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한진재벌과 투기자본에 의해 쫓겨나는 칼호텔 노동자

임기환 | 민주노총 제주본부장

한진재벌과 부동산투기자본에 의해 칼호텔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쫓겨나고 있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노리는 자본은 호텔을 헐고 주상복합아파트를 짓겠다며, 지난 3월 2일부터 8일까지 일방적인 희망퇴직을 강행했다. 그 결과 대상자 190명 중 115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한진은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으면 정리해고를 하겠다고 겁박하고, 위로금 명목으로 기본급 20개월분을 제시하면서 퇴직 신청 종료 후에는 단 한 푼도 지급할 수 없다며 노동자들의 존엄을 돈으로 갈라치는 재벌의 잔인함과 야만적 행태를 보여주었다.

간접고용 노동자 50명의 처지는 더욱 위태롭다. 위로금은 고사하고 대책 없이 쫓겨나 생존의 벼랑 끝에 매달려 있다. 임대업장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제주칼호텔은 1974년 준공 당시 한강 이남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현대식 제주관광의 시작을 알렸고, 도민들에게는 일자리와 생계를 보장한 삶의 터전이자, 오랜 세월 추억과 애환이 서린 제주의 상징이다.

한진은 1969년 국영 대한항공공사와 1972년 460만평의 제동목장을 인수한 후 항공과 물류, 관광과 호텔, 먹는샘물 사업까지 제주의 하늘길과 공공재를 기반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제주에서 보유한 자산만 천문학적 가치에 이른다. 그 이면에는 제주 노동자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배어있다.

그러나 한진은 노동자들의 호소와 70만 도민사회의 요구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매각계획이 알려진 후 노동자들은 매일 서명운동과 집회, 시위와 농성뿐 아니라, 한진 본사를 찾아가 고용보장 없는 매각을 중단해 달라고 호소했다. 도민사회도 나서 27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칼호텔 매각중단 도민연대’(이하, 도민연대)를 결성하였고, 제주도의회가 매각반대 결의안을 채택하는 한편, 지역구 국회의원 전원이 매각중단을 촉구하는 공동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미 많은 노동자가 떠난 호텔은 3월 말로 영업을 종료했고, 남은 노동자들은 조만간 서귀포칼호텔로 전환배치된다. 언론은 투기자본으로의 매각을 기정사실화했다. 하지만 노조는 동료들을 눈물로 떠나보낸 뒤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칼호텔지부는 지난 3월 18일 대의원대회를 통해 ‘조직 재정비와 노동탄압 적극 대응, 투기자본으로의 매각 반대투쟁 지속’을 결의하고, 사측에 ‘향후 구조조정 중단, 간접고용노동자 위로금 지급 및 고용대책 마련, 시설개선과 경영실패책임자 퇴진 등’을 요구했다. 또한 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거부하고, 일방적 전환배치 등을 강행한다면 총파업으로 맞선다는 각오다.

도민연대 역시 최근 ‘한진의 반도민적 행태를 여론화하고, 칼호텔노동자들의 투쟁을 적극 엄호’할 것을 결의하였고, 향후 공론화를 통해 ‘투기자본 규제 입법 추진, 제주도민의 일자리, 주거권 의제를 여론화하고, 선거국면에서 주요 쟁점으로 부각한다’는 계획이다.

오늘은 제주 4.3민중항쟁 74주년이 되는 날이다.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는 사람이 제주칼호텔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국 곳곳에서 투기자본의 부동산개발로 노동자의 일터가, 농민의 농토가 사라지고, 집값 폭등으로 민중의 주거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고, 존엄을 짓밟힌 노동자·민중의 고통을 끌어안고 함께 연대하고 투쟁에 나서는 것, 모든 억압과 착취·차별에 반대하는 것, 그 누구의 고통과 소외도 외면하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4.3항쟁의 정신이며, 민주노총의 기치이며, 민중의 이념이며,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민주노총 제주본부와 제주의 노동자들은 탐욕스러운 한진재벌과 노동 착취와 수탈에 기반한 투기자본에 맞서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많은 동지들의 관심과 연대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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