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경선을 통한 후보단일화 좌초 위기 실망스럽다!>

은영지 ㅣ 평화활동가

대선을 70여 일 앞두고 보수 꼴통 언론들은 이재명과 윤석열 두 후보 보도에만 열을 올리고 있고 유권자들은 이에 부화뇌동하여 둘 중 누구를 찍을지 고민하고 저울질하고 있다.

도대체 이재명과 윤석열이 누구인가.
자본가 계급의 이익에 복무하면서 자본의 심부름꾼을 자처하는 보수 양당의 후보들이고 그들 스스로도 자본의식으로 철저히 무장된 기만적인 정치꾼들이 아닌가. 그럼에도, 자본주의 착취구조와 이 체제를 영구적으로 지속시켜 나가겠다는 불순한 의도로 반민중, 반노동, 친자본 정책을 공약으로 내놓는 이 두 후보를 노동자와 민중계급이 열광하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윤석열을 찍으면 사망 직전의 수구 꼴통정당인 ‘국민의힘’이 다시 득세하므로 이재명을 찍어야 한다고 우기는 한심한 진보들이 있는가 하면 이 두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아 아예 투표를 안 하겠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개판 오분 전의 선거판과 정치 허무주의가 판을 쳐 도무지 희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대선정국이었다.

민주당 이재명 캠프를 기웃거리는 운동가들이나 윤석열 지지 선언을 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보는 마음은 절망 그 자체였다. 아무리 고민이 없고 배알이 없는 운동가라 하더라도 자본을 추종하는 두 보수 기득권 정당에 투항하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이율배반적인 행위였다. 저들은 갖은 미사여구로 자기행동을 정당화하고 비판적 지지니 뭐니 온갖 포장을 하지만 부르주아 선거에 들러리를 서는 행위는 이 땅의 노동계급을 착취하고 노동현실을 지옥으로 몰아넣는 반동행위라고 생각된다.

절망만이 지배하는 ‘저들만의 선거판’에 민주노총을 포함한 진보좌파 5당과 한상균 선본이 머리를 맞대고 ‘민중경선을 통한 후보단일화’를 모색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이제 비로소 비판적 지지라는 선거 들러리가 아닌 노동자 후보를 뽑는 진정한 계급투표를 할 수 있겠구나 희망하고 기대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제시한 직접투표와 여론조사를 7:3 비율로 하자는 합의가 100% 여론조사를 주장하는 정의당의 반대로 난항을 겪다가 2021년 12월29일 최종 회의에서 후보단일화 논의가 무산돼 버렸다. 1월7~8일 재논의 하고 있지만 정의당이 양보를 하지 않는 이상 결과는 불투명하고 어두웠다.

정의당이 민주노총의 30% 여론조사 제안을 거부하고 100% 여론조사를 주장하는 건 실망스럽다. 솔직히 말해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당선가능성이 있어서 저렇게 고집을 부리는가? 자본주의 체제 유지를 위한 이 부르주아 선거판에서 대체 무얼 기대하고 무얼 얻고자 하는가? 오히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진보정당과 민주노총, 시민사회단체들이 똘똘 뭉쳐 선거투쟁을 전개함으로써 자본주의 모순구조를 깨부수고 진정한 노동해방 세상과 사회주의로 나아가는 토대를 다지는 계기로 삼아야 하지 않는가?

슬프게도 이 땅의 노동계급은 늘 선거 때만 되면 부르주아 정치판의 들러리 노릇이나 하고 투쟁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비판적 지지니 뭐니 주장하기도 했고, 혹은 수구꼴통 정당을 몰아내야 한다면서 민주당 밀어주기라는 기만적인 술책에 얼마나 놀아났는가. 진보정당 역시 진보정치운동이라는 이름으로 부르주아 정치에 투항한 것 이외에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더니 제발 냉수 마시고 정신 차리자.

노동자 민중은 죽지 못해 살고 있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천만 명이 넘은 헬조선 대한민국이다. 2020년 882명의 노동자가 노동현장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고, 청년들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 현실에 절망하여 매일 36명의 소중한 생명이 스스로 목숨을 버리고 있다. 노인빈곤율은 OECD국가 중 1위로, 10명 중 4명이 최소한의 생계조차 이어갈 수 없는 형편이다. 소득불평등은 날로 심화되고 출생율은 세계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진보진영이 대오각성하여 대선 후보단일화를 통해 절망하는 노동자 민중에게 희망을 불어넣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에 단일화를 실패하여 넋 놓고 있으면 노동자 민중에게는 더 암담한 미래가 전개될 것이다. 논의 주체들이 조금씩 양보하여 노동자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실현하고 아울러 노동해방 세상과 사회주의로 발돋음하는 대선투쟁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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