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계속되는 노동자의 죽음의 행렬에 부쳐

양한웅 |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많은 이주노동자를 포함한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돌아가셨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습니다. 그중에서 저가 직접 같이 싸운 현장은 2018년 8월 법무부의 살인단속 현장서 숨진 미얀마 딴저테이 노동자, 2019년 서울의료원서 간호사 태움으로 자결하신 서지윤 간호사, 그리고 마사회 문중원 노동자 투쟁이었습니다.

물론 김용균 노동자 투쟁을 비롯하여 많은 노동자들이 돌아가신 현장에 결합하였습니다. 싸움을 하면서 하나같이 느낀 점은 정부 뿐 만이 아니라 서울시의 노동자 문제, 죽음에 대한 태도입니다. 이주노동자 죽음에 대하여서 먼저 살펴보면 과거 정부의 자세에서 하나도 벗어나 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국가인권위 권고는 거의 동네 개 짖는 수준으로 법무부는 받아들이고 있고, 어느 누구하나 사과의 말 한마디 없었습니다. 즉 문재인 정부나 박근혜 정부나 이주 노동자 죽음이나 강제단속의 문제는 법무부 철문에서 한 치의 벗어남이 없었던 것입니다.

개선의 시늉이라도 없는 문재인 정권에서 노동존중은 쓰레기통의 구겨진 휴지에 불과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서울의료원 서지윤 간호사 죽음의 문제에 책임이 있는 박원순 시장도 도긴 개긴이었습니다. 진상조사위라는 것을 보장은 하면서도 진상조사위 발표와 이행여부는 전혀 다른 것이었고 기만인 것이었습니다. 이런 경우는 김용균 진상조사위도 비슷한 경우이라고 보여집니다. 겉으로는 간호사 죽음에 대한 시늉은 하지만 병원장 나간 것 빼고는 나중에 보면 어느 하나 해결된 것이 없습니다. 특히 박원순 시장이 유가족에게 직접 약속한 서울의료원 내에 추모비마저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실정입니다. 심지어 추모비를 높이가 없는 형태로 땅바닥에 붙여서 하자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유가족에게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즉 문재인 정부나 박원순 시장이나 촛불이 아니라 어둠의 빛을 가지고 있는 반 노동자 정부인 것입니다. 한편 얼마 전까지도 열사의 시신을 길에 모시고 싸웠던 문중원 열사의 투쟁은 더 심각했다고 보여집니다.

사실 저는 문중원 열사 죽음에 싸우기 전까지는 경마장 근처에 한 번도 가보지도 못하였고 막연하게나마 경마장은, 강원 랜드와 마찬가지로 국가가 운영하는 도박장이고 노동자들의 피를 빨아먹는 곳이기에 없애야 한다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번에 마사회 싸움에 결합하면서 저 상상 이상으로 마사회는 수십 마리 독사와 이리 떼들이 넘실거리는 곳이었습니다. 그 썩어빠진 곳을 어떻게든 바꾸어 보려고 했지만 힘에 부친 문중원 열사는 고민을 거듭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입니다. 더 무서운 것은 이런 국민적폐가 수십 년 동안 내려왔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고 마사회 내부 기득권은 더 공고히 되어 왔다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가 열사의 유언장을 통하여 고스란히 드러났으며 그 드러난 자기들의 치부를 덮기 위하여 거꾸로 열사를 모욕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였으며 심지어 열사가 안식의 땅으로 들어가는 날 까지도 거의 야만적인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밝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투쟁기간에 여러 차례 직접 들은 이야기입니다. 경마 부정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순위를 지시하고 담합하고 그 지시를 어기면 배제와 불이익을 주는 것이며 오랜 관행이었다는 겁니다. 저는 처음 이 말을 듣고서 설마 하였지만 문중원 열사의 죽음과 직접 관련되고, 열사가 피해자 인 것을 알고는 충격과 분노에 치를 떨었습니다. 공공기관이 소위 국민을 상대로 사기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인데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일입니다.

소위 기수들은 지시와 조종에 의하여 말을 타며 그 뒤에는 수익을 챙기는 마피아세력이 있다는 것을 수 십년 알고서도 침묵과 방관을 해온 마사회는 즉각 해체되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투쟁기간 내내 처음부터 열사의 죽음을 폄하하고 마사회 입장으로서 유가족을 대하는 정부는 누구를 위한 정부입니까? 열사의 시신이 길거리에 모셔졌는데 문재인 정부는 외면하고 열사의 분향소 관련 천막을 용역이 부수고, 유가족의 눈물을 짓밟는 모습에 떠오른 것은 전두환 정권의 모습이었습니다.

이날 역사의 준엄한 심판에 편승하여 탄생한 정부에 마지막 기대는 사라져버렸습니다. 노동존중, 생명존중은 용역의 신발 밑으로 들어가 버린 것입니다. 소위 문재인 정권의 이미지에 도움이 되는 KTX 여승무원 직접고용 등의 문제에 대하여서는 생색을 내고 그 밖에 정권 차원서 도움이 안 되는 전교조, 정부서 무시해도 되는 톨게이트 등 비정규직 투쟁에 대하여서는 탄압과 시간끌기와 내부 정규직 노조와 담합으로 일관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운동 내부로 눈을 돌려보면 답답함이 너무 많습니다. 이주노동자 투쟁은 오랜 투쟁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참 어려운 조건에 처해있습니다. 딴저떼이 노동자 투쟁에 주체는 없고 대책위 구성원들이 싸우는 것이죠. 언론에 사고로, 단속에 돌아가시거나 다치는 분들이 속출하지만 그때그때 싸움은 고사하고 대처도 힘든 나날의 반복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습니다. 주체 이주노동자분들의 조직화는 조금 진전이 있다 할지라도 미미한 수준에 머무르다 보니 정권은 해마다 강제단속, 고용허가제에서 꼼짝도 안하고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딴저테이 노동자 투쟁도 1년 6개월 가까이 싸움 속에서 인권위 권고 이상의 성과도 못 내고 법무부는 그대로 이지만 끈질김 속에서 악착같이 싸움을 하여 전국의 강제단속 하는 출입국 요원들에게는 적어도 최소한의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인권, 잘못하다가는 책임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심어준 정도는 되었다고 자족합니다.

서울의료원 태움도 대책위 위주로 싸움의 중심이 된 것도 아쉬움이 크지만 전국의 병원 책임자, 간호사 세계에 일대 경종을 울렸을 겁니다. 문중원 열사 투쟁도 민주노총과 민주노총 산별이 있었지만 김용균 노동자 투쟁에 비하면 대중의 동력은 미비 했다고 보입니다. 이 부분은 현재 민주노총, 민주노동운동의 아주 커다란 과제로 보입니다. 비정규노동자 투쟁은 계속 쏟아 질 건데 전체 운동, 조직의 구조로는 쫒아가지도 힘겹게 보입니다. 그리고 과거에도 수많은 대책위가 만들어지고 했지만 중심은 노동자였습니다. 그 중심성이 많이 얇아진 것에 대하여 우려스럽습니다. 여러 가지 싸움도 생기고 있지만 불변의 진리는 노동자·민중이 중심이 되어 싸울 때 힘이 있고, 위협적이고, 정권과 자본이 부담을 느끼게 되는 것 일겁니다.

코로나 사태가 전 세계를 덮고 있습니다. 아마도 IMF보다도 더 심각하게 노동자·민중들에게 광풍이 몰아칠 거라 보입니다. 지금부터 투쟁 연대체를 만들고 준비해야 됩니다. 다시 그때마냥 손을 놓고 노동자·민중이 당 할 수가 없습니다. 먼저 준우리가 비하고, 먼저 요구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단돈 오 만원, 십 만원이 없어서 생계를 위협당하는 노동자들이 속출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당당히 국가의 책임을 요구해야 하고, 재벌의 책임도, 그리고 부동산과 금융자본을 취하여 엄청난 이익을 취한 집단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낙엽처럼 쓰러지는 민중들의 고난에 대하여 운동진영도 지금 당장 나서야 할 것입니다. 세상은 같이 살아야 되는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은 코로나로 가정이 무너지고, 비정규 노동자들이 직장서 쫓겨나는 아픔을 보고는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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