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불온한 경제학에서 길 찾기 – 김성구의 <경제무식자, 불온한 경제학을 만나다>를 읽고

은영지 l 사드저지 평화활동가

경영학과나 경제학과에서 공부하는 사람을 이재에 밝은 세속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인간의 깊은 내면이나 사회구조의 문제를 천착하는 인문학적 소양을 위해 철학과나 사회학과에 가는 게 바르다고 열광하면서 말이다. 그러다 보니 경제 분야엔 도통 관심이 없었고 은행 이자 계산하는 방법도 모르는 ‘경제 무식자’로 세상을 살아왔다. 그래서인지 주머니 사정은 궁핍했다. 그래도 할인 판매하는 물건 구입하고 비싼 상품은 멀리하고 계절 식품을 사 먹는 지혜를 발휘했으므로 주식 시세나 은행 이율 계산법도 모르고 부동산 투자에 담을 쌓고 살아도 그럭저럭 살긴 살았다. 단 한 가지 문제점이라면, 마르크스의 사적 유물론과 변증법은 어렵사리 이해했지만 <자본론>을 읽으려니 어려움이 많았다.

김성구 한신대 교수가 나와 같은 경제 무식자를 위해 <경제무식자, 불온한 경제학을 만나다>를 펴냈다. 마르크스주의 정통 이론서는 아니지만, 저자가 인터뷰 형식을 빌려 자본주의 구조의 모순과 문제점, 특히 천민자본주의 바닥까지 드러낸 한국 사회의 문제를 쉽고 명쾌하게 정리해 재미있게 읽었다. 30년간 마르크스 경제학을 연구해온 저자는 서문에서 “자본주의의 객관적 관계, 구조와 역사, 신자유주의의 현실을 설명해 줄 유일한 ‘경제과학’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뿐”이라고 선언했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의 눈을 통해서만 우리의 삶을 옥죄는 자본주의 현실의 비밀에 접할 수 있고, 그 비밀이 이해될 때에만 비로소 현실을 바꿔나갈 길도 찾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찐 공감이 가는 말이다. 진정한 마르크스주의 길을 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지침서가 될 이 책은 ‘뜬금없는 사회주의? 왜 지금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인가?’ ‘무엇이 공정함인가?’ ‘우리는 어쩌다 잉여가 되었을까?’ 등의 질문에 쉬운 언어로 또박또박 답변하여 절망 속에서 한 줄기 희망을 보는 듯했다.

맨 먼저 공감했던 대목은 자본주의 경제학자들의 무지와 기만성이었다. 대학 강단의 지배적인 경제학, 부르주아 경제학, 신자유주의 경제학은 신자유주의가 몰고 온 부와 소득의 극심한 양극화, 비정규직 차별, 불안한 노후 등 힘들고 희망 없는 삶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은커녕 “공황도 없고 실업도 없고 경쟁은 최적의 균형 상태를 가져오고 시장 참여자들은 모두 공정한 분배 몫을 얻는 이상적인 세계”라고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엔 공황과 위기가 없다고 확신하는 이 경제학자들은 1930년대 ‘대공황’도 ‘대불황’이라 쓰고 요즘엔 ‘경기 침체’ ‘경기 후퇴’라고 하며 외부 충격 때문에 경제가 확장되거나 축소될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케인스주의 경제학조차도 불황과 실업이 현대 자본주의에서 고민해야 할 주요현상이라고 했지만,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공황과 실업 문제에 대해 입을 꾹 닫고 있다. 그럼 ‘현실의 실업자는 뭐냐?’ 라고 물으면 비자발적 실업이 아니라 구직을 위해 일시적으로 실업상태에 있는 ‘마찰적 실업’이라고 둘러댔다. 저자는 이런 자들에게 이론 교육을 받은 경제학도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200년 된 자본주의 역사 내내 ‘자본주의 모순이 주기적인 공황’으로 모습을 드러내 왔다. 최초의 공황인 1825년 영국공황에 이어 1929년, 1937년, 1970년의 역사적인 대공황이 줄을 이었으며 2008년 금융위기의 고통과 후유증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략 10년 주기로 공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현상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이론을 찾지 못한 부르주아 경제학자들은 황당한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현대 경제학의 기초를 다진 영국의 경제학자 제번스는 ‘1884년 공황의 원인을 태양의 흑점 활동 때문’이라고 했다. 10년을 주기로 한 번씩 커졌다 수축하는 태양의 흑점 활동이 지구의 기후 변화를 가져와 농업 생산량과 공업 생산량에 차례대로 영향을 미쳐 주기적인 공황이 왔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사례처럼, 자본주의의 태생적 한계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오늘날의 부르주아 경제학 역시 경기 침체를 ‘통화량 변동이나 정부 정책의 변화라는 외적인 요인 때문에 일어난다.’라고 우기고 있었다. 그들은 최근 유례가 없는 장기 대불황도 코로나19 펜데믹 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실제론 코로나19 이전에 이미 심각한 불황이 지속하고 있었다. 저자는 “공황이 발생하는 원인은 외부의 어떤 충격 때문이 아니라 자본주의 시스템 내부에 있다”라고 강조했다. 생산과 투자의 확장 속에서 누적되는 과잉생산의 모순이 공황을 초래하고 사소한 외부적 충격이나, 전쟁, 이자율 상승, 주식 시장 폭락도 여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부르주아 경제학자들은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면서 비판의 날을 세웠다.

경제 무식자가 ‘경제가 어렵다는 얘기만 들려오고 좋다는 얘길 들어본 적이 없고 1997년 외환위기 같은 경제위기가 또 올 거라고 하던데 수십 년 전에 자본주의가 망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라는 질문을 던졌다. “국가가 개입하여 자본주의 경제의 위기를 관리하고 공황으로부터 자본주의를 구제하기 때문에 망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국가가 개입한다는 것은 자본주의가 노쇠했다는 것이고 자본주의 모순과 위기가 심화하였다는 뜻이며 일정 부분 ‘사회화, 사회주의적 요소의 반영’이라고 저자는 설명했다. 말하자면 위기가 닥친 자본주의를 구원하기 위해 사회주의적 요소에 의지하는 과도기 경제 체제에 돌입한 것이다.

경제 무식자가 ‘사회주의가 실현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졌다. 저자의 해설은 명쾌했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자본주의로부터 사회주의 이행이 역사 속에서 불가피하다고 했고 자본주의가 최종 위기에 직면하진 않았지만, 생산력이 진보하고 기계화가 진행되면서 생산과정에서 노동력이 계속 축출되는 게 ‘마르크스의 기본 축적 법칙’이라고 했다. 이는 자본가의 미래도 없고 노동의 미래도 없으며 이윤율은 저하되고 산업예비군이 누적되고 구조화되므로 자본가 계급에게도 위기인 것이다. ‘자본주의 생산력 발전의 모순과 위기 때문에 자본주의가 체제를 유지할 수 없고 결국 생산관계와 소유관계를 전복해서 이 문제를 해결한다.’라는 마르크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지점이다. 자본주의 국가나 부르주아들은 성장을 통해 분배 조건을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자본주의하에서 분배 조건을 개선하려면 ‘노동자 계급의 강력한 투쟁과 정치권력’이 전제가 돼야 한다고 저자는 힘주어 말했다.

‘생산직 노동자 외에 자기가 노동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던데 저도 노동자인가요?’라고 경제 무식자가 물었다. 사무직이든 생산직이든 노동자로서 착취를 당하고 있지만, 자본주의 지배 이데올로기의 영향으로 착취 관계가 노동자들의 의식 속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대학교수도, 사무직 노동자도 노동소득으로 먹고살면 다 노동자라고 했다. 그런데도 착취에 대한 저항과 조직력, 임금노동자로서의 정체성도 약할 뿐만 아니라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포장하는 이들의 ‘몰 계급의식’을 가리켜 우리는 ‘존재를 배반하는 허위의식’이라고 안타까워하고 있지 않은가.

어떻게 헬조선을 탈출할 지 궁금해하는 경제 무식자의 질문에 저자는 희망적인 답을 내놨다. 독점 이윤의 지배 때문에 노동자들만 착취당하는 게 아니라 자영업자나 중소 하청기업, 소농들도 수탈당하고 있다. 국가가 독점 재벌의 이윤지배를 넘겨받아 투자와 생산을 관리하면 사회주의적 목표에 입각해 모든 계급의 여건이 개선될 수 있다.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국가가 대기업과 자산 계급, 대기업에 고용된 고액 노동자에게 높은 세금을 부과해 그 비용으로 하청노동자 임금을 보전하고 사회 보장하면 된다. 또한, 골목 상권 보호나 임대차 규제, 임대료 인하 같은 요구도 재벌과 부동산 소유자를 규제하여 해결할 수 있고 자영업자를 위한 사회보장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도 재벌 규제가 필요하다고 하던데 그 정도 개혁으론 안 되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도 흥미로웠다. 신자유주의 지향성을 가진 민주당과 정의당 등이 재벌 개혁을 주장하고 있지만 ‘재벌 체제를 인정하면서 재벌의 권력을 제한’하는, 계급 타협적 관점에 머물러 있어 재벌의 횡포를 막을 수 없다. 시민단체의 ‘소액 주주운동’도 마찬가지의 한계를 보인다. 재벌들의 권력을 제한하고 이윤을 통제하자는 소자본가 운동으로는 재벌 개혁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다. 소액 주주운동은 대자본가에 대한 소자본가의 운동이고 노동자 계급의 투쟁과 자영업자의 반독점 운동과는 다른 계급 타협과 자산 계급 운동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김성구 교수의 주장에 한 입 보태자면, 주식시장은 노동자 착취와 대량해고를 통한 구조조정으로 기업 이미지를 높여, 주가를 뻥튀기하는 수법으로 투기를 부추기는 불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를 거부하고 철퇴를 내리기보다는 부화뇌동하는 소액 주주 운동 역시 자본가의 노동계급 착취에 한 발 거드는 반 노동행위나 다름없다고 본다.

‘우리는 어쩌다 잉여가 되었을까?’라는 한탄 섞인 질문에 “네 탓이 아니야. 문제는 신자유주의.” 라고 하면서 저자는 신자유주의 해악을 설명한다. 197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장기 불황으로 미국과 유럽 자본주의가 침체에 들어갔고 일본은 1990년 불황의 늪에 빠져 아직 헤어나오지 못한 상황이다. 선진 자본주의 국가는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으로 위기를 해결하려 했으나 더욱 악화하였다. 우리나라 역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저성장, 고실업 체제로 전환되었는데 그 길을 연 장본인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였고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이 신자유주의를 계승해 민중을 도탄에 빠트리고 말았다. 이 책이 2016년에 발간되었으므로 문재인 정부의 실정은 적지 않았지만, 반동적인 신자유주의 길을 가고 있는 건 문재인 정부도 똑같았다. 오히려 한술 더 뜨고 있었다. 민중운동의 분열작업과 배제를 통한 독주 및 촛불혁명을 실패로 이끈 문재인 정권 역시 퇴진투쟁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신자유주의 정책’은 자본가 편에 서서 자본가의 이윤을 개선해 불황을 벗어나려는 경제 정책이므로 고용 위기는 더 클 수밖에 없었고 결국 비정규직을 양산해 노동자를 절망으로 내몰고 있었다.

나 자신 또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적잖이 고민되었다. ‘자본주의에서 윤리적 축적은 가능할까?’라는 화두에 관심이 가서 ‘무식자 요약 노트 12’를 그대로 옮겨보았다.

1. 집을 싸게 샀다가 값이 오른 뒤에 팔면 어떨까? 답) 투기 이득은 호황기 막바지에 들어갔던 사람들의 피눈물 나는 돈이다. 좌파가 투기 이득을 탐닉하면 안 된다.

2. 부동산투기는 나쁘지만, 주식은 괜찮다고 하던데? 답) 주식도 투기 이득. 주식 배당금은 노동자들이 생산한 이윤 일부를 소유권에 근거해 영유하는 불로소득이다. 다시 말해 자본가들의 착취에 동참하는 것. 더 근본 문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투자와 투기가 구분이 안 된다는 거다.

3. 좌파가 윤리적으로 재산을 축적할 방법은? 답) 없다. 대부분 재테크를 하면서 빠르게 자본가를 닮아 간다. 자본주의에서 이익을 얻으려면 자본가처럼 행동할 수밖에 없기 때문.

‘부동산 투기’니 ‘주식투기’니 하는 글귀를 대하고 보니 ‘강남 좌파’라는 반갑잖은 얼굴들이 속속 떠오른다. 진보라고 온갖 똥폼 다 잡고 다니며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척 잘난 척하던 조국, 김의겸, 장하준, 김상조, 변창흠 같은 인물의 ‘양심에 털 난 행위’에 얼마나 분노가 치밀었던가. 좌파 이미지를 다 말아먹은 역사에 길이 남을 이 족속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불온한 경제학에서 특히 흥미롭게 와닿은 부분은 요즘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기본소득’에 대한 진단이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허무맹랑한 요구라고 일축하고 있다. 마르크스의 공산주의 사회에서도 모든 사람에게 조건 없이 기본소득을 주지 않고 노동 속에서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킨다고 했다. 기본소득은 현실 자본주의하에서 물질적 토대가 없고, 공산주의 사회의 요소도 될 수 없다고 하며 이런 주장이 확산될수록 좌파 운동은 그만큼 망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회로의 이행은 더욱 멀어진다고 우려한다. 오히려 현대 자본주의에서 합리적인 요구는 국가를 통한 사회 보장 정책의 강화이다. ‘노동력 재생산’을 위해 어려서부터 고등 교육에 이르는 교육 체계와 관리를 국가가 맡아야 한다. 고용 보험을 만들어서 실업 보험금을 지급하고 노동자 재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일자리 알선하는 정책이나 무상교육, 무상의료 실시, 국민연금 강화, 기초 연금 인상, 전·월세 규제 입법화로 주거 문제 해결 등도 국가가 하면 된다는 답안을 내놨다.

자본주의 질서는 자본가 계급에 의한 노동자 계급의 착취에 기반하면서도 총자본의 내적 구조는 변화되어 왔다. 한쪽에서 독과점이 지배하고 다른 한쪽에서 중소기업들이 독과점에 수탈당하는 체제다. 그러다 보니 노동계급도 재벌 대기업의 정규직 노동자와 중소기업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로 분할돼 있다. 착취와 억압, 지배가 당연시되는 사회를 변혁하려면 재벌 문제, 독점자본의 문제를 이해해야 하고 국가 독점 자본주의론의 관점에서만 재벌지배 체제를 개혁 청산할 수 있다고 적고 있다.

‘자본주의가 진짜 망했으면 좋겠는데 오뚝이처럼 살아나면 어쩌죠?’라는 질문에 자본주의가 이 위기를 통해 끝장이 나느냐 안 나느냐는 구조위기 자체가 아니라 노동자들의 계급의식과 정치적 힘에 연관된 문제라서 노동자 계급이 전복하지 않고, 전복할 힘이 없다면 체제는 무너지지 않는다고 했다. 자본주의 구조적 위기가 심각했던 1920~1940년대는 노동자 계급의 사회주의 운동이 강력했던 시기였다. 국제 사민당, 공산당, 민족 해방 운동의 힘이 체제를 뒤집어엎을 정도로 고양돼 있었다. 1970~1980년대 불황이 다시 시작되고 2009년 금융위기로까지 이어졌지만, 자본주의 체제를 전복할 수 있는 노동자 계급의 힘은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한다. 1990년대 사회주의도 붕괴했고, 공산당은 퇴조하고 사민당은 신자유주의로 전환한 가운데 노동자들의 힘은 소진되었다고 어두운 전망을 하였다. “자본주의가 대불황을 겪고 있지만, 자동으로 붕괴하지는 않고, 그냥 위기의 여러 양상을 안고 사는 거”라는 맥 빠진 진단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였다.

저자는 마르크스 경제학 이론가답게 자본주의 모순과 사회주의적 대안을 분명한 어조로 꼼꼼하게 정리했지만 군데군데 아쉬운 부분도 보였다. 해박한 경제이론으로 자본주의 경제 구조를 비판하면서 국가가 나서서 독점 재벌 체제를 개혁, 포섭하여 사회주의적 요소를 실행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전망으로 흘러 투쟁과 변혁운동이 소홀히 취급된 느낌이 들었다. 또한, 재벌 독점이윤 문제에 너무 집중하다 보니 중소기업과 하청업체도 재벌에 수탈당하는 피해자로 속단을 해버렸다. 그의 논리에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업체에 맞서 생존권 투쟁을 하지 말란 뜻인지 관점이 모호했다. 대기업 재벌뿐만 중소기업 자본가들도 이윤을 내기 위해 노동자를 착취하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 아닌가. 또한, 노동자 계급을 착취하고 소외시켜온 자본주의 생산 양식과 자본가 계급 비호에 혈안이 되어온 파시즘적인 국가 권력에 대한 비판도 약했다. 자본가와 국가권력이 작당하여 ‘노동자 민중을 억압하고 있는 협업 관계’를 무너뜨리고 사회주의를 건설하자고 주장하면서 억압받는 계급 주체들의 투쟁과 변혁성을 배제하는 것은 운동이 짝퉁으로 변질될 소지가 다분하다. 물론 노동자 계급의 각성과 자발성이 부족하여서 소홀했을 수도 있다.

요즘 공중파 방송에서 ‘펜트하우스’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 강남의 초고층 빌딩에 사는 부자들의 돈과 물질에 대한 끝없는 욕망을 다룬 초호화 엽기 드라마로, 추악한 자본주의의 본질을 이보다 더 잘 보여줄 수 있을까 놀라고 분노하면서 본 적이 있다. 그러나 펜트하우스가 실제로 있다는 소식에 더 충격을 받았다. 허공에 떠 있는 집 한 채의 공시가격이 163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실제 매매 가격이 공시가격보다 훨씬 비싼 법이니 족히 200억 원은 된다고 한다. 이 땅에 비정규직 노동자가 국민의 절반이 넘고 그들의 연봉은 2000만 원에 불과하다. 이들이 먹지도, 입지도 않고 헐벗고 굶주려 1000년을 모아야 쥘 수 있는 돈이다. 썩어도 보통 썩은 세상이 아니며 사방이 악취 나는 시궁창이다. 자본주의가 폭삭 망하는 것만이 상식이고 순리며 그래야 우리 모두 제정신 갖고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지금 여기 바로 이 순간, 불온한 경제학, 마르크스 이론이 그 길을 안내하고 있다.

노동전선

현장실천, 사회변혁 노동자전선

이전 글

〈책 소개〉노동자 투쟁의 방향, 『공산당 선언』을 보라!

다음 글

〈장애〉장애운동, 여성운동 – 탈 시설 운동과 돌봄 노동을 중심으로

댓글을 입력하세요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