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142호 5-3 자본론 공부를 위한 시중 서적 활용 방법 : 세 권 책을 중심으로

전우재ㅣ 대구경북노동전선

1. 들어가며

자본론은 어렵다. 초반부가 어렵고 후반부가 어렵다. 자본론은 자본주의를 분석하기 위해 자본이 아니라 화폐, 화폐가 아니라 상품부터 분석을 시작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이용했으나 경제적인 문제들에는 아직 적용된 적이 없는 분석 방법은 맨 처음 장들의 독해를 꽤 어렵게 만들고 있는데, 그리하여 염려되는 바는, (…) 독자들이, 즉각 더 앞으로 밀고 나아갈 수 없기 때문에, 계속 읽기를 싫어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카를 마르크스,『자본론 1』, 노사과연, 2018, p. 35) 저자의 우려는 반만 맞았는데, 처음 장들의 독해만 꽤 어려운 게 아니라 나머지 장들의 독해도 꽤 어려웠기 때문이다.

자본론이 어려운 이유를 꼽으라면 주로 서너 가지가 나온다. 자본론은 배경지식을 요구한다. 자본론은 어려운 개념을 이해해야만 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 있다. 자본론은 고도의 철학적 사고를 요구한다…. 앞선 지적들은 일리 있는 지적이다. 독일철학 전반에 관한 배경지식이 있어야 이해가 쉽다. 이를테면, 상품 문제가 있다. 사용가치와 가치 둘 모두가 한 개 상품 안에 숨어 있다는 분석이 있다. 헤겔과 같은 독일 철학을 알아야 이해가 수월한 부분이다. 이 상품의 교환가치는 사회적 노동시간에 의해 정해지는데, 이런 주장은 맑스 대에서 완전히 새롭게 탄생한 주장은 아니다. 아담 스미스와 리카도와 같은 고전파 경제학자들의 주장을 맑스가 비판적으로 계승한 까닭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자본론이 어려운 까닭은, 여러 방면의 배경지식을 요구할 뿐 아니라 종합하고 응용까지를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겠다.

헤겔이 쓴 여러 책이나 아담 스미스가 쓴 국부론을 읽고 이해할 수 있다면 자본론을 이해하는 데 수월하겠으나 문제가 있다. 자본론만큼이나 앞서 언급한 서적들이 난도가 있는 책이라는 점도 문제가 되지만,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가장 큰 문제가 있다. 언론과 출판을 장악한 자본가계급은 노동자계급이 조금이라도 덜 과학적인 사고를 하도록 유도한다. 아니, 사고를 하지 못하도록 유도한다. 2021년 7월 불거진 주 120시간 노동과 관련한 논란은 자본주의국가에서 괜히 생겨난 일이 아닌 셈이다.

“착취 계급과 피착취 계급, 지배 계급과 피억압 계급 사이에 있었던 지금까지의 모든 역사적 대립들은 인간 노동의 생산성 이 비교적 덜 발전했다는 동일한 사정에 의해 설명된다. 실제로 근로 인구가 자신들의 필요 노동에 너무 많은 시간이 요구되어 사회의 공동 업무――노동의 지휘, 국무, 법률사무, 예술, 과학등등――에 종사할 시간을 갖지 못하는 한, 실제적 노동에서 해방되어 이러한 사무에 종사하는 특수한 계급의 존속은 불가피하였다 ; 그런데 이 특수한 계급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근로 대중에게 더욱더 무거운 노동 부담을 부과하지 않은 적이 없다.”
(칼 맑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오이겐 뒤링씨의 과학 변혁(반-뒤링)」, 『칼맑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저작선집 5』, 박종철출판사, 1997, p. 199)

자본주의국가에서 노동일을 늘리려는 시도는, 자본가계급이 더 많은 이윤을 얻어내기 위해 노동자들이 노동하는 절대적 노동시간을 늘리려는 시도일 뿐만 아니라, 엥겔스가 지적하듯 노동지휘, 국무, 법률사무 등에 종사하지 못하게끔 지치게 만들게끔 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이렇듯 노동자계급은 과학적인 사고를 하기 어려운 여건에 처해 있다. 상황도 불리하고 조건도 불리하다. 책을 볼 시간은 없지만 책은 봐야 하고, 또한 옆 동료들에게 과학적인 인식을 환기하고 노동계급을 단일대오로 단결시켜야 한다. 책도 보고 사람도 모아야 한다. 두 개나 되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맑스 이전 학자들이 주장한 내용을 차근차근 공부하는 게 최선이겠지만, 자본론이라는 책을 공부하기 쉽도록 미리 알면 좋을 내용을 정리하거나, 해설한 책을 활용하는 게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자본론 독해를 도와주는 시중 서적은 여러 권이 있다. 본 기사에서는 애덤 스미스, 『자본론 공부』,『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자본 1권 길라잡이』,이 세 권 책을 선정하여,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알아보고자 한다.

2. 시중 서적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자본론을 처음 공부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은 상품 부분이다. 상품, 화폐, 자본이라는 단계를 밟아 이해해야 하는 까닭으로, 자본론은 상품 부분이 자세하고 복잡하게 서술되어 있다. 저자 또한 상품과 화폐를 설명하는 초반 부분이 난해하지 않을까, 이에 따라 공부를 포기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음을, 서문을 포함한 여러 구절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자본론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도 상품과 화폐 부문을 잘 이해해야 한다. 상품, 화폐, 자본으로 이어지는 이 전개를 파악해야 자본 생산, 유통을 잘 이해할 수 있다.

자본론에서 가장 어렵고 중요한 부문이 상품과 화폐 부문이니, 자본론을 해설하고 풀어 쓴 책이라면, 상품과 화폐 부문을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이라는 뜻도 될 수 있겠다. 자본론을 공부하는 사람은 자본론 해설서를 통해 두 가지 성취를 해낼 수 있다. 이는 자본론 해설서가 자본론을 해설하는 데에서 비롯되는데, 하나는 자본론 자체에 대한 좀 더 풍부한 이해이고, 나머지 하나는 자본론 설명 방법론에 대한 좀 더 풍부한 이해이다.

위에서 언급한 세 권 책은 각자 방법으로 상품과 화폐 부문을 해설하고 있다. 책마다 방법은 다르지만, 상대적으로 간단한 도식을 활용하거나 어려운 본문을 읽고 강독하는 방법을 통해 상품과 화폐 부문을 어떻게 독해하면 좋을지 알려주고 있다. 일차적으로는 이를 통해 상품과 화폐 부문이 무엇을 주장하는 장인지 알아낼 수 있다. 앞선 연구자들이 어떻게 하면 독자들이 자본론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이차적으로는 이를 통해 상품과 화폐 부문을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힌트를 얻어낼 수 있다. “어떻게 하면 독자들이 자본론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물”이라는 말은, “어떻게 하면 내 주변 사람들이 자본론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의 모범 답안이 될 수 있다. 남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내가 알려주고자 하는 개념과 지식을 깊게 이해하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비슷한 개념을 다른 사람은 어떻게 알려주었는가를 참고하는 과정도 중요한 과정이다.

본 기사는, 기사를 읽는 여러분들께서 자본론이 어떤 책인지 알아보는 것과 동시에, 설명회를 개최하려는 사람이 되었다고 가정하고, 세 권 책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각 서적이 서술한 상품 부문을 살펴보며 알아보고자 한다.

2. 1. 김수행의 『자본론 공부』

김수행의 『자본론 공부』는 김수행 교수가 진행한 세미나를 글로 묶어 출간한 책이다. 최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강의를 구성하였으며, 강의의 녹취록을 편집하여 책으로 묶어 내었다고 서문에서 출간 의도를 밝히고 있다. 또한 서문은 이 책이 자본론 1권만이 아니라 2권과 3권의 내용도 모두 포괄하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책은 먼저 자본주의사회가 역사적인 단계라는 사실을 밝힌다. 초역사적인, 즉 인류 역사를 통틀어 자본주의사회가 존재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그 뒤에 상품을 분석하는 내용을 싣고 있다. 자본 축적, 실업, 공황, 평균이윤율, 그 밖에 지대 등, 경제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분야들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

상품을 분석하는 단원은 2단원으로, 상품과 화폐, 그리고 자본을 한 단원에서 다루고 있다. 강의를 단행본으로 출간한 형태이기 때문에, 서술은 문어라기보다 구어에 가까운 형태로 되어 있고, 될 수 있는 대로 개념어를 풀어 설명한 다음에, 그 개념어를 사용하는 형태로 장이 구성되어 있다. 본문에서 상품을 어떻게 분석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책은 먼저 상품 생산이 역사적인 조건 아래에서 이뤄진다고 지적한다. 생산한 재화가 남에게 팔리기 위해서는 사회가 어느 정도 발전해야 하고, 한 공동체가 아닌 여러 공동체가 있어야 가능하다. “자기공동체의 남아도는 생산물이 상대방 공동체가 필요로 하는 것일 때, 그 생산물이 비로소 상품이 됩니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생산물이 상품이 되려면 반드시 다른 사람의 필요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사용가치(…)” 즉, 자기 공동체가 만들고 남은 게 다른 공동체에서 필요를 느껴야, 교환이 가능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유용하다는 말은 그 상품을 사용했을 때 유용함을 느낄 수 있는, 즉 사용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 되겠다. 하지만 상품은 사용가치만을 가지고 있지 않다. 교환가치를 가진다. 이는 실제로 서로 다른 상품들이 시장에서 교환하는 데에서 알 수 있다. 서로 다른 상품들이 교환될 수 있는 건 동일한, 동질적인 무언가가 내재하여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여러 구체적 노동, 즉 직조 노동이나 세공 노동이 이 실제로는 인간 정신력, 체력의 지출인 추상적 노동이라는 사실을 언급하며, 사용 가치와 교환 가치의 이중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교환되는 상품은 밀이나 금 여러 가지가 있는데, 여기서 금이 화폐가 된다. 금은 “작게 나누거나 크게 붙일 수 있고, 금의 질은 변하지 않으며, 금은 적은 양이라도 큰 가치를 가지고, 금은 운반하기 쉽”다는 성질이 있어, 오래도록 화폐로 설정되었으나, 이후 미국이 금본위제를 폐지하였다는 언급이 뒤따르고 있다.

상품과 화폐 본연에 관한 설명은 이쯤에서 마무리되고, 이후에는 바로 잉여가치와 관련한 설명으로 넘어간다. 상품이 자기 가치대로 매매되는데 잉여가치, 이윤이 생겨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건 노동력이라는 상품이 가진 특성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모든 상품의 가치는 그것을 만드는 데 사회적으로 필요한 인간노동 일반이므로, 노동력이라는 상품도 노동력을 만드는 데 사회적으로 필요한 인간노동만큼이 가치가 된다. “노동력의 하루 가치는 노동자와 그 가족의 하루 생활비입니다. 하루 생활비를 받은 노동자는 그 돈으로 가족과 함께 먹고살면서 그 다음 날 다시 노동하게 됩니다. 노동력이라는 상품을 그 상품의 가치대로 30원을 주는 것은 상품의 교환법칙으로 볼 때는 맞습니다. 자본가는 노동자에게 30원을 주고 노동력을 하루 사용할 권리를 얻었으므로, 노동자를 몇 시간 노동시키든 그것은 자본가의 마음이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60세까지 일해서 평생의 생활비를 벌어야 하므로, 그만큼 임금을 요구하지만, 자본가 입장에서는 나는 당신 노동을 하루치 고용한 것인데, 일단 임금을 주었으니 하루에 얼마나 많은 일을 시키든 상관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 대립은 양 계급이 가진 힘이 얼마가 되느냐에 따라서 결정되며, 결국 총자본과 총노동 사이 투쟁으로 나타나게 된다.

『자본론 공부』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부분은 상품도 화폐도 중요하게 다뤄지지만, 잉여가치 부분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노동자가 열 시간 일해서 만들어낸 상품이 50원짜리라고 해도, 노동자는 50원만큼 임금을 받지 않는다. 30원만 받게 된다. 노동만큼 돈을 받는 게 아니라, 노동자가 판매하는 상품, 즉 노동력을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사회적 필요노동시간만큼을 임금으로 받기 때문이다. 이러한 잉여가치를 자본가가 전유하기 좋도록 정당화하기 위해 여러 이론이 등장한다. 자본가가 지휘하고, 감독을 하므로 자본가가 창출하는 가치가 있다는 주장이다. 본서는 노예를 감독하는 감독관이 많다고 생산성이 증가하지는 않는다며, 위 주장을 반박한다.

본 서적에는 잉여가치와 같은 부분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상품 생산이 이뤄지며 생겨나는 잉여가치를 자본가계급이 전유하여, 자본의 확대 및 재생산에만 활용한다. 하지만, 확대와 재생산조차도 이제 되지 않는다. 책은 주식회사의 사례를 든다. 자본의 소유 경영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노동과는 전혀 상관없는 주주가 잉여가치를 먼저 배당 형태로 가져가고, 그 나머지를 회사 확장에 활용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회사가 성장하고 확대할 기회를 가로막고 있다.

“부르주아지는 갈수록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존재가 되고 있을 뿐 아니라 사회적 장애로 되어 가고 있다 ; 부르주아지는 갈수록 생산 활동에서 이탈하고 있으며 한때 귀족이 그랬던 것처럼 갈수록 수입만을 챙기는 계급이 되어 가고 있다”
(칼 맑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오이겐 뒤링씨의 과학 변혁(반-뒤링)」, 『칼맑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저작선집 5』, 박종철출판사, 1997, p. 199)

엥겔스가 1878년에 분석한 사실이, 오늘날까지도 전혀 변함없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자본가계급은 이윤, 즉 잉여가치를 전유하며 자본의 확대 및 재생산에 활용하고 있다. 이는 어느 정도 생산력 발전에 기여한 바가 있었다. 우리가 더 많은 생산물을 활용해 풍요로는 삶을 살아가는 데 자본주의는 분명한 기여분이 있다. 문제는 그 역할을 이제 다했다는 점이다. 착취된 잉여가치는 이제 생산력 확대에 사용되지 않는다. 생산과 전혀 상관없는 계급이 차지하고 있다. 자본론이 가지는 문제의식을 강조할 때, 이 부분을 제시하면 좋을 듯싶다.

2. 2. 임승수의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임승수가 쓴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은 이해하기 쉽게 대화체로 구성된 일종의 극과 같은 형태로 되어 있다. 책은 상품과 화폐, 그리고 잉여가치, 자본의 유기적 구성과 독점자본, 공황, 이윤율 하락 경향, 국가와 같이 아주 넓은 분야의 이야기를 간략하게 설명하거나 소개한다.

책은 먼저 자본주의를 설명하기 전에 역사적 유물론에 관해서 간략하게 소개한다. 자본주의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전 사회와 어떤 부분이 다른지 알아야 한다. 이전 사회와 자본주의 사회를 가르는 기준은 생산관계이다. 사람이 사회를 이뤄 생존하고 생활하는 데에는 노동이 필수이자 근본이다. 사람은 사회 구성원으로 생산 활동에 참여한다. 그런데 이때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맺는 생산관계가, 사회형태마다 크게 차이 난다. 노예제 시대와 봉건제 시대가 다르고, 봉건제 시대와 자본주의 시대가 다르다. 노예주와 노예가 있느냐, 자본가와 노동자가 있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노예 자신이 생산수단이 되어 사고 팔리는 사회가 아니라, 땅이라는 생산 수단에 농노가 묶여 있는 시대가 아니라, 노동자가 자기 노동력을 상품으로 자유로이 판매할 수 있는 시대라야 자본주의 시대라는 뜻이다.

여기서 저자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지적한다. 자본주의사회는 봉건사회나 노예제사회와는 달리 신분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자본주의사회에서 발생하는 노동착취가 과연 존재한다고 볼 수 있을까? 노동자는 자유롭지 않은가? 저자는 자본주의사회에서 노동 착취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상품과 화폐, 그리고 잉여가치를 설명하며 자본주의사회에서 착취가 존재함을 서술하고 있다.

사용가치와 교환가치가 존재하고, 교환가치는 상품이 노동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책은 서술한다. 여기서 교환 비율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으로 정해진다. 그 뒤로 상품에 관한 설명은 다른 서적들과 크게 차이가 없으나, 구체적 노동과 추상적 노동, 상대적 가치형태나 등가물과 같은 개념어를 통해 설명하기보다는 최대한 간략하게,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쉬운 말로 서술되었다는 차이가 있었다. 상품 자체를 자세하게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래서 돈과 자본의 차이는 무엇이고, 상품이 시장에서 어떤 효과를 발생시키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가 어떻게 착취당하는지를 강조하기 위해서 책이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상품에 관한 부분은 간략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이 책의 진가는 상품 자체를 분석하는 장보다는 화폐가 발생해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왜 유통 과정에서는 추가적인 가치가 창출되지 않고, 오로지 생산 과정에서만 추가적인 가치가 창출되는지를 보여주는 4강 부분과, 잉여가치를 쉽게 설명한 5강 부분에서 나온다. 책은 빵 공장 사례를 든다. 노동자가 하루에 빵 하나를 만들 수 있을 때, 여덟 시간을 일하면 빵을 여덟 개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노동자는 자기가 제공한 노동만큼 임금을 받아가는 게 아니라, 노동력을 재생산할 수 있을 만큼만 임금을 받아간다. 여덞 개보다 적은 빵을 임금으로 가져가고, 나머지 빵, 즉 잉여가치는 자본가가 가져간다. 이 부분을 기호로 도식화되어,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자세하게 설명하였다.

위 서적과 같이 잉여가치 부분이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으나, 중요하게 다루는 방향이 조금 달랐다. 상품 자체에 대한 설명에 집중하는 대신, 상품이 시장에서 유통되는 상황을 설명하여 유통 상황에서 추가적인 가치가 창출되지 않는 걸 먼저 알리고, 생산 상황에서 추가적인 가치가 발생할 수밖에 없으므로, 여기서 발생하는 추가적인 가치를 자본가가 전유한다는 사실을 폭로하는 식으로 책이 구성되어 있었다. 위 서적이 가진 문제의식은 “자본가가 지휘노동을 통해 추가적인 이윤을 얻어간다는 주장은 오류이다” 이라면, 본 서적에서는“유통 과정에서 추가적인 가치가 창출된다는 주장은 오류이다”는 점이 강조되었음을 살펴볼 수 있었다.

2. 3. 김성구의 『자본 1권 길라잡이』

『자본 1권 길라잡이』는 위에서 언급한 자본론 공부,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과 성격이 사뭇 다르다. 세 책은 모두 자본론을 알기 쉽게 해설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으나, 그 형식과 내용은 조금씩 다르다. 자본론 공부는 자본론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부분을 알기 쉽게 설명할 목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은 자본론을 포함한 여러 영역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개념들을 간략하게 소개할 목적으로 서술되어 있다. 자본 1권 길라잡이는 자본론 전반을 간략하게 소개하기보다는 자본론 1권을 어떻게 독해하면 좋을지 책의 내용을 짚어가며 강독하는 식으로 책이 구성되어 있다.

위 책들과 비교했을 때, 상품과 화폐 부문이 가장 자세하고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다. 본문을 직접 인용하고, 그에 대해 저자가 보충 설명을 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책은 자본론 1권의 목차를 따라가며 각 장이 어떤 취지로 작성되었는지, 어떤 점이 핵심인지를 짚어주며 다음 장으로 나아가고 있다. 1장에서 상품을 분석하는데, 상품에는 사용가치와 교환가치가 존재하며, 사용가치는 구체적 노동에서, 교환가치는 인간 노동의 결과물이라는 추상적 노동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음이 설명된 뒤, 상품이 교환되는 단순한 가치형태, 전개된 가치형태, 일반적 가치형태를 뒤이어 설명한다.

단순한 가치형태는 아마포가 상의와 교환될 때, 아마포라는 사용가치가 상의라는 교환가치를 가진 무언가와 교환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전개된 가치형태는 아마포가 수많은 교환가치를 가진 무언가들과 교환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특정한 사용가치를 가진 상품이 교환가치를 가진 수많은 상품과 교환된다는 사실은 상품이 가진 이중적 성격에서 비롯된다. “추상적 노동의 성질 때문에 여러 가지 상품이 가치의 표현이 될 수 있고 등가물로 기능할 수 있다. 동등한 추상적 인간노동의 결정체라는 성질이 이 가치형태에서 더 어울리는 형태로 표현되고 있다.”여기서 반전이 일어난다. 사용가치를 가진 수많은 상품이 특정 교환가치를 가진 상품과 교환된다. 즉, 일반적 가치형태이고, 여기서 특정 교환가치를 가진 상품이 어느 하나로 정해진다면 화폐가 된다. 화폐가 상품이라는 사실이 여기서 드러난다.

본서는 자본론 자체를 짚어가며 내용을 해설하는 책의 성격상, 상품과 화폐 부문이 가장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었다. 다른 서적이 노동가치론을 통해 알아낼 수 있는 사실인 자본가의 잉여가치 전유를 폭로하기 위해 상품 부문을 상대적으로 간략하게 다루고, 자본 유통과 잉여가치 부문을 자세하게 다루는 데에 비해서, 자본론 자체를 해설하는 데 중점이 있다 보니, 자본론 본서가 각 부문에 할애한 비중만큼 설명이 서술되어 있었다.

위 두 서적보다 더 설명이 자세했지만, 상품의 이중적 성격이나 가치형태와 같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개념을 다루다 보니 난도가 높은 편에 속했다. 자본론 공부나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과 같이 자본론 자체를 소개하는 데 활용해도 좋은 서적이나, 자본론 자체를 독해할 때 활용하면 더 좋아 보였다. 책의 구성이 본서의 목차를 따라가며 각 장을 해설하는 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지역 조직에서 세미나를 진행하고 복습하는 데 활용하거나, 미리 내용을 알아가기 위해 예습할 때 활용하면 공부의 효과가 배가 될 듯했다.

3. 결론

자본가계급은 노동자계급과 전혀 다른 사고를 한다. 노동자계급은 생산력을 증대시키려는 과학적인 사고를, 자본가계급은 생산력 증대를 억제하려는 비과학적인 사고를 하는 게 그 사례이다. 자본가계급은 노동자계급이 과학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해 막는다. 노동자계급은 이중고에 처해 있다. 과학적인 사고를 하기 위해 공부를 하기도 어려운데, 그 공부할 여건마저도 자본가계급의 투쟁 덕분에 어려운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과학적 사고를 함양하기 위해서는 한정된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자본론을 해설하는 여러 시중 서적을 활용하여, 어려운 자본론을 조금이나마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시중 서적을 활용한다는 건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자본론과 경제 전반을 해설을 활용하여 수월하게 이해하는 의미가 첫 번째고, 각 서적이 중요하게 여긴 부분을 살펴보며, “다른 사람에게 알려줄 때 나도 이 부분을 중요하게 설명해야겠구나” 와 같이, 일종의 설명법, 교수법을 익힐 수 있다는 의미가 두 번째이다.

김수행의 『자본론 공부』는 상품 생산에서 나타나는 잉여가치가 실제로는 자본가들의 지휘감독 노동이라는 사실을 반박하며, 자본가계급이 더 이상 기업을 확대하고 성장시키는 데 이바지하지 못하는 사실을 강조해서 폭로한다. 임승수의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은 생산 과정에서 추가적인 가치가 나타나는 것이지, 유통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님을 밝히며, 이 추가적인 가치는 생산 과정 중에서 노동자들이 노동만큼 임금을 받는 게 아니라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만큼 받기 때문에 나타남을 증명하고 있다.

김성구의 『자본 1권 길라잡이』는 위 두 서적과는 조금 성격이 다른데, 이는 자본론의 본문을 따라가며 해설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책이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었고, 위 두 서적에서는 상대적으로 간략하게 언급된 상품의 이중적 성격이 가장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었다. 자본 1권 길라잡이는 자본론이 어떤 내용이 담긴 책인지 소개하는 데에 활용되어도 좋겠으나, 책을 독해하면서 찾아볼 수 있는 참고서, 사전과 같은 용도로 활용해도 좋을 듯했다.

위 서적들을 활용해, 자본론을 공부하는 데 좀 더 이해를 수월히 진행하고, 나아가 각 서적들에 서술된 설명 방식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어려운 자본론의 내용을 설명할 수 있을까? … 와 같은 고민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면, 시중 서적을 120% 활용한 것이 아닐까 한다. 과학 사상을 공부하는 과제로도 모자라, 주변 사람들에게 알기 쉽게 알려주어야 한다는 과제까지 지닌 여러분께, 본 기사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참고서적

칼 맑스,『자본론 1』, 노사과연, 2018
칼 맑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오이겐 뒤링씨의 과학 변혁(반-뒤링)」, 『칼맑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저작선집 5』, 박종철출판사, 1997
김수행,『자본론 공부』, 돌베게, 2014
임승수,『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시대의창, 2016
김성구, 『자본 1권 길라잡이』, 나름북스,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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