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 대선 약평, 윤석열 정부, 민주노총의 시간

양동규 l 민주노총 부위원장

20대 대선에서 촛불 항쟁으로 당선된 문재인정부가 5년을 마감하고 국민의 힘 윤석열 정부에 정권을 넘겨주었다. 과연 20대 대선은 한국사회와 노동자·민중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어차피 노동자·민중이 개입하기 어려운 보수 양당 간의 권력 투쟁에 불과한 그들만의 리그였던가! 그렇게만 볼 수는 없다. 20대 대선은 코로나 펜데믹이 가져온 보건과 경제적 위기, 기후위기, 한반도 군사적 긴장의 해결 대안을 다투는 투쟁의 장이다. 진보정당은 자신의 정견을 밝히고 보수지배 세력과 정치 이데올로기전을 펼쳤다. 이번 대선에는 원내 정당인 정의당과 진보당, 노동당이 모두 후보를 냈으나 이후 전망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초라한 성적을 내었다. 또한 대선 결과 집권한 세력이 어떤 기조로 한국사회를 지배하는가는 한국사회와 노동자 ·민중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20대 대선은 진지한 평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번 대선을 개괄해 볼 때 보수 양당 간의 득표 쟁투는 치열했던 반면 들여다보면 왜 싸우는지를 알 수 없는 선거였다. 한국사회 차기 5년의 거시적 목표도 정책적 의제도 보이지 않았던 반면 젠더, 지역 구도, 후보자 본인과 가족 비위와 폭로가 선거전을 지배했다. 정권교체의 계기가 된 부동산 폭등, 청년 일자리 문제, 불평등 심화 등 노동자·민중의 고통을 개선할 주요 의제는 실종되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속출하는 사망사고, 비정규직, 저임금 등 노동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오히려 반노동, 노조혐오, 노동시간 연장,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등이 말해지면서 노동권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강고한 양당 대립 구도가 지배한 20대 대선에서 대중은 정권교체냐 사수냐, 민주당이냐 국힘이냐를 강요받았다.

진보좌파 정당의 초라한 성적은 노동 정치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진보당 김재연, 노동당 이백윤 3인의 후보가 출마했고 민주노총은 이들을 지지했던 만큼 진보정당의 대선 운동에 대한 평가도 필요하다. 21년 말부터 민주노총은 5개 진보정당과 함께 대선 공동대응기구를 구성하여 연대연합과 단일후보 논의를 진행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은 이번 대선에서 의미 있는 대응을 할 수 없었다.

제도정치 개입만으로 사회를 변혁할 수는 없다. 하지만 투쟁의 확장을 위해서 제도정치에 개입할 필요가 있다면 이번 대선을 성찰하고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길을 찾아야 한다. 그 시작은 노동자 진보정치의 위기를 인정하는 것이다. 어떤 진보정당, 어떤 운동세력도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변혁적 노동운동도 이번 대선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에서 윤석열 시대를 시작해야 한다. 어떻게 단결하고 연대할 것인지, 정치제도를 개혁하면 길이 열리는 것인지, 대중적 지지를 확대하고 대안 세력으로 성장할 전략은 무엇인지 묻고 답해야 한다.

민주노총 또한 조직적 논의와 모색에 나서야 한다. 민주노총도 정치세력화의 방안만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사업과 투쟁에 대해 냉철한 평가를 통해서 사업과 투쟁의 성장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주체적 상태를 성찰하고 객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코로나 펜데믹, 기후위기, 북미대화교착과 긴장 고조,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전쟁의 기운이 전 세계를 감돌고 있다. 이 엄중한 정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사회변혁 운동은 20대 대선에 평가를 밑거름으로 삼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엄혹한 정세조차도 지렛대로 삼을 수 있는 지혜를 얻어야 한다. 결국, 역사는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며 나선형적 발전을 할 것이지만 이 시기를 운동의 전진과 도약의 시기로 만드는 것은 투쟁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1. 20대 대선 약평

1) 문재인정부 심판과 윤석열의 등장

20대 대선은 윤석열 후보(48.6%)와 이재명(47.8%) 후보 간 0.73%(247,007표)라는 역대 대선 중 가장 근소한 표 차이로 승부가 났다. 어떤 평론가는 윤석열의 등장을 ’국정원 댓글 수사, 추-윤 전쟁 등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저항자이자 반 문재인 전선의 대표주자라는 상징자산을 획득’ 하고 검찰총장 사퇴 1년 만에 대통령에 당선된 예외적 사례라고 말했다. 촛불 항쟁은 국정농단 대통령을 탄핵했고, 부동산 폭등과 내로남불에 실망한 시민은 문재인 정부를 심판했다. 아무런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검사 출신의 정치 신인이 1년 만에 대통령이 되었고 대중의 심판은 냉정하다는 점에서 한국 정치의 역동성을 엿볼 수 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도 나름 선전했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공약 파기, 부동산정책 실패, 일자리 정책 실패, 자산-소득 불평등 심화, 조국 사태 등이 빚은 민심이반으로 인해 정권교체론이 50%를 넘어선 조건에서 초박빙의 결과를 얻은 것이다. 부동산 대책(공급확대), 코로나 대응(지원확대), 대장동(상호 폭로) 등의 쟁점은 희석되었고 결국 정권 심판, 여가부 폐지, 윤-안 단일화 등이 선거를 이끈 주된 요소였다.

2) 진보정당의 초라한 성적

진보정당은 코로나 펜데믹이 가속화 한 불평등체제, 기후위기, 구조적 차별을 해결할 대안 세력임을 자임하면서 세 후보가 출마했다. 노동당 이백윤 후보는 대통령선거 사상 처음으로 사회주의 대통령 후보임을 공공연히 내 걸었다. 민주노총은 진보정당과 대선 공동대응기구를 구성하고 20대 대선 공동대응을 제안했다. 민주노총 전·현직 중집과 현장활동가들은 민주노총이 중심이 되어 민중경선을 통해 대선 단일후보운동도 전개되었다. 민중경선을 추진하자는 현장 연서명운동을 전개했고 중집에 안을 제출했으나 민주노총 지도부는 실현 가능성을 거론하며 주저했다. 대선 공동기구는 9차례 회의를 거듭했으나 후보 단일화는 성사되지 못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기후-페미니즘 후보로 시작해서 신노동법, 주 4일제 등 노동 의제로 나아갔다. 심 후보는 TV 토론회에서 뛰어난 토론실력을 발휘했지만 역대 최악의 비호감 선거판의 제3의 대안으로 등장하지 못했다. 어디에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야심 차게 준비한 신노동법, 주 4일제도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기후, 페미니즘, 노동 중 어느 것도 부각하지 못했고 체제 위기로 치닫는 사회 변화의 대안도 잘 보이지 않았다. 진보당 김재연 후보는 이렇다 할 이슈를 제기하지 못하고 당원 규모에도 미달하는 부진한 결과를 얻었다. 노동당 이백윤 후보는 사회주의를 공공연하게 내걸었으나 펜데믹, 기후위기, 체제전환의 이슈를 쟁점화하지 못했다. 투쟁현장 결합, 의제별 운동을 전개했으나 최초의 사회주의 대선후보로서 파문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종합해 본다면 첫째, 보수 양당 박빙 구도라는 장벽이 너무 높았다. 둘째, 의제도 부각하지 못했고 연대연합도 이루어내지 못했다. 보수 양당 첨예한 대결 구도에 시대적 과제와 전환기 의제는 잠식당했고, 진보정당은 질식당했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셋째, 한국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심화시킨 자본과 지배 권력의 독식 구조를 예리하게 공격하고 노동자·민중에게는 장차 대안 세력으로 자신을 부각하는 정치투쟁을 전개하지 못했다. 현재의 정치 역학에서 진보좌파 정당은 대선에서 무엇을 얻어야 할까! 비록 지금은 표를 주지 못해도 당신들의 말이 맞고 언젠가 당신들의 시대가 와야 한다는 노동자·민중의 호응을 얻고 자본과 지배 세력에게는 위협감을 안기는 시원하고 뜨거운 정치의 장으로 만들 수는 없었을까!

2. 20대 대선의 시사점과 노동 정치

1) 20대 대선이 주는 시사점

첫째,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대한 심판의 의미와 윤석열에 대한 견제의 의미가 동시에 담긴 결과라 할 수 있다. 0.73% 표 차이가 말해 주는 것은 비록 국민의 힘에게 정권이 넘어갔지만, 한국사회를 함부로 뒤흔들 수는 없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누구라도 국정을 농단하고 대중의 고통에 눈감는다면 갈아치울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었다. 촛불 정부를 자임하고 노동존중을 외쳤던 문재인 정부가 실은 불평등 구조를 해소하기보다 노동개악을 강행하고 신자유주의 규제 완화를 시행했다. 나아가 재벌에 대한 사면과 특혜를 부여했다. 이런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내로남불, 주요 광역단체장의 성폭력 행각은 그들 역시 본질적 한계를 가진 신자유주의적 지배세력임을 보여주었다. 민주당은 최근 두 번의 국정 운영에서 한번은 비극(노무현의 죽음)으로 다시 한번은 희극(윤석열 기용)적으로 실패를 거듭하면서 국민의 힘과 최소한의 차이마저 내팽개치는 동요와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고 대선에서 패배한 것이다.

0.73%의 표차로 인해 ’선거는 끝났지만, 승부는 나지 않았다’라고 논평할 정도로 여야관계는 칼끝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공약이행을 위한 국정 운영은 172석의 민주당이라는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한편 ‘블랙리스트’ 관련 산자부 압수수색과 같은 이전 정권 수사가 강행될 경우 신구권력 갈등 대치는 지속할 수밖에 없으며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국정 기조는 차질을 빚을 것이다.

둘째, 이번 선거는 국가 비전, 목표나 공약의 제시 없이도 대선이 가능하다는 것과 특히 성, 세대, 지역 구도가 강력하게 작동하는 정치 퇴행의 위험성도 보여주었다. 윤석열 후보는 이명박의 747, 박근혜의 경제민주화와 같은 총론적 국정과제나 국정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고 단지 공정, 법치, 상식 세 단어로 대선을 치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특히 여가부 폐지에서 드러난 젠더 갈라치기, 혐오 정치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남겼다.

셋째, 앞으로도 보수 양당의 상호 실패에 의존한 정권 교대, 독점적 양당 구조가 온존될 수 있다는 우려를 확인했다. 이후 이러한 정치 독점 구조에 파열구를 낼 대중운동과 제도개선 투쟁에 상당한 역량을 배치해야 할 것이다. 이번 대선을 통해 양당독점 정치 구도에 대한 비판여론이 확산하면서 다당제, 연동형 비례대표제, 대선 결선투표제,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정치제도 개혁의 계기를 마련한 것은 의미가 없지 않다.

넷째. 이번 대선을 거치면서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매우 어려운 갈림길에 봉착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노동운동과 진보좌파 정치가 이 열악한 정치 지형에 파열구를 내고 타개할 수 있을지 큰 의문을 남긴 것이다.

2) 노동 정치의 활로 모색

자본의 무한 이윤추구와 패권 국가들의 군사행동은 전 세계민중들의 투쟁과 진출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 노동자 운동과 변혁운동은 노동자·민중의 삶을 바꿀 체제 변혁을 위한 본격적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비록 개입의 한계가 뚜렷했던 대선이라 해도 민주노총, 진보좌파 정당은 20대 대선에 대한 평가를 통해서 노동자 정치세력화 재구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우선 각 조직은 냉철한 대선 평가를 수행하는 한편 진보 좌파정치의 활동 전반에 대한 주체적 진단을 통해 자기 운동의 단기적, 장기적 전망을 점검하고 나서야 한다.

첫째, 민주노총과 제 진보정당은 윤석열 정권에 대한 공동투쟁 전선 구축에 힘을 모아야 한다. 윤석열의 정치는 친자본 반노동 시장 중심 신자유주의 정치이자 위험한 친미 반북 반중정치다. 한편 정권교체론에 기대어 등장한 윤석열의 준비 안 된 좌충우돌 정치가 의외의 취약성을 드러낼 수 있다. 민주노총과 제 진보좌파 정당은 여러 가지 경우를 대비하면서 선거 공동대응 수준을 넘어서는 연대와 윤석열 정부에 맞선 공동투쟁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일차적으로 각 정당의 독자성에 기반을 둔 연대연합정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켜진 만큼 민주노총이 앞장서서 진보정당 간의 협의와 공동사업에 나서야 한다. 당장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와 정치제도 개혁을 위한 공동투쟁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하반기부터 24년 총선에서의 연대연합 방안 논의에도 나서야 한다. 현장에서의 자발적인 민중 경선제안과 추진 운동이 비록 성사되지 못했으나 의미가 있었고 이후 정치세력화를 위한 모색에서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지금은 그 누구도 단독으로 현재의 험난한 난관을 타개하기 어렵다. 거친 황무지를 개척하겠다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 겸허한 자세로 민주노총, 진보좌파 정당, 노동운동 세력이 함께 노동자 정치세력화 재구성을 위한 토론에 나서야 한다. 연대연합의 방안으로 도로 민주노동당 식의 정당 통합론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이는 가능하지도 올바르지도 않다. 또 단순히 연합과 단결만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도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위기를 해결하기 어렵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사회변혁전략과 진보좌파 정치의 대중화 방안, 현장과 지역 정치활동 전략 구축이 동반되어야 한다.

셋째, 민주노총은 현장에서부터 중집까지 전 조직적인 대선평가와 정세토론을 조직할 필요가 있다. 관성적이고 편협한 평가와 토론으로 새로운 타개책을 내오기는 어렵다. 현장 노동자들에게 묻고 들어야 한다. 현장에서 사라진 정치교육, 정치토론, 정치투쟁의 단초를 다시 마련해야 한다. 현장에서 정치토론과 실천모임을 광범하게 구성하고 정치적 훈련에 나서야 한다. 현장의 동지들이 정치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넷째, 윤석열 정권 시대에 민주노총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민주노총의 투쟁전략과 요구를 정비하고 운동의 대중화, 정치화를 모색해야 한다. 탄탄한 사업과 투쟁으로 민주노총의 투쟁을 대중화하고 정치적 지도력을 제고 해야 한다. 동시에 민주노총은 노동계급 내 격차 문제 및 비정규직 문제, 낮은 조직률, 노동기본권 확장을 진전시킬 투쟁과 조직전략을 새롭게 벼려내어 강력한 대중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다섯째, 정당법, 선거법 등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가로막고 있는 정치제도 개혁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정치제도 개혁은 기득권 보수 양당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정치제도 개혁 투쟁은 민주노총과 지역본부, 가맹조직까지 전 조직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다.

3. 윤석열 정부 전망

1) 윤석열 정부의 국정 기조 전망

윤석열은 국정 핵심가치로 공정, 법치, 상식 회복을, 경제노동에서는 시장 중심경제, 규제 완화, 연금개혁, 민간주도 일자리 창출, 종부세 폐지, 탈원전 정책 폐기를, 외교 안보에서는 한미동맹 강화와 사드 추가배치를 언급했다. 인수위원회 구성 면면에서 MB식 신자유주의 기조를 답습할 것으로 예상한다. 노동 정책으로는 52시간제 완화, 선택 근로시간제 활용 기간 1년 단위 확대, 최저임금의 산업업종별 차등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완화, 세대 상생형 임금체계 도입을 밝혔다. 정리하면 노동 정책의 핵심기조는 노동 유연화(노동시간, 세대 상생형 임금체계), 경제 총론은 민간주도, 시장 중심주의, 신자유주의적 규제 완화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기조는 인수위 구성에서 그대로 반영되었다. 외교·안보 분야에는 MB정부 인사, 경제 분야는 박근혜 정부 인사들이 포진했고, 여성, 기후, 통일 전문가는 찾아볼 수 없다. 시장과 민간 중심경제를 강조한 만큼 당선 후 가장 먼저 경제 5단체 대표 면담을 진행하고 친기업, 성장주의, 규제 완화, 노동 유연화를 중심으로 국정과제를 밀고 가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해주었다. 한편 인수위 1호 사업으로 대통령집무실 이전을 발표하면서 민주당은 물론 보수언론의 비판에 직면하는 등 여론의 악화를 자초하기도 했다. 사실 인수위원회 시기는 국정과제를 정리하고 정부 조직을 구성하고 한편으로 코로나 대책, 경제, 우크라이나전쟁의 여파, 한반도 정세, 울진 삼척 산불 대응 등 현안에 대책을 제시하면서 정국을 주도할 수 있는 시기이다. 이 중요한 시기를 집무실 이전 논쟁으로 보내는 허약한 정무적 판단을 드러나기도 했다. 인수위원회 활동으로 국정과제에 대한 기조와 새로운 정책 제시로 관심과 이목을 집중시키지 못하면서 “존재감 없는 인수위원회”라는 언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2) 정치권 동향

여야 대치

0.73%의 표차로 인해 ’선거는 끝났지만, 승부는 나지 않았다’라고 논평할 정도로 여야관계는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여가부 폐지 등 공약이행을 위한 법 개정은 172석의 민주당이 반대하면 24년 총선까지는 불가능해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온전히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은 검찰 기소 수사권 분리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4월 내 법안 처리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은 검언유착의 당사자인 한동훈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하면서 치열한 청문회 공방으로 여야의 대치국면은 강대강으로 치닫을 전망이다.

여야 협치

언론은 대선이 끝나자마자 이구동성으로 ’협치‘ ‘통합’을 거론했다. 민주당 박홍근 신임 원내대표는 윤석열 당선자에게 ‘대선 공통공약 추진기구’를 제안하기도 했다. 언론은 지속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일방 독주로는 국정 운영이 어려우니 협치를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협치 통합은 노동자·민중에게 이로울 것이 없다. 윤석열의 친기업 반노동 성장주의 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할 법 제도 개악에 민주당이 한사코 반대만 할 수 없는 점을 감안하면 이후 경제 상황 악화를 이유로 한 노동개악이나 법제도 개악에 민주당이 타협할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 정부의 좌충우돌과 허약성

윤석열 정부의 친미 시장 중심주의가 어떤 정책으로 현상하고 어떤 사회경제적 효과를 낳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한편 제주 4.3 행사와 5.18 기념식 참석과 같은 탈이념적 행보와 실용주의적 행보도 예상된다. 만일 경제, 노동, 사회, 복지 기조의 우경화를 강행하고 노동자·민중의 저항과 투쟁이 분출할 경우 윤석열 정부의 내용적 한계와 여소 야대 역학이 가세하여 의외의 허약성을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청문회를 통해 후보자들의 내로남불이 폭로되고 윤석열 정부의 대응이 미진할 경우 정국 주도권은 더욱 흔들릴 것이다.

민주노총의 공세적 대응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부가 민주노총에 대한 공안탄압, 사상 공세를 취할 수 있어 22년 투쟁은 쟁취에서 사수로 국면을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물론 취임 후 이전 정권에 대한 사정 수사로 정국에 영향을 가하고, 법치를 앞세운 노동탄압에 대한 투쟁태세를 갖추어야 하나 과도한 공안탄압 공세를 우려하여 수세적 기조로 전환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만일 윤석열 정부가 노동 유연화를 강행하고 법치를 내세워 탄압한다면 일부 위축을 일으킬 수 있는 측면이 있지만, 민주노총이 제대로 준비하고 투쟁한다면 오히려 대표성을 확장하고 운동노선을 벼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4. 민주노총의 대응과 투쟁

1) 윤석열 정부 시기 대응 기조

윤석열 정부 5년은 민주노총의 시간이다. 대중조직으로서 민주노총의 위상, 역할을 다시 바로 세우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신자유주의 노동 유연화 공세에는 공세적 기조로 맞설 태세를 구축해야 한다. 노동 유연화가 정부 정책과 법제도 개악으로 추진될 경우 단호하게 저지 투쟁을 전개하는 한편 민주노총은 체제 전환기에 부응할 한국사회변혁의 대안을 제시하는 이데올로기 투쟁으로 기선을 잡아야 한다. 나아가 노동기본권과 노동조건을 향상을 위한 공세적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개별의제 개악에 대한 대응 투쟁도 준비하되 그를 위해서도 전환기 한국사회의 발전전망을 제시하는 이데올로기 담론투쟁을 기축으로 전 사회적 투쟁 전선을 펼칠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는 MB식 친기업 신자유주의 기조를 반복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기조는 필연적으로 재벌의 이윤추구를 위해 규제 완화, 구조조정, 장시간 저임금구조 등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윤석열의 신자유주의적 시장 중심주의와 능력주의가 노동조건 악화와 저임금구조를 지속시키고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은 자명하다. 민주노총은 차별과 고용불안 저임금에 고통받는 노동자의 요구를 받아 안고 투쟁하면서 나아가 한국사회의 대전환, 삶의 질 향상, 노동기본권 신장을 위한 전면적인 체제전환 전략을 제시하면서 담론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윤석열의 신자유주의는 이미 서구 여러 나라에서 실패한 낡은 사조임을 폭로하면서 민주노총의 전환기 체제전환 전략으로 압도해야 한다.

22년 민주노총 투쟁 기조로 “공공성 강화, 국가책임 강화, 노동권 기본권보장”을 전면화해야 한다. 부자 감세, 민영화, 규제 완화가 재벌만 살찌울 것이고 노동, 경제, 의료, 돌봄, 복지 각 영역에서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투쟁 전선을 형성해야 한다.

2) 2022년 주요 투쟁과제

노동개악에 대한 투쟁태세 구축

윤석열 정부는 여소 야대 국면에서 법 개악에 나서기보다 정부 방침과 시행령 개악 등 우선 가능한 방법으로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대통령직 인수위는 시행령개정으로 가능한 공약 정리에 착수했다. 법 개정 사안인 52시간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시행령이나 행정 지침을 통해 개악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최우선으로 성과주의 직무급제 도입과 연금 개악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연공급의 해체와 성과주의 임금체계 도입은 자본의 요구이자 해묵은 숙원 사업이었다. 우선 공기업과 민간 고임금 노동자부터 시도하려 할 것인데 사회임금이 없고 직접임금 중심의 한국 노동체제에서 직무급제도 도입 근거는 매우 박약하다. 직무급제를 통해 노리는 것은 전반적인 임금 억제 효과일 것이다. 따라서 자본은 전반적 도입보다는 성과주의 이데올로기를 확산하고 부분적 제도화라도 시도하고자 할 것이다. 노동시간 유연화도 전문직 IT 업종부터 손댈 수 있으나 IT 업종에서는 이미 불법 연장근로와 공짜노동이 성행하고 있다고 지적받는 상황에서 구체적 적용에서는 논란과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곧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가 발표되면 윤석열 판 노동 유연화가 어떤 수준(전면적)과 어떤 양식(지침, 시행령)으로 전개하려는지 청사진이 드러날 것이다. 민주노총은 그 이전에라도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노동개악 투쟁의 경험을 고려하여 촘촘한 투쟁 계획, 대응 논리를 마련하고 전 조직적 투쟁태세 구축에 나서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 정책 기조가 그대로 관철될지는 민주노총의 투쟁 여하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MB, 박근혜 정부의 노동법 개악에 맞섰던 민주노총 총파업투쟁을 교훈 삼아 조합원과 함께 하는 대중적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노동개악 저지 투쟁은 민주노총의 투쟁 여하에 따라 전체 노동자의 지지를 얻고 민주노총의 대표성과 조직을 강화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22년 투쟁의 서막, 최저임금인상 투쟁

23년 최저임금을 결정할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시작되었다. 최저임금투쟁은 윤석열 정부와 처음 만나는 22년 투쟁의 서막이다.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원유가, 원자재, 곡물가 폭등의 여파로 10년 만에 가장 높은 물가인상률을 기록했다. 식용유 밀가루 등 생필품 가격이 7~8% 인상하면서 민생을 위협하고 있다. 물가인상은 그만큼 실질임금의 하락을 의미한다. 삼성, 카카오, 엘지 등 대기업도 높은 임금 인상을 단행한 상황을 고려할 때 22년 최임투쟁은 공세적인 기조로 전개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은 대선과정에서 최저임금의 업종지역별 차등적용을 거론한 바 있지만, 현재와 같은 민생의 위기 상황에서 최저임금 억제를 함부로 강제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울러 5인 이하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적용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강화를 위한 투쟁은 22년 투쟁에서 가장 앞세워야 할 의제로 설정하고 상당한 역량을 배치해야 할 투쟁 의제이다.

한반도 평화투쟁

윤석열 정부는 대북정책에서 미국 의존 강화, 중러 거리 두기 기조를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정부의 관료들은 CVID를 다시 꺼내 들고 조건 없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며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북한은 ICBM 발사 재개로 거꾸로 미국을 압박하는 강대강 대결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이미 북한은 핵시설, 핵물질, 핵탄두와 ICBM, SLBM 등 핵무기 운반수단을 보유한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재와 압박에 근거한 선 해체 전략만으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는 기대는 현실성이 없다”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객관적인 진단이다. 따라서 북미는 다시 싱가포르 회담의 결과에 근거해서 실사구시의 기조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대북 제재 해제와 점진적 핵 폐기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북미 관계를 정상화하고 조속히 평화협정에 이르러야 한다.

한반도 평화 의제는 한국 노동자·민중 투쟁의 향배를 좌우하는 최고 심급의 의제이다. 한반도 정세는 민주노총이 반미 투쟁 일변도에 머물기보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독자적 입장을 세우고 투쟁하는 주체로 우뚝 서야 할 정세이다. 전쟁의 기운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더 비판이나 관망에 머물러 있을 정세가 아니다. 민주노총은 한미일의 대북강경 기조와 대북 제재에 반대하고 이의 중단을 위해 투쟁해야 한다. 또한, 북, 중, 러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할 수 있어야 한다. 동북아 평화체제를 위해서는 지배 세력에게 한반도 문제를 방임하지 말고 매 시기 매 사안에 견해를 밝히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동북아 노동자·민중의 국제연대 투쟁의 조직화에도 힘써야 한다

나가며

20대 대선은 끝났고 5월 10일부로 윤석열 정부가 시작한다. 국민의 힘,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어떻게 국정을 펼칠지는 대략 예측할 수 있다. 있을 수 있는 여러 경우에 대해 노동운동과 변혁 운동은 단단히 준비하고 투쟁해야 한다. 그 투쟁은 윤석열의 노골적 우경화와 노동개악을 저지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되며 대안 세력으로서 한국사회 변혁의 상과 내용을 제시하는 투쟁이 되어야 한다.

그 투쟁과 노동자 정치의 전진을 위해서도 20대 대선에 대한 냉철한 평가가 있어야 함을 다시 강조한다. 그들만의 리그라고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 대선은 그들만의 리그로 두어서는 안 될 최고 심급의 계급투쟁이다. 한국사회의 운영 기조와 노동자·민중의 삶을 규정할 정책을 다투는 장이다. 더욱이 노동자 진보 운동을 대표해 세 명의 후보가 출마하기까지 했다. 그들은 당세나 득표의 양과 관계없이 노동자·민중을 대표했고 체제 변혁을 주장하며 분투했다. 비록 성적은 저조했지만, 지향은 원대한 것이었다. 노동자·민중운동은 더는 비판자로 머물 수만 없다. 이제 집행자로서 한국사회를 운영할 내용과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투쟁하면서 준비해야 한다. 미래는 꿈꾸는 자의 것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노동전선

현장실천, 사회변혁 노동자전선

이전 글

<정세> 주체 없는 연대 없다

다음 글

[전선] 142호 5-4 노동전선! 제16차 대의원대회 개최로 더욱더 굳건한 투쟁의 결의를 다지다

댓글을 입력하세요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