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138호 1-1 다시 연 민중총궐기에서 우리는 무엇을 하려 하는가

지난 5년, 국민으로부터 나온 권력은 도대체 어디로 갔는가?

백철현 ㅣ 노동전선 선전편집위원장

박근혜 정권 하에서 2차례의 백만 민중총궐기가 있었다. 특히 민중총궐기 과정에서 벌어진 백남기 농민에 대한 물대포 타살은, 과거 전두환 군사 파쇼 정권의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와 이한열 열사 타살이 그랬던 것처럼 정권퇴진을 알리는 서막이 되었다. 이후 연인원 1500만의 노동자 민중이 참여한 촛불투쟁이 벌어져 박근혜 정권이 퇴진하고 ‘촛불혁명정부’를 자처하는 문재인 정권이 들어섰다.

현 정권은 촛불의 염원인 ‘적폐 청산’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안고 집권했지만, 노동자 민중의 폭발적인 개혁 요구와 열망에 대해 “1년만 기다려 달라”며 시간을 끌었다. 그리고 이제는 임기 막바지에 이르렀다.

“여기가 로도스섬이다. 여기서 뛰어보라”

‘여기가 로도스섬이다. 여기서 뛰어보라.’(Hic Rhodus, hic salta)

<이솝 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어떤 허풍쟁이가 주변 사람에게 “로도스 섬이라면 나도 잘 뛸 수 있다”고 했다. 그러자 듣고 있던 사람이 “그런 사람이라면 왜 지금 못 뛰나”라고 쏘아붙였다고 한다. 지금 이곳이 문제니까, 여기서 해결책을 찾아내놓으란 의미다.

여당은 지난 총선에서 180석을 얻어 원내 1당이 돼, 개혁을 위한 안정적인 의석을 확보했다. 의지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것이다. 여당 지지자들도 “하고 싶은 거 다하라”라며 전폭적인 지지를 표시했다.

그럼에도 현 정권은 시간을 질질 끌었다. 결과적으로 최저임금 인상과 (청년)실업 문제 해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죽지 않고 일할 권리 보장이라는 절박한 노동자들의 요구도, 남북관계 개선과 분단문제 해결이라는 전 민족적 통일의 열망도, 세월호 진상규명이라는 전 국민적 염원도 충족시키지 못했다.

현재 주택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 집 없는 사람들은 박근혜 정권 시기 이상으로 고통 받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가중된 자본주의 위기로 실업, 정리해고, 파산은 급격하게 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의 선택적 방역으로 정권을 비판하는 모든 흐름들은 철저히 통제됐다. 절대 다수 민중의 빈곤과 불평등의 비참한 무덤 위에서 한 줌도 안 되는 재벌과 그 일가들, 국회 안의 통치배들, 법조 브로커, 자본의 나팔수 언론인들만 부를 향유하고 있다. 이들은 기업을 집중시키고, 토지를 늘리고 건물을 높이며 부와 행복을 만끽한다.

돌아보니 현 정부는 ‘혁명정부’도 ‘촛불정부’도 아니었다. 여당은 ‘적폐청산’은 커녕 국가보안법을 온존시켰고, 국정원은 1970~80년대 프락치 공작, 간첩조작 사건을 계속하고 있다. 로두스 섬이 허풍선이는 뛰어보기는 커녕 등을 돌리고 주저앉았다. 민중의 변화 열망이 최고조에 달한 때에 이를 철저히 외면하고 짓누른 셈이다.

이재용 사면과 삼성 경영권 장악 지원에서 보듯, 저들은 재벌과 해외 거대자본의 편이었다. 사드 영구 배치와 한미일 전쟁동맹 추종에서 보듯, 제국주의의 편이었다. 미국 눈치를 보며 제 손으로 합의한 4.17판문점 선언과 9.19공동선언을 지키지도 못한 채, 임기 말이 되어서야 종전선언을 추진하고 있다. 종전선언 초안을 미국과 합의했다고 발표해, ‘미국과 한국이 전쟁 당사자였냐’는 세간의 비웃음을 사는 형편이다.

우리는 민중총궐기로 다시 정권과 싸울 것이다

지금 민주당, 국민의힘 거대 양당은 차기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대립하고 있지만, 이들은 노동자 민중의 절박한 요구 앞에선 언제나 반노동자적, 반민중적 우애를 과시하였다. 최저임금 삭감, 노동시간 연장, 국가보안법 수호, 사드 배치와 한미 전쟁 동맹 앞에서 두 당과 그 지지자들이 단 한 번만이라도 으르렁거리며 싸운 적이 있었던가!

결국 기층 노동자 민중에게 확인된 진리는 분명하다. 현재 민주당의 ‘정권 연장’ 구호와 국민의힘의 ‘정권 교체’ 구호가 가지는 실제 의미는, 또 5년 동안 누가 우리를 배신하고 농락할지를 놓고 그들끼리 벌이는 진흙탕 개싸움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박근혜 퇴진 촛불투쟁에서 족히 수백 번은 들었을법한 노래 가사다. 그런데 브레히트가 ‘바이마르 헌법 제1조’라는 시에서 읊었던 것처럼, 국민으로부터 나온 권력은 도대체 어디로 갔는가? 누구의 이익을 대변했는가? 1인 1표 대의제로 위임 받은 권력은 형식적 ‘민주주의’ 절차를 거쳐 권력자만 교체한 채, 자본주의를 영속적으로 뒷받침하는 새 권력을 만들고 있다.

역사는 필연적으로 진보한다. 그 진보가 필연적인 것은 자본과 권력자의 시혜 때문이 아니라 노동자 민중이 직접 투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투쟁한다. 민중총궐기로 박근혜 정권을 계승한 또다른 ‘박근혜들’과 문재인 정권을 계승할 ‘문재인들’과 전면 투쟁하려고 한다. 그래서 노동자 민중 자신의 정치권력을 만들려고 한다.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그 누가 권력을 잡든 필연적으로 친미·반노동·반민중·반민족·반민주 정권이 되어 노동자 민중의 이해를 배신할 것이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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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7일 발행된 민중의 소리 [연속 기고 ⑤] 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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