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한화생명 FP(보험설계사), 우리는 현대판 노예였다!

변수분 |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 조합원

이 불합리, 이 막연함… 드디어 알을 깨다.

가슴 벅찹니다. 목구멍에서 뜨거움이 차오릅니다.

알 밖의 세상은 이렇게 밝은데, 우리의 함성은 이렇게 우렁찬데, 75년 세월 알을 깨려는 부리질 한번 못했습니다.

알아서 해주겠지, 그럴 거야, 믿자, 믿어야지… 참 공허하고 굴욕적인 일방적인 신뢰…

75년 세월 동안 권리를 유린당한 우리는 한화생명보험 설계사입니다. 7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저질러왔던 온갖 부당함의 긴 꼬리가 드디어 우리한테 밟히고야 말았습니다. 언제부턴가 동료들이“급여가 왜 이렇게 점점 줄어?”“그러니까 왜 이렇게 많이 떨어졌어?”“뭐? 이번엔 금융감독원의 1200% 룰 때문에?”

회사는 아주 오래전부터 쥐새끼처럼 야금야금 깎아 먹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photo_2021-04-20_11-33-40.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960pixel, 세로 640pixel 몰랐으면, 우리 노동조합이 잡아내지 못했으면 저들이 지속해서 우리에게 어떤 짓을 했을지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칩니다. 우리가 언제 오만방자한 저들한테 사과를 받은 적이 있습니까? 해명을 들은 적이 있습니까?


<3월 11일 한화생명본사 앞 한화생명 집회방해 만행 규탄 및 교섭촉구 결의대회>

그들 입에서 FP(보험설계사)를 사랑한다는 가식적인 말은 수없이 들었어도 FP들에게 잘못했다는 말을 하는 것은 처음 듣습니다. 이 역사적인 순간을 만든 분들이 지금 목이 터지라고 한화생명 FP의 권리를 외치는 노동조합 집행부입니다.

복잡하기만 한 수수료체계, 너무나 많은 것들이 불합리한 것 같은데 따져 묻고 싶어도 우리 편이 없다는 절망감에 좌절했고, 수십 년간 굳어져 온 울타리 앞에 좌절했습니다. 누가 앞에서 이끌어주는 사람이 없을까…

이제 아닙니다. 우리에게도 든든한 내 편이 생겼습니다. 우리에게 이런 역사적이 순간이 오다니요. 이 대단하고 가슴 벅찬 일을 우리가 해냅니다.

우리도 노동조합으로 똘똘 뭉칠 수 있다! 3,000명 4,000명의 단톡방.

기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동안 당해왔던 우리의 울분입니다. 더 똘똘 뭉쳐야 합니다. 정규직, 그들이 적은 숫자로도 회사를 움직이는 건 노동조합의 집행부를 믿고 따르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할 수 있는 게 있습니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한화생명 FP라면 반드시 가입해야 합니다. 지금 속속들이 밝혀지는 불합리한 것들이 한둘이 아니잖습니까! 노조 없으면 어디 가서 이런 거 하소연도 못 합니다. 아는 것은 답이 아닙니다. 실천이 답입니다. 우리 2만 명의 FP가 일어나야 합니다. 2만 명이 모두 움직이길 기다리지 말고 나 하나만 움직이면 됩니다.

뒤돌아보면 우리가 저들을 그렇게 오만방자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동안 주권 없이 시키는 대로 서명했던 것이 노예 계약서였던 겁니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행동해야지요. 나와 내 가족의 생계가 해결된 후에도 나만을 위한 삶은 천박한 삶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그동안 다녀간 선배님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일이고, 내가 계속 있어야 하는 곳이고, 앞으로 입사할 후배들을 위한 일입니다. 사명감을 가져야 합니다.

우린 노예가 아니고 회사의 주인입니다. 투쟁!!

<한화생명 보험설계사 투쟁 현황 및 요구 사항 >

1. 경과

– 2021년 1월 한화생명, 보험상품에 대한 판매 수수료 일방적 삭감

– 1월 21일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 지부 한화생명지회 설립

– 2월 15일 한화생명, 대표이사 면담 요청 거부

– 2월 19일 국민청원 시작(3월 21일 마감. 참여 인원 12,448명)

– 2월 22일 “한화생명의 일방적 수수료 삭감 및 자회사형 GA분리 관련 협상 촉구 보험설계사 기자회견” 진행(200여 명 참가)

– 2월 24일 한화생명의 일방적 수수료 삭감 및 자회사형 GA분리 관련 단체협상 촉구 집회 진행(300여 명 참가)

– 2월 25일 한화생명에 단체교섭 요구 공문 발송

– 3월 3일 2차 결의 대회 후, 회사의 단체교섭 거부에 항의하며 본사(63빌딩)앞 천막농성 돌입(300여 명 참가)

– 3월 11일 집회방해 만행 규탄 및 교섭촉구 3차 결의대회 진행, 회사는 단체교섭 요구 거부(500여 명 참가)

– 3월 15일 한화생명 주주총회 선전전(400여 명 참가)

– 3월 19일 한화생명 부당노동행위 규탄 및 성실 교섭 촉구 3차 결의대회 진행(400여 명 참가)

– 3월 23일 회사 측 영업규정 담당, 노무 담당 등 실무진 면담 진행. 노조 요구 사항에 대한 회사 입장 확인

– 3월 26일 한화생명 부당행위 규탄 및 단체교섭 촉구 4차 결의대회(300여 명 참가)

– 3월 29일 한화생명 보험설계사에 대한 영등포 경찰서 폭력행위 규탄 기자회견 및 회사 실무진 2차 면담

– 4월 1일 한화생명 자회사형 GA(보험대리점)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출범

2. 한화생명 보험설계사 현황

– 짧게는 수년, 길게는 30여 년 등 수십 년간 한화생명 보험설계사로 일해 옴

– 1월 21일 노동조합 설립 이후 두 달 만에 2500여 명 보험설계사가 노조에 가입했으며, 이후에도 지속해서 노동조합 가입 중.

– 한화생명은 보험료에 대한 수수료 환산율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삭감해 수차례 피해를 보아옴.

3. 한화생명의 전면적 부당노동행위 전개

– 보험설계사들에게 자회사 이전을 전제로 한‘수수료변경 동의서’작성 강요

– 노동조합 조합원이 활동하는 지점 폐쇄, 지점장 인사 보복 등의 방식으로 노조활동 탄압

– 노조활동 홍보를 위한 지점 방문 시 출입 방해

– 회사 공지 게시판에“회사 업무공간에서 불필요한 소란을 피우고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다”며 노조활동 비방과 조합원 협박까지 하는 부당노동행위

– 모 지역 파트장이 “지회 간부들은 한화생명 소속 설계사도 아니다”라며 허위 사실까지 유포하며 부당노동행위, 이밖에도 매일 아침 있는 지점 조회 시간에 노동조합을 근거 없이 비방, 비난하는 부당노동행위 사실들이 계속 접수되고 있음.

– 합법적 단체교섭권을 위임받은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를 계속 거부

4. 한화생명지회 요구 사항

1) 한화생명설계사의 노조할 권리 보장하라!

① 한화생명은 합법적 단체교섭 요구에 즉각 응하고, 단체협상을 체결하라

② 한화생명설계사의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하고, 부당노동행위를 중지하라

2) 한화생명설계사의 노동에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라!

① 한화생명이 일방적으로 삭감한 수수료 환산율을 원상 복귀하라

② 보험계약의 실효, 환수에 따른 책임을 설계사에게 떠넘기는 부당행위 중지하라

③ 한화생명 자회사 이직에 따른 퇴직위로금을 지급하라

3) 한화생명 자회사로 이전 시 노동조건을 보장하라!

①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영업규정을 공개하고 노조와 교섭하라.

② 현재 유지 관리하는 한화생명보험 계약을 이관하고 잔여수수료를 지급하라

③ 교차설계사의 보험계약을 이관하고 잔여수수료를 지급하라

④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제휴보험사의 수수료 규정을 공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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