함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최근에는 검증되지 않은 고교학점제의 직업계 고교에 대한 전면 도입을 강행하는 교육부의 무분별한 행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 주목합니다.

<쟁점>에는 신재길 노동전선 정책위원의 글, ‘21대 대선에 대하여를 싣습니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권력재편기 대선이 갖는 의미와 노동자계급의 대응 과제를 서술합니다. 그는 ‘노동자 세력은 대선 시기 집권 자체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의회주의에 기초한 선거제는 그 자체 폐기해야 할 대상이지 획득하여 활용할 대상이 아님을 원칙’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노동자 후보의 선거 투쟁의 선전 내용으로 사상의 자유 차원에서 ‘국가보안법 완전 철폐 투쟁’과 의회제 민주주의, 권력구조 자체에 대한 비판 차원에서 ‘완전한 민주주의 실현’을 설파하고 있습니다.

<주장>에는 농민 김파란 님의 ‘이 사회는 왜 국가보안법을 버리지 못하는가!’를 실었습니다. 한국 사회가 다음(미래)으로 넘어가려면 해방 후 현재까지 우리의 육체와 정신을 가두고 있는 이 금기(반공, 국가보안법)를 깨야 한다, 금기의 위반은 사회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완성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논쟁>으로 전교조해고자원직복직투쟁위원회 위원장, 손호만 동지의 글, 계급을 싣습니다. 첫머리에서 지금껏 우리 사회의 금기어에 속한 ‘계급’이란 용어에 대한 역사적 점검과 마르크스의 계급론에 대하여 종합적으로 정리합니다. 나아가 현대자본주의의 계급 구조와 노동 계급이 왜 중요한가에 대하여 정리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전교조 운동과 노동 운동 전반을 성찰하면서 마르크스 계급론에 대한 치열한 논의를 주문하고 있습니다. 평생 온갖 고초 속에서도 운동에 헌신해오신 손호만 동지의 체험에 기반한 서술과 사회변혁을 향한 절절한 호소가 가슴을 울리고 있습니다.

<연구>에는 첫 번째로, 자유기고가 이현숙 님의 자본주의 기본 모순: 사회적 생산과 사적 부르주아적 전유엥겔스의 유토피아에서 과학으로 사회주의의 발전을 중심으로-’를 싣습니다. 필자는 [현장과 광장] 2호에 김성구 교수의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이 실렸는데, 이 글을 읽고 논의의 전제가 되는 자본주의 기본모순을 정리하고 그 모순의 전개 속에서 사회주의의 필연성을 발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마무리에서 필자는 프롤레타리아트가 국가 권력을 장악하여, 주요 생산수단과 교통통신수단, 그리고 은행을 우선 노동자 국가 소유로 전화시키고, 경제 전반을 지휘해야 한다고 결말짓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동아대 명예교수 이병창 교수의 역사적 유물론의 재정식화를 싣습니다. 마르크스의 독일이데올로기 새 편집본에 기초하여 역사적 유물론에 관해 밝혀지는 측면 가운데 하나인 역사발전 법칙의 문제에 대해 중점적으로 거론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마르크스의 역사법칙을 종래 2개의 법칙으로 간단하게 정리하던 것을 넘어서서 다시 3가지 법칙으로 좀 더 복잡하고 상세하게 규정하고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습니다. 첫째, 생산력은 생산관계를 변화한다. 둘째, 생산관계는 사회적 노동분업을 변화시킨다. 셋째, 물질적 생산은 상부구조를 변화시킨다. 이런 정식화가 역사에서 생산관계의 변화가 노동분업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끌어내는가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분석을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며 이후의 과제로 남겨놓고 있습니다.

다음 연구물로 현대사상연구소 홍승용 소장의 소외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싣습니다. 필자는 소외 문제와 관련하여 여러 학자의 난해한 이론보다는 노동자계급의 관점에서 소외 문제의 경제적 뿌리를 밝히고 그 극복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는 맑스의 논의를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는 모든 형태의 소외를 몰아내고 자본주의 너머의 풍요로운 평등사회에 이르는 과정에서는 자본권력을 비롯한 온갖 장애물들과의 지난한 전쟁을 이겨내야 할 것이라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다음에는 채만수 노동사회과학연구소 소장의 글, 주택 문제에 대하여를 싣습니다. 필자는 최근 부동산, 주택 문제가 뜨거운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정부고 제도권 언론이고 말할 것도 없이 엥엘스 표현대로 이른바 ‘온갖 사회적 돌팔이처방’이 난무하는 현실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분석 그리고 대안을 설파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노동자 인민의 입장에서 노동자 인민의 이해에 합당하게 부동산 문제,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맑스의 주요 요구”대로 “정치적 독재의 지위로 올라선 프롤레타리아트가 사회의 이름으로 모든 생산수단을 장악하는 것”,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폐지, . . . 노동자계급 자신에 의한 모든 생활 수단과 노동수단의 전유”가 필수적이다. 다른 길은 없다. 주택문제나 노동자들의 운명과 관련되는 무언가 다른 사회적 문제를 개별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바보짓이기 때문”이라고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교육>에는 천보선 진보교육연구소장의 글, 마르크스 교육론과 사회변혁 교육문제에 대하여를 싣습니다. 필자는 마르크스 교육론의 논의와 흐름, 주요 내용을 정리하고 교육과 사회변혁, 변혁 주체 형성에 대한 맑스의 역동적 문제의식을 분석합니다. 이어 마르크스 교육론의 의의와 남는 문제들을 논의합니다. 끝으로 ‘전면적 인간발달’ ‘자유로운 개인들이 연합된 공동체’ 실현을 위해 ‘마르크스 교육론’의 함의를 올바로 이해하고 마르크스가 남긴 빈 공간을 변혁적 이론과 실천으로 새롭고 풍부하게 채워나가는 것을 오늘날의 과제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장애>에는 장애인자립지원센터 활동가 김지심 님의 글, 장애운동, 여성운동탈시설 운동과 돌봄 노동을 중심으로-‘를 싣습니다. 필자는 장애·장애인을 바라보는 관점은 언제나 사회적 맥락 안에서 규정된다는 점을 우선 이해해야 함을 강조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어떤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는가? ’장애(혹은 정상)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하고 여기에 답할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모든 인민의 보편적 돌봄 욕구에 국가는 응답하여야 한다, 보편적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양질의 상호 돌봄 시스템이 구축되도록 하여야 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책 소개>에는 사드저지 평화활동가 은영지 님의 불온한 경제학에서 길 찾기김성구 <경제무식자, 불온한 경제학을 만나다>를 읽고’, 자유기고가 노제혁 님의 노동자 투쟁의 방향, 공산당 선언을 보라!’를 싣습니다. 이어 천연옥 회원의 쿠바 공화국은 파리코뮌의 계승자이다쿠바식 민주주의-’를 싣습니다.

<단체소개>에는 대학무상화·대학평준화추진본부 정책위원장 김학한 동지의 글, 대학 무상화대학 평준화 추진본부-2022년 대선과 대학무상화·대학평준화 투쟁-’을 싣습니다.

<독자 후기>에는 노동당 정책위원회 의장 김석정 동지의 역사가 현대사가 되려면, 삼성 피해자 공동투쟁 활동가 박은규 님의 역사는 과거와 미래의 대화를 싣습니다.

귀중한 원고를 보내주신 필자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 호 제작의 시기에 고 백기완 선생님의 영면 소식을 들었고 [현장과 광장] 4호 편집 과정은 한 시대 변혁의 상징이셨던 고인의 삶과 투쟁을 기리는 작업의 일환이 되었습니다. 이 책을 관통하는 노동자계급의 해방 투쟁의 밑바탕에 백기완 선생의 변혁 사상이 깔려있다고 봅니다. 또한, 그것이 시대를 달리할지라도 이 책에서 여러 필자가 주로 다루고 있는 인간해방을 향한 마르크스의 과학적 사회주의 사상과 맥을 함께 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고 백기완 선생님의 명복을 빌며 선생님의 노나메기 변혁 세상을 향한 투철한 생애를 가슴에 새기고 혁명의 길을 감히 견결히 이어나가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딱 한 발 떼기에 목숨을 걸어라! 2021년 노동절에 다시 새롭게 외쳐보는 변혁 운동 지침입니다.

2021년 5월 1일

노동전선

현장실천, 사회변혁 노동자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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